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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 그 복잡한…
[머리 짧은 여자] 여전히 나는 어렵기만 하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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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상가 입구, 열이 오른 피부를 찬 공기가 확 집어삼키면 괜히 마음이 조급해진다. 오늘은 어떤 손님들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나는 무슨 대답을 해줄 수 있을까. 5월부터 원래 하던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타로샵에서 일하게 됐다. 타로를 매개로 하는 ‘상담’에 무게를 두고 단체를 운영하고 계신 대표님께 타로를 배운지 거의 6개월만의 일이다.

 

샵을 오픈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손님이 찾아왔다. 친구처럼 다정한 모녀였다. 딸의 고민을 주제로 이미 두 사람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기분전환 겸 타로를 보러 온 모양이었다. 고등학생인 딸은 뚜렷한 목표가 있지만 성적이 오르지 않아 고민이 많았다. 카드를 펴보니 역시나. 카드 10장 중 무려 4장이 마음이 답답하다는 내용의 카드였다.

 

나는 딸의 목표가 본인이 스스로 설정한 목표인지 물었다. 예상외로 목표는 딸 본인이 직접 정한 것이었고,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이라고 했다. 오히려 어머니는 목표를 낮추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잠깐 뜸들이다가, 그 직업을 왜 갖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해보기를 권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인지, 왜 하고 싶은지 계속 물어보고, 나름 답이 나왔다면 단계별로 목표를 설정하라는 뻔한 나의 대답이 이어졌다.

 

어머니도 본인 나름대로 고민이 많았다. 이혼을 하고 싶지만 자식들이 아직 어리다보니 참고 버티는 중이었다. 남편과 이혼을 하려면 할 수도 있었지만, 본인 경제력만으로는 아이들을 돌보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지금은 딸에게 과외도 시켜줄 수 있지만, 이혼을 하면 그마저도 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정작 지금 과외를 시켜주는데 성적은 오르지 않으니 본인이 더 답답하다며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자식과의 관계에서도 자유로워지고 싶다고 말했다. 딸이 어서 자라서 자기 앞가림을 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나는 딸 입장에서 내 경험을 어머님께 말씀드렸다. 우리 부모님도 내가 학생 때 이혼을 하셨고, 당시엔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잘 된 일이었다고. 나중에서야 엄마가 ‘내 엄마’가 아니라 각자의 삶이 있는 ‘개인’으로 보이기 시작했다고. 그러니 이혼할 때 너무 자식들 걱정은 하지 말라고…. 딸도 내 의견에 동의하는 눈치였다.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헤어지는 게 낫다고 맞장구 쳤다.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대며 어머니는 계속 답답해하실 뿐이었다.

 

한 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둘은 고맙다고 인사하며 자리를 떴다. 그들이 자리를 뜬지 한참이 지나도록 가슴이 답답했다. 그들에게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줘야 할 것만 같은 압박감이 들었다. 혹시나 내가 꼰대짓을 한 건 아닌지 내가 내뱉은 말을 곱씹어보고 머리를 쥐어뜯었다.

 

답답한 마음에 과외를 하고 있는 지인에게 연락해서 선생님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구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퍼뜩, 딸의 목표가 지나치게 높은 건 개인 성향일수도 있지만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 딸, 그리고 부모님의 불화. 왜 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어머니는 딸에게 높은 목표를 세우라고 한 적이 없다. 다만 어서 스스로 자립할 능력을 길렀으면 좋겠다고 말했을 뿐이다. 아마도 딸은 무의식적으로 본인이 어서 성공하는 게 어머니를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너무 빨리 커버린 애어른처럼. 나도 부모님을 걱정시키지 않고 바르게 자라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으니까. 아마 그때의 나와 비슷한 마음이 아니었을까.

 

한 차례 생각이 정리됐다. 하지만 다시 그들을 마주하게 된다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여전히 나는 어렵기만 하다.

 

▶ ‘엄만 널 믿어’   ⓒ머리 짧은 여자, 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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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5/08 [11:25]  최종편집: ⓒ 일다
 
B 17/05/10 [14:58] 수정 삭제  
  딸의 무게가 느껴지네요.. 너무 노력하지
얀새 17/05/11 [07:30] 수정 삭제  
  마음이 무거워지네요 남일같지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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