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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난민? 당신의 머릿속 ‘난민’ 이미지는 무엇인가요?
여성난민 소식 전하는 하리타-난민인권 활동가 고은지 대담②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하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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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자신의 언어로 – 독일 여성 난민들의 말하기> 연재를 통해 여성난민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독일 및 유럽의 난민 이슈를 조명하고 있는 하리타님이 ‘제주 예멘 난민’ 사태와 관련해 난민인권센터 고은지 활동가와 나눈 이야기를 싣습니다. [편집자 주]

 

난민신청자 취업 허가는 ‘생계 지원 없다’는 뜻

 

하리타: 제주 출입국·외국인청에서 예멘 난민들 대상으로 채용박람회를 연 것에 대해서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통상 6개월 규정을 깨고 파격적인 예외를 두었다. 사실 이 부분에서 좀 놀랐다. 많은 나라들이 이주민과 난민에게 노동 허가를 내주는데 있어서 보수적이다. 일자리는 자국 경제와 고용에 대단히 민감한 문제. ‘외국인들이 들어와서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불평이 쉽게 나오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 더 신중한 것 같다.

 

고은지: ‘가짜 난민’론의 중요 논거가 이들이 ‘취업하러 왔다’는 것인데, 사실 우리나라가 난민 신청 과정에 있는 사람에게도 체류 6개월 이후에 취업을 허가해 주는 것은 ‘생계 지원을 따로 안하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 사례를 봐도 생계 지원과 노동 허가가 반비례한다. 우리나라 정책이 6개월을 기점으로 하는 것은 난민 심사를 6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는 난민법 18조와, 생계 지원을 할 수도 있다는 조항(40조) 때문인데, 사실상 생계비를 지원받았던 난민신청자는 4%가 채 되지 않는다. 받는다 해도 1인당 약 43만원으로 생존에 부족한 금액이다. 대부분의 신청자들이 받지도 못하는 생계 지원을 근거로 노동할 기회도 막혀있는 상태다.

 

이번 제주 노동 허가의 경우 이례적인데, 사실 문제가 많다. 생계비 지원은 예산이 없으니 하지 못하지만, 노숙하는 난민들이 대거 늘어나 사회 문제가 되는 것은 막아야 하니까, 일종의 통제 수단으로 취업 제도를 급히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생계비 지원이나 취업 허가 둘 중 하나는 보장하라는 것이 난민인권센터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그동안 둘 다 전혀 안 하다가 제주의 예멘 난민에 한해서만 갑자기 하는 것은 다른 난민들에게는 황당한 처사다. 지금 이 시간에도 다른 지역의 난민신청자들은 애타게 지원이나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난민 인정을 받아도 노숙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등 열악한 상황인데 이들의 존재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제주도 특별 노동 허가의 문제점은 또 있다. 한시적으로 채용박람회를 열어 양식업, 요식업장에 사람들을 연계하긴 했지만, 최소한의 노동자 보호와 교육도 없었기 때문에 난민들은 사업주에 의한 인권 침해나 상해 등 폭력에 노출된다. 최근에 와서야 4대보험 등에 대해서도 출입국이 개입하겠다고 했다.

 

독일 ‘생존권 보장형 통제’ 한국 ‘각자 알아서 생존하라’

 

하리타: 아무리 기존 난민 지원 제도나 정책 노선이 미흡하더라도 그 연장선에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갑작스럽게 별도 조치를 취한 것은 혼란만 가중시킨 것 같다. 예멘 난민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는 것을 부채질한 꼴이 아닌가. 노동 허가와 같은 중대한 정책에 대해 사회적 합의와 입법대행자 간의 대화도 제대로 없었다는 것이 아주 걱정스럽다. 제도는 시간을 들여 제대로 정비해서 시행하고, 우선 국고를 열어 생계 지원을 일괄적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독일의 경우, 생계 지원은 일관되게 하고 있다. 현금, 숙소, 생필품, 식량을 지원한다. 많은 난민들이 정부에서 일부 또는 전액 지원하는 언어-문화 강좌인 ‘통합 코스’(intergration kurs)를 듣고, 미성년의 경우 학교에 다닌다. 취업 허가 제도는 다양한 경우를 고려해 세분화되어 있다.

