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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개의 팝송으로 듣는 1960년대 팝 페미니즘
<블럭의 팝 페미니즘> 여성의 목소리를 담은 올드-팝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블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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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인스트림 팝 음악과 페미니즘 사이의 관계를 얘기하면서 우리가 일상에서, 대중문화 사이에서 페미니즘을 드러내고 실천으로 이을 가능성까지 찾아보는 것이 목표입니다. 저는 전업으로 글 쓰는 일을 하고 있으며,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합니다. [필자 블럭]

 

요코 오노가 존 레논과 함께 선보였던 “Woman Is The Nigger Of The World”(1972)가 세상에 등장하기 훨씬 이전에도, 여성의 목소리를 담은 팝송은 존재했다. 팝 음악이라는 개념이 통용되고, 우리가 지금 이야기하는 팝 음악이 시작된 건 1950년대 정도로 여겨진다. 그 시기부터 팝 음악에 ‘여성’의 목소리는 존재해왔다. 그중 유명한 곡, 그리고 좋은 곡으로 네 곡을 꼽아보았다. 선선한 가을이 되면 카페에서, 혹은 좋은 공간에 갔을 때 이 곡들을 추천해보는 것도 좋겠다.

 

▶ 레슬리 고어(Lesley Gore)의 “You Don’t Own Me”는 그래미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레슬리 고어 “You Don’t Own Me”(1963)

 

레슬리 고어(Lesley Gore)는 1960년대 많은 인기를 누렸던 가수다. 데뷔 앨범인 [I’ll Cry If I Want To]에 수록된 첫 싱글 “It’s My Party”와 후속곡 “Judy’s Turn to Cry” 모두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금 소개하는 곡 “You Don’t Own Me” 역시 그의 커리어에 있어 두 번째로 흥한 곡이다. 이 곡은 그래미 명예의 전당에도 올랐다.

 

당시 페미니즘 제2의 물결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으며, 비틀즈의 아성을 넘기지는 못했지만 빌보드 차트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곡은 레이 찰스(Ray Charles)부터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까지 오랜 시간 많은 알앤비/팝 히트 곡을 만들어 온 퀸시 존스(Quincy Jones)가 프로듀서였다.

 

“You Don’t Own Me”(넌 날 소유할 수 없어)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메시지가 굉장히 뚜렷하다. ‘나는 장난감이 아니다’라는 가사로 시작하여, ‘날 전시하지 마’라고 이야기하며, 남성으로부터 대상화되거나 타자화되는 것을 거부한다. 여성은 주체적인 존재이므로, 관계에 있어서도 그러하다는 사실을 명시한 이 곡은 당대에 비평과 흥행 양 측면에서 모두 성공하였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지닌다.

 

21세기가 된 지금에도 메시지와 작품성을 별개로 놓거나, 메시지만 바라보다 작품성은 놓치는 경우가 허다한데, 1960년대 초반에 이렇게 좋은 작품을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다.

 

▶ 재즈 음악사에 길이 남는 니나 시몬(Nina Simone)은 흑인 민권운동가로도 유명하다. 

 

니나 시몬 “Four Women”(1966)

 

니나 시몬(Nina Simone)은 재즈 음악사를 포함해 미국 음악사 전체를 통틀어서도 위대한 인물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수많은 명곡을 발표한 것은 물론, 흑인 여성의 인권을 위해서 힘쓴 사람이기도 하다.

 

흑인 민권운동에 있어서 중요한 인물이었던 니나 시몬은 음악을 통해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냈는데, 가장 큰 예는 아무래도 “Mississippi Goddam”이 아닐까 싶다. 당시 남부 지역의 인종차별과 그로 인해 발생한 흑인 살해 사건을 비난한 곡이다.

 

시대가 시대였던 만큼, 그는 직접 숱한 인종차별을 경험했다. 원하던 커티스 음악원에 갈 수 없었던 것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대표적인 차별 경험이었다. 재즈뿐만 아니라 팝, 블루스 등 다양한 장르를 버무려 곡을 쓰고 일찌감치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니나 시몬에게는 끊임없이 상처 받는 일들이 있었고 결국 그러한 경험들은 곡을 통해 세상 밖에 표출되었다.

 

“Four Women”은 미국 내 네 명의 여성을 이야기한다. 모두 흑인이다. 곡은 네 가지 유형의 여성을 이야기하는데, 이들의 모습은 당시 미국의 현실이었다. 첫 번째 여성 “Aunt Sarah”는 미국에 노예로 온 사람이다. 두 번째 여성 “Saffronia”는 흑인여성과 백인남성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이다. 이 여성들을 통해 니나 시몬은 백인에게 학대 받는 흑인의 실상을 이야기한다. 세 번째 여성 “Sweet Thing”은 성적으로 대상화된 여성이다. 마지막 여성 “Peaches”는 고난과 역경을 겪은, 사회 환경과 부모로부터 억압을 물려받은 존재다. 니나 시몬은 마지막 이름을, 곡의 끝을 드라마틱하게 풀어내며 곡이 가진 서사를 더욱 극적으로 표현한다.

