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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아동노동자들과 함께 읽는 책
<세계 아동청소년 인문교육 시리즈>에 담긴 이야기①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송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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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팔의 어린이노동자들의 인권과 교육받을 권리를 위해 활동해 온 ‘바보들꽃’에서, 세계의 일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맞춤형 교재를 계발해 <세계 아동청소년 인문교육 시리즈>를 내놓았습니다. 네팔어, 영어에 이어 한국어로도 출간된 이 총서에 얽힌 이야기를 3회에 걸쳐 싣습니다. 필자 송하진 님은 사회문제의 대안을 만들기 위한 실천과 연구를 업으로 삼고 있으며, 2006년부터 ‘바보들꽃’에서 자원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네팔어, 영어에 이어 한국어로 출간된 인문교육 시리즈

 

“이 사람들 참 대책 없네.”

 

7년이나 걸려 만든 책을 처음 소개하는 북 콘서트 자리에서 이렇게 혼잣말을 내뱉었다. 올 컬러로 만들어진 6권 책 시리즈의 가격이 6만5천원이라니. 지난 시간 들인 수고를 생각하면 돈으로 가치를 정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최소한 팔수록 손해는 보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7년간의 수고를 옆에서 지켜봐왔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온 것일 수도 있고, 내가 북 콘서트에서 책 판매를 담당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더 들었는지 모른다. 

 

▶ <세계 아동청소년 인문교육 시리즈>(희망의 언덕 지음, 바보들꽃, 2017년 12월) 총서 6권  ⓒ바보들꽃

 

<세계 아동청소년 인문교육 시리즈>는 2005년부터 네팔의 아동청소년 노동자들의 교육을 지원해 온 바보들꽃 희망의 언덕(이하 바보들꽃)이 우리나라에 내 놓은 첫 번째 책이다. 한국에서는 이 시리즈가 첫 번째지만, 이미 네팔에서는 몇 년 전에 메로사티(네팔어로 내 친구라는 뜻)라는 출판사를 만들어 <바보이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등의 세계 명작 시리즈를 번역해 출간했다. 물론 <세계 아동청소년 인문교육 시리즈>도 네팔어로 출간해 네팔의 아동청소년들을 위해 교재를 보급하는 동시에, 교사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책 팔아서 활동비에 보태는 거 아니었어요?”

 

내가 다시 한마디 덧붙이니 바보들꽃 요한 활동가는 “활동비는 활동비대로 모금을 하면 된다”고 말한다. 한국의 아이들에게도 이 교재가 꼭 필요하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책의 가격이 진입 장벽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그의 신념에 더 토를 달수도 없다.

 

네팔의 ‘일하는 어린이’들과 만난 충격

 

2005년, 네팔에서는 내전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국제기구들도 하나둘 떠나가기 시작했다. 바보들꽃 활동가들이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활동했던 <외국인노동자 피난처> 시절에 인연을 맺은 네팔 사람들로부터, 네팔 사회를 위한 도움의 요청이 오기 시작했다.

 

네팔 현장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어린이노동자들의 현실이었다. 네팔 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전역을 돌아다니며 탔던 버스가 내려준 휴게소에는 어김없이 아이들이 나와 서빙을 하고 있었다. 보통의 아이들이라면 학교에 있을 시간인데 서빙을 하고, 설거지를 하고, 각종 허드렛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는 강가에서 징과 망치를 들고 돌을 깨고 있는 아이들을 보았다. 여느 나라라면 기계가 해야 할 건축자재용 돌 깨는 일을 네팔에서는 사람이, 그것도 고사리 손을 가진 아이들이 하고 있었다. 

 

▶ 다른 아이들이 학교에 가 있을 시간에 돌 깨는 노동을 하고 있는 아이  ⓒ바보들꽃

 

긴급하게 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을 찾고, 그들의 부모를 설득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 시작했다. 일을 진행하다보니, 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으려면 우선 아이들의 가정이 안정되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각 가정의 상황을 살피고 긴급한 의료와 자활을 지원하되 아이들이 부모의 폭력과 학대에 노출될 경우를 대비하여 피난 홈도 만들었다.