 

취업 관련한 정책을 간략히 설면하면 1)난민 신청 단계에는 출신국가와 신청서 제출 여부가 기준이다. 안전한 국가(Safe Countries of Origin)로 분류된 나라 이외에서 온 사람에 한해 망명신청서 제출 3개월 이후부터 노동 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 자동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허가가 나오더라도 처음에는 허가 내용이 제한적이다가, 15개월이 지나면 확대된다. 2)두 번째 기준은 난민 심사 완결 및 체류권(비자) 여부다. 심사가 네 가지(망명권, 난민 보호, 보충적 보호, 송환 금지) 중에서 결론 나고 1~3년의 장기 체류권이 나올 때 노동 허가 역시 차등적으로 보장된다. 체류권 발급 대상이 아니지만 아직 독일에 남아있는 사람의 지위는 6개월마다 갱신이 필요한 관용(Duldung) 상태다. 이 경우 별도로 신청하면 노동 허가가 나올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직업 생활이 어렵다.

 

이렇듯 복잡한 제도와 규정에는 저마다 법률적, 행정적 근거가 있지만 난민들은 드높은 정보의 벽과 서류, 언어의 벽을 호소한다. 스스로 어떤 케이스에 속하는지 파악하고 있어야 그에 따른 권리를 제때 요구할 수 있는데, 못하는 이들이 많다. 출신국가에 따라 1차 심사에 7개월~18개월, 재심 청구 과정까지 고려하면 2~3년간 경력과 노동 기회가 단절된다는 것이 실제로 많은 난민신청자들의 불만 사항이다.

 

사실 독일 난민 정책의 큰 키워드 중 하나 역시 ‘통제’라는 생각이 든다. 난민들이 입국하는 모든 육로와 해상 국경에서부터 ‘도착센터’를 통해 격리 수용이 시작된다. 이후에 지역으로 와서도 배정받은 난민숙소에서만 생활해야 한다. 그 동네에서만 자율 보행이 가능하다. 타 도시로 여행을 가려면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숙소에는 경비요원이 항시 배치되어 있다. 이는 일반 시민과의 접촉을 줄이고 그에 따른 마찰이나 공격의 가능성은 줄이지만, 난민의 입장에서 보면 수년간 계속되는 큰 제약이다. 통제 정책의 핵심인 숙소 관련해서도 난민숙소의 질과 사생활 보호 등 문제되는 부분이 많다. 아까 한국 난민들 가운데 노숙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는데, 독일에서는 노숙이 불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독일의 난민숙소 제도에 관해서는 하리타의 다음 기사를 참조: 사우디에선 ‘노예’, 독일에선 ‘갇힌 신세’ http://ildaro.com/8222

 

고은지: 공항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각개 서바이벌’이 시작되어 난민 신청도, 생존도 알아서 해야 되는 한국과는 차이가 크다. 한국의 경우 영종도에 있는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가 일종의 난민숙소 기능을 하지만 정원이 연간 164명밖에 되지 않고, 모든 신청자가 거기서 지내야할 의무는 없다. 법무부도 이 시설을 따로 홍보하지 않는다. 실제로 작년에 시설 이용 신청은 104건밖에 되지 않았다. 작년 한 해 난민신청자 9천942명 중 1%만이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의 존재를 알고 입주 신청을 한 셈이다. 이 센터는 대중교통의 접근이 어렵고 인근에 하수처리장과 경찰청 헬기착륙장이 있다. 이 시설 외에 난민 정착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 프로그램은 없다.

 

▶지난 6월 20일 기자회견에서 수백여 단체와 3926명의 개인이 발의한 성명서 ‘난민제도 운영하며 차별 양산하고 혐오에 동참하는 정부 규탄한다’를 발표하는 모습. (출처: 공익법센터 어필)

 

‘가짜 난민’? 난민의 요건이 뭔지 알고 얘기하나

 

하리타: 앞서 나온 ‘가짜 난민’ 논란에 대해 얘기해보자. 난민 반대자 중 상당수가 ‘진정한 난민’과 ‘가짜 난민’이 따로 있으며, 가짜는 얼른 판명해서 내보내야 한다는 것을 합리적인 논리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

 

고은지: 가짜 난민 논거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대부분 남성이라서 2)집단으로 들어왔으며 페이스북 그룹 등 조직적으로 움직여서 3)일자리를 구하려 하기 때문에 4)브로커를 통해 난민 신청을 했기 때문에 5)난민 인정률이 매우 낮은 것으로 보아서.

