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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성교육 ‘젠더평등’, ‘성의 다양성’ 가르쳐야
<교과서로 보는 세계의 성교육>의 저자에게 듣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하시모토 노리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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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지난 3월, 도쿄도의회의 교육위원회의 고가 토시아키 의원(자민당)이 아다치구의 한 중학교에서 진행된 성교육 수업을 거론하며 “부적절하다”, “문제가 있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2003년에 도쿄도 히노시에 있는 도립 특수학교인 나나오양호학교의 성교육에 대한 ‘정치 개입’(지적장애 아동 대상의 성교육 수업 내용이 부적절하다며 도의원이 비난한 것을 계기로, 도쿄도 교육위원회가 당시 교장 및 교직원에게 엄중 주의 처분을 내린 사건)이 이뤄진 이후, 일본은 학교 현장의 성교육이 크게 후퇴했다.

 

당시 나나오양호학교는 지적장애 학생에게 여성과 남성의 성기 구조와 명칭을 노래나 인형을 사용하여 설명하는 수업 방식으로 크게 주목을 받았고, 다른 특수학교들도 이 수업모델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던 차였다. 나나오양호학교 교장과 교직원은 도 교육위원회가 ‘교육에 대한 부당 개입’을 했다고 반발하며, 도 교육위원회와 도의원을 기소하여 각각 승소했다.

 

나나오양호학교의 경험을 통해, ‘젠더평등을 추진하는 교육 전국네트워크’ 대표이자 <교과서로 보는 세계의 성교육>의 저자 하시모토 노리코 씨에게 세계적인 성교육의 진화와 현재의 실태 및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 이 기사의 필자이자 <교과서로 보는 세계의 성교육>의 저자 하시모토 노리코. ‘젠더평등을 추진하는 교육 전국네트워크’ 대표를 맡고 있다. ⓒ페민 제공 사진

 

세계의 성교육 동향, ‘포괄적 성교육’이란?

 

자민당 의원이 비난했던 아다치구 중학교에서의 성교육은 의무교육 과정을 마친 학생들에게 원치 않는 임신이나 성감염증을 방지하고, 그로 인한 빈곤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된 것입니다.

 

학습지도 요령에 적혀있지는 않지만 많은 국가들에서 성교와 임신, 피임, 임신중단 등의 정보를 중학생 단계에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초등학교 5학년에서 6학년 때 수정, 출산, 피임을 가르칩니다. 성교육에 대해 보수적인 한국에서도 초등학교 6학년 때 성교와 임신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국제적인 동향을 살펴보면, 1999년에 세계성과학회가 ‘성의 권리 선언’을 발표한 시점부터 이야기해볼 수 있겠습니다. 이후에 관련 기관의 국제문서와 선언에는 인간의 성을 ‘성의 권리’와 ‘성의 건강’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하고, ‘포괄적인 성교육을 받을 권리’도 성의 권리 안에 포함하게 되었습니다. ‘포괄적인 성교육’이란, 젠더평등이나 성의 다양성을 포함한 인권 존중을 기반으로 한 교육입니다.

 

2009년에는 유네스코 <국제섹슈얼리티교육 가이드>가, 2010년에는 <유럽 성교육 스탠더드>가 만들어져 유소년기부터 어린이의 발달 단계에 맞춘 성교육 내용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특히 유네스코의 가이드는 성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증거도 제시합니다. 예를 들어 ‘성교육이 잠자던 아이를 깨운다’(성교육이 성적인 행동을 유발한다는 의미)는 등의 우려에 대해, 다음과 같은 통계를 알려줍니다. 성교육으로 인해 성교 시기를 ‘늦췄다’가 37%, ‘영향 없다’가 63%, ‘조기화 했다’가 0%라는 설문 결과입니다. ‘콘돔 사용’에 있어서는 ‘증가했다’가 40%, ‘영향 없다’가 60%, ‘감소했다’가 0%입니다.

 

해당 가이드는 올해 1월에 개정되면서 ‘포괄적 성교육’의 틀을 지금까지의 6개 영역에서 8개 영역으로 확대했습니다. ①관계성 ②가치, 권리, 문화, 섹슈얼리티 ③젠더 이해 ④폭력과 안전 보호 ⑤건강과 행복을 위한 스킬 ⑥인간의 몸과 발달 ⑦섹슈얼리티와 성행동 ⑧성과 생식 건강입니다.

