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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은 여성영화인이 결혼과 함께 떠나갔을까
<남순아의 젠더 프리즘> 동료를 잃는다는 것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남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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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바라보는 20-30대 페미니스트들의 관점과 목소리를 싣는 ‘젠더 프리즘’ 칼럼입니다. 필자 남순아님은 페미니스트 영화인입니다. -편집자 주

 

왜 여성은 일과 가정 중에 선택을 해야 하나

 

어렸을 때부터 나는 결혼도 하고 싶지 않았고, 아이도 낳고 싶지 않았다. 거기에는 만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굳이 몇 가지를 꼽자면 결혼으로 누군가의 아내, 며느리, 엄마라는 역할을 요구받는 게 싫었고, 출산의 고통도 두려웠다. 무엇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뒤에는 일을 계속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친구 S가 결혼을 한다고 한다. 가을에는 아기도 태어날 예정이다. 결혼할 생각이 없는 줄 알았던 친구의 갑작스러운 결혼 소식에, 축하의 말을 전하면서도 심경이 복잡했다. 더불어 내가 순수한 축하가 아닌 다른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이 매우 당혹스러웠다.

 

많은 여성들이 그렇듯, 나 역시 계속해서 업계에서 살아남는 것에 대해 고민한다. 남성중심의 영화계에서 페미니스트 여성으로서 살아남는 방법으로 내가 택한 것은 또 다른 페미니스트들(대다수가 여성인)과 뭉쳐서 세력을 만들고, 동료가 되는 것이었다. 당장 함께 일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작업에 관심을 갖는 것, 그들의 결과물을 해석하고 훌륭한 점을 찾아내는 것, 다른 작업 방식을 고민하고 업계 문화를 바꾸는 것, 부당한 것에 함께 저항하는 것, 작업을 계속하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작은 아르바이트라도 하나 나누는 것이 그것들이다. 이 방법들은 혼자서 할 수 없는 것이기에 나는 버티기 위해 동료들을 찾았고, 찾는 중이다.

 

그런데 동료를 찾은 것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을 것 같다. 나보다 열 살 많은 K감독은 10년 전에는 자신도 나처럼 동료들과 뭉쳐 다녔다고 한다. 내가 그들은 지금 어디 있냐고 물었더니 K감독은 대부분 결혼을 했다고 답했다. 서른을 앞 둔 M감독은 벌써 친구 여럿이 결혼 소식을 전해왔다고 한다. M감독은 아무리 결혼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많아져도 대부분 서른 전후로 결혼을 하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내 주변을 돌아봤더니, 많은 여성 작업자들이 비혼이거나, 미혼이거나, 결혼을 했어도 아이가 없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후에도 여전히 작업을 하는 여성들은 극소수다. 하지만 놀랍게도 남성 작업자들은 결혼과 육아란 이유로 동료를 잃지 않는다. 그들 중 대다수는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어도 계속해서 일을 한다. 영화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결혼을 해도, 일을 그만두는 쪽은 보통 여성이다. 결혼한 친구들을 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건 동종업계 종사자뿐만 아니라 사적인 친구 관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얼마나 많은 여성 작업자들이 결혼과 육아의 과정에서 사라졌는지 알 수 없다.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버티던 여성들이 동료들을 잃을 때마다 얼마나 외로웠을지 알 수 없다. 어떤 곳에 속하든 간에 동료를 잃는 것은 매우 큰 손실이다.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추고 신뢰를 쌓은 관계는 하루아침에 쉽게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친구 S의 결혼 소식을 듣고 든 나의 복잡한 심경은 여기서 비롯된 것이었다. 나만 결혼과 육아를 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내 동료들이 결혼과 육아로 나를 떠날 수 있다는 것, 이런 식으로 여성들은 ‘자연스럽게’ 동료를 잃게 된다는 것, 많은 여성들이 ‘일’과 ‘가정’ 중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것.

