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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 잎이 찢어진 잎을 감싼다”
<아맙이 만난 베트남 사회적기업> 공동체발전지원센터 린(LIN)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구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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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여행과 공정무역을 통해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사회적 기업 ‘아맙’(A-MAP)이 베트남 곳곳에서 지역공동체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과 모임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공동체발전지원센터 린(LIN Center for Community Developent)

 

2009년 창립된 ‘공동체발전 지원센터’ 린(LIN)은 베트남 과학기술연합회에 소속된 비영리단체다. <린>은 호치민시에 있는 베트남의 비영리단체들을 지원해오고 있다. 약 180개에 달하는 베트남 민간단체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한 <린>은 단체의 등록과 허가, 운영, 홍보 등에 관해 자문 역할을 해주고, 전문가나 프로보노(Pro Bono, 전문직 종사자들의 공익활동)를 소개해준다. 사회공헌 사업을 하는 기업과 연결해주는 컨설팅 업무도 한다. 이 밖에도 비영리단체와 활동가 역량 강화를 위해 세미나, 토론회, 활동기금 지원, 온라인도서관 등을 운영하고 있다.

 

▲   공동체발전지원센터 린(LIN)에서 진행한 비영리단체 활동가를 위한 재정관리 교육 세미나  © 아맙

 

호치민에 부는 바람, 비영리단체들의 서포터

 

베트남에는 “성한 잎이 찢어진 잎을 감싼다”라는 속담이 있다. 나보다 어려운 처지의 사람을 도우며 함께한다는 뜻으로, 사회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베트남 사람들이 즐겨 쓰는 문구다.

 

베트남은 시민들이나 청년들의 사회봉사활동 참여도가 높은 나라로 평가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정부가 아닌 민간 주도로 사회봉사활동을 하는 일은 결코 쉽지가 않다. 비영리단체의 등록부터 사업 허가까지 복잡한 행정 절차가 사람들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또한 큰 기업들이 하는 자선사업이나 사회공헌사업은 국제 NGO나 베트남 정부 산하의 청년단, 여성협회와 같은 유명단체에 몰리고 있어, 사회적 공헌을 하려는 단체들의 부익부 빈인빈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호치민시 비영리단체들의 든든한 지원자로 활약하고 있는 <린>을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구수정(<아맙> 베트남 본부장, 이하 ‘수정’): 베트남에서 자원봉사를 하려고 하거나 사회공헌사업을 하길 원하는 한국의 단체들이 <아맙>에 자주 문의를 해오고 있는데요, ‘베트남 사회적기업 지원센터’(CSIP)를 통해 <린>의 이야기를 듣고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팜 쯔엉 선(<린> 부센터장, 이하 ‘선’): 그동안 <아맙>이 만나 인터뷰를 한 베트남 단체 목록을 살펴보니 저희와 연대하고 있는 단체들이 꽤 많이 눈에 띄더군요. 우리가 언젠간 만날 인연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웃음)

 

수정: ‘베트남 사회적기업 지원센터’(CSIP) 소식지를 통해 창립자 다나 씨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는데요, 어떤 계기로 <린>이 만들어졌는지 궁금합니다.

 

선: <린>은 미국인 다나 씨가 창립을 제안해 첫발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미국 제럴드포드 공공정책대학원을 졸업한 다나 씨는 베트남 남편과 결혼해 호치민시에 살았는데요, 주베미국상공회의소가 벌이는 다양한 지원프로젝트에 자원봉사자와 자문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나 씨는 베트남의 비영리단체들, 그리고 사회공헌사업을 하려는 기업들을 두루 알게 되었죠.

