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세’ 논란과 결혼 권하는 사회

[내가 만난 세상, 사람] 짝짓기를 강요당하다

너울 | 기사입력 2014/11/20 [14:06]

‘싱글세’ 논란과 결혼 권하는 사회

[내가 만난 세상, 사람] 짝짓기를 강요당하다

너울 | 입력 : 2014/11/20 [14:06]

※ <꽃을 던지고 싶다>(아동 성폭력 피해자로 산다는 것)의 저자 너울의 칼럼 “내가 만난 세상, 사람”이 연재됩니다. –편집자 주

 

신입 행원에게 VIP 고객 자녀와 맞선 봐라?

 

저는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좋아합니다. TV에서 챙겨보는 유일한 프로그램이고, 무한도전 달력이며 머그컵 등이 집에 있는 걸 보면 소위 ‘무도빠’인 것이 틀림없습니다.

 

▲  논란이 된 <무한도전> 380회 방송 "홍철아! 장가가자" 특집  © MBC

얼마 전 이 프로그램에서 “홍철아! 장가가자”라는 제목의 특집(380회 방송)을 반영한 적이 있습니다. 1편이 나가고 난 후 많은 시청자들에게 “진상 특집”이라는 비판을 받고서 특집을 접어야 했죠. 무한도전 멤버 중 한 남성의 이상형을 다른 출연진들이 헌팅을 해서 그 중 다섯을 골라 만나게 한 뒤, 최종 한 명과 사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여성을 나이와 외모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는 일이니, 시청자들이 불쾌감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무도빠’인 저는, 개그 프로그램의 치기와 우리 나라 남성들의 잘못된 욕망을 보여준 정도로 쓴 웃음을 지으며 넘겼습니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의 제작진은 시청자의 비평을 받아들이고, 자신들이 옳다고 밀어 부치지 않고 쿨하게 사과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런데 지난 달 7일,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코미디 프로인가? 착각할 만한 내용의 기사를 보았습니다. 시중의 한 은행에서 젊은 여직원들에게 VIP 고객의 자녀와 맞선을 보도록 강요했다는 거였습니다.

 

매년 400여명의 신입 행원 가운데 30여명이 윗선으로부터 이런 권유를 받는다고 하는데요. 인적 사항과 외모가 뛰어난 여직원들을 따로 관리해서, VIP 고객 자녀와의 맞선 자리에 내보내는 게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고 합니다.

 

보도에 따르면, 한 여직원은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맞선 자리에 나간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시중의 다른 은행에서도 암암리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고, 은행이 여성의 외모를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한다는 금융권 관계자의 말도 덧붙여졌습니다.

 

세상에 ‘갑질’하는 방법은 참으로 다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회사 윗선에서 신입 사원에게 고객 자녀와의 맞선을 주선한다면, 그것은 그냥 ‘소개팅 주선’ 정도의 일이 아닙니다. 업무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므로, 당사자에게 결코 ‘선택’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은행에서 마치 금융상품처럼 여성을(그것도 직원들을) 상품화하였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커플 권하는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

 

그리고 이달 11일, 한 언론에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장기적으로는 ‘싱글세’(1인가구 과세) 같은 패널티 정책이 필요할 지 모르겠다고 하는, 보건복지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 보도하면서 ‘싱글세’ 논란이 시작되었습니다.

 

온라인에서 비난 여론이 들끓자, 다음 날 보건복지부는 “실제로 ‘싱글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저출산 대책으로 과거에는 아이를 낳은 사람들에게 인센티브를 줬지만, 앞으로는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들에게 페널티를 줘야 할 지도 모르겠다는 농담이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진짜 농담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한국처럼 ‘결혼 권하는 문화’에서는 전혀 재미있지 않은 말이라는 걸 아는 지 모르겠습니다.

 

여성을 외모와 나이를 기준으로 등급 매기고, 젊은 나이에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공공연히 이야기하는 발상. 위에 언급한 사례들은 여성의 상품화와 이성애 강요, 그리고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줍니다.

 

<우리 결혼 했어요>, <로맨스의 일주일>, <님과 함께> 등 커플 권하는 프로그램이 꾸준히 만들어지고 또 소비되는 것을 보아도 한국은 집단적으로 ‘커플 권하는 사회’인 것 같습니다.

 