 

명소희 감독 “출산 후 일이 사라지는 것은 한순간”

 

내 또래의 육아 중인, 영화 <24>(2015)를 연출한 명소희 감독에게 경력단절에 대한 두려움에 대해서 들은 적 있다. 그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 힘들 거라고만 생각했지, 아이를 키우면서 작업하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고 한다. 아이가 분유를 먹으면 토하는 탓에, 촬영을 나가도 세 시간마다 수유를 하러 아이를 맡긴 곳에 돌아와야 했고, 편집은 아이가 잠든 밤에나 할 수 있었다. 그마저도 아이가 깨면 달래주러 가야 했고, 그런 환경에서 작업에 집중하기는 어려웠다. 아이를 돌보는 것만으로 이미 잠이 부족한 상황에서, 작업을 하려면 잠을 더 줄여야 했다. 아이도 잘 키우고 싶고 일도 잘 하고 싶은데, 자꾸만 ‘내가 욕심 부리는 건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 <두 번째 영화, 찍을 수 있을까?> 포럼에서 발제 중인 명소희 감독.   ⓒ인디다큐페스티발

 

“아이가 어릴 때는 아이를 아기띠로 안고 촬영에 갔었고, 아이가 조금 큰 뒤에는 유모차에 아이를 태워 촬영에 나섰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은 특별히 무언가 일을 같이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도 없었다. 그나마 조금씩 있던 미디어 교육 보조 강사 일도 끊겨버렸다. 그렇다 할 경력도 없던 나에게, 출산 이후 일들이 사라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경력이 단절된다는 것을 상상해본 적도 없었는데, 정말 그런 순간이 오니 겁이 났다.

(…) 결국, 이 모든 문제는 나의 ‘개인적인 문제'가 되는 것이었다. 나의 ‘의지’의 문제였고, 나의 ‘절실함’의 문제가 되어버렸다.” -인디다큐페스티발 포럼 <두 번째 영화, 찍을 수 있을까?>에서 명소희 감독의 발제문 ‘신진이며 육아를 하는 내가 두 번째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인용

 

얼마 전에 별세한 한국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인 박남옥 감독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딸을 등에 업고 영화 <미망인>(1955)을 찍었다고 한다. 영화 <거짓말>(2015)를 연출한 김동명 감독은 “육아도 잘하고 일도 잘하는 성공한 여성에 대한 정형화된 프레임이 있는데 가끔은 그 때문에 자괴감이 든다. 이렇게 살고 있는 게 다 내 탓 같아서”(씨네21 2016년 12월 28일자 ‘[스페셜] 영화계 내 성폭력 여섯 번째 대담: 독립영화 감독 - 김동명·김보라·마민지·조세영’)라고 말했다.

 

명소희 감독은 ‘작업이 어떻게 되고 있냐’는 질문이 정말 반갑다고 한다. 사람들이 자신이 육아 중이기 때문에 작업을 포기할 거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계속 작업을 하고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그것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분명히 사회가 변하지 않으면 근본적인 것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많은 동료들과 친구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게 될 것이다. 요즘 나는 어떻게 하면 그들과 단절되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그들이 ‘사라졌다’거나 ‘떠났다’고 느끼는 대신, 그들이 계속 작업을 하길 원할 때 돕고 싶고 나도 도움을 받고 싶다. 혹시나 그가 계속 작업을 하지 않더라도 삶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 영화 현장에서 어렵게 만난 동료들을 끝까지 지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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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6/13 [10:30]  최종편집: ⓒ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gasified 17/06/13 [14:57] 수정 삭제  
  여자들에겐 동료가 없다는 말들 참 듣기 싫었던 얘기들 떠오르네요. 동료라는 이름으로 여성작업자들을 불러주어서 힘이 됩니다!
얀새 17/06/20 [08:02] 수정 삭제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워킹맘
안녕 17/06/27 [18:08] 수정 삭제  
  결혼이나 출산 소식을 들을 때 꼭 축하해야 하는 건가 싶습니다. 한때 초경이 수치스러운 것이었다가 기뻐할 일로 바뀌었다고 하는데, 살면서 닿게 되는 어느 지점에 대한 인정과 수긍 그리고 그 사건을 대하는 당사자의 상황과 감정에 다가가고 살펴주는 일이 더 중요한 것 같거든요.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되지 않느냐고 치부하기엔 결혼과 출산도 여전히 인생에서 필수적인 단계로 여겨지는 게 사실이니까요. 결혼이나 출산 소식을 들으면 저는 "그래서 넌 어때?"라고 먼저 물어요. 그게 상대방에 대한 예의인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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