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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로 만든 집!?
[도시에서 자급자족 실험기] 생태건축⑥ 압축 볏짚 쌓기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이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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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이민영님이 목공을 배우고 적정기술을 익히며, 동료들과 함께 전기와 화학물질 없는 도시를 꿈꾸면서 일상을 제작해나가는 과정을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편집자 주

 

한 사람을 호명할 때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호칭이 달라지는 것처럼, 우리가 짓고 있는 건물 한 채도 공정 시기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달라지고 있다. 벽체를 세울 땐 경량 목구조 건물, 지붕을 올릴 땐 맞배지붕집이라 불렀는데 단열시공을 할 때가 되니 지푸라기 집(Straw-bale house, 짚을 압축해 만든 집)이라 부르는 우리를 발견하게 된다.

 

지푸라기 집은 어디서부터 왔을까

 

짚과 흙으로 건축물을 짓는 방식은 전 세계적으로 오래되었다. 한국의 전통가옥인 초가만 보더라도 나무와 돌로 뼈대를 세우고 짚을 이어 지붕을 덮고 흙과 모래, 짚을 물과 반죽해 마감한다. 하지만 스트로베일 방식이 별도의 이름을 얻게 된 데는, 짚이 흙과 버무려져 벽으로 쌓아 올려지는 방식이 아닌 짚 자체를 압축해 벽을 세울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하면서부터였다 한다.

 

▲ 미국 네브라스카 주의 잔디 떼 집     ©출처: commons.wikimedia.org

 

미국 중앙에 위치한 네브래스카 주는 거대한 평야 지대로 집의 골조를 세우는데 핵심적인 자재인 목재가 아주 귀한 지역이었다. 그래서 이 지역에는 골격 없이 잔디 떼를 벽돌 대용으로 쌓아올린 집(Sod House)이 흔했는데, 1860년대 짚단 압축기가 개발되면서 잔디 떼 대신 압축 짚단을 쌓아서 집을 짓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로 압축 짚단만으로 벽을 쌓는 방식이 네브래스카 주에 광범위하게 보급되다가, 1940년대부터는 골조를 세운 다음 압축한 짚단을 단열용으로 둘러쌓는 방식으로까지 발전되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대량 생산체계가 가동되면서 스스로 집을 짓는 방식이 아닌 먼 거리에서 자재를 운송해 전문가가 짓는 방식이 일반화되었고, 지푸라기 집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1970년대 이후 들어 자연의 소재를 활용해 인류와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건축방식을 고민하는 이들이 늘어나며 세계적으로 지푸라기 집이 알려지고 그 기술이 전파되었다고 한다.

 

지푸라기 집의 강점

 

볏짚을 압축한 벽은 평균적으로 현존하는 고단열 주택보다 단열성이 2~3배 높다. 목조주택의 단열재로 주로 사용하는 유리섬유와도 큰 차이가 없을 정도다. 게다가 볏짚은 대롱(Straw)으로 스스로 적정습도인 15%를 유지하려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다른 자재에 비해 통기성이 좋다.

 

▲ 박공 면에 압축 짚을 쌓고 있다.     ©촬영: 비전화공방서울

 

199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70여 명이 죽고 피해액만 40조 원에 이르는 지진(진도 6.7)이 발생했을 때에도 지푸라기 집만은 멀쩡했다는 보고가 있다. 압축 짚은 유연하면서도 내부에 공기층이 있어, 압축 짚으로 만든 두께 60cm의 벽은 폭 1m당 약 890kg(고밀도 압축 시 최대 5,950kg)의 중량에도 버틴다고 한다. 또한 내진, 내화 능력뿐만 아니라 탈취, 방음, 전자파 차단 효과 등도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여러 장점 중에서도 비전화(非電化, 전기와 화학물질로부터 자유로운) 건축물을 지푸라기 집으로 지으려고 한 가장 큰 까닭은 경제성과 형태의 자율성 때문이었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반도에서 볏짚은 손쉽게 무료에 가깝게 얻을 수 있는 훌륭한 건축자재다. 또한 집의 모양은 그곳에 사용되는 건축자재의 영향을 받는데, 볏짚은 어떻게 압축하느냐 그리고 어떤 요소를 가미하느냐에 따라 벽의 형태를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다. 직선으로 가득한 도시에서 불규칙한 곡선을 만들어보려던 시도에 볏짚은 꽤 매력적인 소재였다.