마치 모든 사람이 결혼을 원하고, 해야 하며, 당연히 이성애 커플이라고 전제되는 상황 속에서, 그리고 그것이 강요까지 될 때 많은 사람들이 소외를 당하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비혼을 선택한 사람도 있고, 동성애자도 있고, 한부모 가정 혹은 동거 커플, 무자녀 가정이 적지 않게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다양한 삶이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이 자연스러움을 받아들이는 사회가 ‘정상 사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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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 2014/11/30 [10:31] 수정 | 삭제
  • 여성의 자궁을 국가가 관여해 여성에게 출산을 강요하는 것도 문제이다. 여성이 애낳는 기계냐? 필요에 의해 달걀낳는 닭이냐? 아이 낳기 수월하고 아이 낳고싶은 사회를 만들면 자연히 다들 알아서 낳는다. 낳아봤자 애들 밥값 삭감하고 아동성범죄에는 솜방망이 처벌에, 억 투자해 대학 입학시켜도 취업난이 보여, 그렇게 취업해도 결국 있는 애들 노예될 게 뻔한데 누가 낳고 싶겠냐. 게다가, 결혼을 하든 말든 그건 국민 각자가 자신의 판단과 선택에 의해 자유롭게 결정할 일을 국가가 관여한다니,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인권을 유린하고도 남는 비인간적인 처사다. 결국 자기네 기득권의 '노예'가 필요한 것일 뿐, 참된 복지와 국민의 삶의 질을 생각한다면 저런 발상 자체가 나올 수가 없지.
  • 오렌지나무 2014/11/26 [10:49] 수정 | 삭제
  • ㅡㅡ;;
  • 상식 2014/11/22 [22:31] 수정 | 삭제
  • 부자증세는 안하고 (오히려 부자감세, 서민증세 정권들이죠.) 하필 싱글세라는 이름으로 걷는다는게 문제의 핵심입니다. 다른 분 댓글 내용에도 있듯 지금도 싱글들은 세금 낸 것에 비해 자녀 있는 가정이 받는 혜택은 없으므로 싱글세는 이미 포함되어있다고보는게맞습니다. 제대로 된 이름이면, 무상 보육/급식/의료 등 제대로 하는 정권이면 세금 좀 더 걷어도 됩니다. 다만 MB정권때 낭비된 세금이 어마어마해서 부자증세 없이는 국가재정 불가능합니다.
  • 출산율을 높이고 싶으면 2014/11/22 [19:24] 수정 | 삭제
  • 아니 청년들과 싱글들에게 제대로 해주는것도 없으면서
    애는 왜 낳으래

    애낳아 애들 피빼먹게??

    하긴 애들 피 빼먹을려 낳으라는거지 그게
    나라가 가르침이니 교육이니 학벌이니 이런것들로 애들 피빼먹고나선
    제대로된 기업 일자리도 없고 애낳으라던 나란 기업편이고
    돈벌고 세금내기위해 들어가 부당한 대우받고 빡세게 고생하는걸 아는데 먹고사는것이 어려운걸 아는데 애를 어떻게 쉽게 쉽게 낳냐??



    출산율을 높이려면
    싱글들과 청년들 에게 잘 대해줘야지
    저리대출도 해주고 세금도 깍아주고
    지금 있는 소득셀 없애고
    공공임대로 집도주고
    독립자금도 대출해주고
    등록금으로 배만 불리지말고
    학교 교육들도 좀 효율성 좀 높이고
    질조은 일자리 있고

    그럼

    여유가 생김 젊은애들이
    연애를 하지 몰하겠니
    애낳고 울나라 조은나라니 재밌게 살자고 하겠네

    군대폭력에 독재자 밑에 있던 관료들이라

    강압적으로
    짝짓기
    공공모텔이라도 짓게???
  • 히틀러같은것들 2014/11/22 [19:20] 수정 | 삭제
  • 4인가족들은 소득공제 100만원씩 해준다며
    애없음 소득셀 7-8만원 더낸다며

    게다가 신혼부부 다둥이 들을 위한 사회특혜들이 얼마나 많은데
    공공주택 청약에서도 일순위고 저리대출도 잘해주는데

    모 미래세대가 날 부양해? 개들 반이 일자리가 없음???
    그 아이들이 일자리가 없어서 내가 낸 국민연금과 의료보험을 갉아먹는건 아니고??

    내가 늙었을때 나를 부양하는건 이제까지 내가 낸 세금과 4대보험이거든

    내가 낸
    소득세 부가가치세 수많은 연금들과 보험들이지

    어디서 물타기냐

    게다가 사람의 결혼이 그런 히틀러식강압으로 몰아친다고 될것도 아니고 그렇게 해서 불행해지면
    나라가 책임지나??
    게다가 아이들 낳아도 애들이 행복해야말이지

    무솔리니같은것들

    ㅂㄱㅎ보고 애낳으라고해
    보수당 대통령 아냐
    그럼 보수적으로 결혼하고 애 네명 다섯명 낳아야지
    하긴
    그애들이 나랄 거덜내는거아냐?

    울나라 점점 스페인 닮아가고 부패하고 윗대가리들 쇼만하고 도둑질만해는데
    앞으로 청년일자린 더 없겠지
  • 꾸구리 2014/11/22 [12:14] 수정 | 삭제
  •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싱글세
    싱글세는 혼자사는 성인들에 대한 패널티 부담지우기가 아닌 미래세대에 대한
    양육비 교육비의 일부 부담입니다
    왜 미래에 대한 책임 전부를 져야 하는 미래일꾼 양성에 부모가 100% 책임져야 하고,
    열매는, 미래 노인들에 대한 책임은 부모가 키운 아이들이 100% 져야 하는것에 대한
    일부 부담입니다
    싱글들 노인되면 누가 부양합니까
    미래 세대들입니다
  • 공감 2014/11/20 [15:11] 수정 | 삭제
  • 어디에나 오지랖 넓게 소개팅 주선하는 사람은 있겠고 가족 같은 사이라면 고마울 때도 있겠지만, 갑(회사와 VIP고객이라는 쌍갑)의 횡포와 맞물린 소개팅이라니요.. 갑 쪽에서 결혼하자고(하라고)하면 거절을 어떻게들 해오셨는지.. 하필 한국남성의 입맛(?)에 딱 맞는 외모나 조건인 동성애자분들은 어떻게 '처신'하고 살아오셨을지.. 오늘 또 한국 여성 현실의 끔찍한 진실을 알고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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