 

처음 스무 명으로 시작한 ‘학교 보내기 사업’이 지금은 약 140여명까지 늘어났다. 그래도 언제나 더 많은 아이들의 필요를 채우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이 들곤 했다. 그러나 아이들의 상황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인격적인 관계를 맺으며 지원해야 한다는 원칙 때문에, 대책 없이 지원 아동의 숫자만 늘릴 수는 없었다. 아이들의 삶과 네팔 사회를 이해해야 했기 때문에 초기 몇 년 간은 소수의 아이들과 만나는 일에 집중했다. 그들의 삶을 대면할수록 어른들의 학대와 지독한 가난, 애정의 결핍 등의 문제에 직면한 아이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바보들꽃은 어떻게 하면 바닥에서 삶과 치열하게 싸우는 아이들을 위로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리고 바보들꽃에서 주는 교복이나 운동화 한 켤레보다, 그들이 ‘스스로 고귀한 존재라는 것을 잊지 않도록 알려주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이 메시지를 전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아이들 삶과 동떨어진 교육, ‘인문학이 필요해’

 

우선 학교 교육의 현장을 확인했다. 사실 네팔의 교육 상황이 어렵다는 것은 그동안의 활동을 통해 익히 알고 있는 터였다.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좋은 교사를 만나기도 어려웠다. 교실 내 체벌이 이뤄지는 건 기본이고, 교사가 사적인 일로 교실을 비우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서의 내용은 아이들의 삶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자국어인 네팔어보다는 영어가 우선시되어 사립학교에서는 영어로 수업을 진행했다. 

 

▶ 네팔 어린이노동자들이 수업 받는 교실. 시설도 열악하지만 교과도 아이들의 삶과 동떨어져 있다. ⓒ바보들꽃

 

한 나라의 문화 수준을 알아보려면 도서관에 가보라는 말이 있다. 네팔의 경우 도서관은 둘째 치고 네팔어로 나온 책의 숫자가 절대 부족한 상황이었다. 2011년 바보들꽃이 아동도서를 조사하던 당시, 네팔어로 쓰인 동화의 숫자가 약 1천5백 종이라는 네팔아동문학협회 자료를 보았다. 활동가들이 지원아동들에게 읽힐 도서를 구하기 위해 수도 카트만두의 책방들을 뒤졌을 때는 그나마도 3백여 종밖에 확인할 수 없었다.

 

결국 바보들꽃은 ‘일하는 아이들’이 자신을 긍정하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며, 공동체에 대한 이해와 책임감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나기를 바라며, 아이들을 위한 교육 교재를 직접 계발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그러한 고민을 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은 ‘인문학’에 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이 교재는 놀이와 활동 등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과정으로 설계되어 있지만, 곳곳에 인문학적 성찰을 할 수 있는 질문이 담겨있다.

 

피부가 까매도, 가난해도 “나는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간디공동체>의 양희창 대표는 추천사를 통해 “이 책은 아시아 인문학 교과서로 손색이 없다. 참 진지하고 재미있게 잘 만들었다”고 평했다. 책의 내용이 진지하면서도 재밌다는 의미겠지만, 집필자들이 참 진지하고 재미있게 책을 만들었다고 ‘집필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실물로 나온 책들을 마주하니, 처음 책을 만들기 위해 모였던 때가 떠올랐다. 7년 전 홍대입구 앞 작은 사무실에 모여 컨셉을 잡고, 목차를 구성하고, 각자가 맡은 분량을 써와서 점검했다. 이 책을 만들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교육 전문가들은 아니었다. 아이들의 삶에 관심을 가진 사람, 어려서부터 학교 교육에 상처를 가진 사람, 세상이 추구하는 성공과 실패의 잣대를 거부하는 사람, 무엇이 인간에게 좋은 삶인지 고민하는 사람, 그리고 네팔 아이들을 위해 무엇이든 돕고 싶은 마음을 가진 사람 등이 함께 모였다. 저자들부터 스스로의 편견과 한계를 넘어, 아이들이 ‘좋은 삶’을 꿈꾸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치열하게 토론했다. 