 

목구조에 압축 짚 세워쌓기

 

고속도로를 따라 이동하다 보면 추수를 마친 넓은 평야 지대에 원통 모양으로 말려있던 볏짚 묶음을 서울 한복판에서 보게 될 줄이야. 볏짚은 흔히 곤포로 여러 겹으로 감아 발효시켜 사일리지(Silage)로 제조하여 가축의 먹이를 만들기도 하고, 축사 바닥에 깔거나 거름용으로 주로 쓴다. 우리가 쓸 짚은 단열재 대용이어서 사각볏짚으로 구매했다. 왕겨와 마찬가지로 볏짚 가격보다 운반비가 훨씬 더 드는 건 역시나 아이러니다.

 

▲ 창문 있는 벽의 압축 짚 적재방식     ©그림: 김재윤

 

압축 짚을 쌓아 고정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쌓는 형태로는 눕혀쌓기와 세워쌓기가 있는데, 눕혀쌓기는 안정적이고 단열성이 높지만 적은 압축 짚으로도 벽을 단열할 수 있는 세워쌓기 방식을 택했다. 한국의 지푸라기 짚은 주로 판재로 틀을 만들고 그 안에 짚을 압축해 넣는 포스트빔(Post&Beam) 구조가 일반적인데, 비전화카페는 2X4 경량 목구조를 기반으로 하므로, 외벽 바깥으로 두 줄의 토대 위에 합판을 덮고 그 위에 압축 짚을 둘러치는 방식을 선택했다.

 

핵심과제, 압축 짚 고정

 

우리가 택한 방식은 어떻게 벽체와 볏짚을 단단하게 고정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과제다. 사각압축 볏짚에 최대한 변형을 가하지 않고 사용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창 옆면은 규격에 맞게 수동 압축기로 다시 재단하고 창 윗면은 인방을 걸어 버팀목을 만들어 역시 성형한 압축 볏짚을 쌓아 얹었다. 벽체의 위와 아래에 일정한 간격으로 ㄱ자 철물을 설치해 철물의 구멍에 나일론 끈이 사선으로 지나가게 해서 짚을 든든하게 고정했다. 그리고 짚을 압축한 끈과 벽체와 짚 간의 결합력을 높이는 나일론 끈을 다시 묶어 이후 흙 미장 시 이탈을 막았다. 볏짚과 볏짚 사이의 빈틈은 빠져나온 볏짚을 뭉쳐 최대한 쑤셔 넣어준다.

 

두꺼운 압축 짚을 네 면에 쌓으면 자연스레 사각형의 모서리에 직각삼각형 모양의 여백이 생긴다. 이곳은 짚으로 단열하기엔 규모가 애매해 각자 실측한 뒤 합판을 재단해 고정하여 지붕단열하듯 왕겨를 부어 넣었다.

 

▲ 볏짚이 떨어지지 않도록 꼼꼼하게 고정한다.     ©촬영: 이한나

 

나름의 근거자료를 갖고 지푸라기 집을 짓고 있지만 실상 한 번도 지푸라기 집에서 일상생활을 하거나 활동해 본 경험이 없으니 이게 과연 어느 정도의 단열 기능을 할지 의구심을 가지며 작업에 임하게 된다. 건축현장은 제작자가 떠나면 짚에 남아있는 낟알 부스러기를 먹으러 온 새들이 장악한다. 완공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결과물을 기다리며 짚단을 옮길 때마다 코와 목이 간질간질해 재채기를 하는 내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참고자료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집 스트로베일 하우스(2007) 이웅희, 홍순천 저

문학 속의 지리 이야기 (2014) 조지욱 저

지진도 이겨내는 친환경 ‘스트로베일 하우스’(2018.02.25)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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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6/04 [14:56]  최종편집: ⓒ 일다
 
저자극 19/06/05 [14:19] 수정 삭제  
  스트로베일 하우스.. 지진에는 가장 강하겠네요. ^^ 단열재로 다른 것보다 진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지푸라기집은 여름에 습하면 좀 힘들 거 같기도 한데. 완성되면 가서 체험해보고 싶어요.
grey 19/06/06 [14:44] 수정 삭제  
  앞축짚의 두께가 엄청나네.. 지푸라기 집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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