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존중하는 남성은 성구매 안해

여성의전화, 성매매에 대한 대중인식 설문

희영 | 기사입력 2003/10/13 [00:14]

여성 존중하는 남성은 성구매 안해

여성의전화, 성매매에 대한 대중인식 설문

희영 | 입력 : 2003/10/13 [00:14]
성평등 의식이 높을수록 성구매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은 2003년 7월~9월까지 전국 10개 지역에서 남성 822명과 여성 939명, 총 1815명(54명은 성별표시하지 않음)에게 성매매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 결과를 발표했다.

성구매 이유 “술자리에서 어울리다가”

설문조사 결과 남성응답자의 48.4%가 성구매 경험이 있었고, 여성은 5%였다. 연령별로는 기혼남성의 54.2%가 성구매 경험이 있었고, 30대 이하의 젊은 남성들 중에도 성구매 경험이 있는 이들의 비율이 31.4%에 달했다.

성구매 동기는 ‘술자리에서 어울리다가’라고 응답한 사람이 전 연령층에서 가장 많았다(42.6%). ‘접대 관행상’ 성구매를 하였다는(12.9%) 응답과 합치면 55%에 달해, 남성들의 술자리 문화가 성구매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

성구매 후 어떤 느낌이었는지에 대해선, 죄책감을 느꼈다는 사람은 17.4%에 불과했고 ‘성병에 걸릴까 두려웠다’는 응답(26.9%)이 가장 많았다.

성평등 의식 높은 남성들 성구매 안 한다

한편 응답자의 과반수가 성매매에 대한 그릇된 통념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는데, ‘성매매는 남성의 성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쉽게 돈 벌려고 몸 파는 여자들이 문제다’, ‘성매매를 인정해야 성범죄가 늘지 않는다’ 등이 그것이다. 이런 고정관념은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더 강했고, 서울 경기지역보다 영호남 지역의 응답자들에게 더 많이 나타나고 있었다.

이번 설문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성평등 의식과 성매매에 대한 인식의 연관성에 대한 조사다. 남성들을 성평등 의식이 높은 집단과 낮은 집단으로 분류하여 그에 따른 성구매 경험 정도를 분석한 결과, 두 집단 사이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성평등 의식이 높은 남성들은 94%가 성구매 경험이 없는 반면, 성평등 의식이 낮은 남성들은 48.4%에 불과했다.

이같은 결과는 성평등 의식이 낮은 남성들일수록 성구매를 많이 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동시에, 성매매가 여성에 대한 남성의 권력행사이며 인권침해라는 시각에 정당성을 부여해준다. 여성을 동등한 인권을 가진 존재로 본다면 성구매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 성매매 현실, 정부의 직무유기 탓

이번 설문결과를 토대로 여성의전화는 지난 10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에서 ‘성매매에 대한 대중의식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조영숙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실장은 한국의 성매매 현황이 국가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조영숙 정책실장은 “지난 40년 동안 정부의 직무유기로 인해 ‘윤락행위등방지법’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제대로 형성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며 “1960년대 이후 한국사회에선 고용 기회가 흔치 않던 여성들에게 성 산업만은 문호를 활짝 개방했다. 또한 기생관광을 암묵적으로 허용하는 등 한국여성의 성을 외화벌이의 수단으로 이용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남성의 성적 욕구 충족을 위해 성매매를 수용해야 한다는 시각과, 성매매는 쉽게 돈을 벌고 싶어서 성을 파는 여성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남성중심적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지적하고, “성매매 예방을 위해선 성매매 피해여성들에 대한 보호를 중심으로 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교, 군대, 직장에서 예방교육 하자

토론회에선 ‘성매매에 대한 대중인식 변화’를 위한 방법으로 주로 ‘교육’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여성의전화 측은 중고등학교, 군대, 공무원 연수 및 기업의 사원연수 등의 기회를 모두 활용해야 하며, TV 등 대중매체도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스웨덴이나 캐나다, 미국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것처럼 성구매자들에게 징역이나 벌금형 대신 ‘강제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방안도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성매매가 만연한 이유 중의 하나가 단속과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데 있다는 점에서, “경찰과 법조인, 공무원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며 그 내용에는 수사지침을 비롯한 구체적인 행동지침이 포함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토론자로 참가한 여성부 권익기획과 손애리씨는 “청년층과 군인 등을 대상으로 성매매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전국민 대상으로 성매매 추방 캠페인을 11월 중에 전개할 계획”이라며 “음주문화와 접대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역시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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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olyhole 2007/10/24 [13:21] 수정 | 삭제
  • 여성을 존중하는 남성이 성구매를 안할 거라는 건 일종의 환상아닐까요? 가식적인 설문응답이거나요.

