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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치 있는지 그들에게 설명할 필요 없어
<페미니스트라면 이 뮤지션> 시나보 시(Seinabo Sey)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블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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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보 시(Seinabo Sey, 세이나보 세이, 1990년생)는 스웨덴 음악가다. 그의 아버지 마우도 시(Maudo Sey)는 감비아 출신으로, 감비아와 세네갈에서 유명한 음악가였다. 덕분에 시나보 시의 음악은 서아프리카의 음악으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유럽에서 살며 미국의 음악도 많이 접했고, 아프리카에서 온 아버지를 둔 덕에 그의 음악은 자연스럽게 다양한 장르와 문화를 흡수하게 되었다.

 

▲ “Truth”를 부르는 Seinabo Sey의 모습. A Colors Show 중에서    

 

시나보 시는 2013년 “Younger”라는 곡으로 데뷔했고, 이 곡은 9개 국가 차트에 올랐다. 데뷔곡으로 영미권에 음악가로서 이름이 알려진 것이다.

 

“Younger”의 내용은 이렇다. 우리는 더 젊어지지 않을 것이므로, 혼란 속에서도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꿈을 찾을 수 있을 때 찾아 나아가자고.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되어야 할지 스스로에게 말하며 그들과 싸워나가면, 이 모든 어둠 속에서도 빛을 만날 것이라고.

 

곡은 중의적인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여성들이 자신의 마음에 귀 기울이며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더 늦지 않게 싸워야 한다는 내용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 여성들에게 세상과 싸워야한다고 이야기하는 시나보 시(Seinabo Sey)의 “Younger” 뮤직비디오 중에서.    

 

남성 중심의 음악 산업과 인종적 편견을 꼬집다

 

이후 시나보 시는 “Hard Time”, “Pretend”라는 두 곡의 싱글과 리믹스 버전을 발표한 뒤, 첫 정규 앨범 [Pretend]를 발표한다. 정규 앨범 발표 이후에도 “Sorry”, “Poetic”, “Easy”, “Still”까지 총 네 개의 곡을 싱글과 리믹스 버전으로 선보인다. 2017년까지 굉장히 천천히, 하지만 자신의 정규 앨범에 담긴 각각의 곡들에 모두 정성을 들여 활동한 것이다. 정규 단위의 앨범을 발표하고자 단순히 곡의 수를 채운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그가 첫 앨범에서 표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남성 중심의 음악 산업이 자신에게 준 슬픔과 여성이어서 생기는 불리함, 혹은 여성이라서 음악 산업이나 미디어가 주목한다는 점’이었다고 한다. 그는 음악 서비스 타이달(TIDAL)과의 인터뷰에서 “여성은 강한 동시에 상처받을 수도 있는 존재다. 그러나 ‘여성성’이라고 칭하며 상처받기 쉬운 쪽으로 끝내 몰아가거나, 혹은 여성이 강하면 남성 같다고들 한다.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2015년 [Pretend] 앨범을 통해 시나보 시는 스웨덴에서 세 개의 상을 받는다. 그리고 이 시기 전후로 노벨 평화상 기념 공연 무대에 서기도 한다.

 

▲ 시나보 시(Seinabo Sey)의 [Pretend] 앨범 자킷 (2015)

 

시나보 시는 처음부터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했다. “Hard Time” 역시 중의적인 의미를 지닌 가사이지만, 뮤직비디오 속에 다양한 방식으로 묶거나 땋은 머리를 드러냄으로써 자신이 영향을 받고 속했던, 표현하고 싶은 인종적 정체성을 담아냈다. 그의 뮤직비디오에는 흑인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2분 48초 정도에 유럽과 영미권,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머리를 땋은 여성이 등장하는데, 그 모습이 부자연스럽거나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연대의 폭과 가능성을 좀 더 넓게 상상할 수 있는 힌트를 주는 듯하다.

 

다양한 문화, 다양한 장르 음악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복합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들려주는 시나보 시(Seinabo Sey)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로 소울 음악가로 분류되곤 한다. 2016년 미국 보그(VOUGE)와의 인터뷰에서 시나보 시는 ‘스웨덴 바이킹족의 후예 같은 백인과 함께 음악을 만드는데, 평론가들 중 일부가 자꾸 이 음악에서 아프리카가 느껴진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웃기는 일이다. 지금 나를 비롯한 많은 음악가가 그렇듯 우리는 다양한 장르를 가지고 있고, 그걸 적절히 블렌딩한다’고 말했다.

