소의 모든 장기에 세슘…방사능 피폭실태

원전 30km 권외 후쿠시마 이타테무라 3년 후

오자와 쇼지 | 기사입력 2014/03/02 [21:08]

소의 모든 장기에 세슘…방사능 피폭실태

원전 30km 권외 후쿠시마 이타테무라 3년 후

오자와 쇼지 | 입력 : 2014/03/02 [21:08]

2013년 11월 17일, 일본 후쿠시마현 교육회관에서는 ‘이타테무라 방사능 에콜로지 연구회’(IISORA) 주최로 “원전 재해의 생명체, 사람, 지역 사회에 대한 영향과 극복의 길을 모색하다” 심포지엄이 열렸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부터 고선량 지역이 된 이타테무라를 조사하고 실태를 밝히는 자리였다. 다음은 환경저널리스트인 오자와 쇼지 씨의 기고문이다.

 

주택, 농지 제염으로도 안전해지지 않아

 

이타테무라. 후쿠시마 1원전에서 30km 권외로, 사고 직후 피난 지시가 내려지지 않았지만, 방사능 오염으로 결국주민 전체가 피난했다.  © 페민

IISORA(이타테무라 방사능 에콜로지 연구회)는 2011년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에서 방사능에 오염된 후쿠시마현 이타테무라 등을 주요 대상으로 하여 조사하는 연구자들과, 기록 활동을 하는 저널리스트 등이 모여 2012년 8월 결성되었다.

 

IISORA의 특징은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와 저널리스트에게 문호가 열려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타테무라 주민을 비롯해 원전 사고의 피해자와 함께 활동하고 있으며, ‘시민과학’의 자세를 관철하고 있다.

 

심포지엄도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양 측면에서 접근하고, 마을 주민들의 발표를 듣고 종합토론으로 논의를 심화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이 날 열린 심포지엄도 오전에는 ‘방사능의 생명체에 대한 영향과 초기 피폭 평가’, 오후에는 ‘생활, 커뮤니티 재건과 복합적 도시 재건’, 이후 종합토론으로 구성되었다.

 

쓰쿠바대학 랜디프 라쿠왈 씨는 벼를 활용한 방사능 영향에 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금은 광대한 감마선 필드가 되어버린 이타테무라 안에서 실제로 벼를 재배하고 그 유전자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것이다. 조사 결과, DNA 수복과 스트레스, 방어 반응을 관장하는 유전자 등에서 변화가 확인되었다.

 

농작물뿐 아니라, 사시사철 식탁에 오르던 산림작물 역시 이번 방사능 오염으로 인해 식탁에서 사라졌다. 이타테무라 내 농업연수시설인 ‘이타테 팜’에서 일하는 이토 노부요시 씨는 마을에서 채취한 산나물과 버섯 등에 포함된 방사능을 우크라이나제 식품측정기를 사용해 조사하고 있다.

 

산나물 중에는 식품 기준인 100Bq/kg을 밑도는 것도 있었지만, 버섯은 일제히 기준보다 높으며 최고 9만8000Bq/kg가 측정되었다. 활엽수의 잎이나 부엽토, 토양에도 방사능 세슘이 포함되어 있어, 산림으로 둘러싸인 이타테무라는 주택이나 농지에 대한 제염만으로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고 이토 씨는 경고하였다.

 

야생동물 등 생명체에 대한 영향 ‘광범위’

 

이전 경계구역 내에 남아있던 가축이나 피난구역 내의 야생 포유류에 대한 방사능 영향은 도호쿠대학을 중심으로 한 연구자그룹이 조사하고 있다. 소 301마리, 돼지 57마리, 일본원숭이 62마리, 멧돼지 8마리 등의 샘플을 입수해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쓰쿠바대학 가령의학연구소의 우루시하라 유스케 씨는 소의 경우 모든 장기에서 방사성 세슘이 축적된 사실을 확인하였다고 발표했다. 또한 방사성 은이 간장에, 방사성 텔루루(방사성 물질의 일종)가 신장에 특이하게 축적되어 있었으며, 송아지는 엄마소에 비해 장기 불문하고 방사성 세슘이 1.5배 축적되어 있고, 돼지의 경우 소에 비해 혈중 방사성 세슘의 농도가 약 100배인 점 등을 보고했다.

 

어떤 결과를 보든 방사능의 생명체에 대한 영향은 광범위하고, 심지어 오래 지속될 것이 예상된다. 이밖에도 다양한 종을 대상으로 한 조사 연구가 실시되고 있지만,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그 내용은 제한적이다.

 

핵발전소 재가동 수순 진행중인 일본

  

▲  “원전 재해의 생명체, 사람, 지역 사회에 대한 영향과 극복의 길을 모색하다” 심포지엄 발표자와 참석자들 간의 종합토론    © 오자와 쇼지

교토대학 원자로실험소의 이마나카 테츠지 씨는 ‘이타테무라 주민을 대상으로 한 초기 피폭 평가’를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원전 사고 후 마을 대부분 지역이 30킬로미터 권외에 속하는 이타테무라에는 피난 지시가 내려지지 않았다. 4월이 되어서야 계획적 피난 구역으로 지정되었지만, 그 후 실제로 피난이 완료되기까지 오랫동안 마을 안에 머물러있는 주민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 실태는 잘 파악되어 있지 않다.

 

이마나카 씨 그룹은 마을 내 상세 공간별로 선량 분포도를 만들어 거기에 주민 한 명 한 명의 체재 시간을 대입해 외부피폭선량을 계산했다. 이를 위해 이타테 전체 세대 수의 30%에 해당하는 498세대를 대상으로 동선 등의 상황을 청취하고, 사고 직후부터 7월까지 행동기록 1,812명분을 입수했다. 그 결과, 주민들의 평균 외부피폭선량은 7.0mSv(최고치는 23.5mSv)로 후쿠시마현이 실시한 현민 건강관리조사 수치인 3.6mSv의 약 두 배였다.

 

이타테무라 주민모임 ‘지지 않아 이타테!’에서 발행하는 소식지 <기와판>의 편집자인 와타나베 후지오 씨는 지진과 원전 사고 이후의 체험, 그룹 활동, 나아가 취재를 통해 알게 된 시민들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와타나베 씨는 “피난 후에 인지증이 발병하여 돌아가신 분도 있다. 피난 시 자살한 102살의 노인도 있다. 결혼할 수 있을지, 아이를 낳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젊은이도 있다. 어느 정도의 기준이 있으면 판단할 수 있으련만, 국가의 방침이 명확하지 않아 모두 괴로워하고 있다. 다만 평범한 생활을 평범하게 하고 싶을 뿐이다.” 라고 마을 주민의 진심을 대변했다.

 

이제 곧 사고가 난지 3년이 된다. 지금 일본에서는 후쿠시마의 상황은 내버려둔 채, 원전 재가동 수순이 진행되고 있다. 진실을 규명하고 제대로 전하는 것이 우리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IISORA는 올해 5월 도쿄에서 또 한 번의 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이다.

 

※ 이 기사는 <일다>와 제휴관계에 있는 일본 여성언론 <페민>에서 제공한 2014년 1월 25일자 기사입니다. 고주영님이 번역하였습니다.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