 

그런데 비영리단체들과 기업의 엇갈림이 너무 심했던 거예요. 기업의 지원은 큰 규모의 국제 NGO나 청년단, 여성연맹, 조국전선 등 베트남 정부 산하 단체들에만 집중되어 있었죠. 정작 재정난과 운영난에 허덕이며 지원을 꼭 필요로 하는 베트남 비영리단체들은 후원자를 찾지 못해 당장 문을 닫아야 할 정도의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베트남 비영리단체와 기업, 양자를 이어주는 단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다나 씨가 공동체발전지원센터 <린>의 창립을 주도했죠. 주변에 있던 동료들과 지인들이 힘을 모았어요. 다나 씨와 지원사업 프로젝트를 하며 인연을 맺었던 기업과 비영리단체 관계자들이 손을 잡고 <린>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  린(LIN) 부센터장 팜 쯔엉 선. 그는 예전에 HIV/에이즈 예방 활동을 하는 활동가였다.   © 아맙

 

비영리단체와 기업의 ‘엇갈림’을 풀다

 

수정: 팜 쯔엉 선 씨도 <린>의 창립 멤버이지요? 어떤 계기로 함께하게 되었나요?

선: 저는 1996년부터 호치민시에서 HIV와 에이즈 예방 활동을 시작했어요. 사람들이 커피숍에서 음료를 마시면 콘돔을 서비스로 주는 ‘콘돔 까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죠. 2000년에는 ‘동남아 대중소통 프로그램’(SEAPCP)에 참여해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등의 나라들을 다니며 각 지역의 공동체 문제와 해결 방안에 대해 배울 수 있었죠. 베트남의 HIV/에이즈 관련 문제 전문상담원으로 활동하기도 했고요.

 

2009년까지 캐나다의 NGO와 함께 성병 예방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점점 에이즈 관련 사업이 정부의 관할과 통제 아래 놓이게 되면서, 저 같은 개인이나 민간단체들의 활동이 제약을 받고 위축되어갔습니다. 그 시기에 <린>의 창립 소식을 들었던 거예요. 그때부터 바로 창립 멤버로 다나 씨와 함께 일을 시작했습니다.

 

수정: 단체명 <린>(LIN)에는 어떤 뜻이 담겨 있나요?

 

선: 듣다(Listen), 고무하다(Inspire), 육성하다(Nurture)의 이니셜을 조합하여 린(LIN)이라고 이름을 지었어요. 사람들의 요구를 듣고 이해하여 그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다는 뜻입니다. 베트남에 린(Linh)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도 많아 친근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웃음)

 

수정: <린>은 호치민시의 비영리단체들에게 어떤 지원을 하고 있나요?

선: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단체 운영과 관리를 지원해요. 베트남은 비영리단체의 설립과 활동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자유롭지 못하고, 단체 등록 및 사업 내용과 관련해서도 수십 종의 복잡한 서류들을 제출하고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관련 법규는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죠. 일반 시민들이 이해하기엔 난해한 부분이 많아 단체 등록부터 큰 난관에 부딪히게 됩니다. <린>은 단체 등록이나 운영에 관해 자문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전문가를 비영리단체와 이어주고 있어요. 또한 사업 기금 조성이나 프로젝트 신청 방법, 후원자를 모집하고 관리하는 노하우를 전수합니다.

 

두 번째는 광고와 홍보, 마케팅 분야인데요. 기업이 갖고 있는 기술과 정보를 민간단체들에게 전수해주고 있어요. 단체 홈페이지 개설, 홍보영상 제작, 로고 제작 등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원은 주로 기업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이 프로보노(Pro Bono, 전문가들의 공익활동)로 참여해 진행하고 있어요.

 

▲  공동체 지원을 위한 바자회와 함께 열린 서비스학습(service learning)에 관한 토크쇼 프로그램  © 린(LIN)

 

비영리 민간단체들을 돕는 베트남 기업인들

 

수정: 비영리단체 활동가들을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나 행사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선: 비영리단체 활동가들의 대부분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연대의식이 강하지만 단체를 운영하거나 조직을 관리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능력은 다소 부족한 경우가 많아요. 그와 관련한 교육을 받거나 달리 경험할 기회가 없었던 활동가들도 많지요. <린>은 정기적으로 세미나와 토론회 등을 열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활동가들이 서로의 고충을 나누고 해결책을 찾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또 온라인 도서관을 운영해 관련 서류나 공문양식, 기타 유용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고요.