 

낮은 난민 인정률은 국내 난민 심사 제도 운영에 문제가 있어서 초래된 결과이지, 신청자가 ‘가짜’라서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대법원 최종 불허 결정을 받은 사람 중에서도 재신청 과정을 통해 난민 지위를 인정받는 경우가 있고, 난센에 방문하는 난민 중 요건을 달성함에도 인정 못 받은 억울한 케이스가 많다. 보충적 보호, 강제송환 금지 케이스를 포함한 EU 평균 인정률이 평균 60%인데 우리는 11%밖에 되지 않는다. 사실 ‘가짜 난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들은 난민협약 등 국제적 기준에 명시된 난민 요건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 기준에 따르는 심사 과정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리타: 그리고 난민신청자 중에 남성이 많은 것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많은 나라들에서 여전히 가부장적인 관습으로 인해 남성에게 이주의 기회가 훨씬 많이 주어진다. 가족 중 한 명에게만 돈을 몰아 피난을 보낸다면 보통 ‘젊은 남성 가족구성원’을 보낸다. 여성들은 육아와 가정을 돌보는 전통적 역할에 매어있는 경우가 많다. 내전과 같은 재난 상황에서 남성이 군병력으로서 폭력에 먼저 노출되기 때문에 피난을 떠나기도 한다. 전쟁과 같은 집단적 재난 시에 여성들은 가족을 돌보느라 홀로 떠나지 못하고 자국 내 난민이 되어 도망치고 숨어 다니고 있다. 집단강간, 폭격, 인신매매, 기아 등 갖가지 위험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상태로 말이다. 여성들이 외국으로 피난 갈 때는 남편이나 부모, 자식과 함께 오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가족이 아닌 개인 단위로 난민이 되는 여성들은 가정폭력, 강제조혼, 여성성기훼손(FGM) 풍습 등 성별을 근거로 한 가족-공동체의 박해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젠더박해’ 사유로 인한 난민은 인정받기 더 어렵고, 그만큼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남성 난민의 진위를 의심하기보다는 이들과 혈연, 지연으로 연결된 여성들이 이들의 피난에나마 걸어야 했던 간절한 희망을 상상해봤으면 좋겠다. 떠나온 남성들도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고은지: 브로커를 통해 집단적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가짜라는 주장 역시 맞지 않다. 세계 어디에서나 난민들은 자국에서 몰래 빠져나오는 것부터 다른 나라에 입국하기까지, 피난 과정에서 브로커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난민 신청 과정에서 브로커의 도움을 받기도 하는데, 이는 정부의 권리고지 공백으로 인해 개별 신청자가 절차 접근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하는 선택이다. 브로커의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이 진짜와 가짜를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없다. 출입국 재량을 이용해 일선에서 돈을 받으며 재량을 남용하는 출입국 공무원에 대한 관리 단속도 필요하다. 이들의 행태도 브로커와 다름없다.

 

또 실제로 난민신청자 가운데 많은 이들이 난민 인정 요건과 같은 기본적인 내용을 잘 모르는 채 신청한다. 본국에 돌아갈 수 없는 자기 나름의 이유가 있으면 우선 난민 신청을 하는 것이다. 이를 허위, 가짜라고 볼 수 있는가? 절박함 마음에 제도에 의존하는 무지의 사례로 봐야 한다. 난센에 온 모든 난민신청자는 우선 상담을 거치는데, 피난 사유가 난민 인정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사실을 당사자에게 알려준다. 그 과정에서 제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난민 신청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이주민들도 많다. 그만큼 권리고지나 제도에 대한 명확한 안내가 중요하다. 그런데 현재는 법무부가 이런 역할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난민신청자 중에서는 자기 경험을 제대로 언어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복잡한 신청서류와 난민 요건에 부합하게 자기 경험과 이야기를 정리, 재구성해서 써야하는데 이 작업은 쉽지 않다. 언어 능력이 부족하거나 문서화 작업이 익숙하지 않는 등, 사회문화적 배경에 따라 특히 어려워하는 분들의 사유를 들을 때에는 난민 요건 대비 공백이 보이는 부분을 더 물어가며 이야기를 끌어낸다. 이런 작업은 사실 우리 같은 시민단체가 아닌 정부에서 해야 된다. 그러나 정부는 난민신청자가 이미 완벽한 진술을 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 그들의 진술을 듣거나, yes or no의 단답을 강요하는 등 기회를 차단시키는 경우가 많다. 신청자가 거짓말을 한다는 전제로 듣는 것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난민신청자의 삶을 통해 종종 본다. 정부가 ‘남용 난민’을 앞세우고 이들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부의 제도적, 정책적 실패가 만들어낸 그림자를 ‘가짜 난민’ 논란을 통해 본다.

