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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척사업으로 파괴된 여성들의 갯살림
새만금 그곳엔 여성들이 있다 -2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윤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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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땅이라니…”

간척사업을 간단히 정의하면, 갯벌을 ‘쓸모없는 땅’, ‘황무지’, ‘저개발’,’무가치’, ‘생산성이 낮은’ ‘낙후’된 것으로 여겨 이를 메워 더 높은 생산성과 상업적 이윤을 획득할 수 있는 공장부지나 농경지를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발정책에 내재된 문제점은 바로 해당 지역의 자연환경과 이에 적응하며 살아온 주민들을 선별적으로 희생자화 한다는 것이다. 특히 간척사업의 경우에 있어서 ‘황무지’로 전락한 갯벌과 함께 가치가 절하되고 비가시화된 집단은 갯벌 자원에 의존해 살아온 가난한 여성들이다.

“아, 지금 생명이 살아 있는데 쓸모없는 땅이라니 그건 말이 안 되는 소리지. 그 속에서 우리 인간이 살고 있잖아. 그러니까 살아있는 땅이지. 우리는 그걸 먹고 사니까. 이런 뻘땅을 왜 저렇게 해 놓는 거야? 우리가 거그서 돈을 벌고 농사지어서 돈을 벌 듯이 조개 잡어서 돈을 버니까 (농지와
) 똑같은 땅이지.” (A씨)

그녀에게 있어 갯벌의 의미와 가치는 ‘조개나 몇 개 캐먹고 마는 죽어있는 황무지’가 결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들은 갯벌을 ‘뻘땅’ 혹은 ‘뻘밭’으로 부르며 육지의 농경지와 똑같은 생산공간으로 여길 뿐만 아니라, 갯벌에 자신과 가족의 생계와 생존을 유지하는 구체적인 삶터로써의 의미와 가치를 부여해온 것이다.

가부장적 보상체계에서 배제된 여성들

그레마을에서 맨손어업 종사자 대부분은 여성들이었다. 여성들이 주로 종사해 온 맨손어업에 대한 보상과 관련한 쟁점들은 보상자격의 확인과 기준, 그리고 보상(액) 수준이었다. ‘맨손어업보상에 대한 등급별 기준’을 살펴보면 그 기준은 재산정도와 맨손어업의 종사여부, 조업실적 등으로 여기에는 ‘실제 맨손어업을 하느냐’ 보다는 가구단위의 재산정도와 겸업유무에 따라 차등적으로 구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 기준이 자원/재산에 대한 접근기회와 통제권이 성별에 따라 불평등하게 제한되어 있는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 가부장제 사회 구조 속에서 여성들이 토지에 대한 소유나 재산권을 주장할 수 있는 기회는 매우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토지와 양식장, 배와 같은 개별가구의 재산은 일반적으로 남성가장의 명의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레마을 원주민 여성들 대부분은 재산정도와는 무관하게 갯벌에 나가 조개를 채취할 뿐만 아니라, 남성을 도와 개맥이 어장과 김 양식 및 가공공장에서 일하거나 농사일을 병행하고 있다.

이런 여성들의 현실에 비춰볼 때, 개별 가구의 재산정도나 겸업유무에 따라 등급을 정하고 차등적으로 보상액을 지급한 것은 문제가 있다. 이 기준에 의해 받은 보상금은 삶의 터전인 갯벌을 포기하면서 받은 액수 치고는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었을 뿐 아니라 여성들이 갯벌에 나가 벌어들이는 1년 소득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새만금어업 피해보상은 토지, 배, 양식장면허권과 같은 남성의 소유권과 생산성에 기반한 가부장적 원리에 의해 이뤄졌다. 이 결과 맨손어업에 종사해 온 여성들은 보상체계와 의사결정과정 모두에서 체계적으로 소외와 배제를 경험하는 것은 물론, 새만금간척사업으로 인한 고통과 피해를 감수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여성노동의 가치절하

