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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혈연 아닌 ‘사회적 가족’의 파트너십 인정하라
서울시의회, 사회적 가족 지원을 위한 정책 토론회서 제기된 이슈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박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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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발표된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여론조사’(여성가족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실시)에 따르면, ‘혼인·혈연에 무관하게 생계와 주거를 공유할 경우, 가족으로 인정한다’고 답하는 사람이 66.3%나 됐다. 그만큼 이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가족’의 의미는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여론조사 중, ‘생계와 주거를 공유할 경우 가족으로 인정한다’고 답한 사람이 66.3%다. 젊은층 중심으로 법률혼 이외의 가족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여성가족부 &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19

 

서울시 기준, 1인 가구는 30%를 돌파했다. 혼인 관계로 진입하지 않은 이성 동거 커플, 한부모 가정뿐만 아니라 혈연으로 묶이지 않은 ‘비친족가구’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또 여전히 사회에서 배제되고 있는 관계로 통계에서조차 언급되지 않지만, 동성 동거 커플도 존재한다는 게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참고: “나? 남다를 것 없는 한국에 사는 ‘유부녀 레즈비언’”, 심윤지 기자, 경향신문 2019년 9월 21일자)

 

통계청의 ‘장래 가구 추계: 2015~2045년’에서도 확인되듯이 모(여성)와 부(남성) 그리고 자녀로 이루어진 이른바 ‘정상가족’의 비율은 앞으로 계속 감소 추세라는 사실이 우리 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정책과 제도는 ‘정상가족’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다. 때문에 ‘정상가족’이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난 많은 사회 구성원들이 배제와 차별을 겪고 있다.

 

▲ 2017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장래 가구 추계: 2015~2045년’ 중     ©출처: 통계청

 

이로 인해 생겨나는 문제점들을 해소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10월 29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서울시의회가 주최하고 권수정 서울시의원, 가족구성권연구소,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정의당 서울시당이 공동 주관한 <혼인·혈연 가족을 넘어 사회를 다시 만드는 새로운 유대: 서울시 사회적 가족 지원을 위한 정책 토론회>다.

 

좌장을 맡은 권수정 서울시의원은 “‘정상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동등한 사회적 지위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시민의 다양한 삶에 주목하고, 이들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한 제도를 선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이번 토론회의 목적을 밝혔다.

 

“더 이상 당연한 가족은 없다”

 

서울시는 ‘정상가족’ 궤도에서 벗어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2016년에 제정한 ‘서울특별시 사회적 가족도시 구현을 위한 1인 가구 지원 기본 조례’에서 이미 ‘사회적 가족’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여기서 ‘사회적 가족’이란 ‘혈연이나 혼인 관계로 이루어지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취사, 취침 등 생계를 함께 유지하는 형태의 공동체’를 뜻한다.

 

하지만 가족구성권연구소 김순남 대표는 “서울시 1인 가구 지원 기본 조례는 ‘사회적 가족’이라는 개념만 제시할 뿐이며 또한 1인 가구 지원에 한정”하고 있어 “다양한 관계성을 포괄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 10월 29일 서울시의회 주최로, 서울시 사회적 가족 지원을 위한 정책 토론회 <혼인·혈연 가족을 넘어 사회를 다시 만드는 새로운 유대>가 열렸다.     ©일다(박주연 기자)

 

현재 가족구성권연구소는 1인 가구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가족’ 실제와 이들이 당면한 현실을 분석하는 <서울시 사회적 가족 실태와 차별 사례> 연구를 진행 중이다. 김순남 대표는 “사회적 가족 개념에서의 ‘생계’를 취사와 취침에 한정하지 않고, 경제적 협력뿐만 아니라 살림 즉 일상생활, 가사, 소비, 생활돌봄 등을 공유하는 행위로 그 범위와 의미를 확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에서는 사회적 가족을 “두 사람이 서로 돌보는 동반자 관계인 2인 동거 사회적 가족, 협동조합주택이나 쉐어하우스 등 자발적으로 주거를 함께 하면서 살아가는 주거공동체 지향 사회적 가족, 공동 주거 방식은 아니지만 생활을 공유할 수 있는 지역사회 영역에서 서로 돌봄을 수행하는 네트워크 지향 사회적 가족, 이렇게 세 유형으로 구분”했다.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은 각자 사회적 가족 유형도, 연령대도, 주거 형태도, 함께 한 시간도 다 달랐지만, 자신들이 선택한 가족/관계가 자신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 관계에선 함께 존엄함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같이 살고 밥도 같이 먹고 돈도 같이 쓰고 그러는데 ‘우리가 왜 가족이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연구를 통해 “운명적이고 혈연적이고 제도적인, 당연한 가족은 이제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밝힌 김순남 대표는 “홀로서기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고립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삶의 가치와, 혼인, 혈연을 넘어 다양한 새로운 사회적 유대를 만들어 가는 실천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가족’이 겪는 제도적 차별과 불안, 상실

 