 

‘가짜 난민을 이야기하는 당신은 누구냐?’라는 반문을 하고 싶다. 사람들이 페이스북 제주도 외국인 그룹에 예멘 난민들이 멤버로 들어온 것을 가짜의 근거로 내세우거나, 과거 아일린 쿠르드 사건까지 다시 꺼내는 것을 보며, 진실 여부를 떠나 그들에게 ‘가짜 난민’이라는 대상이 오히려 필요하구나 싶었다. 

 

▶난민인권센터에서 진행 중인 텀블벅 프로젝트. 난민 당사자들의 에세이를 모은 책자 발간을 위한 모금을 하고 있다. 센터 측은 “난민에 대한 오해와 섣부른 수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난민의 목소리가 편집되지 않고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고 프로젝트 취지를 설명한다. (출처: 텀블벅)

 

하리타: 적극적으로 가짜 뉴스를 유포하며 혐오를 조장하거나 인터넷 상에 혐오 발언을 하지 않더라도, 그런 의견에 솔깃하고 동조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아 위기감이 든다. 이런 동조적 혐오자들의 경우는 이번에 ‘실체로서 접한 난민’들이 기존에 ‘자기 머릿속 난민’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있자 충격을 받아 자극적인 내용에 휩쓸리는 것 같다. 편견과 고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난민하면, 찢어진 누더기를 입고 전쟁의 포화로 인해 부상을 입은 모습을 떠올린다. 그런데 현실에서 대부분의 난민들은 어떻게든 목돈을 마련해 브로커를 고용하고 그들의 인도에 따라 불법으로 국경을 넘나든다. 정말로 재난 한가운데 있고 가진 것이 전혀 없는 사람에겐 신변을 정리해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것마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난민이 된, 떠날 수 있었던 자들의 여정이 위험하거나 어렵지 않다는 게 아니다. 브로커가 마련한 교통수단이나 물자가 생존을 위협할 만큼 열악한 경우가 많고, 어떤 경우에는 사기를 당해 인신매매의 희생자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난민들은 세계 곳곳에서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온 이들이다. 다양한 계층과 분야에서 평범한 삶을 살던 이들이 어느 순간 불가항력으로 난민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들도 21세기 인터넷 시대에 페이스북과 스마트폰을 모르겠나.

 

‘다문화’ 사회까지는 멀다…이슬람포비아 넘어서기

 

고은지: ‘무슬림=근본주의=테러리스트’라는 편견을 쉽게 접할 수 있는데, 독일에서는 일반 시민들 사이 무슬림과의 공존에 대해 어떤 논의가 있는지 궁금하다.

 

하리타: 이슬람포비아는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강하다. 독일 시민들이 백인 기독교를 자국의 주류 문화로 보는 믿음은 견고하다. 다만 무슬림 인구가 늘고 있으니까 이슬람 문화를 이해할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어느 정도 생긴 것 같다. ‘이슬람포비아’를 주제로 한 스터디 모임이 열린다거나, 무슬림 여성들을 위한 자전거, 셀프디펜스, 상담 코스가 생기고, 대학에 ‘이주, 난민과 통합’이라는 타이틀의 1년짜리 인증 과정이 생기는 사례들을 본다. 김나지움(중고등학교 과정) 종교 수업이 몇 년 전까지는 의무였고 선택 과목이 개신교/천주교 뿐이었다면, 이제는 수업을 안 들어도 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다른 문화권 학생들의 소외와 불만을 방지하는 것.

 

우리나라에는 ‘다문화’라는 개념이 있는데, 사실 다수 문화와 소수가 명백한 상황에서 다양한 문화가 있다고 하여 그 문화들이 대등하게 공존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서구에서는 문화적인 융화(assimilation)라고 했다가 통합(intergration)이 지배적인 개념이 되었는데, 누가 누구에게 통합되겠나. 지금 시대에 이주민은 어디서나 소수이고 약자일 것이다. 다만 ‘다수가 소수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태도’가 문화로 자리 잡을 수는 있다.

