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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좋아하지 않는 북한사람이 있을까?
<북과 남을 가로지르다>⑥ 북한의 영화와 연속극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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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여년 전, 한국으로 와서 살고 있는 북한이주여성 효주 씨가 북한의 서민문화와 남한에서 겪은 경험을 전하는 <북과 남을 가로지르다> 칼럼이 연재됩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을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영사기가 오는 날, 떠들썩한 동네 풍경

 

고전영화(사극) <꽃파는 처녀>해마다 다시 보여줘도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며 보는 영화이다.    © 손그림- 효주

북한에서 나서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영화나 텔레비전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없고, 책을 싫어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특히 영화라고 하면 사람들은 밤중이라도 먼 읍내까지 왕복으로 걸어서 보고 오곤 하였다.

 

내가 북한에 살 때까지만 해도 곳곳을 돌아다니며 야외에서 영화 상영을 하는 ‘이동 영사기’가 있었다. 또, 리 단위에 있는 문화회관에서는 낮에 학생들에게 단체로 영화를 보여주고 밤에는 주민들에게 보여주곤 하였다. 그것도 새 영화가 나왔다는 소문은 벌써 한 달 전에 들은 후이고, 시 군보다는 보름 정도 늦어서 보게 되는 것이지만, 그래도 영화를 본다고 하면 왜 그렇게 설레고 좋은지 들뜬 기분이 들었다.

 

읍 영화관만 하여도 좌석이 좋은 쿠션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영화가 끝날 때까지 앉아서 버틸 만하다. 그러나 리 문화회관의 의자는 긴 나무 의자여서 30분 이상 앉아 있으면 엉덩이가 배겨서 더 앉아 있기 힘들 정도로 아프다. 거기에 바닥이 경사면 없이 평평하여, 중간에 있는 사람들부터 의자 꼭대기에 올라가 앉아 볼 때면 뒤에 있는 사람들은 죽을 지경이다.

 

아이들은 영사막 바로 턱밑까지 빼곡히 앉아 턱을 쳐들고 보기도 하고, 자리가 없으면 영사막 뒤쪽에 앉아서도 보곤 하였다.

 

한창 영농철이 되면 각 동네마다 영사기를 직접 싣고 와서 영화를 보여주는데, 실내가 아닌 야외에서 영화를 보는 재미는 영화관이나 문화회관에서 보는 것보다 더 실감이 났다. 이동 영사기가 와서 영화를 보여줄 때면 가족 단위 또는 친구끼리, 그리고 군부대나 군인들이 몰래 빠져 나와 사복을 빌려 입고 영화를 보기도 하였다.

 

바닥이 땅바닥이라, 집집마다 깔고 앉아 볼 수 있게 가마니나 낮은 나무 의자와 자투리 비닐 등을 가지고 나왔다. 영화를 하는 날 저녁이면 무슨 큰 경사가 난 것처럼 아이들이 온 동네를 떠들썩대며 난리였다. 아마도 이런 분위기는 아이들이 더 빨리 알아차리는 것 같다.

 

남한에 잠복해 활동하는 ‘첩보영화’가 제일 인기

 

봄부터 여름 가을걷이 시기까지 영화뿐 아니라 군기동예술선전대나 시 예술단에서 기동선전대가 각 농촌에 파견되어 예술활동을 활발히 펼쳤다. 일하는 농민들과 농촌지원자들은 그에 고무되고 힘을 얻어 더 열심히 하루 과제를 수행할 수 있었다. 기동예술선전대는 농촌, 공장, 어촌, 북한 전역 어디에도 안가는 데 없이 곳곳에서 활동을 하는데, 직접 현장에 나가 노래를 부르고 악기 연주와 춤, 시 낭송도 하면서 일군들의 기세를 한층 더 높여주었다.

 

북한 정부는 분야마다 분기별로 생산량을 따져보고, 전년에 비해 생산량이 떨어질 때는 그 현장에 청년예술기동선전대를 파견하였다. 청년선전대는 조직적이고 전투적인 기악 합주와 더불어, 당의 방침을 관철하는데 모든 인민이 힘있게 앞장서자는 사설을 직접 기동대 방송원이 마이크를 잡고 선동을 하였다.

