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음악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히잡 쓴 무슬림 여성에 대한 시선을 변화시킨 힙합곡
<페미니스트라면 이 뮤지션> 무슬림 여성 래퍼, 모나 헤이더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블럭
광고

곡 하나로 전 세계를 뒤집는 경우가 이따금 생겨난다. 많은 대중에게 사랑을 받으면서 반향을 일으키는 곡도 있고, 곡 안에 담긴 의미 때문에 많은 사람에게 주목을 받고 회자되는 경우도 있다. 지금 소개하는 곡 “Hijabi(Wrap My Hijab)”은 후자에 해당한다. ‘당신이 싫어해도 나는 히잡을 쓴다’는 가사가 담긴 이 곡은 빌보드 선정 ‘역사상 최고의 페미니스트 앤썸(anthem, 성가) 25곡’ 중 하나로 뽑히기도 했다.

 

▲ 무슬림 여성의 정체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페미니스트 래퍼 모나 헤이더(Mona Haydar)는 시리아 이주민 2세로, 미국 미시간주 플린트시에서 태어나 자랐다. “Dog” 뮤직비디오 중에서.  

 

최고의 페미니즘 힙합곡 중 하나로 꼽히는 “Hijabi”

 

“Hijabi(Wrap My Hijab)”는 짧게 나뉜 랩 가사로 구성되어 있으며, 뚜렷한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곡 초반은 “머리칼은 어떻게 생겼냐, 멋있을 것 같은데, 땀 안 나냐, 안 답답하냐, 머리는 얼마나 기냐’라는 가사로 시작한다. 무슬림 여성이 가장 많이 듣는 소리들이다. 이후에 나오는 가사는 “넌 네 삶을 살 필요가 있어.” 즉, 주변의 말들에 신경 쓰지 말라는 이야기다.

 

가사는 좀 더 직접적인 표현으로 이어진다. “넌 오직 오리엔탈리즘으로만 바라보지, 그 입을 쉴 새 없이 놀리지, 난 너네의 이국적인 휴가가 아니야.” 이쯤 되면 앞서 ‘네 삶을 살 필요가 있다’는 말은, 잘 모르면서 남의 일에 참견하거나 타인이 선택한 삶의 방식에 대해 신경 쓰지 말라는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다.

 

많은 서구권 사람들이 히잡을 여성 억압의 상징으로 규정해버렸다. 그러나 히잡을 쓰는 당사자 여성 중에는 히잡을 씀으로써 자신이 무슬림이라는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오히려 자기 긍정의 에너지를 갖게 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이 곡을 쓴 모나 헤이더(Mona Haydar)도 히잡을 쓰는 것을 억압이라고 간주하는 것은 서구의 시선, 정확하게는 백인의 시선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들(백인들)은 무슬림 여성에게 자꾸 뭘 벗으라고 강요하면서, 그것이 여성의 자유와 해방이라고 설파한다고 말이다. 사실 이러한 논리는 최근까지도, 그러니까 2015년 이후 프랑스 일부 해수욕장에서 부르키니(무슬림 여성을 위한 수영복)를 금지할 때도 적용되었다. 당시 마뉘엘 발스(Manuel Valls) 총리는 부르키니가 여성의 노예화, 억압을 상징한다고 했다.

 

▲ 히잡을 쓴 여성을 모욕하거나 히잡을 벗기고 싶어하는 이들을 비판하며, 무슬림 혐오에 관해 이야기하는 모나 헤이더와 그의 남편. (Joshua Seftel 감독이 제작한 단편 “The Secret Life of Muslims” 중에서)   ©출처: USA TODAY

 

그러나 모나 헤이더는 히잡 착용에 대한 서구 사회의 인식이 자의적인 해석이라며 반론을 제기한다. 히잡은 자신의 자부심이자 정체성을 표현하는 방식, 그리고 패션 아이템이기도 하다는 것. 모나 헤이더는 여성 매체 글래머(Glamour)와의 인터뷰에서 “히잡은 명예의 훈장과도 같다. 스스로를 위한 영적 훈련이기도 하다. 나를 위해, 나는 히잡을 쓰는 것이 내 결정이고 내 선택이라는 완전한 의식을 가지며 세계로 걸어 나가고 있다. 나는 거기서 힘을 얻는다. 사람들이 여성에게 강요하는 기준에서 스스로를 분리시키는 것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히잡을 쓴 여성이 아름답지 못하다는 생각이나, 혹은 히잡을 ‘벗기고 싶어하는’ 욕구는 어쩌면 편협하고 누군가에게 폭력적인 것이 될 수도 있다. 이제 무슬림 여성 중에는 이러한 시선에 적극적으로, 능동적으로 맞서는 이들이 나오고 있다.