    여성을 존중하는 남성은 구매한 여성에 대해서도 존중을 하며 관계를 가질 뿐, 성구매 자체를 안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여기서 존중이라는 의미가 표면적으로 드러난 여성에 대한 태도와 평등의식이 아니라 성구매의 폭력성에 대해서도 인식을 하고 그런 행동을 안 하려는 의지까지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성구매를 안 하는 남성들의 대부분은 도덕적인 절제에 의해서지 여성에 대한 존중과 무관해 보입니다.

    즉, 아주 가부장제적이고 폭력적이고 평소에 여자를 완전 무시하는 사람일지라도 성구매에 대해서 도덕적 죄책감을 강하게 갖고 있다면 성구매를 하지 않습니다.

    남성으로서 사회생활을 통해 보건데 정말 여자들이 생각하는 것과 조금 다릅니다. 성구매를 하지 않는 남성이야말로 여성을 정말 존중하고 평등하게 생각할 거라고 하지만 실제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거든요.

    존중이라는 의미를 아주 강하게, 아주 좁은 의미로 해석하지 않는 이상, 존중과 성구매는 별 연관이 없어 보입니다.

    아마 여성을 존중하면서도 성구매를 하는 남성들은 그게 안팎이 다른 이중적인 인간일 수도 있지만 여성들의 성구매에 대해서도 똑같이 너그러울 수 있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성구매에 대해 죄책감이 없다고 해야할까요? 사회에 존재하는 하나의 현상으로, 여자들도 여건이 되면 구매자의 위치에 있을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여럿 봤습니다.)

    하여튼 여성에 대한 존중 이전에 도덕적 개념, 행위에 대한 죄책감이 더 영향을 강하게 미치는 듯합니다.
    물론 존중하는데 어떻게 그러냐, 그건 존중하지 않는 것이다. 진짜 존중이란 그런게 아니다라고 말하면 당연히 그 말도 맞습니다만 일반적으로 정말 사회생활에서 여성에 대한 편견이 없고, 여성리더에 대한 자연스러움을 갖고 일하는 사람들 조차도 성구매를 한다는 것입니다. 구매한 여성에 대해서까지 존중할뿐.(정확히는 그 자체가 폭력인데 존중한다는 자체가 성립하지 않지만 표면적으로 신사적으로 행동하려고 한다는 정도의 의미라고 생각해주세요.)

    뭔가 복잡한가요? 하지만 현실이란 게 그렇네요. 가장 가부장적이고 여성에 대해 폭력적이고 마초임을 공공연히 드러내지만 성구매를 하지 않는 남자, 여성의 능력에 대한 편견이 없고 사회생활에서 동료, 리더로서 잘 어울리는 사람이지만 성구매를 하는 남자란게 분명히 이 세상에 널리고 널리게 존재하거든요.

    분명 많은 논란을 유발할테지만 유럽의 여러 나라들처럼 차라리 합법적인 직업으로 인정하고 법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성구매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성을 파는 사람이 여성이든 남성이든 말입니다.

    성구매가 평등의식보다는 도덕적 절제와 죄책감의 문제라는 것에서 출발해야지 평등의식이 높은 남성이 성구매를 안할 거라는 환상으로는 문제가 해결 안되거든요. 대부분의 평등의식이 높은 남성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여성도 평등하게 구매자가 될 수 있다는 의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 파랑 2003/10/19 [20:32] 수정 | 삭제
  • 요즘은 공익광고도 많이 세련되졌더라고요. 일반 CF로 착각할
    정도로 재밌고. 이 주제 역시 공익광고 만드는 게 어떨지

    항상 '건전한 청년상'을 반영하고 있는 '박카스광고'의 효과가
    대단한데( 대학때 친구들이 박카스흉내낸다고 지하철서 줄잘섰
    던 기억이...), 항상 대한민국을 짊어갈 젊은이상을 반영하면서
    멋진 '사나이상'만 반영하더라고요, 이제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갈 '여학생상'을 반영해도 어떨지...
  • 크림 2003/10/14 [11:24] 수정 | 삭제
  • 성을 사는 남자들이나 성산업으로 돈 버는 중개상?들이 성매매를 정당화시키고 죄책감에서 벗어나려고 자기 편의대로 규정한 것들이죠.

    이런 생각들을 바꾸려면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발 성매매가 강간을 방지한다는 얘기 좀 안 듣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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