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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가 휩쓴 거리에도 이야기는 남아있다
보이지 않는 풍경을 그리는 아티스트 세오 나츠미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오카다 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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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현대예술제인 요코하마트리엔날레2017에서 세오 나츠키 작가는 쓰나미가 휩쓸고 간 이와테현 리쿠마에다카다를 주제로 한 회화와 문장으로 이루어진 <두 겹의 거리>를 출품했다. 1988년 출생의 최연소 작가였다.

 

파괴된 지역, 그러나 여전히 아름다운 기억

 

지금 리쿠마에다카다에서는 쓰나미로 파괴된 이전 시가지에 산을 깎은 흙을 쌓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2011년 3월 처음으로 리쿠마에다카다를 찾아간 후, 지역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 스케치를 해온 세오 나츠키씨. 그는 흙을 쌓아 그 위에 만들어질 거리와 흙 밑에 숨 쉬는 거리, 두 겹의 거리를 상상한다.

 

“2031년,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볼 지도 모르는 풍경”으로, 두 겹의 거리 사람들의 삶을 환상적인 터치의 그림과 이야기로 그려낸다. 쓰나미를 겪은 사람, 미련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난 사람, 쓰나미를 모르는 세대가 연결된다.

 

동일본대지진은 세오 씨가 대학 졸업식을 얼마 남겨두지 않았던 봄방학에 일어났다. 대학원에 진학해서 유화를 공부하기로 되어 있었다. 텔레비전과 SNS를 통해 동북 지역의 참상이 전해졌다.

 

“언론 보도에서 사용되는 ‘파멸’ ‘미증유’라는 거대한 말과 영상에 비추는 평범한 할머니 할아버지 모습 사이의 어긋남, 엉망진창이 된 현지 풍경과 전철이 다니는 도쿄 모습 사이의 어긋남, 그것을 몸의 감각으로 다시 이어놓지 않으면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3월 하순, 대학 동기인 고모리 하루카(다큐멘터리 <숨의 흔적> 감독, 관련 기사 “3.11 동일본 대지진…통곡을 견뎌낸 힘”)씨와 함께, 지원물품을 차에 싣고 피해 지역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북쪽 아오모리까지 올라갔다.

 

쓰나미로 파괴되고 상처 입은 옛날 건물들의 잔해가 무참하게 남아있는 리쿠마에다카다의 풍경은 세오 씨에게는 두려운 것이었다.

 

“그런데, 어떤 할머님이 거기에 있었던 것들이 얼마나 좋았는지 엄청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 굉장히 아름다웠던 기억이 있더라고요.”

 

할머니의 수다 속에는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었던 사람, 세상을 떠난 사람의 생각이 담겨있다고 느낀 세오 씨. 그 말을 들은 자신이 그 말을 다른 사람에게 전해야 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생각했다.

 

정밀도가 높은 매체, 매개자가 되려면 지역 사투리도 알아야 하고, 풍경의 변화를 느끼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몸에 주입되어야 한다. 그래서 옆 동네로 이사를 했다. 사진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리쿠마에다카다 거리에 들어왔다.

 

그러나, 둑 올리기 공사로 인해 아름다웠던 기억의 흔적이 지워지기 시작했다.

 

“공사는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고, 인간이 여기까지 해도 좋은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어요. 하지만, 공사에 의문을 갖는 사람과 찬성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 가운데, 공사를 부정해버리는 일은 커뮤니티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내가 여기를 계속해서 중요한 장소로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을 먹었으니, 스스로 미래를 상상하며 긍정할 필요가 있었어요.”

 

▶ 세오 나츠미 작가. 2012년부터 리쿠마에다카다를, 2015년부터 센다이를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젊은 예술가들과 함께 NOOK(누오크)를 설립했다. (사진: 후다 나오시)

 

“이야기된다는 건 행복한 거야, 듣는 이가 있으니까”

 

요코하마트리엔날레2017의 아카렌가 창고관에는 ‘말하지 못함을 걷다’라는 테마로 전쟁과 관련한 작품도 전시되었다.

 

세오 씨가 동북 지역이나 히로시마에서 들은 말들이 낮은 조명 속에 가만히 놓여있다. ‘형은 전쟁에서 돌아왔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버렸다’는 듯이. 그림은 얼핏 선묘처럼 순수해보이지만, 할아버지의 굽은 등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쓸쓸함과 후회, 한탄이 가슴을 친다.

 

전쟁 이야기는 미야기현의 마루모리마치에서 민담 기록 촬영을 하던 시기에 모으기 시작했다. 어떤 할아버지가 자기가 죽으면 형을 기억해줄 사람이 모두 사라져, 형이 한 번 더 죽게 된다며, 형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을 때부터다.

 

“제가 존경하는 동북 지역 분들은 사물의 근간 같은 것을 파악하고 계세요. 민담 중에도 ‘이야기, 이야기된다는 건 행복한 거야. 듣는 사람이 있다는 거니까’ 같이 굉장히 의미심장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툭 말해주세요.”

 

세오 씨가 주워 담는 전쟁에 관한 말은, 그 사람 본인이 군대에 갔다거나 폭격의 피해를 받았다는 직접적인 체험이 아니다. 오빠가 참전하던 날 어깨를 떨며 울고 있는 어머니에게 “군국의 어머니가 왜 우느냐”며 화를 냈던 어린 소녀의 추억처럼, 생활 속에 가만히 숨어든 슬픈 전쟁의 풍경이다.

 

“전쟁의 불씨를 보지 않아도, 굶을 일이 없어도, 우리는 전쟁에 말려들어가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우리도 모르는 새에 전쟁에 참가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전쟁을 모르는 우리들조차 ‘속죄’를 등에 업고 있습니다. 전쟁에서 죽은 사람이 첫 번째 당사자겠지만, 당사자 레벨이 낮을지도 모르지만, 당사자 안에 우리 자신이 놓일지도 몰라요.”

 

보이지 않는 풍경, 이야기되지 못한 말의 뒤에 있는 그때 그곳의 공기가 시간을 뛰어넘어 보는 사람과 읽는 사람을 감싼다.


※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고주영님이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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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2/02 [09:35]  최종편집: ⓒ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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