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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건강을 보장하는 정책, 우린 “왜 없어?”
‘#왜없어 프로젝트’ 대표 후쿠다 가즈코 인터뷰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가시와라 도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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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다 가즈코 씨는 내가 지금껏 본 적 없는 ‘기구’를 차례차례 늘어놓더니, 생글거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건 피임링. 질에 넣으면 호르몬이 조금씩 나와서 효과는 3주간 지속돼요. 지금 스웨덴에서 제법 인기가 있고, 피임 성공률은 91%에요. 이건 팔뚝에 박는 임플란트. 동남아시아 등에서도 일상적으로 유통되고 있는데, 일본에 사는 이주여성 중에는 이걸 다룰 줄 아는 의사를 찾지 못해 곤란해하는 분도 있죠. 이건 출산경험이 없는 사람도 쓰기 쉽고, 얇고 작은 자궁 내 피임시스템인 IUS. 약 3년간 효과가 지속되고. 둘 다 성공률은 99% 이상이에요!”

 

이 외에도 주사나 패치, 컵 등. 세계에는 여성의 성 건강(sexual health)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피임법이 있다. 주사나 임플란트, 링, 컵에 이르기까지 세계보건기구(WHO)는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지만, 일본에선 개인의 선택지로 존재하지 않는다. 또 일본에도 있는 알약이나 IUS·IUD는 다른 나라에 비해 비싸다. 일본에서 주요한 피임구는 아직까지 일반 사용 시 성공률이 겨우 85%인 콘돔, 마찬가지로 성공률 91%이지만 매일 마셔야 하고 깜빡 잊어버리면 불안해지는 저용량 알약이다.

 

일본에는 피임의 다양한 선택지도, 제대로 된 성교육도, 피임구에 대한 정보도, 안심하고 상담할 수 있는 장소도 없다. 소리를 높여 이런 상황을 바꿔보자며 ‘#왜없어 프로젝트’를 설립한 이가 후쿠다 가즈코 씨.

 

▲ ‘#왜없어 프로젝트’ 대표 후쿠다 가즈코 씨(1995년 도쿄 출생). 세계성과학회 Youth Initiative Committee 위원.     ©촬영: 우이 마키코

 

성 건강을 뒷받침해주는 스웨덴에서 해방감 느껴

 

후쿠다 가즈코 씨는 유흥업소가 빼곡한 도쿄의 환락가 인근에서 태어나 자랐다. 어린 시절 성매매 여성들이 입고 있는 옷에 대해 동경심을 가진 것을 계기로, 대학에서 환락가와 성산업의 역사를 공부하게 됐다.

 

“옛날 유곽에서 유행하던 매독(성병)이, 제가 대학에 입학한 무렵 다시 번지기 시작해 깜짝 놀랐어요”

 

후쿠다 씨는 성매매 여성들이 국가 정책과 제도에 농락당하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고, ‘공공정책’으로 전공을 전향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성구매자를 처벌하는 법률이 만들어진(1999년) 스웨덴 사회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서 2016년부터 1년간 유학했다. 어느 날, 그곳 산부인과에서 저용량 피임약을 처방받았는데, 의사로부터 “다른 선택지는 생각해봤냐?”는 질문과 함께 다양한 피임 방법을 소개받았다.

 

스웨덴에는 청년들이 무료로 성에 대해 배우고 상담할 수 있는 ‘유스클리닉’이 250개 이상 있으며, 그곳에서 다양한 피임구를 저렴하게 제공해준다.

 

“다양한 피임 선택지 중에서 각자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고르는 거죠. 그것을 경제적, 정신적으로 뒷받침하는 시스템과 환경이 있고요. 그럴 때, 스스로가 굉장히 자유로워지고 힘이 생기는 느낌이 들었어요.”

 

귀국 후, 일본과 스웨덴 사회의 극심한 차이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미국, 영국, 호주, 프랑스, 독일, 캐나다의 피임상황을 조사해보았다. 많은 나라에서 청년들을 위해 월 500엔 이하의 다양한 피임법을 준비하고 있었다.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 일본에는 없다.” 그래서 2018년 5월에 ‘#왜없어 프로젝트’를 설립했다.

 

#왜없어, 당연한 권리를 누가 빼앗고 있지?

 

후쿠다 씨가 시작한 ‘#왜없어 프로젝트’는 신기한 힘을 갖는다. 아직도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존재하지만, ‘#왜없어’(#なんでないの)는 누구나 말하기 쉽고 SNS로 퍼지기 쉽다. 다른 이의 마음에 쉽게 전해지면서도 당연한 권리를 빼앗긴 상황과 빼앗아온 주체, 그 상황을 방치해 온 윗세대의 책임을 통렬하게 끌어낸다.

 

“피임뿐 아니라 다양한 ‘왜 없어?’를 깨닫는 툴(tool)이 되기도 하죠.”

 

#왜없어 프로젝트의 웹사이트에서는 세계의 피임법을 소개하고, 여성들의 목소리를 모은다. 데이트 강간을 당한 경험, “피임약을 살 돈이 없다”고 호소하는 20대 여성, “남편이 피임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기혼 여성, “아이가 생겨 어쩔 수 없이 결혼했는데, 긴급피임약을 알았더라면…”이라고 말하는 40대 여성 등 다양한 목소리가 모이고 있다. “가시화되지 않은 수요가 아직 많아요. 그것을 조사하고 팩트(fact)로서 사회에 제시하고자 합니다.”

 

▲ 미국 스탠포드 대학 등에서는 긴급피임약과 콘돔 자동판매기를 설치해 학생들이 저렴하게 피임구를 구입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텍사스대학에도 긴급피임약 자동판매기 도입을 요구하는 온라인 캠페인 청원.   ©출처: Change.org

 

또한 성 건강교육을 보급하는 비영리단체 <필콘>과 함께 작년 9월부터 Change.org에서 ‘애프터필(긴급피임약)을 필요로 하는 모든 여성에게!’ 캠페인을 펼쳐 2만 명 가량의 동의를 얻었다.

 

해외에서는 약국에서 무료부터 몇천엔 정도면 살 수 있는 긴급피임약이 일본에서는 산부인과 병원에 가서 1만5천 엔에서 2만 엔을 줘야만 살 수 있다. 올 3월에 일반의약품이 만들어졌고(종래의 반값) 이제 온라인 진료가 승인될 전망이지만, 시판은 보류되었다.

 

후쿠다 가즈코 씨는 올 3월에 대학을 졸업하고 9월부터는 스웨덴 예테보리대학 의학부 석사과정에 진학해 의료정책을 연구할 예정이다.

 

“어떤 정책을 펴면 생식건강권(reproductive health rights)을 젠더나 계급 격차와 상관없이 모두에게 보장할 수 있을지, 선진적 연구를 배우고 오겠습니다!”

 

후쿠다 씨의 공부가 앞으로 일본의 성 건강을 크게 바꿀 것이다.

 

※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고주영님이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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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6/16 [22:32]  최종편집: ⓒ 일다
 
냐디 19/06/18 [10:28] 수정 삭제  
  #なんでないの 해시태그 같은 고유명사에 가까운 단어는 원래 표기를 쓰고 번역을 써주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미투 운동을 MeToo를 같이 써주거나 하는 것 처럼요. 영어는 쉽게 그러는데 그 외의 언어는 쉽게 간과해버리는 것 같아요.
일다 19/06/29 [19:00] 수정 삭제  
  냐디 독자님, 좋은 의견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물 19/07/01 [19:49] 수정 삭제  
  재밌는 프로젝트군요! 근데 생각해보니까 없는게 한둘이 아니라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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