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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와 성희롱을 구분 못하는 남성들에게
무타 카즈에 『부장님, 그건 성희롱입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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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성희롱이 일어났다. 가해자는 피해직원의 상사이다. 상사는 회사로부터 처벌을 받았지만 ‘정직 2주’라는 솜방망이 수준이었다. 진짜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다. 회사는 피해자의 일할 권리를 보호하기는커녕 퇴사를 종용하고 허위소문을 유포하고, 징계, 대기발령 등 인사상 불리한 조치를 취했다.

 

먼 나라의 옛날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한국에서 일어난 ‘르노삼성자동차 성희롱 사건’이다. 피해자는 가해자와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해 12월 원고 일부 승소로 1심 판결이 나왔다. 가해자에게는 1천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지만, 피해자에게 불리한 조치를 취한 회사 측 인사 담당자와 사업주에 대한 부분은 기각되었다.

 

재판부는 성희롱이 가해자가 피해자와 사적인 자리를 갖기 위해 업무 시간 외에 접근하면서 일어난 일이고, 피해자가 상당 기간 성희롱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을 기각 이유로 들었다. 또한 피해자에게 퇴사를 종용하고 조직적 따돌림을 조장한 임원의 행동에 대해서는 “관리, 책임자로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라고 판단했다.

 

이 같은 재판부의 판결은 과연 타당한가. 이번 소송 결과를 비롯하여 ‘르노삼성자동차 성희롱 사건’에 대해 『부장님, 그건 성희롱입니다』의 저자 무타 카즈에는 어떻게 분석할까.

 

같은 사건 다른 입장: 여성의 NO와 남성의 OK

 

무타 카즈에『부장님, 그건 성희롱입니다』(나름북스. 2015)

일본의 직장 내 성희롱 문제 전문가인 무타 카즈에(오사카대학대학원 교수)가 『부장님, 그건 성희롱입니다』(나름북스. 2015)를 통해 풀어내려는 주요 물음은 ‘왜 여성은 성희롱에 NO라고 하지 못하고, 왜 남성은 여성의 거절에 둔감한가?’ 이다.

 

무타 카즈에는 여성이 성희롱에 NO라고 하지 못하는 맥락에 대해, 여자선수와 스포츠 코치의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선수의 몸 관리가 주요 업무인 코치가 마사지를 제안했을 때, 선수는 받지 않겠다고 쉽게 뿌리치기 어렵다. 코치의 손이 어깨와 다리에서 가슴과 허벅지로 다가올 때, 선수는 불안한 마음이 점점 들더라도 성적을 올리기 위한 마사지라고 생각하며 의심을 거둔다. 이후의 상황은 마사지를 받는 것이 거절을 하는 것보다 쉬워지게 된다.

 

그리고 이 마사지에 대해 선수와 코치는 다른 결론을 내린다. 선수의 맥락에서는 명백한 성희롱이지만, 황당하게도 코치는 선수에게 OK사인을 받은 걸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그런 괘씸한 행위에 대해 왜 일찍 항의하지 않았는지 의아하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성추행인지 아닌지 확실하게 알 수 없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는 일이 흔히 일어납니다. 돈독한 관계라 신뢰하고 있었고, ‘이 사람이 나에게 상처를 줄 리 없다’는 생각과 감정들이 여성으로 하여금 자신이 입고 있는 피해를 스스로 부인하게 만들어 ‘No라고 말할 수 없는’ 상태가 계속되는 거죠.” (p123~124)

 

나아가 여성이 바로 NO라고 말하지 않는 것에 대해, 무타 카즈에는 ‘일을 크게 만들지 않고 잘 수습’하려는 것으로 본다. 일반적으로 상사인 남성에 비해 낮은 직급의 여성은 그의 심기를 불편하지 않게 할 방법을 고민하는데 상당 시간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업무와 관련이 있든 혹은 그렇지 않든 간에 여성은 상사의 제안을 거절하기 어렵다. 성희롱에 대해 바로 문제 제기하기도 어려워지는 것이다.

 

마사지 성희롱 사례에 대해 무타 카즈에는 “상대 여성이 싫다는 표시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남성이 내 몸을 만지는 행위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잘못입니다. 남성이 진정 위로할 마음을 갖고 있다 해도, 여성의 속내는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가 직장에서 내 몸을 만지는 일은 절대로 피하고 싶은 법입니다. 여성이 부탁할 정도로 마사지를 잘 하는 것이 아니라면 하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p124) 라고 상당히 친절하게 충고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성희롱 상황에 있어서 여성과 남성 각각의 입장과 심리 변화를 보여주면서, 주의가 필요한 시점에선 해당 행위를 멈추도록 선 그어준다. 또한 여성의 긍정적인 반응에 대해서도 상사에 대한 단순한 ‘기분 맞춰주기’일 수 있으니 ‘그린라이트’(허가, 승락을 뜻함. 상대에게 호감을 보인다는 관용어로 사용됨)로 착각하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한다.

 

“부장님, 그 연애는 성희롱입니다”

 

『부장님, 그건 성희롱입니다』 이 책의 원제는 “부장님 그 연애는 성희롱입니다”이다. 무타 카즈에는 사내 연애로 시작된 성희롱 즉, 연애혼합형 성희롱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직업상, 교육상의 권력 관계가 있는 곳에서는 남성이 그럴 생각이 없었다고 해도 상대 여성에게 압력으로 가해져 ‘강요’가 될 수 있는데다, 설령 처음에는 서로 합의한 연애였다고 해도 둘 사이의 업무나 연구 상의 상하 관계는 결국 여성에게 악영향을 미쳐 그녀의 노동환경이나 교육 환경을 악화시키는 성희롱이 되기 쉽습니다.”(p172)

 

무타 카즈에에 따르면 연애혼합형 성희롱은 망상계(“여성이 남성과 연애를 하기는커녕 그럴 생각도 없었는데, 남성이 연인 관계라고 혼자 믿는 유형”)와 리얼계(“여성 쪽 역시 일시적일지라도 교제 중이다, 연애 감정이 있었다고 인식하는 유형”)로 분류할 수 있다.