 

돌리 파튼 “Just Because I’m a Woman”(1968)

 

▶ 돌리 파튼의 The Essential Dolly Parton 앨범 (소니뮤직)

컨트리 가수이자 배우이기도 한 돌리 파튼(Dolly Parton)이 1968년 발표한 “Just Because I’m a Woman”은 동명의 앨범 수록곡이다. 이 곡은 돌리 파튼이 직접 쓴 곡인데, 착한 여성/나쁜 여성이라는 프레임을 드러내는 곡이다. 사회의 성녀/창녀 이분법을 비판적으로 이야기하는 동시에,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러한 시선을 받는다는 사실을 인식시켜주는 이 곡은 미국 컨트리 차트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가사는 실제 본인의 경험에서부터 나왔다고 한다.

 

이 앨범은 1995년에 재발매되었고, 2003년에 재녹음하여 발매되기도 했다. 사실 돌리 파튼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큰 혁명이었다. 남성 중심의 컨트리 음악 세계에서 당당하게 이름을 알린 것은 물론이고, 팝-컨트리 음악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그 시절 돌리 파튼이 있었기에 지금의 캐리 언더우드(Carrie Underwood),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 등 유명한 팝-컨트리 여성가수들이 있게 된 것이 아닐까.

 

돌리 파튼은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세일즈만으로 지금의 존경을 얻게 된 것은 아니다. 그는 음악 산업에 있으며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자신이 대중에게 어떤 이미지로 비치는지도 알고 있었다. 오죽하면 데뷔 앨범 첫 싱글이 “Dumb Blondie”(멍청한 금발)이었을까. 그는 금발의 백인여성을 사람들이 어떤 시선으로 보는지에 대해, 또 스스로가 가진 스테레오 타입에 대해서도 파악하고 있었다.

 

돌리 파튼은 1981년에 “9 to 5”라는 곡(동명 코미디 영화의 주제곡)을 발표하였고, 이 곡은 흥행에 크게 성공함과 동시에 일하는 여성들의 앤썸(anthem)이 되었다.

 

▶ 헬렌 레디(Helen Reddy) 베스트 앨범 (1995)

 

헬렌 레디 “I Am Woman”(1972)

 

마지막으로 소개할 곡은 호주 출신의 가수 헬렌 레디(Helen Reddy)의 “I Am Woman”이라는 곡이다. 이 곡은 페미니즘 제2의 물결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곡으로 꼽힌다. 곡의 존재 자체가 일종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 곡은 두 가지 버전이 있는데, 하나는 1971년 데뷔 앨범 [I Don’t Know How to Love Him]에 수록된 버전이며 다른 하나는 [I Am Woman]이라는 앨범에 수록된 버전이다. 두 번째 버전은 평단의 평가나 상업적 판매 측면에서 크게 성공을 거둔다. 백만 장이 넘게 팔리고 세간에 이슈가 된 것도 좋았으며 그래미 시상식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예술성과 상업성을 모두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은 “I Am Woman”는 여성이기 때문에 느끼는 것들, 여성이라서 받는 부당한 대우를 이야기하며, 강하게 이겨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헬렌 레디의 “I Am Woman”은 페미니즘 제2의 물결에 관한 여러 책에도 실리는 등 많은 사회적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이만큼의 영향력이 생길 줄 몰랐다고 한다. 그는 여성이 과소평가를 당하는 것이 싫었다고 하며, 자신이 경험했던 것들을 떠올리며 직접 모든 가사를 썼다고 밝혔다. 멜로디를 붙이고 작곡을 한 레이 버튼(Ray Burton)도 자신은 가사에는 하나도 손을 대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 레슬리 고어 “You Don’t Own Me” http://bit.ly/1L5Qm5p

※ 니나 시몬 “Four Women” http://bit.ly/2gDTPnh

※ 돌리 파튼 “Just Because I’m a Woman” http://bit.ly/2eDaUNv

※ 헬렌 레디 “I Am Woman” http://bit.ly/1I3WgX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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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9/05 [09:21]  최종편집: ⓒ 일다
 
카프 17/09/06 [19:49] 수정 삭제  
  네 번째 곡은 첨 듣는 곡이네요. 오늘도 즐감~ 돌리 파튼 머찌다.
oo 17/09/10 [12:45] 수정 삭제  
  "Four Women" 곡이 너무 충격적이네요. 너무 슬프구요.
오늘 17/09/11 [20:24] 수정 삭제  
  잘 읽고 있습니다. 좀더 상세한 내용을 기대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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