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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여성혐오’ 공간을 함께 만들어요
페미니즘 캠프 무브(MOVE)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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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세상을 기획하자”라는 모토로 페미니즘 캠프 무브(MOVE)를 준비하고 있는 페이스북 페이지 <강남역 10번 출구> 관리자 오리 님의 기고를 싣습니다. -편집자 주

 

추모 공간에서 증언의 공간이 된 강남역 10번 출구

 

5월의 17일, 강남역 10번 출구 앞이 거대한 추모의 공간으로 자리를 잡기까지는 채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

 

17일 새벽, 한 여성이 공중화장실에서 살해당했다. 9시간 만에 잡힌 범인의 입에서 ‘여자들이 나를 무시해서 죽였다’라는 증언이 나오자마자, 인터넷에서 이 사건은 ‘여성혐오 범죄’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추모의 의미로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국화꽃과 추모문구를 적은 포스트잇을 붙이자는 의견이 돌았고, 반나절 만에 제법 많은 수의 포스트잇이 달렸다.

 

그 중 한 포스트잇에는 “여성폭력과 살해, 사회가 답해야할 차례입니다”라는 말이 적혀있었다. 이 말을 시작으로, 강남역 10번 출구 앞은 여성혐오와 젠더 폭력을 증언하고 비판하는 공간으로 변모하였다.

 

▶ 2016년 5월, ‘반反-여성혐오’ 추모 공간이 된 강남역 10번 출구 앞.   ⓒ오리

 

그렇게 시작된 자유발언대는 8일에 걸쳐 끊임없이 진행되었고,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나와 이 사회가 얼마나 여성혐오에 무지하고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점철되어 있는지 증언하였다. 그 기간을 통해서 우리는 지하철역 출구 앞을 서로의 경험을 말하고 공유하며 연대할 수 있는 ‘반反-여성혐오의 공간’으로 만들어냈다.

 

온라인의 역동, 반反-여성혐오 공간의 탄생

 

독일의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사회를 ‘현상 공간’이라고 표현하였다. 사회는 고정된 경계를 지닌 영역이 아니라, 사람들이 함께 행위하고 말함으로써 발생하는 ‘조직체’라는 것이다. 어디에서 왔건, 누구이건 간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언제든지 어떤 목적을 공유하는 공간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공간이 형성될 수 있도록 조직하는 힘은 각자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일단 개개인에게 ‘모일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하고, ‘집단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가부장제 질서 속에서 여성들은 이런 기회들을 박탈당해왔다. 여성들이 한 공간으로 들어오는 것은 주어진 게 아니라 투쟁을 통해 얻어진 것이었다.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 정치참여의 권리 등 누군가에겐 날 때부터 주어진 권리들이 특정 성(性)을 가진 이들에게는 쟁취해야 얻을 수 있는 것들로 자리 잡았다. 그렇게 어렵게 진입하면, 기존의 집단은 새로 유입된 여성들에게 발언권을 주지 않는 방법으로 권리를 제한하고자 하였다. ‘말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공간인데, 말을 하지 못함으로써 공간이 형성되지 못한 것이다.

 

언어와 발화는 권력을 가진 이들에 의해 선점되고 수정되어왔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같은 표현들, ‘김치녀’와 ‘된장녀’ 같은 멸칭들로 이루어진 언어의 세계는 여성들에게 ‘내가 나로서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했다.

 

그런데 2015년, 어쩌면 우연하게 시작된 미러링(mirroring; 상대의 행위를 거울을 비추듯 반사해서 되돌려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르는 ‘메르스 갤러리’에서 여성들이 쏟아낸 대항발언들은 인터넷에서 여성들이 ‘함부로 말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을 만들어냈다. 반反-여성혐오의 연대가 이루어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셈이다.

 

메르스 갤러리가 메갈리아로 진화하고, 올해 5월 강남역 여성살인 사건과 7월 넥슨 성우 교체 사건에 대응하며, 지금까지 쭉 이어져 오는 페미니즘 운동들을 통해 이제까지 멸칭과 혐오의 대상이었던 여성들은 주체적 발화를 하는 반反-여성혐오 공간을 계속해서 확보해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 공간이 가지는 힘의 크기와 영향력은 생각보다 강해보인다. 온라인 세계에서 아주 공고하게 자신들의 위치를 지키고 있었던 남성 그룹들(일베와 디씨로 대표되는)이 소위 ‘메갈리아’에게 보인 알러지 반응이나, 진보정당을 자처했던 정의당이 마치 ‘우리는 메갈당이 아니에요’라고 변호하려고 애쓰는 것 같은 성명을 내는 “노오력”들을 보면 말이다. 일련의 현상들은 온라인에서만큼은 남성권력을 뒤집을 수 있는 힘이 반反-여성혐오 공간으로 결집되고 있음을 반증한다.

 

▶ 6월 6일 홍대 부근에서 열린 ‘여성혐오 세상을 뒤엎자’  집회 참여자들의 가두시위.  ⓒ오리

 

우린 연결될수록 강하고, 연대할수록 안전하다

 