 

▶ 독일 교과서에는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산부인과를 방문하여 의사에게서 피임도구의 종류와 사용법에 대한 설명을 듣는 내용이 실려 있다. ⓒ페민 제공 사진

 

‘과격한 성교육’ 비난은 과연 타당한가?

 

필자는 연구자 동료들과 함께, 2007년에 일본 전국의 중학교(교장)와 학생, 보호자를 대상으로 <일본 중학교에서의 성교육 현황과 과제에 관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약 7백 개의 학교와 약 9천5백 명의 학생, 그리고 약 5천4백 명의 보호자로부터 회신을 받았습니다.

 

사실 1990년대에는 일본에서도 선진적인 성교육이 이뤄진 바 있습니다. 하지만 2002년부터 보수파에 의한 소위 ‘성교육 배싱(bashing, 맹비난, 강타)이 일어났습니다. 그들은 당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성교육에 대해 “과격한 성교육”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비방했습니다. 우리는 광범위한 교육 주체들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하여 “과격한 성교육”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표현의 신빙성을 파헤치고자 했습니다.

 

조사로 알게 된 사실은, 먼저 중학교 기간 3년간 성교육은 단 9.19시간 이뤄진다는 점이었습니다. 또한 남녀 공히 자신의 성별에 해당하는 몸의 구조나 형태에 대한 질문에는 정답률이 50%를 넘었지만, 성별에 관한 것 중에서도 ‘사정’이나 ‘자위’, ‘발기’, 임신과 관련 있는 ‘생리주기’ 등의 성기능과 생리적 현상, 임신중단이나 피임 등 생식에 관한 질문에는 정답률이 낮거나, ‘모르겠다’고 답하는 사람이 절반을 넘는 등 관련 지식도 이해도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한편, 보호자의 압도적 다수가 성에 관한 지식이나 성행동에 대한 대처 등 다양한 주제를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쳐주길 원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피임, 임신중단 권리운동까지 배우는 유럽의 성교육

 

일본에서는 성교육을 주로 맡는 중학교의 보건체육 과목에도 학습지도 요령에 제한이 있어 성교와 피임, 중절은 다루지 않습니다. 이과에서도 생식의 핵심적인 내용은 채송화나 감자로 설명합니다. 고등학교 생물에서도 발생을 성게로 배우며, 사람은 그저 참고자료로 취급합니다.

 

반면 핀란드에서는 ‘인간생물학’ 과목에서 인간의 생식기능이나 유전을 가르치는 것 외에 고등학교에서는 불임이나 생식 보조의료도 가르치고 있습니다. ‘건강교육’ 과목에서는 성의 권리나 피임법과 함께 성의 다양성, ‘교제에는 이별이 있다’ 등 관계성에 관한 내용을 다룹니다. 나아가 성소수자의 권리나 파트너십 법에 근거한 동성커플의 탄생 등에 대해서도 설명합니다.

 

프랑스에서는 ‘과학’ 교과목에서 가르칩니다. 고등학교에서는 태아의 성을 결정하는 유전자의 역할과 성 분화 질환에 대해 설명하며, 인터섹스(intersex, 간성間性, 성기나 염색체, 호르몬 등 여성/남성으로 구분되는 신체와는 다른 특질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나 유전자 변형도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또한 성소수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퍼레이드에 대해서도 기술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피임과 임신중단 권리를 둘러싸고 펼쳐진 여성운동의 역사도 가르칩니다.

 

네덜란드에서는 ‘생물’ 등의 교과에서 연간 16시간 정도 가르칩니다. 성교를 전제로 한 오르가슴도 설명하고, 여성도 ‘자위’로 성적 쾌감을 얻을 수 있다고 분명히 적혀 있습니다. 또한 외모 중시의 문제, 포르노그래피를 둘러싼 문제 등도 배웁니다.

 

지금이야말로 ‘성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아이들이 포괄적 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그 권리를 보장해야 합니다. 국제 표준의 포괄적 성교육을 기초로 하여 학습지도 요령을 정비해야 할 때입니다. 무엇보다 교사들의 창의적인 노력과 풍부한 교육 실천을 북돋기 위해 교사에게 ‘포괄적 성교육을 실시할 자유’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고주영님이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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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9/05 [09:18]  최종편집: ⓒ 일다
 
독자 18/09/15 [17:34] 수정 삭제  
  한국에도 이 책이 번역돼나오면 일선 학교 현장에서 유용하게 쓰일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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