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재사용한 글이다. 소로는 『월든』에서 ‘숲 생활의 경제학’을 펼쳤다. 일반적인 경제학은 자본으로 어떤 상품을 만들어서 어떤 가격에 얼마나 많이 팔아서 얼마나 큰 이윤을 남길지 계산하지만, 소로는 숲에서 얼마나 적은 비용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 계산했다. 이를 통해 문명으로 얼룩진 삶이 아닌 다른 삶의 방식을 보여주려 했다.
현대에 도시에 사는 한국인이 삶의 비용을 계산하는 일은 여간 복잡하지 않지만, 나는 일단 도시 생활에 드는 플라스틱 값을 계산하기로 했다. 2024년 1월부터 6월까지 지출한 플라스틱 값을 토대로 1년 치를 계산해 ‘도시 생활의 경제학’을 펼쳐보기로 했다. 글 곳곳에는 『월든』이 배어 있다. 소로의 문장을 그대로 가져오기도 했고, 그 허세를 빌리기도 했다는 점을 밝힌다. [기획의 말]
나는 무엇을, 어떻게 입고 살았는가
실제 문제에 들어가, 우선 의복을 생각해 보려 한다. 현대인의 옷 중 다수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다. 지금도 플라스틱 옷은 양산되고 있다.
지금도 가나에는 전 세계에서 온 옷이 쌓여 쓰레기 산이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그 쓰레기 산의 옷이 전 인류에게 돌아간다면, 우리 인류는 이미 만들어진 옷만으로 10년은 거뜬히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기숙사에 있는 내 옷장을 열어 보자. 옷장 안에는 여름옷과 미처 정리하지 못한 일부 가을옷, 겨울옷이 있다. 겨울옷 일부는 리빙박스와 캐리어에 넣어 두었지만, 그 옷들은 계산에 넣지 않겠다. 모두 오래된 옷이라 계산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옷장에 있는 옷을 정리해 보자면 다음의 표와 같다.
언니가 입지 않는 옷을 주었다는 말은 사실 언니가 나에게 옷을 버렸다고 고쳐야 정확할 것이다. 언니는 나에게 옷을 버리고 새로운 옷을 산다. 언니는 옷을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고도 효과적으로 처분할 수 있다. 그 덕에 거리낌 없이 새로운 옷을 마구 살 수 있기도 하다. 내가 어떤 오래된 옷을 입겠다고 하면 언니는 정색하며 “요즘 그런 옷을 입는 사람은 없어. 너 정말 OO대생이구나.”라고 말한다. 나는 OO대생이라는 타이틀 덕에 유행에서 벗어난 옷을 마음껏 입을 수 있다. 왜 이 자유를 누리지 않겠는가?
옷장 안에는 옷 외에 제습제도 있다. 물먹는하마처럼 플라스틱 통 형태로 된 것도 있고, 습기를 빨아들이면 팩 안의 가루가 젤리로 변하는 형태인 것도 있다. 기숙사가 워낙 습하다 보니 제습제가 없으면 안 된다. 여름에는 컴퓨터 모니터에도 곰팡이가 피는 곳이기 때문이다.
팩 형태로 된 제습제는 재사용할 방법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계속 새것을 산다. 얼마 전에도 9,000원을 들여 샀다. 하지만 물먹는하마 형태는 물을 비우고 염화칼슘만 충전해 주면 통을 얼마든지 재사용할 수 있다. 염화칼슘은 1kg에 1,800원이고, 배송비가 3,000원이다. 작년 하반기에 3kg을 사용하였으니 1년 동안 6kg이면 될 것이다. 물먹는하마를 새로 샀다면 30,000원 이상 들었을 양이지만, 염화칼슘을 사면 13,800원으로 해결할 수 있다. 참고로 초기 자본으로 필요한 통은 작년에 유학생 선배가 귀국하면서 주고 간 것이다.
빨래는 일반 세탁과 울 세탁을 나눠서 한다. 일반 세탁에는 언니가 작년에 이사 가면서 주고 간 세제와 섬유유연제를 쓴다. 모두 쿠팡에서 묶음으로 구매했다고 한다. 울 세탁에는 작년에 산 울 샴푸를 사용한다. 마트에 가서 1+1으로 샀다.
세제는 모두 리필용 세제이지만 딱히 다른 통에 넣고 쓰지는 않는다. 계량은 친구가 쓰지 않는다고 준 계량컵으로 한다. 유학생 선배가 주고 간 세제 통이 있기는 하지만, 오랜 기간 방치되었다.
우리는 옷뿐 아니라 우리의 몸도 씻는다. 다음에는 몸을 씻는 일에 관해 얘기해 볼 것이다.
[필자 소개] 초: 대학원생이다. 환경과 이주 문제에 관심이 있다. 이 두 문제와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전공에서 박사논문 주제를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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