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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그를 뽑을 때 변해야 하는 것들
[도시에서 자급자족 실험기] 비전화카페에서의 일상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이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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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이민영님이 목공을 배우고 적정기술을 익히며, 동료들과 함께 전기와 화학물질 없는 도시를 꿈꾸면서 일상을 제작해나가는 과정을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편집자 주

 

첫술에 배부르랴. 혼이 쏙 빠졌던 문 여는 날을 보내고 난 뒤에야 기대했던 비전화카페에서의 일상에 조금씩 다가갈 수 있었다. 이곳저곳 둘러보며 챙길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고 해서 시간적 여유가 생긴 건 아니다. 구석구석 손닿을 일 많은 이 카페에서의 하루는 꽤 분주하다.

 

▲ 비전화카페 내부 전경     © 비전화공방서울

 

화목난로만으로도 가득 차는 겨울의 나날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요즘 같은 날씨엔, 도착하자마자 화목난로를 열어 어제 피운 장작의 재를 덜어내고 불쏘시개에 불을 붙인다. 불을 붙이는 일은 익숙해지면 별 것 아니지만 몸에 배기 전까지는 꽤 공들여야 하는 작업이다. 공기구멍을 얼마나 열어야 하는지, 사용할 장작들의 기울기와 높낮이는 어떤 게 적절할지 등을 고려해 장작을 쌓아 올린다.

 

잘 마른 땔감을 태우면 완전연소하기 때문에 무방하지만, 땔감이 충분히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불을 붙이게 되면 멀리서도 불 때는 걸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굴뚝 밖으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한 번 덥혀두면 그 온기가 오래 머무는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 에너지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는 건축 방식으로 지은 집)는 다르게 말하면 새벽 내내 차가워진 공기가 햇볕이 드는 아침까지도 서늘하다. 급한 대로 개점 전 한두 시간 등유난로를 켜면, 훈훈한 기운이 퍼져 이후엔 난로를 켜지 않아도 따스함이 지속된다. 난로 위 주전자를 올려두어 실내습기를 유지하거나 따뜻한 차나 살짝 구운 귤을 까먹는 재미는 덤이다.

 

▲ 난로와 램프를 총동원한 해 진 후면 비전화카페의 운치는 더해진다.     ©촬영: 이민영

 

화목난로 하나만으로도 할 일이 수만 가지다. 매일매일 생기는 재를 모아 잘 말린 커피박과 섞어 일정 온도를 유지하면 퇴비를 만들 수 있다. 인근 산과 공원에서 전정할 때 모아둔 땔감용 장작은 용도에 따라 틈틈이 패두고, 장작 내 수분이 잘 날아가도록 난로 위에 포개어 얹어두었다 위치 바꾸기를 반복한다.

 

공기구멍을 필요 이상으로 열면 빨리 연소되기 때문에 까딱 잘못하면 화목난로가 장작 먹는 하마로 보이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마음을 좁게 쓰면 불을 꺼뜨리기 쉽다. 실수로 불을 꺼뜨려 다시 피우는 노동을 하지 않으려면 잊지 말고 종종 불의 상태를 챙겨야 한다.

 

‘어디’까지 해야 할까? 해볼까?

 

비전화카페에서의 일상은 새로울 것도 특별할 것도 없이 소소하다. 여느 카페처럼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식재료를 손질하며 회계장부를 맞춘다. 일하는 이만 체감하는 눈에 띄는 차이가 있다면 빗자루질을 하며 바닥마루 틈 사이로 음식물 찌꺼기가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고, 직접 재배하고 수확해 말린 수세미로 식기를 세척한다는 점 같은 것들이다.

 

다음 달 메뉴로는 뭘 내면 좋을까 고민하는 점에선 다른 카페와 크게 다르지 않고, 그 고민의 원인이 스프에 곁들여내던 샐러드용 채소가 이젠 제법 쓴맛이 올라와 더 이상 비전화농장에서 공급할 수 없다는 점인 정도가 다르다.

