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포크가수의 환갑잔치 같은 공연

[두근두근 길 위의 노래] ‘카페 부에나비스타’에서

이내 | 기사입력 2015/05/16 [11:26]

할머니 포크가수의 환갑잔치 같은 공연

[두근두근 길 위의 노래] ‘카페 부에나비스타’에서

이내 | 입력 : 2015/05/16 [11:26]

※ ‘길 위의 음악가’가 되어 새로운 장소와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이내의 기록입니다. -편집자 주

 

진주 호탄동에는 매주 크고 작은 공연이 열리는 카페가 있다. 음악을 사랑하는 이 카페의 사장님은 처음부터 그곳에 늘 노래가 흘러 넘치기를 원했다. 그래서 이름도 ‘카페 부에나비스타’라고 지었다. 나는 쿠바의 음악에 관한 다큐멘터리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을 워낙 좋아했던 터라, 카페 이름을 듣자마자 꼭 가보아야 할 곳이 되었다.

 

생각해보니, 작년 진주에 처음 갔던 날 이곳에서 공연을 본 기억이 났다. 그 이후로 나는 부산에서 한 시간 반 거리에 있는 진주를 뻔질나게 드나들었고, 진주에서 2집 앨범을 녹음까지 하기에 이르렀고, 최근 그 곳에서 절대 잊을 수 없을 공연을 하게 된 것이다.

 

다섯 명의 게스트가 있는 공연을 기획하다!

 

<노래하는 이내와 친구들> 포스터 중에서.   ©김혜리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벌인 일이었다. ‘카페 부에나비스타’에서 공연 날짜를 잡아두고, 어느 날 사장님의 메시지를 받았다. “게스트는 없어?” 내 공연에 게스트가 있는 것은 사실 익숙한 장면은 아니다. 마이크, 엠프 제대로 갖춰진 곳에서 하는 공연도 손에 꼽히는 데 게스트라니, 뭔가 조금 어색하다.

 

우선 “일단 그냥 같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공연한 적이 있는, 도쿄에서 온 뮤지션 나까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얼마 전 아이를 낳아 잠시 공연을 할 수 없었던 나까에게 노래를 할 수 있는 무대를 선물하고 싶었다. 그런데 마침 그때 일본에 가 있던 나까는 답신이 없었다. 그래서 창원에 있는 밴드 ‘엉클밥’의 리더인 노순천 씨에게 게스트를 부탁해 허락을 받았다. 며칠 후, 나까에게서 꼭 참여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두 명의 게스트가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조소 작가인 노순천 씨는 ‘콩밭출판사’라는 그림책 출판사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초 <별아가씨>라는 앱그림책을 기획 중이라며 나레이션 요청을 해와서 별 부담 없이 즐겁게 녹음을 했는데, 발매가 되고 나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멋진 결과물이 되었다.

 

별아가씨 티저 https://youtu.be/OldINUIsvEI

 

창원에서 열린 <별아가씨> 발매 기념 북콘서트에 초대되어 노래도 부르고 무대에서 직접 나레이션도 했다. 무척 인상적인 자리였는데, 그것은 그간 순천씨가 이어온 많은 인연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일손을 돕고 온 맘으로 축하해주는 모습이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지난 1년간 노래여행을 한다고 돌아다니면서 만났던, 많은 경남에서 노래하는 친구들이 그 자리에 모여 반갑게 인사를 해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변에 음악을 하는 사람이 없다고 아쉬워했는데, 계속해서 움직이다 보니 어느새 인연이 차곡차곡 쌓여서 이젠 프로듀서를 해주고, 연주를 해주고, 함께 공연하자고 불러주는 친구들이 생긴 것이다.

 

나도 모르게 신이 나서 그 자리에 있는 뮤지션 친구들에게 게스트를 부탁하기 시작했는데, 다들 흔쾌히 참여를 약속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총 다섯 명의 게스트가 있는 공연을 (맙소사) 저지르게 된 것이다.

 

▲  2집 앨범을 프로듀싱 해준 준영씨와 함께 노래하다.   © 사진 제공: 강무성

 

사회자의 심정으로 무대에 서서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들을 모아놓고 하는 공연이라니, 설레는 마음이 더 크긴 했지만 자칫 산만한 공연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생겼다. 사회자의 심정으로 공연을 준비했다.

 

“노래하는 이내와 친구들”이라고 공연 제목을 정하고 나니, 내가 늘 꿈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할머니 포크가수’의 환갑잔치 공연을 미리 그려보는 것 같았다. 소개 멘트를 생각하면서 한 명 한 명 어떻게 만나게 되었고, 어떤 작당을 함께 꾸몄으며, 어떤 이야기들을 주고 받았는지 하나씩 떠올라 혼자 흐뭇해졌다.

 

공연 당일 날, 하나 둘 친구들이 모이고 리허설을 했다. 다른 시간에 다른 장소에서 만난 사람들인데 한 곳에 모여 있으니 신기했다. 그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하는 사람을) 서로 소개시키며 기분이 들떴다.

 

나의 노래로 무대를 열고, 이제는 관객에게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과 그들과의 추억을 소개하고 그들의 노래를 함께 들었다. 한 명이 끝나면 꼭 포옹을 강요해서 받아냈다. 또 다음 뮤지션을 소개하고, 함께 노래를 듣고, 내가 답가를 부르기도 하고, 또 함께 노래를 하기도 했다. 두 시간이 넘는 긴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가들의 라이브를 한 자리에서 듣고 있다니 이런 환상적인 특혜가 또 있을까 싶었다. 관객으로부터도 또 이런 공연을 해달라는 요청을 몇 차례 받았다. 무엇보다 ‘카페 부에나비스타’의 사장님이 행복하다고 말하며 활짝 웃으셨다.

 

▲  친구들의 공연 관람중인 나의 모습을 친구가 그려주었다.   © 사진 제공: 1405

 

할머니 포크가수가 된 나의 모습은

 

늦은 나이에 노래를 만들고 부르기 시작했고, 초심자의 운을 경험하며 부지런히 돌아다녔더니 어느새 막연했던 꿈이 현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계속해서 꿈꾸고 계속해서 움직여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정말로 환갑이 되었을 때를 그려보는 것이다.

 

유명한 음악가가 되고 싶다거나 훌륭한 작품을 남기고 싶다거나 하는 어린 시절의 꿈은 더이상 내 것이 아니다. 들어주고 마음 속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그렇게 곁을 지키는 사람들의 무리 속에서 계속해서 동네가수로 남는 것, 그것이 내가 꾸고 있는 꿈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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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imo 2015/05/16 [18:40] 수정 | 삭제
  • 아, 공연 한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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