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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저항이 개인들에게 준 영향
[최하란의 No Woman No Cry] 2018년을 정리하며 확인한 변화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최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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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위한 자기방어 훈련과 몸에 관한 칼럼 ‘No Woman No Cry’가 연재됩니다. 최하란 씨는 스쿨오브무브먼트 대표이자, 호신술의 하나인 크라브마가 지도자입니다. [편집자 주]

 

달라진 질문들

 

셀프 디펜스 교육을 하면 여러 질문들을 받는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시기에 따라 질문 유형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났던 2016년에는 “저항하는 것이 더 위험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이 많았다. 그래서 교육에 <저항은 가능하다>라는 부제를 달기도 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여기는 부정적 감정을 떨쳐내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다.

 

반대로 ‘싸우는 여자가 이긴다.’ 또는 ‘저항하는 여자가 이긴다.’ 라는 제목을 내걸길 원하는 사람들과도 토론해야 했다. 이런 제목은 개개인이 강력범죄에 맞서길 촉구하는 뉘앙스처럼 들릴 수 있다. 또 싸우거나 저항하지 못한 사람은 패배자로 비춰질 수 있다. 나는 안전에 대한 개인적 대비책을 교육하는 사람이지만, 사회변화와 사회변화를 위한 대중행동을 가장 강조한다. 우리가 훨씬 더 안전해지는 길이기 때문이다.

 

2018년에는 “어떻게 저항해야 했을까?”라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경험했던 폭력 상황을 설명하면서, 어떻게 했으면 더 좋았을지 적합한 태도와 기술을 물었다.

 

2018년 중반부터는 정당방위 범주에서 강력하고 효과적인 셀프 디펜스에 대한 질문들이 늘어났다.

 

이런 변화는 왜, 어떻게 일어났을까?

 

▶ 나를 안전하게 하는 모든 것. (수원여성노동자회와 함께)  ⓒ스쿨오브무브먼트

 

사회적 저항이 개인들에게 준 영향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은 태어나기 전에도 이미 혼자가 아니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며 사회적 관계를 이루며 살아간다.

 

만약 100만 명 중 1명이 폭력을 경험했다면 개인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여성 3명 중 1명이 육체적 폭력 또는 성폭력을 경험했다면,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명백히 사회의 문제다.

 

2018년 1월부터 미투(#MeToo) 운동이 시작됐다. 특히 5월부터 ‘불편한 용기’가 주최하는 항의 시위가 이어졌다. 디지털 성범죄 즉 불법촬영과 웹하드 카르텔에 맞서 무려 24만 명의 여성들이 참가했다. 역사상 유례가 없던 이 대규모 대중행동이 셀프 디펜스 수업 참가자들에게도 영향을 준 것이다.

 

수업에 참가한 여성들은 자신이 겪은 폭력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얘기할 수 있었고, 폭력의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는 굴레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더 적극적으로 폭력을 막고 타인을 돕길 원했다.

 

사회적으로 참혹한 차별과 억압을 당하면, 개인으로서는 초라함과 무기력함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집단으로 차별과 억압에 맞서 저항할 때는 자신이 단순히 피해자가 아니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주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덕분에 나는 바라던 대로 셀프 디펜스 수업에 더 이상 <저항은 가능하다>는 부제를 달지 않게 됐다.

 

이 운동들이 있기 전에도 여성 셀프 디펜스 교육은 촛불집회의 수혜를 입었다. 나는 2013년부터 교육을 해왔지만 미약했다. 교육 요청이 급증한 것은 2017년 초 수백만 명이 촛불집회로 부패한 정권을 몰락시키면서였다. 많고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문제해결에 나서면서 생긴 자신감은 여성들이 몸을 부딪치며 스스로 자신을 지키고 싶은 열망으로도 나타난 것이다.

 

▶ 세상을 바꾸는 주체. (불법촬영과 편파판결을 규탄하는 ‘불편한 용기’ 시위 현장)  ⓒ최하란

 

셀프디펜스에서 언어 테크닉이 중요하다

 

이제 2018년의 특징적 질문, 즉 정당방위 범주에서 강력하고 효과적인 셀프 디펜스 방법에 대한 전제조건을 설명하겠다.

 

인간의 의사소통 방법은 언어적이거나 비언어적이다. 나는 위험, 폭력, 문제 상황에서 가능한 이 두 가지를 함께 사용하라고 강조한다. 그래야 의사 전달이 명확해지고 방어와 반격을 효과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

 

여기서는 언어적인 것, 즉 말의 기술에 초점을 맞추겠다. 