온라인의 경우, 반反-여성혐오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은 어느 정도 그 세를 몰아 영향력을 잡아가고 있다. #나는페미니스트입니다, #나는메갈리안입니다 라는 해시태그 이벤트를 통해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정체화 하는 이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메갈리아에서 자극받아 새로운 페미니즘 페이지(페이스북)와 사이트들이 앞 다투어 생겨나고 있다. 인터넷 서점가의 인문학 베스트셀러 코너에 페미니즘 서적이 상위 순위를 선점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페미니즘은 확실히 ‘뜨거운 감자’다.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자유발언대를 진행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항상 가지고 왔던 화두와 고민은 이렇게 온라인에서 형성된 페미니즘의 역동을 어떻게 현실 사회로, ‘공간에서 공간으로’ 이어지게 만드냐 하는 것이었다. 메갈리아나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미러링들, 남성을 대상으로 한 희롱과 욕설 등은 사실 온라인 바깥세상에서 존재하는 것들이 아니다. 애당초 미러링이라는 것은 현실 사회에 진짜 실재하는 ‘여성에 대한 위협’을 바탕으로 생산된 남성들의 발화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반사체이기 때문이다. 실제 사회에서 여성들의 발화는 그렇게 피부로 느껴지는 위협을 이겨내고 감수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자유발언대를 진행할 당시, 발언자 앞에서 마치 자신이 이곳에 모인 사람들을 단숨에 제압할 수 있다는 투의 말과 행동을 보여준 남성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온라인에서의 동력을 얼굴과 얼굴을 맞대는 현실 세계로 끌어온다는 것은, 바로 이런 한계와 위협을 넘어서 우리만의 ‘안전한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숙제를 가지고 있다. 안전한 공간이라는 건 권력과 폭력이 침범할 수 없고, 우리의 권리를 마음껏 외칠 수 있는 곳을 의미한다.

 

자유발언대를 진행하면서 만들어진 우리의 최초의 정체성–피해 사실을 공유하고 여성혐오의 질서에 대항하는 연대의 공간-은 <강남역 10번 출구>라는 작은 공간을 확보하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문제는 이 다음이었다. 매번 위협을 무릅쓰고 발언대를 진행해야 했고, 단지 말하고 서로의 손을 잡는 것으로는 안전한 테두리를 만들기에 충분치 않았다. 더 안전한 공간은 더 큰 힘을 필요로 한다. 그런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꾸준한 목표를 가진 운동이 되어야 하고, 이를 통해 다른 공간으로 확장하며 크기를 키워나가는 방법뿐이다.

 

물리적인 힘을 키울 수 없다면 연대를 통해서 강해지자. ‘우리는 연결될수록 강하다’와 ‘우리가 모이면 세상이 변한다’라는 구호는 그런 의미에서 탄생되었고 사용되었다. 강남역에서의 활동이 종료된 이후, 우리는 각각 저항의 공간들로 연대하기 위해 뛰어들었다. 페미니즘에서 시작하여 여러 집회와 발언을 통해 여성혐오에서 젠더 문제로, 생존과 안전의 문제로, 노동과 소득의 문제로, 대안미디어로, 공간에서 공간으로 이어나가며 힘을 확장 중이다.

 

▶ 7월 21일 넥슨 성우 교체 사태에 항의하며 열린 집회.  ⓒ페이스북 <강남역 10번출구> 페이지

 

이젠 온라인 바깥으로 “다른 세상을 기획하자”

 

한 성우 분의 페미니즘 선언으로 시작하여 다시금 여성혐오 문제를 사회로 띄운 ‘넥슨 사태’에 대항하는 집회를 연 지도 벌써 한 달이 되어가는 시점이다. 여전히 트위터, 페이스북,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여성혐오와 페미니즘 이슈는 뜨겁다. 이제 어느 것을 첨예하게 다루고 어느 것을 지나쳐 가야할지 취사선택을 요구받을 정도로 반복되고 있다.

 

사회를 관통하는 하나의 큰 흐름으로서 페미니즘이 작용하고 있는 올 여름, 오는 8월 20일에 우리는 계속해서 달려오던 <강남역 10번 출구> 페이지를 한번 재정비하고, 그 다음 뛰어들 공간을 찾아낼 준비를 하기 위해 페미니즘 캠프(10시~18시 30분, 여성미래센터)를 진행한다.

 

“다른 세상을 기획하자” 페미니즘 캠프 무브(MOVE)에서는 이전부터 여성혐오 질서에 대항했던 페미니즘 활동과 운동에 대해 공부하고, 현재를 진단하며, 다시 우리 공간과 연대를 이어나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힘을 키워내려 한다. 캠프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각자의 공간을 통해 우리의 공간으로 들어올 것이고, 그렇게 더 커진 우리는 또 이를 바탕으로 더 안전하고 커다란 공간으로 확장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사회라는 것은 공간과 공간들이 모여 상호작용하는 유기체이다. 공간 내에 존재하고 살아가는 개인으로서 사회에 각자의 안전과 권리를 이야기할 수 있으려면, 이 공간 내에서 보호받을 수 있고, 공간으로서 대항할 수 있는 힘이 요구된다.

 

이미 공고하게 형성되어 있는 가부장제의 남성문화의 공간에서, 이제 우리는 막 시작하는 단계다. 아직까지는 많은 위협에 노출되어있지만, 연대를 통해 힘을 키워나간다면 분명 보다 더 안전하고 유효한 공간이 될 것이다. 우리는 함께할수록 강하고 모일수록 세상은 변한다. 반反-여성혐오 공간으로서 계속해서 다른 약자들과 연대하며, 힘은 공간에서 공간으로 이어진다. 다시, 연결할 순간이다.

 

▶ 페미니즘 캠프 무브(MOVE) 웹자보.     ⓒ페이스북 <강남역 10번 출구> 페이지

 

▶ 페미니즘 캠프 무브(MOVE) 참가 신청: http://bit.ly/2awTOI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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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8/16 [20:09]  최종편집: ⓒ 일다
 
16/08/18 [21:26] 수정 삭제  
  응원합니다. 좀 멀리 있지만 박수로 참여하고 싶은 맘이에요. !!
돈족발 16/09/02 [21:09] 수정 삭제  
  페미니즘은 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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