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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학력 소외 청년들의 ‘비빌 언덕’
일하는 청년들의 자립공동체, 성남 <일하는 학교>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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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의 청년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시대에, 대학에 가지 않는 청년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알바를 쉴 수가 없어요. 그래서 기술을 배우러 학원을 다닐 수가 없고 자격증 없으니까 제대로 취업도 못하죠.”

“초등학생 때부터 10년 넘게 다양한 일을 해왔지만, 120만원 넘는 월급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대학에 가지 않는 청년은 바로 사회에 나가 ‘일할 것’을 요구받는다. ‘일’이라고 할 만한 일을 찾을 새는 없다.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 일이 적성에 맞는지 탐색할 겨를도 없이 당장 ‘생계형 알바’ 전선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그 다음은? 끝없는 알바의 연속이다.

 

우리 사회에서 부모의 재력이나 ‘대학생’이라는 신분을 얻지 않고서는 ‘배움’이나 ‘봉사활동’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기능이나 자격증 습득, 직업 훈련이 아닌 다른 방식의 배움은 상상하기 어렵다.

 

자원이 없는 청년들을 위한 배움터를 열다

 

이런 빈곤, 학력 소외 청년들을 위한 배움터가 있다. 바로 성남시 신흥동에 위치한 사회적 협동조합 <일하는 학교>다.

 

▶ <일하는 학교>에서 열린 노동인권 교육에 참여한 청년들.     © 제공: 일하는 학교

 

<일하는 학교>의 시작은 2012년. 학교 밖 청소년들의 대안학교 ‘디딤돌 학교’의 상근 교사와 자원 교사, 후원자로 인연 맺은 사람들이 머리를 맞댔다.

 

“십대 때 만나서 잘 살아보려는 노력을 같이 했던 제자들이 이십대가 돼서 사회로 나가면 다들 사는 걸 힘들어했어요. 간단한 아르바이트 정도 이상, 정말 ‘내 일’이라고 할 만한 걸 하는 제자도 없었고 나이가 들수록 삶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걸 목격했죠. 이런 식으로는 대안교육 활동을 해도 장기적 전망이 없고 소모적이겠다 느꼈어요.” (이정현 사무국장)

 

학력, 경제력 등의 자원이 없는 이십대를 위한 배움터를 만들자고 의기투합했다. 2012년 성남시의 사회적 기업 창업 공모사업에서 지원을 받고, 2013년에는 협동조합으로 거듭났다. 현재 <일하는 학교>에는 네 명의 상근활동가가 일하고 있다.

 

“검정고시 이력 지우지 마세요”

 

<일하는 학교>에 오는 청년들은 대학에 안 갔을 뿐만 아니라 중․고등학교를 중퇴한 경우도 많다. 프로그램의 참여 조건은 ‘대학에 가지 않은 청년’, 그 중 1순위가 ‘학교 중퇴, 검정고시로 학력 취득한 사람’이다.

 

학력도 낮은데다가 알바 이상의 일을 해본 적 없는 이들이 이력서를 쓸라치면 막막하다. “쓸 게 없다”는 말을 많이 한다. 사실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는 양식이 대졸자에게 맞춰져 있다. 학력 칸은 긴데 경력 칸은 좁고, 자격증을 줄줄이 요구한다.

 

그래서 <일하는 학교>에서는 ‘자격’을 ‘역량’이라는 말로 바꿔 이력서 쓰기를 시도한다. 자신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경험이면, 수료증이 나오는 봉사활동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도왔던 경험도 쓰고 혼자 여행을 가 본 경험도 써보게 한다.

 

“여기 오는 청년들은 어렸을 때부터 빈곤해서 일찍부터 일을 시작했고, 같은 나이 대 청년들이 안 해본 경험을 많이 해봤어요. 그런데 그걸 이력서에 쓸 생각은 못 해요. 그 경험들이 부끄러운 경험이 아니고 자신의 강점일 수 있다, 사업장에서 그런 걸 꼭 나쁘게만 보지는 않을 거라고 얘길 해줘요.” (이정현 사무국장)

 

이력서를 쓰면서 자신의 인생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도록 돕는 셈이다. 이 이력서 쓰기는 <일하는 학교>에서 매년 여는 “청년 길찾기 학교”라는 프로그램의 한 꼭지다.

