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만에 맡아보는 ‘우리반 아이들’인가

[까페 버스정류장]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를 시작하며

박계해 | 기사입력 2014/07/13 [11:45]

얼마 만에 맡아보는 ‘우리반 아이들’인가

[까페 버스정류장]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를 시작하며

박계해 | 입력 : 2014/07/13 [11:45]

※ 경북 상주시 함창읍 함창버스터미널 맞은편에 있는 “카페 버스정류장”.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머무는 이 까페의 문을 연 박계해 선생님은 <빈집에 깃들다>의 저자입니다. -편집자 주

 

‘학교 밖’ 문화예술교육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

 

꿈다락 수업 중 '아이스브레이크 타임'문화예술 교육은 특히 공간이 주는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박계해

코리아파파로티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꿈다락은 주 오일제 수업을 시작한 이후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만든 ‘학교 밖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귀농한 이후 10년 동안 줄곧 방과후학교 연극 강사 생활을 했지만 대개 초중등학교 현장에서 머물렀다.

 

학교에서건 학교 밖에서건 아이들과 만나는 수업의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수업의 질이며 관계의 긴밀함 등에서 많은 차이가 나는 것은, 수업 공간의 분위기 탓이 크다.

 

대부분의 학교가 형편상 수업의 내용에 맞는 공간을 제공해 주지 못한다. 교실의 책걸상을 이리 저리 밀어놓고 수업을 한 다음 원상 복귀시키는 것으로 공간 활용을 해야 한다.

 

연극 수업의 특성상 몸을 많이 쓰고 목소리도 자유롭게 낼 수 있어야 되는데, 앞뒤 반이 모두 다른 수업을 하고 있는 경우도 많아서 마치 남의 밭에 들어가 몰래 볼일이라도 보는 냥 눈치가 보이는 것도 문제다.

 

그래서일까, 학교 밖에서 새로운 공간과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을 만나게 된 것이 새삼 감격스럽다. 게다가 이번 프로그램에서 나는 강사가 아니라 진행자다. 아이들의 출결 상황을 체크하고 강사들의 수업 진행을 돕고 결과물을 챙기는 일을 한다.

 

새로운 영역의 일을 해보는 것도 기대가 되지만, 이번 프로그램의 강의들은 내게도 훌륭한 보충수업이 될 만한 것들이라 아이들과 함께 책걸상에 앉아 공부를 해볼 참이다.

 

앞으로, 스무 번의 토요일을 ‘뮤지컬’에 바치는 거야

 

드디어 오늘, 하늘씨 협동조합 사무실을 빌어 ‘뮤지컬’을 진로의 한 가닥으로 경험하기 위해 모인 아이들과 첫 만남을 가졌다. 나는 마음을 다해 인사말을 건넸다.

 

문경에 있는 한 협동조합 사무실을 빌어 ‘뮤지컬’을 진로의 한 가닥으로 경험하기 위해 모인 아이들과 첫 만남을 가졌다. © 박계해

<안녕! 무척 덥지? 힘든 한 주를 보내고 겨우 한 숨 돌릴 수 있는 토요일에 이렇게 모인 너희들이 참 대견하다.

 

아마도 누가 등 떠밀면서 권한 것이 아니라, 학교나 학급의 알림 게시판에 붙은 작은 종이 한 장에 깨알같이 씌어진 ‘뮤지컬’이라는 단어에 꽂혀서 설레는 마음으로 신청서를 내고는 첫 수업을 기다리고 기대했음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더욱 더 대견하고말고.

 

이제 우리는 7월에서 12월까지 스무 번의 토요일을 뮤지컬의 전 과정을 배우고 경험해보는 데 바칠 거야. 전심전력으로 뮤지컬을 공부하는데 바치는 거지. 멋지지 않니?

 

이 멋진 과정을 진행할 내 역할의 공식적인 명칭은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관리교사’지만 나는 그냥 ‘햇살반 선생님’이라고 정했어. 그냥 내 마음속으로 정한 거니까 누가 뭐라겠어. 그러니까,

 

준석, 경호, 상혁, 예찬, 현지, 성준, 상헌, 소연, 소희, 주원, 명주, 주호, 주항, 병우, 다연, 주홍, 경수, 예준, 소연, 혜은, 주연, 민지, 완수는 햇살반 아이들이고 나는 담임인 거지.

 

얼마 만에 맡아보는 ‘우리반’, ‘우리반 아이들’인가…. 아마도 십삼 년 만에 나는 나를 ‘우리반 아이들’인 너희들에게 소개한다.

 

내 이름은 박계해야, 별명은 이름을 발음 나는 대로 해서 ‘밖에 해’고, 내가 나타나면 모두들 ‘밖에 해 떴다’ 라고 해. 드디어는 줄여서 ‘해 떴다’가 되었지. 그러니 이제부터 나를 ‘해떴다쌤’으로 불러줘. 우리, 잘 해보자!>

 

그리고 나는 감정의 과잉 상태를 숨기기 위해 짐짓 단단한 목소리로 출석을 부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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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정류장 2014/07/21 [16:53] 수정 | 삭제
  • 이 더운 여름에 병원에 다니시다니 고생이 많습니다. 책도 열심히 쓰시는 지요. 저도 요즘 글 쓸 여유조차 없이 지냅니다. 숙제처럼 쓰고 있네요. 게다가 숙제 안하는 배짱좋은 아이처럼 숙제조차도 안하고요. 여름 잘 지내시고 건강하세요.
  • 시우 2014/07/18 [02:37] 수정 | 삭제
  • 선생님의 글을 한참 기다렸습니다. 어쩌다 문경 갈 기회조차 잃어버린 채 바쁘게 사는지라 글을 통해서만이라도 만나길 바랐는데 글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아 살짝 서운했답니다. 오랜만에 올라온 글이 정으로 가득차서 더더욱 반갑네요. 아무래도 올해는 지나야 여유가 날듯합니다.(어머니가 아파서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에 가야 하거든요) 앞으로 우리반 아이들과 파릇파릇하고 따스한 만남의 기록이 기다려지네요. 건강하세요.
  • 버스정류장 2014/07/16 [16:16] 수정 | 삭제
  • 없는 이에게 그렇지요. ㅎㅎ
  • 구월 2014/07/16 [10:51] 수정 | 삭제
  • 우리반 아이들! 가슴 뛰는 말이지요.
  • 버스정류장 2014/07/14 [12:11] 수정 | 삭제
  • 연극 수업에 관한 생각을 곁에서 이야기 나눌 기회도 만들고 싶네요.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 토토 2014/07/14 [07:11] 수정 | 삭제
  • 연극 수업에서 아이들이 배워야 할 점은 그 연극 작품의 의미가 아니라
    흉내내기를 통한 사람들의 관계의 숨겨진 내막입니다.그러니까 최대한
    자율성을 존중해주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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