 

북한의 예술단과 영화촬영소에 대해 평범한 주민이었던 내가 조금 알고 있는 정보로 이야기하자면, 예술단의 대표적인 단체는 만수대예술단, 조선인민군 협주단, 평양종합예술단, 평양교회단. 모란봉예술단, 평양교향악단, 각도 직할시의 예술단과 평양학생예술단, 보천보 전자악단, 왕재산 경음악단 등이다.

 

영화촬영소는 대표적인 것으로, 조선예술영화 촬영소 하나만 영화가 시작하는 부분에서 첫 자막에 등장했었는데, 언젠가부터 백두산, 왕재산, 대홍단, 삼지연, 대덕산 등 몇 개 촬영소로 나뉘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또 예전의 2.8영화 촬영소가 4.25영화 촬영소로 변경되어 나왔다. 그 외에 김일성, 김정일, 현재의 김정은까지 현지 지도 로정을 담은 조선기록영화 촬영소와 아동만화영화를 제작하는 조선과학교육영화 촬영소가 있다.

 

북한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영화광이라고 할 수 있는데, 특히 액션영화나 사극(고전영화), 전쟁영화를 좋아한다. 첩보영화(남한에 잠복하여 활동하는 스파이들의 활동 이야기)가 제일 인기 있고, 다음으로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 사극(고전영화)은 <꽃파는 처녀>(해마다 다시 보여줘도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며 보는 영화이다)와 <홍길동전>, <춘향전>, <달매와 범달이>, <바보온달>, <림꺽정> 등등이 인기가 많았다.

 

가슴에 남는 명배우들

 

▲  홍영희는 북한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배우로 꼽힌다.

북한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배우는 <꽃파는 처녀>의 주인공역을 맡았던 홍영희로, 북한 돈 1원짜리 지폐에 영화 속 이미지로 등장한다. 홍영희는 김정일이 어느 지방을 현지 지도하던 중에 발굴한 배우(길거리 캐스팅이라고 해야 할까)로 알려져 있는데, 어린 나이에 첫 작품으로 <꽃파는 처녀> 주인공역을 맡게 되었다. 소문으로는, 처음에는 역할을 잘 못해서 괴로워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도라지꽃>, <생의 흔적>, <곡절많은 운명>, <민족과 운명>에 나온 오미란은 출연한 영화마다 주인공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배우로, 북한에서 년령층을 초월하는 배우로 유명하다. 또 한 사람 김정화, 20부작 <이름 없는 영웅들>과 <길> 등에 주인공으로 출연한 배우도 빠질 수 없다. 김정일이 가장 총애했던 배우 3인방이 바로 홍영희, 김정화, 오미란이기도 하다.

 

희극배우(개그맨)로는 김세영이 가장 유명했다. 김세영이 출연한 작품들은 사람들을 배꼽이 빠질 정도로 웃게 만드는 것들이 많았다. 김세영은 영화에도 많이 출연했는데, 천부적인 희극배우여서 그가 나오는 작품은 너무 웃겨 눈물콧물 흘리면서 스트레스가 다 풀릴 정도로 기분이 정말 좋아지게 만드는 배우였다. 나중에 아들까지 희극배우로 성장시켰고,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배우이다.

 

또, 원로배우 유원준은 영화 <내고향>, <안중근 이등박문을 쏘다>, <평범한 사람들>에서 조연을 맡았지만 무게 감이 있는 배우여서 기억 속에 남는다. 유원준 외에도 추석봉, 문예봉, 유경애, 엄길선 등 원로 유명배우들이 많았다. 이들은 지금은 세상을 떠났고 다음 세대들이 그 업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북한사람들이 떠나간 배우들의 얼굴 하나 하나, 이들이 맡았던 배역 하나 하나를 기억하고 있을 만큼 가슴에 남는 명배우들이었다.

 

북한에서는 배우나 가수들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아도 한국에서처럼 팬클럽 같은 것은 없다. 북한의 예술인들은 팬클럽이 없어도, 맡은 배역이나 노래를 얼마나 잘했는가를 당에서 직접 평가하고 결정하여 그에 따라 공훈배우, 인민배우, 공훈예술가, 인민예술가 칭호를 주고 명분에 맞는 집과 승용차, 그리고 의식주도 자연스레 해결이 되도록 해주었다.