 

연애와 성희롱의 경계는 모호할 수 있고, 이 같은 회색 지대는 어떤 색으로든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심각한 성희롱에는 이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에 십분 동의한다. 또한 정작 연애라는 블랙홀 상태에 있을 때는 몰랐던 어떤 행위들이 관계 종료 후 바깥으로 빠져나왔을 때 성희롱 피해로 밝혀질 수 있다는 것에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리얼계’ 연애혼합형 성희롱에 대해 아래와 같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자칫 여성이 공연히 ‘뒷북’치는 것으로 오해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상세한 설명이 아쉽다.

 

“상사와 부하의 불륜, 교사와 학생의 연애라면 ‘담담한’ 연애와 달리 두 사람이 경험하는 파도는 크고 높습니다(사뭇 불타는 연애겠죠). 나도 모르게 손이 나갈 정도의 격렬한 다툼이나 격해진 감정으로 인한 폭력적인 섹스, 교제 과정에서 해야만 했던 임신중절, 불륜이기 때문에 여성이 해야만 했던 여러 인내… 연애 중에는 참을 수 있는 것들이지만(오히려 관계를 불타게 하는 양념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관계가 종료된 후 결국 남성에게 진심이 없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경험했던 하나하나가 싫은 기억으로 되살아나는 것입니다.”(p164~165)

 

더구나 한국에서는 ‘리얼계’ 유형보다는 ‘망상계’ 유형이 흔하다는 점을 참고하여 읽을 필요가 있겠다.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상담실 상담사례집(2013)을 보면, 상사가 여직원에게 ‘밖에서는 거리감 느껴지니 과장님이라고 부르지 말라’거나 ‘넌 내 세컨드야’라고 말하며 원치 않는 스킨십을 하는 경우도 있으며, ‘폭력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말하는 등 국내의 ‘망상계’ 연애혼합형 성희롱 사례들이 축적되어 있다.

 

‘직무 유기’인가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인가

 

다시 국내의 문제로 돌아와서, 르노삼성자동차 성희롱 사건에서 피해자에게 퇴사를 종용하고 조직적 따돌림을 조장한 임원의 행위는 과연 “관리, 책임자로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라고 판단하는 것이 맞는가? 이에 대해 무타 카즈에는 의미 심장한 일본의 실례를 제시해준다.

 

2006년 일본 자위대에서, 동료 자위관에게 성폭력을 당한 여성 자위관이 상담을 한 남성간부로부터 오히려 퇴직을 강요 받았다. 이 사건에 대해 “지방법원은 성폭력 피해 그 이상으로 사후 조직 대응의 미숙함을 인정하여 여성에 대한 위자료 500만 엔을 지불하도록 명했는데, 그 내역은 성폭력 200만 엔, 그 후의 보호 및 대응의 직무 유기가 300만 엔이었” (p218)다고 한다.

 

즉, 성희롱 피해를 입은 여성노동자에게 퇴직을 종용한 행위에 대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로 보느냐 “직무 유기”로 보느냐에 따라 판결 내용은 확연히 달라진다. 손해배상 여부나 배상 금액은 피해자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 해당 사회의 인권과 노동권 보장이 더 확대될 수도, 혹은 더 좁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장님, 그건 성희롱입니다』는 “성희롱이라고 받아들여지지 않게 데이트를 신청하는 방법”으로 사내 연애의 세 가지 철칙(일을 빙자해 신청하지 말 것, 집요하게 요구하지 말고 깔끔하게, 분풀이로 복수하지 말 것)을 들어주기도 하는 등, 여성의 NO와 성희롱에 대해 둔감한 남성들에게 과하다 싶을 정도로 친절한 편이다.

 

또, 직장 내 성희롱의 주체들은 더 이상 피해여성과 가해남성 개인들이 아니다. 남성 중심의 권위적인 조직 문화로부터 야기되는 문제이니만큼 성희롱을 예방하려는 조직 전반의 공동체적 노력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제시되었더라면 더욱 알찬 구성이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연애와 성희롱을 구분 못하는 남성들(혹은 조직들)에게 절대 부족하지 않은 실용서이자 ‘진정한’ 자기계발서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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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3/01 [01:56]  최종편집: ⓒ 일다
 
가가 15/03/02 [12:04] 수정 삭제  
  요즘 직장에 미혼, 기혼을 떠나서 연애 안 하는 사람이 없다던데... '연애혼합형 성희롱'이라는 개념이 한국사회에서도 회자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기사 잘 읽었습니다.
learner 15/08/10 [14:54] 수정 삭제  
  연애가 어떤 건지부터 명확히 정의하고 넘어가야지 진정으로 관계다운 관계를 맺을 수 있지, 그게 아니면 미디어나 주변 사람들이 말하는 가부장적 방식의 연애 '힘센 남성이 여린 여성을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제압하여 그녀가 그러한 강압성을 좋아한다고 매우 긍정적으로 판단해버리는 방식' 를 답습할 우려가 있다고 봅니다. 연애 언제해? 안해? 누구 좋아해? 그 남자 돈 잘벌어? 그 여자 이뻐? 이런 물음들을 생각 없이 쏟아놓기 전에 본인의 연애부터 과연 상대방과 진정한 평등 관계에서 진행되고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우리의 연애는 남->여 혹은 여->남의 유사강간인지, 남=여, 여=남의 평등한 동반자 관계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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