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뮤지션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말할 때

<블럭의 팝 페미니즘> 당신에게 용기를 주는 노래

블럭 | 기사입력 2017/03/08 [01:44]

여성뮤지션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말할 때

<블럭의 팝 페미니즘> 당신에게 용기를 주는 노래

블럭 | 입력 : 2017/03/08 [01:44]

“메인스트림 팝 음악과 페미니즘 사이의 관계를 얘기하면서 우리가 일상에서, 대중문화 사이에서 페미니즘을 드러내고 실천으로 이어갈 수 있을 가능성까지 찾아보는 것이 목표입니다. 팝 페미니즘에 대한 개념을 나름대로 정의하는 과정이 될 것이며, 대중적으로 가볍게, 재미있게 풀어보는 것이 목표입니다. 저는 전업으로 글 쓰는 일을 하고 있으며,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합니다.” (필자 블럭)

 

# 난 제대로 가고 있어

 

▶ 레이디 가가(Lady Gaga)의 “Born This Way” 

레이디 가가(Lady Gaga)의 “Born This Way”(난 나 나름대로 아름다워. 신은 실수를 하지 않거든)만큼 구체적이지 않더라도, 팝 음악 내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라는 이야기가 많다. 연달아 몇 곡을 소개하기에는 그 수가 생각보다 많아서, 음악적인 이야기와 함께 음악 시장 내에서 오랜 시간 남아있는 문제점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No matter gay, straight, or bi, lesbian, transgendered life,
게이든, 이성애자든, 양성애자든, 레즈비언이든 트랜스젠더든 간에
I’m on the right track baby, I was born to survive.
난 제대로 가고 있어, 나는 살아남기 위해 태어난 사람
No matter black, white or beige, Chola or orient made,
흑인이든, 백인이든, 베이지색이든 라틴 계열이든 동양인이든 간에
I’m on the right track baby, I was born to be brave.
난 잘 가고 있어, 난 날 때부터 용감한 사람
-Lady Gaga의 “Born This Way” 중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팝 음악 중에는 유독 여성음악가가 자신을 스스로 사랑하자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꽤 있다. 하지만 각각의 곡은 이야기하는 결도, 모습도 서로 다르다. 그러한 곡을 선보이는 음악가 중에는 세간에 ‘걸 크러쉬’라는 이름 붙이는 강한 인상을 주는 음악가도 있으며, 반대로 팝 스타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스테레오 타입처럼 화려하고 아름다운 이미지의 음악가도 있다.

 

그리고 곡을 선보이는 사람의 모습과 상관없이, 각각의 곡은 저마다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쿨한 느낌의 신나는 곡이 있는가 하면, 어둡고 슬픈 곡도 있고 힘이 넘치는 곡도 있다. 아마 여러 곡을 놓고 분포를 도식화하면 한 축은 곡이 가진 분위기, 다른 한 축은 곡을 선보이는 사람의 모습과 태도, 나머지 한 축은 곡의 내용일 것이다.

 

하나의 짧은 곡에서 그러한 이야기를 하게 된 계기까지 드러나긴 어렵지만, 몇 가지 유형을 꼽자면 첫 번째는 연인과 헤어진 뒤의 태도다. 헤어지더라도, 차이더라도, 바람 피는 모습을 보더라도 난 씩씩하게 괜찮으며 내 길을 가겠다는 타입이다. 이러한 내용은 이별에 관한 곡을 다룰 때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 넌 문제가 없어, 그냥 자신에게 솔직해져

 

▶ 제시 제이(Jessie J)의 “Who You Are”

두 번째는 자존감을 되찾으며 괜찮다고 노래하는 경우다. 낮아진 자신을 위로하고 격려하며, 노래를 부르는 스스로에게도 힘을 주는 듯한 곡은 그만큼 음악 안에 무게가 실려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핑크(Pink)의 “Fuckin’ Perfect”(우린 너무 많이 노력해. 그건 시간 낭비야, 넌 너무 완벽해), 그리고 제시 제이(Jessie J)의 “Who You Are”(너에게 잘못된 건 없어, 그냥 너 자신에게 솔직해져)이다.

 

핑크는 미국의 팝/락 스타로 데뷔 초부터 힙합, 펑크의 모습을 지닌 비주얼과 음악으로 좌충우돌 이미지를 얻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며 깊이를 더하기 시작했고, 변화와 성장의 과정에서 잠시 정체기가 있었으나 이 곡이 실린 베스트 앨범 [The Greatest Hits… So Far!!!]을 통해 다시 한 번 존재감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You’re so mean when you talk about yourself, You are wrong
넌 너 자신에 대해 말할 때 너무 나빠, 그건 잘못된 거야
Change the voices In your head, Make them like you instead
네 머리 속 목소리들을 바꿔봐, 널 좋아하도록
So complicated, Look how big you’ll make it
너무 복잡하지만, 네가 얼마나 잘 해낼 수 있는지 봐
-Pink의 “Fuckin’ Perfect” 중에서

 

제시 제이 또한 데뷔 초 “Price Tag”을 발표하면서부터 많은 사랑을 얻은 팝스타다. 예측할 수 없는 헤어스타일은 물론, 멋진 비주얼 디렉팅과 가창력이 호평을 얻었으며, 최근에도 “Bang Bang”이라는 곡이 성공하면서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제시 제이나 핑크와 같이 거친 이미지의 여성이 자존감을 이야기하는 곡들은 예쁘고 당당하게 자신감을 드러내는 곡과 명확히 차이가 있다. 단순히 내 존재의 멋짐을 드러내는 화려한 느낌과는 거리가 있다. 팝 스타 특유의 반짝반짝함을 드러내며 ‘난 최고야’라고 말하는 것도 물론 긍정적인 효과와 의미가 있다. 팬들이 함께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하고, 롤 모델 혹은 아끼는 캐릭터로서 동기 부여 해주기도 하니까. 그러나 화려한 자신감을 표출하는 것은 사실 스타라면 누구나 다 하는 것이다.