 

일반인들은 누릴 수 없는 혜택을 누리기 때문에, 북한의 예술인들이 만약 남한에서 산다고 하면 북한에서의 생활이 더 좋다고 할 것 같다.

 

삼각관계, 사랑 타령하는 한국 드라마

 

한국에 와서, 처음에는 드라마나 영화가 별로 재미가 없었다. 북한에서 박력 있고 액션이 강하고, 또 시대적 흐름과 배경이 빨리빨리 진행되는 텔레비전 연속극과 영화 속 장면들에 익숙해져 있어서인지,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는 별로 박력이 없고 같은 장면들이 반복해서 나와서 금세 지루해졌다.

 

게다가 한국의 드라마에는 삼각관계와 사랑 타령이 주를 이루고, 또 사랑 때문에 이별하는 장면들이 너무 많이 나오다 보니 쉽게 질렸다. 처음 한두 편을 보고 나면 마지막 종회가 미리 그려질 정도인 데다가, 회수가 쓸데없이 많아서 안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최근 드라마 중에 <닥터 이방인>, <골든 크로스>, <쓰리 데이즈>, <조선총잡이>, <기황후> 등은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고, 재방송을 또 보아도 질리지 않는 작품들이다. 아마도 이 드라마들에 액션이 있고 스릴이 넘치는 장면과 적절하게 사랑을 나누는 장면들이 들어있어서 그런 것 같다.

 

한국의 사극드라마나 고전영화의 경우는 북한에서 느낀 것과 비슷한 재미를 주는 것 같다. 북한영화나 드라마는 북한 특유의 높은 억양을 쓴다는 점, 그리고 사극드라마에서 등장인물들이 입는 옷 색깔이 한국과 좀 다른 것일 뿐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사극과 고전영화에 등장하는 옷들은 색깔이 곱고 화려하여 더 실감이 난다. 그러나 남과 북의 배우들은 어느 쪽이 더 연기를 잘한다고 꼭 짚어 말할 수 없을 만큼 배역에 충실한 것 같다.

 

50부작 만화영화 <소년장수>의 추억

 

▲  북한의 만화영화는 어른들도 즐겨 본다.  그중에서도 50부작 <소년장수>는  인기를 끌었다.  © 손그림-효주

한편, 북한에서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손꼽아 기다리고 즐겨보는 것으로 아동영화(만화영화)가 있는데, 50부작으로 된 <소년장수>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소년장수>는 TV에서 다음 부가 나올 때까지 처음부터 죽 보여주곤 하였다. 재미있는 TV소설이나 영화가 없을 경우, 지나간 기록영화나 어린이들의 공연영상, 그리고 이미 보여준 아동영화들을 재방송으로 내보내곤 하였다.

 

북한에서 아동영화는 다른 영화들보다 실생활과 밀접히 연관된 내용을 담고 있어서 더욱 재미있었다. 특히 만화영화의 등장인물은 너구리, 꿀꿀이, 오리, 다람쥐, 고슴도치 등 귀여운 동물들로 구성되어 있어 사람들이 좋아했던 것 같다.

 

<소년장수>는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지 어린아이들은 놀 때도 흉내를 내고, “둥둥~둥둥~북을 높이 울려라~” 하는 영화 주제가를 길을 걸을 때나 휴식 시간에 즐겨 불렀다. 지금도 <소년장수>나 새로운 아동영화가 나오면 우리 동네에 한대뿐인 텔레비전이 있는 집에 콩나물 시루처럼 빼곡히 앉거나 부엌에까지 서서 보던 그때가 어제 일처럼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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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07/04 [17:47]  최종편집: ⓒ 일다
 
타요 14/07/07 [11:53] 수정 삭제  
  연재 기다리다 목 빠집니다. ㅎㅎ 재밌게 읽었어요.
비오밥 14/07/30 [21:00] 수정 삭제  
  북한 생활 얘기.. 먼나라 같기도.. 가깝기도 한 얘기네요. 잘 읽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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