 

<린>에서 진행하는 행사 중에 대표적인 것이 ‘만다라의 밤’입니다. 삼라만상의 다양한 존재들의 긴밀한 관계를 보여주는 불교의 불화 ‘만다라’(Mandala)에서 이름을 딴 행사인데요, 한 달에 한 번 이벤트를 갖고 기업에서 활동하는 후원자, 전문가, 프로보노와 비영리단체의 활동가들이 서로 만나 교류하는 자리입니다. 자연스러운 만남을 통해 자신의 조직과 활동을 알리고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정기적인 기회를 마련해 주는 거죠.

 

수정: <린>과 함께하는 기업들은 주로 어떤 곳들인가요?

 

선: 외국기업들의 참여가 활발한 편이에요. 정확히 말하면 외국기업에서 일하는 베트남 사람들이 자문위원이나 프로보노로 많이 활약하고 있어요. 외국기업의 경영진이 사회공헌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관심도 많은 편이라서, 이에 영향을 받은 베트남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거죠.

 

베트남 기업의 경우에는 아직은 기업 홍보 성격이 강한 자선사업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대부분 정부 산하 단체와 연결해서 사업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린>은 비영리단체에 대해서는 무료로 자문 서비스를 운용하지만, 기업에 대해서는 유료로 자문과 컨설팅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로 2011년에는 ‘베트남 사회적기업 지원센터’(CSIP)로부터 지원을 받기도 했죠.

 

경제가 성장해도 비영리단체들은 존립 위기

수정: 요즘 베트남 비영리단체들의 활동이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선: 오랫동안 베트남의 비영리단체들은 해외 지원에 의존해 사업을 진행해왔는데요, 베트남 경제가 성장과 발전을 거듭해 2000년 이후 개발도상국의 반열에 올라서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이제 베트남은 더 이상 가난과 빈곤이라는 이유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나라가 아니게 된 것이죠. 점점 외국으로부터 지원 규모와 프로젝트들이 줄어들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2012년에는 유엔자원봉사단이 베트남에서의 사업을 종결했어요.

 

이런 상황에서 베트남 경제 성장의 중심지인 호치민시에서 활동하는 비영리단체들은 지원을 받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그나마 수도 하노이는 정부의 정책으로 공동체 지원사업이 이루어지는 반면 호치민시는 그마저도 없습니다. 고아와 장애인들을 돌보는 시설이 절이나 성당과 같은 종교단체의 지원을 받는 정도지요.

 

이런 형편인데 대부분의 비영리단체들은 자력으로 기금을 조성할 능력도 없는 게 현실이죠. 인원을 감축하거나, 운영비가 없어 사무실 문을 닫는 단체들이 늘고 있습니다. 외국의 지원을 받아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도 대부분 1~2년 내에 끝날 예정이라, 전반적으로 힘든 상황입니다.

 

▲   공동체발전지원센터 린(LIN)에서 진행한 비영리단체 활동가를 위한 요가와 명상 프로그램  © 아맙


수정: 이런 어려움 속에서 <린>은 비영리단체와 기업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중간자로서 어떤 운영 원칙을 갖고 있나요?