“근데 여자라는 것은 완전히 소외되어 있어요. 어떤 일이든지 결정은 남자들이 하는 일이라고요. 그 보상문제로 저기 몇번 데모를 했었고요. 정말로 문제가 되는 건 포패업(맨손어업)이었고 포패업하면은 남자보다 여자였어요. 그러면은 거기에 여자들이 사실은 끼어야 되는데 모든 거기에서 중심으로 한 것은 남자들이었거든요. 남자들에 의해서 결정을 하고. 뭐, 유지라고 하는 이런 분들이 관하고 이렇게 서로 개입이 되어 가지고는 흐지부지해서 그냥 끝낸 거에요. 그냥, 뭐 시멘트 바닥에 다 드러누운 것도 다 여자고, 시위하느라고. (여성들이) 전부다 스크랩하고 쭉 눕고, 하여간 용감했어요. 진짜 큰 일 같은 것은 여자들이 하고 (…) 근데 결국 그게 실패했던 게 뭐냐면은, 남자들이 발이 넓다 보니까 연줄이 있어 가지고 거기서 뭐 압력을 넣었다든가 하면은 그냥 그렇게 해서 포기하고 사그라진 거에요.”(B씨)

‘먹고 살기 위해 생계보장’을 요구하며 시작된 집회에서 여성들과 일부 남성들은 현실적인 생계보장을 받을 때까지 집회를 계속할 것을 주장했으나 “발이 넓은”, 즉 관공서 공무원들과의 친분과 인맥을 가지고 있던 보상대책위의 남성들은 시위를 잠재울 목적으로 남발한 공무원들의 말에 타협하고 시위를 중단할 것을 주장한 것이다.

여성이 배제된 채 보상대책위가 마련한 보상 중재안에는 여성들의 이해와 입장이 반영될 수 없었다. 여성들의 맨손어업은 가정과 그레마을을 지탱하는 주요한 경제활동이었음에도 보상과정에서는 공식적인 경제활동으로 인정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국가의 보상과정에서 여성들의 일이 가치절하되고 소외와 배제를 경험하게 되는 원인은 여성들의 맨손어업에 대한 낮은 사회적 평가와 인식상의 문제점, 그리고 남성 생계 부양자 이데올로기에 근거한 ‘가족’을 보상 단위로 파악하는 국가의 보상정책이 갖는 가부장적 성격에서 찾을 수 있다.

이와 같은 남성 생계부양자 이데올로기에 근거해 가족을 바라보는 국가가 어민 가족에게 보상금을 지불할 때, 일차적 대상은 남성 가장이 된다. 그 외에 가족들, 특히 여성들은 보상의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소홀히 취급 받게 되는 것이다.

생태계 변화에 따른 여성들의 고통

새만금 방조제 공사의 진행과 함께 그레마을 여성들이 느끼는 일차적 변화는 갯벌 생태계의 변화다. 방조제로 바닷물의 유입속도가 느려지면서 조금 때는 육지 근처의 갯벌까지 바닷물이 미치지 못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갯벌은 말라가는 한편 소금기가 올라왔다. 게다가 갯벌에서는 썩는 냄새가 나고 시커멓게 색깔이 변해갔다. 그레마을 주민들의 표현대로 "뻘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갯벌 생태계를 오염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 아니라 바다와 갯벌 속에 살아가는 다양한 생물들에게도 영향을 미처 주민들의 어업 활동 역시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바다가 이미 조업할 수 있는 공간이 좁아져 버렸어요. 사람은 늘어나고 작업할 수 있는 장소는 좁아지니까 이제는 투쟁밖에 안 되는 거죠.”(C씨)

어획량이 감소되면서 주민들은 유일하게 남은 생합(백합)과 숭어잡이로 몰리게 됐고, 이러한 집중화 현상은 갯벌 생태계의 변화와 어패류의 감소를 더욱 가속화했을 뿐 아니라, 주민들간의 경쟁과 갈등을 초래해 마을 공동체를 분열시켰다.