 

모나 헤이더 뿐만 아니라 유나(Yuna)를 비롯해 히잡을 쓴 음악가, 예술가가 늘어나면서 히잡을 쓴 무슬림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뀐 면도 있다.

 

“Hijabi”이라는 곡이 나오기 전후로, 그러니까 2015년부터 히잡을 출시한 패션 브랜드가 늘어났다. 패션 디자이너이자 비주얼 아티스트인 하나 타지마(Hana Tajima)는 2015년 유니클로와 협업을 성사시키며 여성 의류 라인을 출시할 때 히잡도 함께 출시했다. 또 스웨덴의 무슬림 여성이자 패션 디자이너인 이만 알데베(Iman Aldebe) 역시 자국의 패션 브랜드인 H&M과 협업하는데 성공했다. 두 여성 디자이너는 패션 영역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멋지게 드러냈다.

 

이러한 시도가 이어지자 다른 브랜드에서도 히잡 라인을 론칭하거나 무슬림 여성 디자이너를 찾기 시작했고, 나이키와 아디다스 같은 대형 브랜드도 히잡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 모나 헤이더(Mona Haydar)의 “Hijabi(Wrap My Hijab)” 뮤직비디오 중에서    

 

여성혐오자를 몰아내고, 페미니스트 행성을 만들자

 

다시 “Hijabi(Wrap My Hijab)”의 메시지로 돌아와 이야기하면, 모나 헤이더는 ‘배우려면 돈을 내라’고도 말한다. 왜냐면 항상 여성에 대한 편견을 마주치면 꼭 설명해야 하는 쪽은 여성이 되기 때문이다. 남성들은 힘도 안 들이고 뭔가를 배우는 셈이다.

 

그는 ‘우리 무슬림 여성은 아름답고 멋지다’고 말하면서 세계 무슬림 여성들의 힘 모으기를 이야기하는 한편, 곡의 끝부분에서 ‘페미니스트 행성을 만들자’, ‘여성혐오자들은 몰아내자’고 외친다.

 

모나 헤이더는 이 하나의 곡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Hijabi(Wrap My Hijab)”는 2017년에 발표되었고, 미 공영방송인 NPR은 이 곡을 두고 “비욘세(Beyonce)의 앨범 [Lemonade]를 연상시킨다”고 평하며 좋은 반응을 보였다. 이후 모나 헤이더에 대해 이야기하는 매체는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

 

모나 헤이더는 인터뷰도 여러 차례 했는데, 가장 인상 깊은 내용은 엘르(Elle) 매거진과의 인터뷰다. 그는 “내 음악은 인종차별주의와 싸우는 이들을 위한 음악이다. 지배(구조)에 관해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내 음악은 무슬림 여성이 어떤 사람들인지 재정의하는 새로운 무언가를 보는 사람들을 위한 소개다.”라고 밝혔다.

 

▲ 종교 지도자들이 여성을 학대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며 가부장제를 통렬히 비판하는 곡, 모나 헤이더(Mona Haydar)의 “Dog” (ft. Jackie Cruz) 뮤직비디오 중에서  

 

모나 헤이더는 시리아 이주민 2세로, 미국 미시간주 플린트시에서 태어나 자랐다. 14살 때부터 오픈 마이크(공지된 시간과 장소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공연할 수 있는 포맷)에서 스포큰 워드(시 낭송, 미국 시는 라임과 운율이 중요하기 때문에 랩의 형태와 흡사하다)를 선보였다. 그는 플린트에서 살면서 자연스럽게 랩을 접했으며, 어릴 때부터 가사를 써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고 한다.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음악적으로 풀어낸다는 점에 있어서, 모나 헤이더는 훌륭한 래퍼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이때부터 그는 주류 매체가 무시하는, 그러나 자신이 겪고 보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백인 우월주의와 인종주의에 관해 깊이 공부했고, 지금은 뉴욕 유니언신학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무슬림이지만 신학교에 들어가 미국의 기독교 중심주의를 비판적으로 공부하고 있는 셈이다. 모나 헤이더는 스스로를 ‘두 아이의 엄마이자 시인, 래퍼, 활동가, 박사과정 중’이라고 소개하기도 한다.