 

생활 수준, 교육 수준, 동독과 서독, 도시와 시골 지역과 같은 특성에 따라서 이슬람포비아에 정도 차이가 있는 것을 본다. 독일에서도 라이프치히 같은 구 동독지역에는 아직까지 인종차별의식을 가진 폐쇄적인 토착민이 많다. 이들은 극우 정당의 내셔널리즘을 지지하면서, 이주민들이 자국민 일자리를 빼앗고 독일의 정체성을 흐린다는 피해의식을 노골적인 혐오와 때로는 물리적 공격 행위로까지 표출한다. 구 동독지역의 이주민, 난민 숫자는 다른 지역에 비해 현저히 적다. 일상적으로 길거리 추행을 겪거나 커뮤니티에서 차별을 당하면서 누가 거기서 살고 싶겠나?

 

한편 이슬람포비아에는 이슬람권의 가부장적인 제도와 문화에 대한 거부감, 그리고 그 지역 출신 이주민, 난민들이 성차별과 폭력적인 행위를 하리라는 우려도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외신 보도로 접하는 그림 너머, 이슬람권 실제 사회에서는 굉장히 많은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했으면 좋겠다. 한국에서 젠더 이슈가 연일 뜨겁고 새롭게 떠오르듯이, 그 지역에서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기존 젠더 규범과 질서에 저항하는 목소리와 실천이 매일 확대되고 있다. 여성뿐 아니다. 아버지, 삼촌, 남동생, 오빠, 남편, 동료인 많은 남성들이 현지 여성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헌법에 적힌 히잡 착용 의무(이란)나 여성할례 전통(이라크) 반대하고 여성의 운전할 권리(사우디아라비아)를 위해 같이 싸웠다.

 

제주의 ‘젊은 남성 난민’들도 어떤 고정된 대상이 아니라 우리 자신과 마찬가지로 좌충우돌하며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는 존재들이다. ‘그곳’에서 수많은 사회격동을 겪고 온 난민들이 이제 ‘이곳’ 한국 사회의 격랑 속에서 많은 것을 새로 배우고 나눈다는 열린 시선으로 봐야한다. 영국과 같이 이주 역사가 오래된 지역에서 무슬림 근본주의 커뮤니티들이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현지법보다 앞세우며 시민들을 해코지한다는 내용의 뉴스를 봤는데, 일반적인 상황은 절대 아니다. 대부분의 이주난민들은 현지 사회 문화를 최대한 받아들이고 잘 정착하고 싶어 한다. 일부 극단적 사례를 보고 지레 편견의 시선을 보낸다면, 불화의 씨앗이 될 수 있다. 

 

▶ 난민인권센터 활동가 및 회원들이 차별금지법제정을 촉구하는 거리 캠페인을 벌이는 모습 (출처: 난민인권센터)

 

고은지: 무슬림포비아는 단순히 공포와 편견, 혐오를 넘어서 무슬림들에 대한 실질적인 차별과 공격으로 이어지기 너무나 쉽다. 차별금지법으로 소수 인종과 젠더 등에 대한 차별이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 분야 활동가로서 가장 우선 순위로 느끼는 것은 차별금지법 제정과 차별, 혐오 중단 운동의 확장이다. 한국 사회에 거주하고 있는 난민뿐만 아니라 국내 소수자의 차별 경험들을 드러내고, 이러한 차별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화하는 조치로서 시급하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만으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겠지만, 소수자 차별과 혐오에 맞서기 위한 중요한 제도적 근거가 된다. 제도 마련과 함께 차별과 혐오에 맞설 수 있는 직접행동의 폭을 넓히고, 다양한 상상력을 동원해 활동해나가고 싶다.

 

하리타: 우리의 이야기를 정리하며, 묻고 싶은 게 있다. 시간과 예산이 허락한다면 난민인권활동가로서 꼭 실현하고 싶은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고은지: 난민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뛰어놀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다. 오랫동안 꿈꿔온 일인데, 일종의 커뮤니티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하는 것이다. 난민 지위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한국 사회의 여러 제약들에 걸려 ‘단절’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을 다른 사람들과 연결하는 일이 시급하다. 내년 정도 본격적으로 작업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 지금은 커뮤니티 사이트 운영진을 비공식적으로 모으고 있는 단계다. 난민과 난민 사이, 난민과 시민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할 수 있는 공간. 작위적으로 연결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있어서 또 다른 이들이 모이고 연결되는 공간. 새로운 언어와 권리들이 집단지성을 통해 다양하게 직조되는 ‘시끄러운’ 공간. 무수한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때로 결집되어 하나의 힘으로 전화하는 공간. 이러한 공간들이 한국 사회에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할 필요가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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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7/15 [21:52]  최종편집: ⓒ 일다
 