김순남 대표는 “가족 정책의 대상이 ‘단위’에서 ‘개인’으로, ‘기능’에서 상호의존과 생활돌봄, 친밀성을 만들어 가는 ‘실천’으로 이동해야 함”에도, 정책과 제도는 여전히 ‘구시대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

 

이로 인해 ‘사회적 가족’은 현실에서 여러 차별을 마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집’을 구하는 일부터 난관이다. 현재 “국가 및 지자체의 주거정책은 ‘정상가족’의 구성·유지를 독려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었으며 최근 행복주택, 역세권 청년주택 등 정책이 확대되었지만 그 대상은 이성애 부부 아니면 대학생, 청년 1인 가구에 맞춰져 있어서 ‘사회적 가족’은 혜택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동성 동거 커플인 인터뷰이가 “(집을 구하기 위해선 동거 중인) 둘의 능력 말고 다른 어떤 것에도 기댈 수 없는 불안감이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고 얘기할 만큼 집 구하기는 가족 구성의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사회적 가족’은 공동대출도 불가능하고 공동 전월세 계약 체결도 어렵다. 가족 중 누군가 대출을 받는다고 해도 저금리 등의 혜택은 ‘이성애 정상가족(신혼부부)’이 우선”이다. 청년층 대상 주택들은 원룸 크기의 작은 공간뿐이라 둘 이상이 살 수도 없다.

 

▲ 서울시 사회적 가족 지원을 위한 정책 토론회. 왼쪽부터 김순남 가족구성원연구소대표, 류민희 변호사/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활동가,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권수정 서울시의원(정의당), 김경서 민달팽이유니온 정책국장, 김수동 더함플러스협동조합 이사장, 김경원 서울시 가족정책팀장.    ©일다(박주연 기자)

 

설사 주거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세금 제도, 사회보장제도 등 공적 제도와 보험, 가족수당, 경조사 휴가 등 민간 제도 모두 사회적 가족의 공동 경제 생활을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아플 땐 또 어떤가. 아직도 국내 병원에선 “병원의 위험 관리 차원에서 법적 근거 이상으로, 보호자에 의존하는 관행 및 보호자를 직계가족으로 등치하는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 심지어 환자의 의사도 존중하지 않고 무조건 직계가족을 찾기도 한다.

 

김순남 대표는 “환자를 가장 잘 알고, 환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사회적 가족 구성원이 배제되는 상황도 문제일뿐더러 원 가족에게 의사가 무시되기 쉬운 소수자(특히 장애인)의 경우엔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문제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살아가는 과정뿐 아니라 죽어가는 과정, 죽은 후에도 사회적 가족에 대한 차별은 계속된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시신 인수와 장례 권한을 갖는 연고자는 배우자, 자녀, 부모, 자녀 외 직계비속, 부모 외 직계존속, 형제자매며 연고자를 찾을 수 없는 경우 무연고 시신으로 처리”된다.(참고: “살아생전 ‘부부’였던 당신과 나, 죽음으로 남이 되었다”, 김혜미 기자, 비마이너 2018년 12월 5일자)

 

이렇게 현실적인 절차와 상속도 문제지만 “법·제도적으로 가족이었다는 흔적이 남지 않아 사회적 가족 구성권 간의 시간과 기억이 모두 사라질까 두렵다는 상실감도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일본 26개 지방자치단체가 ‘파트너십 증명’ 조례 있어

 

많은 시민들이 이미 ‘사회적 가족’으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아무 안전망이 없다. 당연히 법과 제도가 변해야 한다. 그 단계까지 가는데 다소 시간이 걸린다면, 서울시가 ‘1인 가구 지원 조례’를 만들었던 것처럼 조례 제정을 통해 시도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에서 활동 중인 류민희 변호사는 “국가 차원의 입법이 지체되는 상황이라면 인구, 가구, 가족 구성의 사회적 변화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지역 차원에서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역 조례를 도입하는 곳이 늘어나면 국가 차원으로 확산되고, 사회 전반적으로 ‘사회적 가족’ 이슈를 가시화하고 사회적 대화를 견인하고 가속시키는 효과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김순남 가족구성권연구소 대표가 “한국과 유사하게 가족의존형 복지국가 모델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던 일본의 경우를 언급하며, 류민희 변호사는 “도쿄 시부야 구에서 2015년 ‘시부야구 남녀평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를 위한 조례’를 제정했다고 소개했다.

 

“이 조례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구민 및 구 내 사업자들이 이 파트너십을 최대한 배려해야 하며 공공기관들이 이 관계를 존중하고 공평하고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선도적 가이드가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것. 이후 “주거 및 의료 관련 현장에서 실질적인 변화도 생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 일본 시부야 구의 파트너십 증명서 형식.  (출처: city.shibuya.tokyo.jp/kusei/shisaku/lgbt/partnership.html)

 

실제로 시부야 구에서 파트너십을 증명받은 커플들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해도 이런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통해 주변이나 가족에게 자신을 밝힐 수 있는 힘을 얻고, 좀 더 명확한 미래를 그릴 수 있었다는 점이 ‘파트너십 증명’의 효과라고 했다. 또한 보험이나 대출 제도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것도 유효한 지점이다. (참고: “パートナーシップ制度「同性カップルの暮らしはどう変わった?」”, NHK, 2018년 5월 15일자)

 

시부야 구를 시작으로 이제 일본에선 “26개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파트너십을 증명”하고 있다. “시부야와 달리 삿포로 시의 경우엔 주민청원으로 조례가 만들어졌는데, 반대 청원도 분명 있었지만 오히려 담당 공무원이 ‘이렇게 반대가 많다는 건 차별이 존재한다는 뜻이므로 조례가 필요하다’고 대응한 일도 있었다.” 이렇게 설명하며 류민희 변호사는 지자체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피력했다.

