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에서 나고 자랐지만 인간과 자연, 동물이 더불어 조화롭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현재 비주얼 에이드visual aids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 소개]
매주 금요일 오후가 되면 회사 일을 잠시 뒤로 하고 동서울터미널에서 점촌행을 예약한다. 고속버스를 좀 타 본 사람만이 아는 ‘3번’ 자리를 예약하는 건, 주말부부 생활을 하는 나를 위한 최소한의 배려다. 잊지 않고 미리 예약하라고 옆자리의 동료마저 이야기해줄 정도니, 나도 주말부부 생활을 꽤 오래하였나 보네.
그 덕에 계절마다 터미널의 풍경을 볼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고 해야 하나. 특히, 여느 계절보다 봄의 터미널은 자연과 같이 생명력이 물씬 풍긴다. 터미널 안 구두 닦는 아저씨도 신명 나게 구두를 닦는 것 같다. 마치 피아노 연주처럼.
다른 계절의 이름이 두 음절이지만 봄의 음절이 한 음절인 것도 ‘활기참’, ‘생명력’이라는 봄기운이 선명한 느낌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난 봄, 가지런히 올린 머리에 아직은 쌀쌀한 날씨라서 겉옷을 무릎 위에 두고, 음악을 들으며 대기실에 앉아 있는 아가씨를 보고 펜을 들었다. 참 싱그럽다. 긴 겨울방학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향하는 여학생일수도 있겠지만, 에릭 사티의 “난 널 원해”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풋풋한 사랑을 이제 막 시작하는 것을 축하하며 봄 여행을 떠나는 모습 같기도 하다.
나도 참 싱그러운 느낌을 굉장히 좋아하나 보다. 주말에만 만날 수 있는 신랑의 애칭을 “나의 봄”이라고 붙여줄 정도면 말이다. 오늘따라 그리운 ‘나의 봄’. 정말 봄인가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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