 

그가 이어 발표한 싱글 “Dog”는 종교적 지위가 있는 남성들이 여성을 학대하는 것을 통렬히 비판하며 가부장제를 반격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 곡과 “Suicide Doors”, “Lifted” 그리고 아름다움의 표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2018년에 발표한 EP [Barbarican] 모두 좋은 반응을 얻었다.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신랄한 풍자와 함께 트렌디한 분위기 위에 멋진 랩 실력을 드러내는 모나 헤이더의 곡은 음악적으로도 훌륭하다. 아마 NPR은 트렌드와 메시지를 잘 결합했다는 점에서, 또 곡의 설득력을 훌륭하게 뒷받침하는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그의 음악에서 비욘세를 떠올린 것이 아닐까 싶다.

 

※ Mona Haydar “Hijabi(Wrap My Hijab)” https://bit.ly/2nFNc5B

※ Mona Haydar “Dog (ft. Jackie Cruz)” https://bit.ly/2u2uyWo

※ Mona Haydar “Barbarian” https://bit.ly/2HTWIYX

※ Mona Haydar “Suicide Doors” (ft. Drea D'Nur) https://bit.ly/2IvVLIM

※ Mona Haydar “Lifted” https://bit.ly/2ICbXs7

 

필자 블럭(bluc, 박준우): 음악에 관해 글을 쓰고 행사를 기획하는 프리랜서이며, <노래하는 페미니즘>(니나 시몬부터 비욘세까지 페미니즘과 연대하는 팝뮤직, 한길사, 2019)를 썼습니다.

배너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요즘 공감
기사입력: 2019/06/11 [11:51]  최종편집: ⓒ 일다
 
매용 19/06/12 [20:36] 수정 삭제  
  새로운 무슬림 여성 캐릭터의 탄생인가요, 엄청 멋있네요.
funny 19/06/14 [07:27] 수정 삭제  
  오늘도 즐감~
chaos64 19/06/16 [22:21] 수정 삭제  
  히잡을 쓸 권리도 있고 쓰지 않을 권리도 있다 문제는 많은 지역에서 쓰지 않을 권리는 없다는 것이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임소희의 요가툰
플라잉요가 체험
썸네일 이미지
. ... / 임소희
도시에서 자급자족 실험기
비전화카페 문이 열렸습니다
썸네일 이미지
. ... / 이민영
최하란의 No Woman No Cry
가정폭력, 생존자의 질문
썸네일 이미지
. ... / 최하란
일다 후원 캠페인
"일다의 친구를 찾습니다"
썸네일 이미지
. ... / 일다
‘산뜻하면서도 고급스럽게’ 웹디자이너의 적정 노동값은? / 은혜
‘메갈 세대’ 페미니스트들이 여성학을 만났을 때 / 송유진
‘신공’을 아시나요? 그 시절은 정말 흑역사일까 / 박주연
지적장애인 집단살상 이후, 시설에 남겨진 사람들 / 오카베 고스케
성폭력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얼마? / 나랑
비전화카페 문이 열렸습니다 / 이민영
북·중·한…이동하는 북한여성, 내 ‘집’은 어디인가 / 김성경
가정폭력, 생존자의 질문 / 최하란
플라잉요가 체험 / 임소희
퀴어 관계 속 데이트 폭력과 학대, 어떻게 해결할까 / 박주연
일다소식
[뉴스레터] ‘메갈 세대’ 페미니스트들이 여성학을 만났을 때
[뉴스레터] 퀴어 관계 속 데이트폭력과 학대, 어떻게 해결할까
2019년 9월 <일다> 독자위원회 모니터링 회의 내용입니다!
[뉴스레터] 미래의 여성들은 여성혐오 없는 ‘게임’을 즐기길!
[뉴스레터] 양공주, 자유부인, 위안부…한국의 ‘여성혐오’史
[뉴스레터] 우리가 독일에 도착한 이유: 밀레니엄 시대 한국 여성의 이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