 

나중은 없다,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토론에 참석한 이들은 하나같이 ‘사회적 가족’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움직임을 촉구했다.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송다영 교수는 “가족은 이제 하드웨어적 요소가 아니라 ‘친밀성’이 핵심”이라며 “친밀성을 중심으로 구성되고 있는 사람들이 사회 속에서 잘 살아갈 수 있는지를 지원하는 정책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했다.

 

“더 이상 ‘독거노인’이 일부 취약계층을 의미하지 않는다. 혼자 살다 혼자 죽어야 하는 ‘무연사회’가 이미 우리에게 다가왔다”고 설명한 더함플러스 협동조합 김수동 이사장은 이미 초고령 사회를 맞이한 일본의 ‘커뮤니티 케어’의 사례를 언급했다.

 

“커뮤니티 케어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선 의료와 돌봄 이전에 노년에도 소외되거나 고립되지 않고 살 수 있는 집과 지역 커뮤니티(공동체)가 필요하다”는 것. 김수동 이사장은 “주택의 양적 공급에만 머물러 있는 주택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이 도시를 살리기 위해 필요한 건 멋진 건물보다 공동체 그리고 공유지의 회복”이라고 짚었다.

 

주거정책에 대해선 민달팽이유니온의 김경서 정책국장도 말을 보탰다. “현재 ‘청년’을 비롯한 비혼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주택공급정책은, 좁은 원룸을 내어주며 이 ‘청년’들을 (이성애 결혼 전의 단계인) 임시적, 미완적 존재로 본다”고 꼬집었다.

 

또한 “지자체가 쉐어형 전세 임대주택부터 청년 매입임대주택까지 공유주거를 추진하지만, 이들은 하나의 공동체(가족)으로 인정으로 받지 못하며 동시에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가구로도 인정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시 측의 토론자로 참여한 김경원 가족정책팀장은 “(제도 마련 전에) 최소한 수준이 마련되고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말로 시작하며 소극적 자세를 보였다. 김경원 팀장은 “제1차 서울형 가족정책(2015~2018)” 이후 “제2차 서울형 가족정책 종합계획” 수립을 추진 중이라며 “어떤 유형의 가족도 차별받거나 배제되지 않는 포괄적 가족 정책이 필요하며 모든 시민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보편주의를 지향해야 한다는 점을 염두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언급하진 않았다.

 

토론회를 통해 다양한 ‘사회적 가족’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들이 어떤 배제와 차별을 받고 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지자체가 해야 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논의되었다. 민달팽이유니온의 김경서 정책국장의 말대로 “사회적 가족’ 구성원들은 주류가 아닌 사람들의 목소리인데, 공감대를 형성하라고 하는 건 모순적인 말”일 수 있다. “이제 정말 나중은 없어야 한다.” “어떤 유형의 가족도 차별받거나 배제되지 않”도록, 제도가 마련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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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1/01 [14:10]  최종편집: ⓒ 일다
 
oo 19/11/07 [14:10] 수정 삭제  
  '사회적 가족' 개념 일반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기존 혼인관계에 대한 사회적 지원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족을 이룬 게 왜 사회적 지원 사항이 되어야 할까요? 개인과 개인이 모여 살기로 합의한 것뿐인데. 물론 수술동의서 서명해주는 관계 설정하고 싶다고 하면 행정기관에 신고하면 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든지 할 수는 있겠죠. 1인 가구가 불편함 없이 살도록 해주는 게 기본이고 그런 개인이 2인 가구를 이루든, 3인 가구를 이루든 그 이상 가구를 이루든 당사자들이 알아서 하면 되구요. 다인 가구를 이룬다고해서 사회적 지원을 해줄 이유는 없다는 거. 그러면 차별 운운 할 것도 없죠. 가족의 의미를 확대시켜 나가 이런 가족 저런 가족에 사회적 지원이 이루어질 경우 비가족 인구가 차별받는 거죠. 가족을 이루지 않은 사람들에게 오히려 사회적 지원이 이뤄져야죠. 즉 1인 가구가 불편없이 살 수 있으면 된다고 봐요. 이게 핵심이죠.
퀸즈 19/11/11 [21:57] 수정 삭제  
  사회적 가족이라는 말을 쓰는 군요. 언제까지 혈연/혼인 이런 걸로만 허들을 세울 건지 우리 사회도 빨리 변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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