 

이를 테면 여전히 여성을 뮤직비디오 소품 정도로 대상화하는 일부 래퍼들도 자신의 화려함을 자랑한다. 래퍼들의 ‘나 멋있어’와 팝 스타의 ‘나 멋있어’는 엄연히 다르다. 팝 스타의 자신감은 그 갈래가 래퍼들이 가지는 결보다 훨씬 다양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릴리 알렌(Lily Allen)이 “Hard Out Here”이라는 곡의 가사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말하는 이가 누구냐에 따라서 드러나는 모습도 다르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해석하는 방식도 다르다. 자신감은 결국 ‘누가’ 선보이느냐에 따라 큰 온도 차를 지니게 된다.

 

If I told you about my sex life, you’d call me a slut
When boys be talking about their bitches, no one’s making a fuss
내가 섹스 이야기를 하면 넌 난잡한 여자라고 하겠지,
남자들은 여자 얘길 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지만.
There’s a glass ceiling to break, aha, there’s money to make
깨트려야 할 유리천장이 있어. 아, 돈도 벌어야 하고 말이지.
- Lily Allen의 “Hard Out There” 중에서

 

# 난 상관하지 않을 거야, 어쩔 건데?

 

▶ 메리 램버트(Mary Lambert)의 “Secrets” 

‘난 최고야’라고 자랑하고 내세우는 식의 이야기와는 다르게, 자존감은 좀 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당신이 어떤 모습이든 괜찮다고 말하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지닌 가능성과 사랑스러움을 이야기한다. 메리 램버트(Mary Lambert)의 “Secrets”(다른 사람이 되려고 애쓰며 시간을 보낸 게 나뿐이 아니란 걸 알아. 근데 이젠 안 그럴래, 난 신경 안 써)와, 해일리 스타인펠드(Hailee Steinfeld)의 “Love Myself”는 노래를 부르는 이도 멋지고 사랑스러운 곡이다.

 

메리 램버트는 커밍아웃한 레즈비언이며, 매클모어 앤 라이언 루이스(Macklemore & Ryan Lewis)의 “Same Love”라는 곡이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으며 그 곡에 참여했던 것이 함께 알려졌다. 이후 그는 유명세에 조급해하지 않고 조금씩 자신의 작품을 만드는 중이다. 이 곡에서는 자신의 비밀이라 할 만한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가며 그것을 당당하게 드러낸다.

 

I don’t care if the world knows what my secrets are, secrets are, So-o-o-o-o what
세상이 내 비밀을 알게 된다 해도 상관하지 않을 거야, 어쩔 건데?
-Mary Lambert의 “Secrets” 중에서

 

해일리 스타인펠드의 “Love Myself”(나 스스로를 사랑하며 살 거야, 다른 사람은 필요 없어)는 이별이 동기가 된 듯하지만, 뮤직비디오는 배우 겸 가수인 해일리의 쿨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해일리 스타인펠드는 <비긴 어게인> 등의 영화에도 출연한 배우이며, 가수로서는 아직 EP 한 장만 발표한 신인이다.

 

반면 사라 바렐리스(Sara Bareilles)의 곡 “Brave”(지금까지 당신의 침묵의 역사는 당신에게 아무 쓸모없을 거예요. 입을 닫지 말아요)는 앞선 두 곡보다는 좀 더 앤썸(anthem, 성가)의 느낌을 준다. 자신이 어떤 정체성을 지니고 있든지 간에 용기를 가지라는 이야기는 듣는 이에게 좀 더 당당해져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사라 바렐리스는 2002년부터 음악을 시작하여 2007년 “Love Song”이라는 곡이 유명해지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꾸준히 깊이 있는 팝-소울 음악을 선보이며 음악가로서 입지를 다졌다.

 

With what you want to say, and let the words fall out.
Honestly, I want to see you be brave
당신이 말하고 싶은 것들, 그 말들을 내보내요.
솔직히, 나는 당신이 용감해지는 걸 보고 싶어요.
-Sara Bareilles의 “Brave” 중에서

 

여성 가수는 음악 시장 내에서 유독 소모가 많다. 때로는 분절된 신체 부위가 주목을 받고, 어떤 행위가 개인에 앞서 이슈가 되기도 한다. 음악을 잘하더라도 ‘디바’라는 개념 자체가 하나의 강박으로 작용하는 때도 있다. 그러니 우리는 좀 더 ‘어쩌라고’ 식의 여성음악가들을 사랑해줘도 되지 않을까 싶다. 아델(Adele)이 브릿 어워즈 수상 중에, 자신의 수상 소감을 끊자 항의 표시로 가운데 손가락을 날린 것이 결코 문제적 행위가 아닌 관중의 환호를 받는 멋진 액션인 것처럼 말이다.

 

▶ 브릿 어워즈 수상 중에 아델(Adele)의 모습 (출처: 영국 Independent 매거진) http://independent.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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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 2017/03/09 [11:02] 수정 | 삭제
  • 기분 좋은 곡들이네요 재밌게 읽고 찾아 들어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멋진 팝아티스트들이 많은 거 같아 설렙니다.
  • Good 2017/03/08 [11:45] 수정 | 삭제
  • 있는 그대로의 나라는 말 들었을 때 딱 떠오른 것이 아델이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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