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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감추려하는 진실, 밀양의 아픔을 담다
<밀양을 살다> 사진전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이충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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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낮에는 평화롭고 여유로운 분위기의 거리이지만, 주말 저녁에 가려하면 경찰과 대치해야 하고, 가끔은 경찰에 붙잡혀 갈 수도 있는 장소가 있다. 바로 경복궁 옆 청와대를 향해 난 길 이야기다. 하지만 걱정 마시라. 지금 소개할 전시는 날이 어두워지기 전까지 열려서 관람객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 것 같다.

 

▲   서울 종로구 통의동, 사진위주 류가헌에서 열고 있는 <밀양을 살다> 전시회

 

3호선 경복궁역에 내려서 크고 작은 갤러리와 멋진 건물들 사이로 경찰복을 입은 앳된 청년들 수십 명을 지나 통의동 골목길로 들어서면, 사진위주 전시장 <류가헌>이 있다. 

 

사진 전시장을 표방하는 <류가헌>은 ㄱ자 구조의 작은 한옥이다. 공간의 특성상 감상자가 커다란 작품과 가시거리를 확보하기는 어렵다. 대신 <류가헌>은 스펙터클한 사진 이미지 보여주기를 과감히 포기하고 ‘진실’에 더 가까운 것들을 보여줄 수 있게 된다. 주류 언론들이 배제하거나, 강자의 관점에서만 보여주며 대상화시키거나, 혹은 이익집단의 대결 구도로 변질시켜버리곤 하는 사안들도 <류가헌>에 가면 ‘다른 시선’으로 만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분노와 무력감을 주었던 6월 11일 밀양 송전탑 건설을 위한 ‘행정 대집행’은 공권력의 입장에서 대단히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삶의 터전을 지키겠다고, 땅과 생명들을 지키겠다고, 움막을 짓고 온몸에 쇠사슬을 감아 목숨 걸고 저항했던 ‘할매’들의 육체는 무참히 내던져졌고, 그 와중에 경찰은 손으로 ‘V'를 그리며 인증샷을 찍기도 하였다.

 

이제 한 달이 지나간다. 그 사이 많은 시민들이 원자력발전소의 위험에 대해 알게 되었고, 국가의 역할에 대해 질문하게 되었다. 그리고 밀양에 더 많은 지지와 응원의 뜻을 표현하려 하고 있다. 경찰 폭력의 피해자인 ‘할매’들과 수녀님들은 국회의원회관에서 ‘증언대회’를 가졌고, 몇몇 국회의원들은 잘못을 바로잡겠다고 약속하였다. 

 

▲   류가헌에서 열고 있는 <밀양을 살다> 전시회   © 이우기 작

하지만 우리 역사에 길이 남아야 할 4월 16일 세월호 대참사가 브라질 월드컵 소식에 묻히고 말듯, 밀양 경찰 폭력에 대한 충격과 분노의 기운도 수많은 사건 사고들에 스러져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래서 밀양 송전탑 투쟁 현장을 기록해 온 사진가들의 밀양 기록 프로젝트, <밀양을 살다>가 더욱 반갑고 감사하다.

 

현대미술이 보편화되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 사진작가들은 보여주고자 하는 피사체를 고성능 카메라의 위용을 드러내며 촬영하고, 전시를 열 때는 커다란 인화지에 출력하여 번듯한 액자나 최신 유행의 틀 안에 넣고 하얗고 넓은 벽에 걸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단절시킨 채 작가의 미적 취향을 스펙터클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진 작품이 예술적 표현과 상업적인 생산물의 경계에서 목격되는 것 같다.

 

현대미술은 전통적으로 예술이 지배 이데올로기를 구현시키기 위해 거대하고 압도적인 이미지를 사용해왔다는 점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탄생하였다. 그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사진이라는 매체의 특수성을 이용하여 이 세계가 숨기려고 하는 것들을 밝혀 보여주는 것이 현대의 사진작가들에게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이 감추려 하는 진실의 풍경들을 수많은 작가들이 카메라에 담아 다양한 시선으로 보여주는 [밀양기록프로젝트-밀양을 살다]는 김민, 김익현, 노순택, 박승화, 이명익, 이승훈, 이우기, 이재각, 임태훈, 장영식, 정근업, 정운, 정택용, 조재무, 최형락, 한금선, 허란, 홍진훤 등 18인의 사진가가 참여했다. 전시장에는 이윤엽, 전진경, 신유아 등 판화와 그림, 설치 작품으로 함께 한 분들의 노고도 돋보인다.

 

▲  <밀양을 살다> 사진전에서, 전진경의 설치작품

전시에는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판화를 구입하거나 3,450원 후원 모금에 참여하여 지지하는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 ‘밀양 구술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기록노동자, 작가, 인권활동가 등이 모여 밀양 주민들을 찾아가 그들의 삶을 기록하고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책 <밀양을 살다>(2014, 오월의 봄)를 보며 밀양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할매’들을 ‘투사’로만 정형화시키는 것을 넘어서서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전시 마지막 날인 7월 13일 일요일에는 라이브 페인팅, 청도 삼평리 주민들과의 송전탑 이야기 한마당, 다큐멘터리《밀양전》(2013, 박배일 감독) 상영회, 전시 작가와의 대화 등 오후 2시부터 9시 이후까지 많은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숨 가쁜 ‘서울 살이’를 해내느라 밀양의 아픔을 마음 한쪽에 묻어두었다면 <류가헌>이 내민 손을 잡고 밀양에 다가서는 기회를 만들면 좋겠다. 주말 저녁, 청와대 근처에서 밀양을 품은 마음을 함께 나누는 경험은 일종의 해방감까지 선사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전시명 : 밀양기록프로젝트 - 밀양을 살다

◎장소 : 사진위주 <류가헌> (02-720-2010)

◎기간 : 7월 13일까지

◎관람 시간 : 10:30~ 18:30 (13일은 9시 이후까지 행사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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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07/08 [19:03]  최종편집: ⓒ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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