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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는 차별의 문제, “평등해야 안전하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계기로 차별금지법 제정운동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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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혐오는 있는데 장애인 혐오만 없는 사회가 가능할까요? 혹은 그 역이 가능할까요?” (김도현 노들장애인야학 활동가)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 이후 여성혐오에 대한 논의가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이주민과 성소수자,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와 여성혐오가 결코 다르지 않은 문제이며 지금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를 근본적으로 성찰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권운동사랑방,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등 인권운동단체들의 모임인 ‘인권회의’는 지난 6월 14일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평등해야 안전하다- 중첩된 혐오를 넘어 안전할 권리를 말하기>를 주제로 논의의 장을 열었다.

 

▶ 인권회의는 6월 14일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평등해야 안전하다- 중첩된 혐오를 넘어 안전할 권리를 말하기>를 주제로 논의의 장을 열었다.   ⓒ 일다

 

혐오가 만연한 사회, 혐오에 무감한 사회

 

김도현 노들장애인야학 활동가는 여성 살해사건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가 정신장애인을 겨냥한 정책을 펴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정당화될 수 있는 건, 이미 우리 사회에 장애인 혐오가 만연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 후, 가해자가 조현병 환자라는 기사에 많이 달린 댓글이 ‘제발 미친놈들 길거리 못 돌아다니게 정부가 관리 좀 해라’라는 것이었다. 정부나 경찰의 말도 안 되는 대책이 우리 사회에 쉽게 용인될 수 있는 건, 우리 사회에 정신장애인에 대한 혐오가 광범위하게 깔려있기 때문이다.”

 

김도현 활동가는 “‘정신장애인들이 내가 볼 수 없는 곳으로 사라져 버리면 좋겠다’는 혐오감정으로 인해 한국의 정신장애인 강제 입원율은 67.4%에 달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정부의 이번 대책은 단순한 ‘뻘짓’이 아니라 국가가 저지른 혐오범죄이며, 정부의 이러한 조치가 오히려 혐오 행위에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고 일갈했다.

 

경계를 넘는 아시아여성들 네트워크(Taw 네트워크) 정혜실씨는 지난 총선에서 기독자유당이 선거공약 홍보물에 특정 인종과 종교에 대한 혐오 표현을 버젓이 실었음에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이에 관여하지 않았던 것을 비판했다.

 

“한국 사회에서는 혐오 표현이 ‘종교 갈등’을 빙자해 마치 집단 대 집단의 갈등 문제인 것처럼 비춰지고 있지만, 이는 명백한 인권침해다. 기독자유당의 선거 홍보물에 대해 재단법인 ‘한국이슬람교’가 문제 제기했지만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법상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공정한 선거를 책임져야 할 기관에서 어떻게 이런 공공연한 혐오 표현에 대해 아무런 관여도 할 수 없다는 것인가.”

 

정혜실씨는 한국 사회를 “혐오에 무감한 사회”라고 진단하며 “이러한 혐오는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민 등 약자를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차별의 문제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치안국가, 범죄자 병리화…산으로 가는 정부

 

정부가 지난 6월 1일 발표한 ‘여성대상 강력범죄 및 동기 없는 범죄 종합대책’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타리 장애여성공감 활동가는 “이번 대책으로 경찰이 자신의 권한을 강화해서 ‘치안국가’를 형성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6월 9일에 열린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원인과 대책 후속 토론회 <여성대상 강력범죄 종합대책 어떻게 할 것인가>(더불어민주당 남인순 권미혁 정춘숙 표창원 의원 공동 주최)에서 민윤기 경찰청 생활안전국 생활안전과 경정은 “그동안 경찰의 범죄대응 패러다임이 ‘현장대응과 검거’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예방’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그 내용은 “치안서비스의 수요자인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범죄 취약 장소와 요인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맞춤형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 또 “장기적으로는 ‘범죄예방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러 사회 구성원들이 치안 주체임을 명시하여 경찰이 범죄예방을 위해 시설 개선이나 범죄 예방정보를 요청하고, 안전한 건축물에 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이 법에 담겠다는 것이다.

 

타리 활동가는 “경찰이 범죄 취약 요인을 분석하겠다고 하는데, 결국 취약계층을 타깃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또한 “사회 구성원들을 치안의 주체로 호명함으로써 시민으로서의 권리보다 공공질서 유지를 더 중요한 가치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경찰이나 국가는 자신들이 보기에 문제가 있는 사람을 정신질환자로 규정해 왔다. 길거리를 배회하는 사람, 노동을 하지 않는 사람 등이 타깃”이라고 말하며, 정신질환자 일반은 범죄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에도 종합대책에 포함시키는 것 자체로 이미 정신장애인들을 ‘범죄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혐오범죄를 막기 위해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페이스북 페이지

 

차별금지법 제정 과정에 우리 사회 성숙해질 것

 

이날 토론 참가자들은 소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과 혐오범죄를 막기 위해서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에 다시 불을 지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타리 활동가는 “국가가 현재 혐오범죄를 판단할 능력이 없다. 하지만 혐오범죄라고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국가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가해자) ‘가중처벌’밖에 없다”고 말했다. 혐오를 차별의 문제로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없다면, 이는 또다시 엄벌주의의 효과만 낳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엄벌주의란, 범죄자의 사회 복귀나 재사회화를 지원하기보다는 처벌을 강화하거나 사회적으로 격리시키는 것을 범죄 문제의 해법으로 삼는 생각과 행위를 뜻한다.

 

잇을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활동가는 “혐오를 기반으로 한 살인 등 범죄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없는 건 아니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이 사건의 (혐오범죄로서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가에 있다”고 말했다. 잇을 활동가는 “혐오는 단지 감정적인 문제가 아닌 ‘차별’의 문제다.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최소한으로 방지할 수 있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타리 활동가는 “국가가 차별과 혐오, 증오의 문제를 자신의 책임으로 인정하고 의무를 다하도록 하는 것이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의 목표 중 하나일 것”이라고 밝혔다.

 

▶ 6월 15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정부의 여성대상범죄 대책 전면 재검토와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 정당들의 기자회견> ⓒ출처: 한국성폭력상담소 페이스북 페이지

 

한편, 지난 6월 15일에는 정부의 여성대상 범죄 대책 전면 재검토와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들과 정당들이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우리 사회의 소수자 혐오는 심각하며, 혐오 세력이 거리낌 없이 영향력을 휘두르고 있음에도 이것이 전혀 규제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이를 부추기는 현실이 참혹한 ‘증오범죄’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사회적 소수자 집단 전체를 멸시하고 폄하하며 위협하는 언동을 막고, 사회적 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매도되거나 일상 생활에 공포심을 느끼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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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6/21 [10:55]  최종편집: ⓒ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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