새만금 방조제 공사로 갯벌 생태계가 변화하고 이로 인해 어장이 황폐화되면서 그레마을 주민들에게 유일하게 남은 생계수단은 바로 생합과 숭어였다. 그러나 2002년부터는 그나마 나오던 숭어마저도 급격히 수가 줄면서 배를 가지고 숭어잡이를 하던 남성들도 생합을 잡으러 다니게 되었다. 이제는 갯벌 속의 조개들, 특히 생합이 그레마을에서 유일하게 남은 생계수단인 것이다. 이 결과 그레마을에는 생합을 잡는 ‘그레꾼’들이 증가하게 됐다.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그물과 배로 생합을 남획하는 행위가 늘어나게 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레만으로 생합을 잡던 여성들은 생합을 채취할 수 있는 공간, 생산공간을 침범 당하게 되었다.

그레마을의 어업활동에 있어 생합채취(맨손어업)는 주로 여성들이 해온 일이다. 그레꾼의 증가와 그물 및 배의 조개남획은 여성들의 생산활동을 축소시키고 생산성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왜냐하면 여성들의 생산활동(생합채취)은 갯벌 생태계와 밀접한 상호 연관성을 갖기 때문이다.

이렇듯 개발의 팽창에 따라 여성이 생산적 활동으로부터 추방되는 것은 대체로 개발 계획이 생계와 생존을 위한 자연자원의 토대를 강탈, 혹은 파괴하는 방식에서 연유한다. 자연의 생산성과 재생가능성이 손상된 만큼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은 물론, 자연자원에 대한 여성적 관리와 통제를 제거함으로써 여성의 생산성을 파괴한다.

위협당하는 ‘갯살림’

새만금 방조제 공사가 시작된 후 갯벌의 변화에 따른 생합 채취량 감소는 실질적인 소득 감소로 여성들에게 다가온다. 이러한 소득감소는 여성들의 삶이 경제적으로 힘들어짐을 의미한다. 생합채취로 가구의 생계와 소득을 유지했던 이 여성들에게 생합 채취량의 감소는 갯살림을 갈수록 위협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아휴. 덤프차가 자갈을 실어다 막 철철 부서.(새만금 방조제) 공사를 하는 거여. 그 붓는 소리에 가슴이 철렁철렁 내려앉어. ‘아휴, 이거 어떡하나…저거..하루하루 죽음이 닥치는데..’ 저것 진짜 아찔하더라고, 가서 보니까. 그 자갈 붓는 소리에 내 몸이 섬뜩섬뜩 막 몸서리쳐져. 저것 어떡하나…”(D씨)

갯살림을 유지해온 여성들에게 ‘돌 붓는 소리’는 자신들의 삶터인 갯벌이 막히는 것을 의미한다. 바닷물이 들어와야 갯벌과 조개들이 살아갈 수 있고, 이들과 더불어 자신들의 삶이 지속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들은 생명을 실어 나르는 바닷물의 흐름을 가로막고 서있는 방조제가 죽음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바다와 갯벌은 단순한 생계수단을 넘어 여성들의 존재와 정체성을 구성해왔던 정신적, 물질적 토대였다. 새만금 간척사업이 초래하고 있는 해양 생태계의 파괴는 갯벌의 수산자원에 의존해 생계를 유지해온 그레마을 여성들에게 있어 물질적이고 문화적인 생존의 문제다. 갯벌생태계 악화로 가장 직접적인 피해와 고통을 당할 수 밖에 없는 가난한 원주민 여성들은 누구보다 더 소리 높여 갯벌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여성들의 ‘갯벌=생계/삶’에 대한 절박한 태도는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갈수록 파괴되어가는 갯벌을 살려내기 위해 갯벌을 관리하고 지키는 집단적인 대응으로 이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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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10/05 [23:37]  최종편집: ⓒ 일다
 
^^ 03/10/07 [11:20] 수정 삭제  
  일다에서도 환경기사를 많이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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