선: 기업은 지역공동체의 필요와 요구를 제대로 알 수가 없습니다. 학교에 장학금을 지원한다면 학생들과 기념사진 정도야 찍을 수 있겠죠. 하지만 실제로 학생들에게 장학금이 제대로 전달되는지, 장학생 선발이나 분배 과정에 문제는 없는지 등을 체크하기는 어렵습니다. 기업이 직접 설비와 자재를 동원해 화장실이나 도서관을 지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일회성에 그치기 쉽고 사후 관리나 지속적인 지원까지는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지역공동체에 뿌리를 두고 있는 베트남 비영리단체들이 기업으로부터 기금을 지원받아 사업을 진행한다면 훨씬 효율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죠. 그들은 그 지역의 전문가들이고, 주민들의 신뢰도 얻고 있으니까요. 사회공헌 사업을 하려는 기업들에게도 이러한 점을 충분히 설명해서 베트남 비영리단체가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를 주장하다

수정: 선 씨는 1990년대 중반부터 호치민시에서 비영리단체 활동을 해왔는데요. 최근 베트남 시민운동의 흐름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의견이 궁금합니다.

선: 베트남의 특징 중 하나가 시민들의 사회봉사활동이 활발하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사회봉사활동을 조직하거나 단체를 만드는 일이 정말 쉽지가 않았어요. 등록, 허가 등의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정부의 간섭이 심해서 대부분의 단체들이 비공식적으로 활동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 2005년부터는 각 대학에 사회복지학과가 개설되는 등 상황이 개선되기 시작했고요. 현재는 국회에서 단체 설립과 관련한 법 개정이 논의되고 있기도 합니다. 개정법이 베트남에 어느 정도의 변화를 가져올지는 모르겠지만, 베트남 사회에 긍정적인 신호라고 보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가장 큰 변화는 젊은 세대의 비영리단체 활동 참여가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등의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활동도 새로운 면모를 보이고 있는데요. 예전에는 단순히 그들을 돕고 지원하는 활동이 주를 이루었다면, 최근에는 그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운동이 힘을 받고 있습니다. 환경 문제나 동물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고요. 최근 하노이에서 정부가 도시 개발을 이유로 600, 700그루의 나무를 베어내려고 하자, 대규모의 시민반대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수정: 인터뷰를 하면서 <린>이 베트남 사회에 꼭 필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향후 계획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선: 현재 재단 설립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재단이 되면 기금 조성이 훨씬 수월해지고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거든요. 지금까지는 <린>이 호치민시에서만 활동했는데, 앞으로는 인근 지역이나 전국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방향을 논의하고 있어요. 베트남이 경제성장은 빠른 반면 비영리단체의 활동이나 사회복지는 매우 저조한 편이죠.

 

현재 <린>은 1년에 세 차례에 걸쳐 ‘서로의 거리를 줄이는 공동체 기금’이라는 이름으로 약 20여 개 단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호치민시의 인구가 9백만에 가까운데, 고급차와 빌딩이 무서운 속도로 늘고 있는 반면 아직도 비만 오면 침수가 되는 판잣집 같은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요. 경제가 성장할수록 사람들은 개인의 안위와 성공에만 관심을 갖고 주변을 돌아보는 데는 점점 더 무관심해지죠. 보이지 않는 이웃, 인권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존재를 인식하는 데서부터 변화가 시작되지 않을까요? <린>이 사람과 사람의 마음의 거리를 줄이는 따뜻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작은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기록 정리: 권현우 (아맙 공정여행 팀장) 

 

<아맙> 카페: http://cafe.daum.net/doanhnhanxahoi 연락처: 070-7554-5670(베트남 사무소)

<아맙> 후원 계좌: 신한은행 110-313-503660 (예금주: 김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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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1/11 [11:37]  최종편집: ⓒ 일다
 
ISP 16/01/11 [22:02] 수정 삭제  
  와..너무 좋네요..!! 이렇게 공동체들을 이어주고 돕는 일을 실제적인 모습으로 꾸려가고 있는 분이 있다는 게 놀랍습니다. 베트남에 대해 몰랐던 부분들도 흥미롭고요. 마지막 부분도 인상적이었어요.
ISP 16/01/11 [22:03] 수정 삭제  
  엇 근데 오타발견^^;"단체가 필요하다'는' 생각한 다나 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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