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교도소에서 탄생한 페미니스트 단체 이야기‘무헤레스 데 프렌테’의 새로운 교육방법론, 예술을 통한 워크숍남미 에콰도르의 페미니스트 단체 ‘무헤레스 데 프렌테’(Mujeres de Frente)는 2004년에 여성 교도소 안에서 활동을 시작해, 20년 가까이 사회적으로 주변화된 여성들의 생활을 지원하는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있다.
커뮤니티 구성원들은 아마존의 토착민 등 선주민과 메스티소(혼혈), 아프리카계 후손 등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섹슈얼리티를 가진 여성들로, 가족의 생계를 홀로 책임지는 여성 가장들이 많다. 이들의 삶에는 에콰도르 사회 내부의 인종주의, 빈부 격차, 교육 격차 등의 사회적 불평등과 성차별이 함께 누적되어 있다. ‘무헤레스 데 프렌테’의 활동은 교육, 경제적 자립, 교도소 안팎에서 이뤄지는 생활 지원 등 다각적이다.
사회적 불평등 속에서 주변화된 삶을 살아온 여성들이 예술표현을 통해 정체성을 탐색하고 창조성을 드러낼 때
2022년 무헤레스 데 프렌테에 소속된 예술인 몇몇이 ‘프레미오 마리아노 아기레라’(Premio Mariano Aguilera)라는 현대예술상의 ⌜새로운 교육방법론 부문」을 수상했다.
이들은 예술을 통한 워크숍 시리즈를 기획하였고, 무헤레스 데 프렌테 활동에 관련된 22명의 여성들이 여기 참여했다. 나도 일부 프로그램에 참여했기 때문에, 그 경험에 대해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다.
예술을 통한 워크숍 시리즈에서는 각각의 추억과 기억을 되살리고, 여성들이 자신의 정체성과 인생의 루트를 살펴보고, 일상생활과 정치 등의 주제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다.
과거에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과 미래에 어떤 장소에서, 누구와 살고 싶은지를 상상하는 드로잉, 다양한 의상을 걸치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탐색하는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여성들은 그 외에도 도예, 수공예, 요리 등 각 회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을 표현했다.
워크숍에 참가한 여성들은 다양한 배경을 갖고 있으면서, 사회적으로는 주변화되어 착취와 배제를 경험해왔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비정규 고용과 저임금 노동을 하는 여성, 이주민 여성, 인종차별을 겪어 온 여성, 교도소에 수감된 과거가 있는 이도 있다. 그녀들은 ‘무헤레스 데 프렌테’라는 조직화된 커뮤니티에 몸을 두고, 사회적 억압과 국가의 통제와도 싸우고 있었다. 이 워크숍에서는 표현을 통해 자신들의 창조성을 드러내고, 각자의 투쟁을 형태화했다.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미술관인데 왜 한 번도 못 갔을까? ‘예술계의 권위’에 도전…예술을 실천할 권리, 예술공간을 이용할 기회
예술 워크숍의 성과를 알리는 전시회가 에콰도르 수도인 키토에 있는 현대예술센터에서 개최되었다. 참가자들은 다 같이 현대아트센터로 향했다.
10대 시절에 입주 가사노동자로 일했던 한 여성은 “주말이 되면 고용주와 그 가족이 멋 부리고 미술관이나 공연장에 갔다. 나는 그런 장소에 입고 갈 만한 옷도 없었고, 나와는 상관없는 장소라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에콰도르에서는 ‘예술’에 대해 아직도 한 줌의 엘리트들만 즐기는 영역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때문에 예술 자체에 거리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노동자 계층의 여성은 일, 가사노동, 육아 등에 쫓겨 예술 감상을 할 짬도 없거니와, 스스로를 표현하는 일도 거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무헤레스 데 프렌테’의 예술을 통한 워크숍은 참가자들에게 자기계발과 창조의 장이 되었을 뿐 아니라, 여성들로 하여금 예술을 실천할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하였고, 삶에서 멀리할 수밖에 없었던 미술 공간을 당당하게 이용할 기회를 만들었다.
나아가 예술은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만이 ‘예술가’라는 이름으로 실천할 수 있는 것이라는 ‘예술계의 권위’에 대해 비판과 이의를 제기하고, 민중에 의한 예술표현의 가능성을 되찾는 의미깊은 작전이기도 했다.
-〈일다〉와 기사 제휴하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 제공 기사입니다. 고주영 씨가 번역하였습니다.
이 기사 좋아요 4
<저작권자 ⓒ 일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