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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현실’이 만들어낸 스릴러
조던 필레 연출 영화 <겟 아웃>(Get Out)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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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인 크리스(다니엘 칼루야)가 여자친구 로즈(앨리슨 윌리엄스)의 부모님 집을 방문한다. 백인 여자친구의 집을 방문하는 일은 흑인인 크리스에게 낯설고 걱정스럽다. 그는 길을 나서기 전 로즈에게 반복해서 묻는다. 자신이 흑인이라는 걸 부모님에게 미리 알렸느냐고. 로즈는 아버지가 오바마의 광팬이라는 말로 크리스를 안심시키려 한다.

 

▶ 조던 필레 감독, 다니엘 칼루야 주연 <겟 아웃>(Get Out) 2017

 

여행은 초반부터 순조롭지 않다. 운전을 하던 로즈는 도로에서 사슴을 치어 죽이는데, 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찰은 운전자인 로즈의 신분증 대신 크리스의 신분증을 확인하려 한다. 어렵사리 도착한 로즈의 부모님 집은 바깥세상과 격리되어 기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자신들을 ‘hugger’(포옹하는 사람)라 지칭하는 로즈의 부모는 초면인 크리스를 품에 안아 환대하지만, 그들 간의 대화는 묘하게 삐걱거린다. 로즈의 동생 제레미는 빈정거리며 크리스에게 싸움을 걸고, 정신과 의사인 로즈의 어머니는 크리스에게 강제적으로 최면을 건다. 실제와 환상이 뒤섞여가는 모호한 공간에서 크리스는 불안해진다.

 

백인가정을 돌보는 가정부와 정원사는 모두 흑인이다. 이들은 크리스로 하여금 환영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도록 만드는 인물들이다. 로즈의 부모를 포함 대부분의 백인들이 크리스를 환대하는 것과 달리, 이 집의 흑인들은 묘한 태도로 그를 경계한다. 정원사 월터는 달빛 아래서 크리스를 향해 무섭게 달려오다 지나가버리고, 가정부 조지나는 자신을 응시하던 크리스와 눈이 마주치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사라진다. 계급과 위치 차이에서 비롯된 불편함을 감안하더라도 그들의 표정과 행동 하나하나는 결코 일상적이지 않다.

 

▶ 조던 필레 감독, 다니엘 칼루야 주연 <겟 아웃>(Get Out) 2017

 

크리스의 불안은 로즈의 집에서 열린 파티에서 극대화된다. 대부분이 백인인 파티의 손님들은 흑인이라 건강하겠다며 크리스의 몸을 만져대고, 섹스를 더 잘 하겠다며 성희롱을 하고, 타이거 우즈를 언급하며 골프 자세를 취해보라고 주문한다. 노년 백인 손님들은 요즘 세상에서는 흑인이 더 ‘인기’라는 식으로 크리스를 추켜세운다. 명백히 인종차별적인 태도다. 파티에서 크리스는 오로지 인종으로만 호명된다. 흑인이라는 인종적 범주는 차이를 담지한 범주로 인정되지 않으며, 손쉽게 단일 집단화된다.

 

백인 손님들은 ‘흑인’ 크리스에게 자신들의 정념을 일방적으로 투사한다. 정신과 신체를 분리하고, 신체가 정신에 비해 열등한 것이라고 보는 근대적 사유가 소환된다. 이러한 사유 안에서 흑인은 지극히 신체적인 존재다. ‘건강한’ 흑인 신체에 대한 선망은 신체 강탈의 상상력으로 이어진다. 영화에서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최면이다.

 

크리스가 이 집을 떠나야겠다고 결심할 무렵에는 이미 그의 신체를 강탈하기 위한 노골적인 작업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서 흑인이 더 ‘인기’라는 백인 손님의 말은 재해석된다. 흑인의 신체를 빼앗는 것은 죄책감도 덜하고, 발각되었을 경우에도 일정 정도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있기 때문 아닐까.

 

▶ 조던 필레 감독, 다니엘 칼루야 주연 <겟 아웃>(Get Out) 2017

 

<겟 아웃>은 여전히 현실에서 발생하는 인종차별적인 상황들과 영화의 서사를 밀접하게 연관시킨다. 흑인이라면 이유 없이 총을 맞거나, 무고함에도 총을 쏜 사람이 되어버리는 현실 말이다. 이 영화가 여느 공포영화보다 오싹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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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5/30 [17:11]  최종편집: ⓒ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Gelout 17/05/30 [22:14] 수정 삭제  
  저도 재밌게 (?!) 본 영화였어요. 공감가는 부분들도 많았고요.. 다만 이 영화에서 여성이 어떻게 기능하는가에 대한 글도 보고싶어요. 흑인남성과 여성의 연대 불가능에 대한 얘기는 당연히 전혀 아니구요.. 영화에서요.
강희 17/05/31 [01:02] 수정 삭제  
  한국도 흑인 차별은 참 심한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영화에서 크리스에게 감정이입 해보는 것이 중요한 경험 같았어요. 유색인종이 주인공인 서구권 영화들이 많이 개봉돼면 좋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지만 17/06/03 [10:29] 수정 삭제  
  이 영화에 정작 인종차별에 대한 감독의 코멘트는 없지 않나요? 그러니까, 인종차별로 인해 생기는 신체강탈 행위, 백인들의 위선은 보여주지만, 정작 결말에서 그들을 다 죽이면서 끝이 나는건, 감독이 인종차별을 통해 하고 싶은 코멘트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마치 성폭행을 영화 안에 끌어와놓고 스펙터클로 소비하고, 가해자들을 다 죽이는 식으로 끝나는 영화들 처럼, 정작 성폭행에 대한 어떤 얘기도 하지 않고 그저 소비하고 마는 영화들 처럼요.
안녕 17/06/19 [17:15] 수정 삭제  
  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건강한’ 흑인 신체에 대한 선망이 신체 강탈의 상상력으로 이어진다는 부분이 매끄럽게 수용되지 않았어요. 선망이 왜 강탈로 연결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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