참치 18/07/16 [16:51] 수정 삭제  
  취업 허가되는지 몰랐는데.. 생계비 지원 안 하는지도 몰랐는데.. ㅠㅠ 이래저래 충격 많이 받았습니다. 기자님 지난 번 내용에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이주민이랑 난민과 같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들을 많이 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국내에도 소개해주시면 어떨까요? 관에서 하는 거 말고(하지도 않지만) 여기도 이주민들이 많이 사는데 얘기할 기회도 없고, 그 분들도 고립감을 많이 느끼면서 살겠구나 싶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드네요.
18/07/16 [17:57] 수정 삭제  
  남성 난민의 진위를 의심하기보다는 이들과 혈연, 지연으로 연결된 여성들이 이들의 피난에나마 걸어야 했던 간절한 희망을 상상해봤으면 좋겠다. 떠나온 남성들도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 여자들이 본인들보다 남자가족을 더 중시하는게 '희망을 거는' 거라니 이게 여성신문에서 할 얘긴가요? 단순히 종교 간 대립이라고 하기에도 유럽이나 우리나라는 어떤 종교가 메이저건 말건 정교분리가 잘 이루어져있는 반면에 이슬람권에는 샤리아법 같은 게 있어서 그 길이 묘연해보이는 수준인데 이렇게 속편하게 생각해버릴 문제인가 싶네요. 여권에서 더 나아지고 있다고 제시된 것 중에 운전 허용은 운전 허용을 위해 싸우던 운동가들을 잡아 넣었다는 소식과 같이 들으면 그냥 쓴웃음만 나오는 일이고요.
릴리 18/07/16 [19:27] 수정 삭제  
  남자 가족을 보내서 거기 정착할수 있으면 다른 가족을 데리고 오는 게 수순입니다. 남자한테 대리만족하는게 아니구여, 한국에 오는 이주자들이나 미국에 간 멕시코인들도 그런 경우 많아요. 아랫분이 독해 잘못하신 거 같아서 한말씀. 정말 여성 난민이면 되고 남성이면 안 된다고 주장하실라면 그런 사실에 대해서는 알고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예멘의 여성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정말 국가 없이 떠도는 세계의 난민들에 대해서 측은지심을 갖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8/07/16 [20:11] 수정 삭제  
  왜 남자 가족이 우선시되는지에 대한 의문을 표하니까 '그냥 그게 수순이다'라고 하시면 뭐 어떤 반응을 보여드려야하지. 그냥 여자 버리고 지들이 먼저 튄 거예요 여자들도 가부장제에 머리가 찌들어서 그게 순리인줄 아는 거고요. 그럼 여성신문이라는 곳에서 그걸 당연시하지 말고 의문을 품으라는 말에 도돌이표를 붙이지마시라고요 답답하니깐. 국가 없이 떠돌건 어쩌건 여혐 심하고 조혼 FGM 등을 옳다고 믿으며 지들만 살라고 몰려다니는 해로운 남자들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아요. 본인이 그다지 리스크를 느끼지 못 하거나 남 얘기라고 생각해서 그러시는지는 모르겠지만.
디디에 18/07/16 [21:03] 수정 삭제  
  외국인노동자를 보는 시선이랑 비슷하네요. 나도 호주 가면 외국인노동자인데... 흠. 불쌍함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동등한 사람으로 보는 게 답일 거 같네요.
18/07/17 [22:05] 수정 삭제  
