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여 사이’ 위치에서 성차별 사회와 싸웁니다

오사카의 트랜스젠더 변호사 나카오카 슌 인터뷰

샤노 요코 | 기사입력 2019/07/13 [11:11]

‘남-여 사이’ 위치에서 성차별 사회와 싸웁니다

오사카의 트랜스젠더 변호사 나카오카 슌 인터뷰

샤노 요코 | 입력 : 2019/07/13 [11:11]

오사카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나카오카 슌(仲岡しゅん씨의 사무실에는 상담이 끊이지 않는다. 방문하는 이들 다수는 가정폭력이나 이혼, 빚 문제로 고민하는 여성들이다. 그리고 나카오카 씨와 마찬가지로 트랜스젠더인 내담자도 적지 않다.

 

‘우리 편이 되어줄 변호사가 되어 달라’는 요청

 

▲ 나카오카 슌 변호사. 호적상 성별은 남성이지만, 여성 변호사로서 성과 관련한 법률 문제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 에리구치 아키코

사람은 자신이 태어날 환경이나 피부색, 성적 지향 등을 미리 선택할 수 없다. 그럼에도 바로 거기에서 차별과 배제가 발생한다.

 

나카오카 슌 씨는 유소년기에 아토피성 피부염이 있었다. 자신의 피부를 보고 주변에서 “더럽다”는 말을 들으며 ‘나는 더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사춘기가 되자, 자신의 몸과 마음에 대한 위화감이 커지기 시작했다.

 

“남자애들은 여자들에게 관심을 가졌는데, 저는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제가 게이인가 했죠.”

 

더욱 크게 영향을 준 것은 변성기가 오고 수염이 자라는 자신의 몸에 대한 혐오감이었다. 나는 대체 뭘까, 말할 수 없는 불편함을 가슴 속에 품고 자랐다.

 

변호사를 목표로 삼게 된 것은 대학 시절에 만난 사람들 때문이었다. 인권문제를 연구하는 동아리, 장애인들이 모이는 장소, 외국인이 모이는 일본어 교실… 나카오카 씨는 지적장애인 활동지원사와 어린이 보육지도사 등의 활동을 하며 사회적 소수자, 마이너리티(비주류)라고 내몰려진 사람들의 상황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들로부터 “우리 편이 되어줄 수 있는 변호사가 되어 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사회가 이렇게도 여성이 살기 어려운 곳이었나!

 

나카오카 씨 자신도 마이너리티가 되었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트랜지션하고, 호적은 남성으로 남겨둔 채 사회적으로는 여성으로 생활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당시에는 ‘뉴하프’(일본어에서 ‘하프’는 인종이 섞인 ‘혼혈’을, ‘뉴하프’는 성별이 섞인 트랜스젠더를 이른다)라고 불렸는데, 지금보다 할 수 있는 일도 훨씬 제한적이었어요. 앞으로의 삶을 생각해서 ‘흔들림 없는’ 일을 원했죠. 그러다가 ‘변호사라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 거예요.”

 

성전환을 한 것은 20대 중반. 지인이 트랜스젠더 모임에 데리고 간 것이 계기가 됐다.

 

“남성의 모습을 한 저에게, 한 트랜스젠더 분이 ‘너라면 가고 싶은 길로 갈 수 있어’라고 얘기하셨는데, 그때 처음으로 ‘그런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혼자서 연구를 거듭하고 시간을 들여 겉모습을 바꾸기 시작했다. 복장을 비롯해 ‘여성’으로 생활하게 되었을 때 “같은 세계를 사는데도, 보이는 세계가 다르다”는 사실을 통감했다고 나카오카 씨는 말한다.

 

“여성으로 살게 되면서 남성으로서 살던 때와 다른 시선, 다른 대우, 공포를 느껴요. 이 사회가 여성에게 이렇게도 살기 어려운 곳이었나, 새삼 알게 되었어요. 특히 변호사 업무를 하다 보면 남녀의 성, 섹스와 관련된 비대칭성을 쉽게 알 수 있죠.”

 

합의해서 피임 없이 성관계를 가진 결과는 임신. 하지만 결국 그 상황으로부터 도망치는 남성이 얼마나 많은가. 반면, 임신한 여성은 결코 도망갈 수 없다. 신체적 부담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자기 책임’과 ‘부모로서 의무와 자각’을 엄격하게 요구받는다.

 

“원래는 그 부분을 사회에서 법률로 조치해줘야 하는데, 법률은커녕 여성이 뭔가 행동을 취하지 않는 이상 남성에게 책임을 묻는 경우는 없습니다. 여성 혼자서 하는 임신이 아닌데, 남자의 책임은 어디로 간 건가 분노를 느끼죠.”

 

당신에겐 자기 삶을 선택할 힘과 권리가 있다!

 

겉모습이 소위 ‘여성적’이 되어도 아이를 낳을 수는 없다. 나카오카 씨의 성별은 호적상으로는 ‘남자’. 그런 자신이 ‘남녀의 사이’에 있다고 자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알 수 있는 것이 있다”고 그는 말한다. 강연 요청을 많이 받는 편인데, 강연에서는 스스로를 이성애자라고 믿고 있을 다수의 청중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트랜스젠더와 성적 소수자 문제는, 여러분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남녀의 역할을 정해 고정화하는 성별 이분법이, 앞서 말한 남녀의 비대칭성과 불평등을 떠받치고 있다. 거기에서 ‘벗어난’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는 더더욱 배제되고, 때로는 편리하게 이용당한다. 텔레비전에 나와 유명해지면 추어올리지만, 법률이나 시설관리 상에서 성전환은 고려되지 않고 호적상 성 그대로 취급받는다.

 

일례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한 사람이 남성형무소에 수용되어 성적 폭력을 당하거나, 정기적으로 맞아야 하는 호르몬주사를 맞지 못하게 되는 등 인권침해도 일어나고 있다.

 

나카오카 슌 씨가 변호사가 된 지 올해로 4년 차를 맞는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후 두 곳의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한 후, 3년 차에 독립해 ‘우루와종합법률사무소’를 개업했다. 현재 사무실에는 나카오카 씨 외에 두 명의 여성 변호사가 재직하고 있다. 부모와 함께 온 어린이가 놀 수 있는 공간도 있고, 나무서재에 그림책과 장난감이 즐비하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가운데, “사회적 소수자의 힘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동시에 내담자에게는 이렇게 말한다.

 

“직접 선택할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있어요.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떠맡기지 말고,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선택해야 해요. ‘자기 책임’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당신에게는 선택할 힘과 권리와 자유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고민이 된다면, 지혜가 있는 사람과 상의하세요. 가령, 저를 찾아오든가…(웃음)”

 

※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고주영님이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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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 2019/07/21 [16:45] 수정 | 삭제
  • 참 멋지다. 정의로운 여자들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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