 

마을활동으로 실습하고, 지역 사업장에서 인턴십을

 

▶ 청년들이 직접 기획한 마을활동 눈누난나.    ©일하는 학교

시즌 6까지 진행해 온 “청년 길찾기 학교”는 기초 소양교육 →마을 활동 →인턴십+멘토링으로 이루어진다.

 

가령 어린이집 선생님이 되고 싶으면 두 달 동안 이곳에서 기초 강의를 듣는다. 실습하러 가서 만나는 대학생들은 이미 이론을 배우고 오는데 배운 게 없는 청년들은 주눅 들기 마련이다. 이곳에서 기초유아교육법, 아동심리 등을 미리 배워 자신감을 얻는다.

 

그리고 배운 것을 활용해 보기 위해 자신들이 직접 마을 활동을 기획한다. 요리를 배운 청년들은 인근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쿠킹 클래스를 열었다. 계획과 예산을 짜서 어린이집 원장님과 조율해 진행했다. 비영리기관들의 모임 때 케이터링(출장연회) 서비스도 해봤다.

 

다음은 멘토링을 받으면서 지역의 사업장에서 인턴을 해볼 차례. <일하는 학교>는 설립 초반부터 ‘온 마을이 학교다’라는 모토를 걸고 지역의 작은 사업장들과 함께 해왔다. “당장 이윤이 생기진 않지만, 십년을 내다보면 이 청년들이 잘 성장해서 지역 사회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득해 사업장들을 조합원으로 받았다.

 

어린이집, 광고회사, 휠체어를 생산하는 사회적 기업 등 그동안 스무 개가 넘는 사업장이 <일하는 학교>와 함께했다. 청년들이 배려를 받으며 일을 배울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한다.

 

생계형 알바 청년들 “의미있는 일 하고 싶다”

 

“청년 길찾기 학교”를 진행해오면서 활동가들이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바로 생계형 알바 청년들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는 것. 당장 생계가 절박해서 취업이 제일 큰 욕구일 것 같지만, 사실 생계는 알바로 메우더라도 이들은 쓸모 있는 일, 도움 되는 일을 하고 싶어한다.

 

“취업을 위한 훈련이나 자격증 따는 것 말고, 배운 걸 가지고 지역 사회에 보탬이 되는 활동을 해보고 싶었나 봐요. 자기 확신이나 성취감을 가질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동기 부여가 훨씬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작년부터는 그런 프로그램을 열었더니 찾아오는 청년들이 많아졌어요.” (이정현 사무국장)

 

작년에는 사회적 기업이나 비영리단체를 탐방하는 활동,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을 관찰해서 스스로 마을의 ‘문제’를 찾아내 해결하는 활동을 했다. 청년들은 마을의 한 아파트 벽에 삭막한 낙서와 욕설이 있는 걸 발견하고 ‘벽화 그리기’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했다. 벽화를 완성하고 아파트 주민들과 작은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또, 혼자 놀이터에서 심심하게 놀고 있는 어린이들을 발견하고 놀이마당을 준비했다. 직접 구운 쿠키를 준비하고 기타로 공연을 하고 어린이들 얼굴에 페이스 페인팅을 해주기도 했다.

 

이정현 사무국장은 이 청년들에게 삶의 주인공이 돼보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주류였던 경험이 없고 늘 깍두기 비슷한 삶을 살아온 존재이기에, 자신이 중심이 되는 활동을 한번 해보는 것만으로도 큰 자신감을 얻게 된다고.

 

▶ 일하는 학교에서 매년 2회 열리는 청년 길찾기 학교.    ©제공: 일하는 학교

 

“이들이 같은 청년 세대 맞나요?”

 

작년 <일하는 학교>와 성남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공동으로 실태 조사한 “생계형 청년알바의 일과 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질문에 ‘생계형 알바’ 청년들은 ‘핸드폰 사용(31.1%) 잠(17.6%) TV시청(14.9%)’ 순으로 답했다. 반면 ‘비생계형 알바’ 청년들은 ‘핸드폰 사용(29.5%) 친구들과 돌아다님(18.2%) 잠(11.4%) 순이었다.

 

‘생계형 알바’ 청년들은 주로 혼자, 집안에서, 돈 안 들이고 여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장시간 노동을 하고 경제적으로도 허덕이는 이들의 생활 조건은 문화적인 빈곤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일하는 학교>에 오는 청년들은 대부분 서울에 가본 적이 없다고 한다.