  큼님이 기사에 하리타님 발언을 곡해하신것 같네요. 남성난민이 먼저 떠나는 관행에 대해서 이 분은 분명히 비판적인 시각을 얘기했구요. 단지 남성이라고 편견같고 혐오하지 말자는 얘기같은데요. 떠나지 못한 여성들의 처지에 관심갖으라는 거구요. 지금 있는 난민들이 차별과 부당대우에 시달리면 남아있는 여자들은 더더욱 못옵니다. 무슬림 국가 현지에 여성인권에 관심갖고 같이 싸우는 남자들 있는것도 팩트맞죠. 그런 변화와 현상은 무시하고 무슬림 남성을 싸잡아 혐오하는 큼 님 같은분이 사회문제의 씨앗이 된다는 거죠. '해로운 남자들이라는 사실'이라니....이런 무차별 남혐, 여혐 못지않게 소름끼칩니다. '여성신문'은 페미니즘 앞세워 무분별한 남혐을 조장하는 곳이 아닙니다. 젠더 불평등한 현실을 다각도에서 논하는 곳이죠. 이 난민 시리즈 다른 기사도 좀 읽어보세요. 하리타님 평소에 여성 인권 문제에 대해서 고발하고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어요. 다양한 사례와 실제 여성들 목소리를 소개하구요. 답답하네요
? 18/07/19 [11:21] 수정 삭제  
  무차별 남혐이요? 한국에서 여성들이 범죄를 당하면 스스로 조심하라는 말을 듣는 걸 아주 잘 아실텐데요. 스스로 조심하라, 남자들은 다 늑대다, 소리를 들으면서 스스로를 검열하고 남자들은 모두 잠재적 범죄자라는 인식을 가지고 살아와야 했는데 이게 무차별 남혐인가요? 남성 난민들이 이주를 와서 교육을 제대로 받는 시스템이 있다면 모를까, 어떻게 여성들이 안심을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사례를 보니 유럽 각국에서 남성 난민들에게 여성인권에 관련된 교육을 시켜도 성과가 크게 없다는 다큐멘터리도 있던걸요. 한국 남성들에게도 여성인권 교육을 시키지 않는 대한민국인데, 과연, 남성 난민들에게는 시킬까요? 아시다시피 우리는 이미 하루에 몇 번씩 데이트 폭력, 강간, 살해 등의 여성혐오 범죄를 기사에서 보고 있어요. 조혼, 할례, 명예살인 등이 자자한 나라에서 온 난민들, 그리고 한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데이트 폭력과 강간 등의 여성혐오 범죄. 여성들은 이미 물러날 곳이 없습니다. 더 물러나도록 하지 말아주세요.
??? 18/07/21 [13:22] 수정 삭제  
  우와..우와... 우리나라 사람들 다 천사구나.. 곧 네파림 양성하겠구만요..난민이라도요..풍습을 좀 알아봐야죠.그 참. 우리나라 사람 기준에 맞추면 안되죠.. 병이라면 병명을 알아봐야죠. 편파적 뉴스..당뇨병 환자에게 인슐린이 필요하지만 ,일반인은 인슐린 쇼크로 죽어요. 저들의 시각이 한국문화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알아보지도 않죠? 가짜 뉴스? 하하하... 저들 입장에서는 여고등학생 교복만으로 저들 이슬람문화에..난잡한 걸로 보일걸요.님들 착각하시는게, 보수적인 이슬람 사상이 아니라, 히잡과 무릎까지 팔꿈치까지 보이는 옷 정도만 입어도 남자를 유혹하기 위해서라고 보는게 이슬람입니다. 돼지 눈에 돼지만 보이고 ,부처 눈에 부처만 보인다라는 말이 있죠. 쾰른 사태를 보세요.가짜 뉴스가 아니니까요.....찌라시속에 진실도 있는 법인데, 소수의 희생자라고, 수만난민을 돕다가 한 두명 여성희생자 생겼다고.. 난민을 더 위해야 한다!? 그게 말이 됩니까? 또 이런 정보로 그들의 풍습을 모르고 따듯한 마음으로 지원한 여성봉사자들은 언론에 의해 희생된 거나 마찬가지죠. 사자우리에 들어가도 안전하다고 거짓말 한 거에요. 악어가 들끓는 물 속에서 수영해도 된다고 거짓말 한 거죠. 저들의 여성비하풍습은 우리나라 문짓방 밟지마라.어른에게 공손하라 정도의 생활화 된 풍습이에요. 처음부터 차별이 아니라 난민의 배경이 이슬람문화가 거짓투성이라..더 신뢰가 안 가요.
독자 18/07/21 [18:57] 수정 삭제  
  무지의 베일을 벗고 양지로 나오도록 도와주는 기사 잘 봤습니다. 난민이 극악한 범죄를 일으킨 사건이 있다고 해서 여기에 있는 난민반대? 그러면 남자들은 다 추방시켜요. 아이들도 한국에서 내보내요. 아니, 인류가 지구를 떠나야겠네요. 여성도 범죄자가 있거든요. 이기적인 위치에 있을 수 있을때 사람의 속이 보이는 것 같아서 씁쓸하네요. 한국사람들의 인식이 너무 심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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