 

▶ 2014년 네팔 어린이노동자 캠프에서, 바보들꽃이 계발한 교재를 활용하여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 ⓒ바보들꽃

 

책을 만든 7년 중 절반의 시간 정도는 1권을 집필하는데 쓴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첫 번째 교재를 만드는 것이 어려웠다. 마침내 나온 1권의 제목은 <나는 아름다운 사람입니다>이다. 이 책은 바보들꽃이 가난한 삶 속에서 낮아진 자존감에 고통 받는 네팔 아동들에게 건네는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대화의 요청이다. ‘당신은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이 책을 통해 말을 건네는 것. 바보들꽃 한국 활동가들이 네팔 활동 중 만났던 아동과 여성 중에는 자신들의 피부를 가리키며 ‘피부가 까매서, 가난해서, 아름답지 않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1권이 완성되고 2014년, 바보들꽃이 지원하는 아동들이 함께 모여 진행한 캠프에서 이 책을 가지고 수업을 진행했다. 현장에서 만난 아이들 대부분은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스스로를 어떻게 아껴주어야 하는지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다. 4박 5일의 캠프 첫 날 소극적이고 자신을 표현하는데 주저하던 아이들은 책의 내용을 따라 내가 누구인지 질문하고, 자신이 아름다운 사람이며 사랑 받고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는 것을 확인했다. 어떤 아이들은 “내가 아름답다는 말이 너무 신기하고 놀랍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책에 실린 카스트, 가난, 인종 등 자신이 실제로 겪었던 차별의 경험들에 대한 사례에 더 깊이 공감하며, 자신의 마음을 열어갔다. 캠프가 진행되면서 가난 때문에, 부모의 폭력과 방임 등으로 인해 자신이 사는 지역과 공동체 안에서 손가락질 받으며 굳어졌던 얼굴이 서서히 펴지고 웃음꽃이 피어나는 것을 보았다. 우리는 2권에서 6권까지의 내용은 확신을 가지고 더 수월하게 만들어 갈 수 있었다.

 

한국의 아이들과 함께 만든 책

 

드디어 6권의 책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되고 북콘서트 자리에도 많은 사람들이 와서 축하해 주었다. 북 콘서트가 더 뜻 깊었던 것은 곳곳에서 이 책을 함께 만든 사람들이 이 콘서트의 주인공이 되었기 때문이다. 

 

▶ <세계 아동청소년 인문교육 시리즈>를 함께 만든 한국의 아이들. 모의 수업을 진행하며 교재 계발 과정에 도움을 주었고, 책 속에 등장하는 모델도 되어주었다.  ⓒ바보들꽃

 

특히 책을 만들며 진행했던 모의 수업에 참여해준 ‘하.나.의 공동체’ 아이들이 악기 연주 등으로 콘서트를 통해 무대를 빛내 주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이 아이들은 6권의 교재 계발 과정을 함께하며, 매번 모의 수업에 참여해 수업 내용을 테스트 해주고 교재에 실릴 사진의 모델도 되어주었다. 7년 전 초등학교 1,2학년이었던 아이들은 훌쩍 커서 중학생이 되었다. 교재를 보면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이 보인다.

 

세계의 아동들, 특히 아시아의 아동들이 함께 사용하는 교재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교재를 계발하면서 아시아 아이들의 삶의 맥락을 교재에 담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미 서구의 모습을 많이 닮은 한국의 아이들에게도 이 교재가 매력적이고 꼭 필요할까? 이런 고민을 할 때마다 공동체의 아이들은 교재 집필자들에게 훌륭한 지침이 되어주었다. 모의 수업에 참여했던 아이들이 건강한 자기 이해를 가지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우리의 교재가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흐뭇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여기까지 소개를 읽고 <세계 아동청소년 인문교육 시리즈> 1~6권이 어떤 내용으로 쓰였는지 궁금한 분들은 직접 사서 보셔도 좋겠지만, 정보가 더 필요한 분들은 아래 링크 주소를 따라가 검색해 보셔도 좋겠다. 다음 기사에서는 각 권의 주제와 교재의 구성을 소개할 예정이다. http://book.foolwildflowe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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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8/07 [21:02]  최종편집: ⓒ 일다
 
진주 18/08/08 [17:29] 수정 삭제  
  세계시민으로 자라날 아이들을 위한 책일 거 같네요. 노동에 대한 책이 제일 궁금합니다.
on 18/08/26 [07:05] 수정 삭제  
  넘나 맛진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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