 

벽면 높이 있는 창에 부딪히는 새를 보고 버드세이버(Bird Saver, 조류가 투명한 창이나 벽에 충돌하지 않도록 부착하는 설치물)를 제작해 붙이는 데 서너 일을 쓴 건 이 공간을 사용하는 모든 생명과 함께하고 싶어 기꺼이 낸 마음이다. 한편 그을음이 잔뜩 낀 램프 등을 꺼내 일일이 닦고 기름을 채우는 일은 이 특별한 공간을 꾸려나가기 위한 특수한 노동이다.

 

이 모든 일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 어떤 일을 하든 그에 맞게 치러야 하는 최소한의 노고는 있는 법이지만, 가끔은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가 싶어 대체재에 쉽게 눈길이 쏠리기도 한다.

 

▲ 사다리를 타고 서까래에 올라 종이를 오려 만든 ‘버드세이버’를 창에 붙이고 있다.     ©촬영: 이민영

 

비전화(非電化, 전기와 화학물질을 최소한으로 사용)는 전기의 효용에 대해 재인식해보게 하는 계기임과 동시에 그 불편함을 휴식 또는 전환으로도 느낄 수 있게 하는 괜찮은 방식이었다. 그렇다고 이 형태와 분위기를 만들고 유지하고자 노력하는 개개인이 지나치게 바쁘거나 소진되는 방식은 아니길, 그리고 물리적으로든 정서적으로든 보상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 공간을 가꾸는 우리 역시 전기가 없는 삶이 익숙하지도 안온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 실험 역시 명확한 노동으로 인정받고 보장받고 싶어 했고, 다른 누군가는 좀 더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게 본인의 시도에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랐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오는지 알 수 없는 수많은 제품과 서비스에 둘러싸여 어우러져 살아온 우리의 일생이 이곳에 들어온다 해서 마법처럼 순식간에 바뀌진 않는다. 그럴 땐 우리가 무얼 하고 있는지 서로 논의하고 짚어보기도 하지만, 가끔은 지난하도록 서로의 다른 상(像)만 확인하며 지치기도 했다.

 

플러그를 뽑을 때 감수해야 할 것들

 

적은 화폐를 지불하고 스위치만 껐다 켰다 하면 얻을 수 있는 전기의 편리를 내려놓으려면 함께 바꾸어야 하는 것들이 제법 많다. 신용카드 결제기가 없어 되돌아가는 손님은 감수하더라도 매일의 매출을 현금으로 받다 보면 아무리 꼼꼼하게 챙겨도 장부와 실제 현금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다. 장부를 관리하는 방식도 수기보다 엑셀 프로그램이 익숙해 종일 손으로 쓴 장부를 보고 노트북을 켜서 일월별로 다시 정리해 함께 일하는 이들과 공유하도록 협업 클라우드에 업로드하는 모습은 자연스러우면서도 이상했다.

 

▲ 가끔은 어떤 일을 할 때 최신의 지원과 스스로 할 수 있는 방법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복잡다단한 잡념이 밀려오곤 한다. 자료 이미지: TV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무한상사 편 화면 갈무리   ©MBC

 

비전화카페에 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무언가는 분명 있다. 가장 크게 느끼는 건 집중도다. 곧바로 접속할 수 있는 것들에서 반걸음 떨어져 있을 뿐인데도 내가 머무는 시공간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실상 커피를 볶거나 갈 때는 물론 식기에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와 닦이는 촉감까지 일상보다 좀 더 또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홀로 있을 땐 나 자신의 오감에, 함께 있을 땐 상대방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다.

 

있을 때가 아니라 없을 때 명확해지는 것들. 머무르고만 있어도 공간의 존재감이 느껴졌고, 그런 공간에서 일할 수 있다는 건 분명 특별하고 행복한 경험이다.

 

이런 경험들을 비(非)일상에서 일상으로 끌어올 수 있을까. 그리고 비(非)일상을 일상으로 들여올 때 우리는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여전히 우리에게 남은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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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1/03 [10:56]  최종편집: ⓒ 일다
 
세아 19/11/03 [12:46] 수정 삭제  
  와 분위기 진짜 좋다~. 겨울 카페가 제멋이겠어요!
grin 19/11/03 [14:53] 수정 삭제  
  그 집중된 고요함이 좋아서, 소중해서, 근데 찾기 어려워서, 주말농장에 가끔씩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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