 

한편 패션잡지인 보그와의 인터뷰는 피부색, 아름다움, 다양성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시나보 시는 여전히 백인 여성이 잡지 커버를 거의 차지한다는 점을 조명하면서 ‘잡지 표지에도 다양한 아름다움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나마 스웨덴은 상대적으로 페미니스트 국가에 가까워서 아름다움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좀 나은 것 같다’고 덧붙이면서.

 

▲ 북유럽 디자인 브랜드 마리메꼬(Marimekko)가 제작한 Seinabo Sey 인터뷰 영상 중에서   ©marimekko.com

 

I Owe You Nothing(난 너한테 빚진 거 없어)

 

두 번째 앨범인 [I’m A Dream]을 발표할 때도 그의 메시지는 바뀌지 않았다. 앨범을 통해 그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그대로 살아가도 된다고 이야기한다. 싱글로도 나온 “I Owe You Nothing”(나는 너한테 빚진 거 없어)은 ‘널 위해 웃지 않고, 널 위해 춤추지도 않는다’는 내용을 담았고, “Breathe”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난 여길 사랑해, 왜냐면 내가 그들에게 

 내가 왜 예쁜지 설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지. 

 난 예쁘니까 예쁜 거야. 

 난 여길 사랑해, 왜냐면 내가 그들에게 

 내가 가치 있는지 설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야, 

 난 놀라우니까 가치 있는 거야.”

 

자넷 잭슨(Janet Jackson)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 시나보 시는 음악을 들려주는 측면에서도, 메시지 측면에서도 자넷 잭슨의 유산을 이어받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낸다. 자기 고백적인 가사부터 듣는 이에게 힘을 주는 이야기까지 울림을 준다.

 

음악 매거진 크래쉬(Clash)는 그의 두 번째 앨범 [I’m A Dream]을 두고 전작보다 훨씬 강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춤추기 좋은 팝 음악도 있지만 느린 템포의 곡에서 오히려 더 강한 울림과 인상 깊은 모습을 남긴다고도 덧붙였다.

 

시나보 시는 두 번째 앨범에서 앞서 소개한 “Breathe”와 “I Owe You Nothing” 외에도 “Good In You” 곡을 가지고도 활동 중이다. 바이스(VICE)를 비롯해 많은 매체가 그의 성장을 주목하고 있으며, 절대 다수에게 사랑받는 대중적인 팝 스타라고 할 순 없지만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를 비롯해 많은 음악가가 시나보 시의 음악을 SNS나 인터뷰에서 거론할 정도로 ‘음악가들에게 영향을 주는 음악가’가 되어가고 있다.

 

※ Seinabo Sey “I Owe You Nothing” https://bit.ly/2uDUTeh

※ Seinabo Sey “Younger” 2014 Nobel Peace Prize Concert https://bit.ly/2E5Fo4s

※ Seinabo Sey “Pretend” https://bit.ly/1OvQdZX

※ Seinabo Sey “Hard Time” https://bit.ly/1pTX9nY

※ Seinabo Sey “Truth” A Colors Show https://bit.ly/2Jl9aXc

 

필자 블럭(bluc, 박준우): 음악에 관해 글을 쓰고 행사를 기획하는 프리랜서이며, <노래하는 페미니즘>(니나 시몬부터 비욘세까지 페미니즘과 연대하는 팝뮤직, 한길사, 2019)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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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5/18 [13:38]  최종편집: ⓒ 일다
 
독자 19/05/18 [20:21] 수정 삭제  
  오늘의음감은 younger. MV도 넘 좋네요.
19/05/26 [12:29] 수정 삭제  
  멋진 뮤지션들이 많구나, 애독하는 칼럼이에요.
. 19/05/26 [12:31] 수정 삭제  
  younger 가사 해석해보려 했는데 넘 어렵네요. 은유적으로 표현한 가사를 해석하다보면 바보같이 되는 느낌이라 ㅠㅠ 그래도 곡 너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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