1. 말하는 연습을 하라.

2. 상대가 해야 할 것을 말하라.
3. 그 말은 짧고 단순해야 한다.

 

반드시 말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글로 읽었지만 실제 상황에선 단 한 마디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을 수 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연습을 해둬야 잘 된다.

 

흥분한 상대, 긴장된 상황, 위압적 환경에서는 우리 자신도 그런 에너지에 휩쓸려 화가 나거나 겁이 나거나 슬프거나 들뜨거나 그 모든 게 종합된다. 어떤 식으로든 감정이 고양되기 쉽다. 이럴 때 길고 어려운 말 또는 의미가 불분명한 말을 하면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지금 뭐 하는 거예요?”보다 “하지 마세요.”라는 표현이 낫다. 즉 상대가 해야 할 것을 지시해야 한다. 만약 때린다면 “때리지 마요.” 잡는다면 “잡지 마세요.” “손 치워요.” 따라올 것 같으면 “따라오지 마요.” 주변에 알린다면 “도와주세요! 저 사람이 때려요!”가 될 것이다.

 

태세는 공격적이지도 않고 위축되지도 않은 중립적인 것이 좋다. 자세는 중재의 자세로 손을 올린 것이 좋다. 턱을 치켜들거나 허리에 손을 얹거나 팔짱을 끼고 센 척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목격자에게나 CCTV 영상으로는 쌍방 싸움처럼 보일 것이다. 방어행동을 시작할 때도 불리한 자세다.

 

거센 파도에 휩싸인 작은 배를 탔다고 상상해보자. 곧 뒤집어질 것 같은 배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우왕좌왕하지 않고 균형을 잡고 나아가는 것이다. 침착함에는 강인함이 깃들어 있다. 욕을 하고 싸우는 사람이 아니라 침착하기 힘든 상황에서 침착함을 유지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강인한 사람이다.

 

그리고 중요한 말은 반복하는 게 좋다. 한 번 하고 말면, 상황에 따라 못 들을 수 있다. 지하철 방송도 짧고 단순한 말을 반복한다. “발빠짐 주의”, “발빠짐 주의”, “발빠짐 주의” 문이 열릴 때마다 이렇게 세 번씩 반복하고 있다.

 

▶ 1838년 9월, 난파한 배의 조난자들을 구한 그레이스 달링. (BBC 뉴스 2013년 9월 7일자 보도 “Grace Darling sea rescue marked”) ⓒ출처: https://bbc.com/news/uk-england-tyne-23945678

 

언어 테크닉은 강하다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위험과 폭력은 흉기가 사용되는 경우보다 사용되지 않는 경우, 목숨을 위협하는 경우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 무차별적인 물리적 폭력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 육체적인 괴롭힘보다 언어적인 괴롭힘일 경우, 모르는 사람보다 아는 사람이 저지르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그러므로 언어 테크닉은 정당방위 범주에서 강력하고 효과적인 셀프 디펜스를 하는 것의 전제조건이 될 수 있다. 정당방위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 맞서 적법하게 자신을 방어하는 것이다. 상대의 어떤 행동에 대해 하지 말라고 요구했는데도 멈추지 않고 계속한다면, 안전한 거리와 각도로 멀어졌는데도 다시 다가와 공격을 하거나 위력을 행사한다면, 이것은 분명히 다른 수준의 폭력으로 나아간 것이다.

 

상대가 내 요구를 듣게 되면, 그는 반드시 더 할 지 말 지를 결정해야하는 상황에 놓인다. 게다가 주변에 누군가 있다면, 더욱 유리하다. 말 몇 마디로 내가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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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1/09 [10:24]  최종편집: ⓒ 일다
 
물빛 19/01/09 [15:30] 수정 삭제  
  최하란 작가님 연재 읽으면서 응원받는 느낌일 때가 많았습니다. 이번 글도 감동적이네요. 자기방어 훈련이 꼭 공격 상황에서만 필요힌 게 아닌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1호선 19/01/10 [09:57] 수정 삭제  
  엄청 고무적이네요!
정말 19/01/16 [15:34] 수정 삭제  
  “침착함에는 강인함이 깃들어 있다”는 문장이 인상적이네요. 강인하지 않고도 안전한 사회에서 살고 싶지만, 아직은 개개인의 단련이 필요한 시점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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