 

“사실 서울이 바로 코앞인데 되게 멀게 느끼고 가까운 영화관에서 영화 보는 게 최대에요. 클럽도 안 가본 경우가 훨씬 많고요. 경험치가 너무 없어요. 이들(빈곤층 청년들과 그렇지 않은 청년들)이 같은 세대가 맞나 싶을 정도에요.” (이정현 사무국장)

 

요즘 청년들이 결혼도 못 하고 출산도 못 한다고 하는데, <일하는 학교>에서 만난 청년들은 어떤지 물었다. 이정현 사무국장은 “결혼 포기, 출산 포기가 잘못된 말은 아니지만 어떤 특정한 청년층의 환경만을 부각시킨 말 같다”고 답한다.

 

“아이 셋 낳고 사는 청년한데 5포, 7포 얘기하니까 정말 너무 어이없어 하면서 이런 얘기 처음 들어봤다고 하더라고요. 자기는 19살에 애 낳았고 주변 친구들도 자기처럼 아이 한둘 낳아서 키우고 있는 게 다반사라고…. 지금 보증금 500만원에 월 40만원 내는 집에 사는데 자기처럼 그냥 살면 되지 결혼을 왜 못하냐고. (웃음)”

 

이정현 사무국장은 “가진 자산이 별로 없는 빈곤층 청년들에겐 연애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고, 그게 결혼이나 출산으로 빨리 이어지는 것 같다. 또 (중산층처럼) 결혼하려면 어떤 회사에 다녀야 하고 재산은 어느 정도 돼야 한다는 기준, 즉 장벽이 낮으니까 뭘 갖춰서 결혼해야 한다는 생각 없이 빨리 할 수 있는 게 아닐까”라고 조심스레 진단한다.

 

▶ 충남 홍성 홍동면으로 탐방을 간 일하는 학교 청년들.    ©제공: 일하는 학교

 

청년공간이 마을 곳곳에 만들어지길…

 

우리 곁에는 대학생이 아닌 청년도, 대졸자가 아닌 청년도 있다. 당장 취업을 원하는 청년도 있지만 취업이 아닌 의미 있는 경험을 원하는 청년, 취업을 지속할 수 있는 동기 부여나 일터에서의 존중과 인간 관계를 원하는 청년도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빈약한 상상력 속에 이들은 소외돼 있다. 엄청난 돈을 쏟아 붓는 청년 정책은 대부분 직업 훈련과 취업 지원에 맞춰져 있다. 몇 명 이상, 몇 퍼센트 이상 취업을 시켜야 실적이 오른다.

 

이 청년들에겐 ‘취업’ 중심 정책만이 아닌 종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어른과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공간, ‘비빌 언덕’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에게 청소년센터가 있듯이 청년센터, 청년공간이 마을 곳곳에 만들어지는 게 <일하는 학교>의 바람이다.

 

<일하는 학교>도 스스로 그런 공간이 되고자 한다. 배움터, 학교라는 형식을 넘어 청년들이 수시로 들락날락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꿈꾼다.

 

“일하는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청년들은 그래도 여유가 있는 친구들이에요. 하루에 열 시간 넘게 일하는 청년들은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어렵죠. 하다못해 노동법 교육이라도 하려고 밤 8시에 모이는데도 못 온다는 사람이 많았어요. 이런 청년들까지 더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재미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갈 생각입니다. 매주 열리고 있는 청년조합원 모임도 더 활발해지길 기대해 봅니다.” (이정현 사무국장)

 

누구라도 이 청년들의 ‘비빌 언덕’이 돼줄 수 있다. 후원자로, 말동무로, 강사로, 술친구로. 원한다면 문을 두드려 보시길.

 

※ <일하는 학교> 페이스북 페이지 : https://ko-kr.facebook.com/kkoonun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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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2/23 [13:57]  최종편집: ⓒ 일다
 
그렇 16/02/23 [19:12] 수정 삭제  
  5포 세대,7포세대라는 말이 모든 청년에게 해당할거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이 기사를 보니 빈곤계층에게는 비껴나갈 수 있는 얘기라는 게 흥미로웠어요.재밌게 읽었습니다~
ㅇㅇ 16/02/24 [22:58] 수정 삭제  
  희망적인 얘기.. 사람들이라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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