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대한 통제’를 기반으로 굴러가는 성매매 산업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불처벌의 정치학” 기획연재②

혜진 | 기사입력 2024/12/03 [20:07]

‘여성에 대한 통제’를 기반으로 굴러가는 성매매 산업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불처벌의 정치학” 기획연재②

혜진 | 입력 : 2024/12/03 [20:07]

여성의 ‘음란’에 대한 비난, 모든 여성에 대한 통제

 

여자들 사는 게 쉽지가 않다. ‘여성’스럽지 않으면 안 되는데, 또 너무 섹슈얼해서는 안 된다.

 

경제력을 기반으로 ‘성경험이 많은 예쁜’ 여성과 결혼하여, 여성은 자녀를 어린이집 보내고 브런치카페에서 시간 보내고 식사도 배달음식으로 하는데 설거지까지 해주는 남성을 조롱하는 ‘퐁퐁남’과 같은 프레임을 보라. 남성이 생활비를 벌고 여성이 가사노동을 하는 구조에 대한 해석이 아직도 ‘의존적이고 남성에게 기생하는 여성’을 향한 비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또 비혼을 말하는 여성은 ‘믿고 걸러야 하는 페미’, ‘안한 게 아니라 못하는 건데 그럴 듯한 이유를 붙이는 것’이라고 욕을 먹고, 출산하지 않는 것은 이기적이라고 욕을 먹는다. 다양한 규율들이 여성들을 촘촘히 옭아매고 있다.

 

▲ 2024년 5월 1일 제134주년 노동절에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활동가가 든 피켓. “차별‧혐오‧가부장제 다 망해라!” (출처-이룸)


지난 7월 공론화된 한 여성 크리에이터의 교제폭력 사건은, 다른 크리에이터 몇몇이 그녀의 ‘제대로 살지 않은’, ‘구린’ 과거라며 유흥업소 종사 경험 및 이와 얽힌 사건을 알리겠다는 협박과 금전 갈취 시도를 통해 알려졌다. 전 애인으로부터 폭력, 광고 등 원치 않는 방송, 수익에 대한 갈취 등 신체적, 언어적, 금전적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유흥업소 종사가 전 애인의 강압에 의한 것인지, ‘원래’ 유흥업소 종사 여성인 것인지가 계속해서 사건의 주요 쟁점으로 등장했다.

 

‘원래’ 유흥업소 종사 여성인가, 강압으로 원치 않는 일을 한 것인가, 즉 ‘원래 그런 여성’인가 아닌가가 판단의 주요 분기점으로 작동하는 것을 보며, 성을 판매하는 여성을 향한 혐오가 건재함을, 그 기반이 되는 ‘그런 여자’와 ‘아닌 여자’, ‘창녀’와 ‘성녀’의 구분을 통한 여성 전반에 대한 규율이 건재함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사건을 통해 사회가 여성을 활용하는 여러 방식들, 여성으로부터 창출되는 이윤을 갈취하는 여러 방식들을 확인할 수 있기도 하다. 관계성을 활용하고 폭력을 동반하여 금전을 갈취하기도 하고, 성적 규율을 무기로 한 협박으로 금전을 갈취하기도 했다. 성적 규율을 잣대로 하는 사회적 처벌은 견고하기 때문에 ‘유흥업소 종사 사실을 알리겠다’는 것이 협박이 될 수 있었다.

 

N번방도 그랬다. ‘촬영물을 유포하겠다’는 성적 규율을 무기로 한 협박을 통해 성적 촬영물들을 얻어냈고, 수익 구조를 촘촘히 구상하여 사업체를 완성했다. 조직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에서 많은 여성들의 몸이 여성을 성적으로 종속하고자 하는 남성권력과 이윤을 위해 활용되었다. 여성의 몸을 통해 창출되는 이윤을 여러 갈래로 착취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었고, 성적인 여성을 향하는 견고한 사회적 처벌은 또다시 여성의 몸과 성에 대한 착취를 보다 수월하게끔 만드는 순환의 고리를 형성하였다. 30~37조 규모로 추정되는 독보적 규모의 한국 성매매 산업을 작동하게 하는 힘 또한 여기에 있다.

 

엄청난 규모로 형성된, 한국 남성들의 성구매 수요

 

주로 남성이 여성의 성을 구매한다는 뚜렷한 성별성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듯, 성매매는 젠더-섹슈얼리티 권력관계의 문제이다. 남성 구매자는 종속성을 확보한 성적 행위를 위해 성구매를 한다. 현 사회 전반에 자리잡고 있는, 나아가 사회 운영 원리로 작동해 온, 여성의 성을 종속시키고자 하는 남성권력 관계의 반영이다.

 

여성의 성을 종속하고 통제하고자 하는 남성권력은 여성에게 ‘성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너무 성적이어서는 안 된다, 의존적이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너무 주체적이어서는 안 된다’ 등과 같이 시대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주하는 규율을 통해 여성을 구분 짓고, 비난과 처벌을 통해 여성을 통제한다.

 

이와 같은 비난과 처벌이 사법적으로도 실행되고 있는 제도가 현행법의 성판매 여성에 대한 처벌이다. 성판매여성을 처벌하는 현행법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여성 비난 및 사회적 처벌과, 방대하게 형성된 남성들의 성구매 수요는 결국 여성의 성을 통제하고자 하는 남성권력이라는 면에서 궤를 함께한다.

 

여성의 몸을 통해 발생하는 막대한 이윤, 누구에게 가는가?

 

성적 규율을 통해 여성을 처벌하고 방대한 성구매 수요를 형성하는, 여성의 성을 통제하고자 하는 남성권력은 동시에 여성을 여러 갈래로 활용하고 이윤을 착복한다. 남성권력에서 비롯된 성구매 수요에 수많은 자본이 흘러들어 공모함으로써 한국 성매매 산업은 30~37조로 추정되는 규모에 이르렀다. 성매매산업의 업주와 사업체들은 다양한 형태의 성구매 상품을 기획하고 홍보함으로써, 다양하고 방대한 여성 성적 종속의 장을 마련하고 여성의 몸을 통해 발생한 막대한 이윤을 착복한다.

 

▲ “여성의 몸도, 사람도, 생명도, 집도, 땅도, 지구도, 이윤을 위해 활용하지 말라구!” 2024년 9월 7일 토요일, 서울 강남대로에서 열린 ‘907 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활동가들의 모습. (출처-이룸)


여성을 계속 유입시키고 머무르게 해야 하는 성매매 산업과 돈 빌릴 사람이 필요한 대부업의 이해는 맞아 떨어진다. 이로써 선불금, 대출을 통한 ‘사이즈업’으로 수익을 늘릴 수 있다고 권유하는 ‘성형대출’, 고수익을 통해 금방 갚을 수 있다고 권해지는 각종 일수대출이 성매매 산업을 함께 구성하고 있다. 다양한 대출상품이 성매매 산업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대부업은 여성의 몸을 담보로 한 대출을 권장하며 이자를 챙기고 있다.

 

이렇게 여러 갈래로 여성을 활용하고 이윤을 착복하게끔 시스템이 구축된 성매매산업 내에서, 많은 여성들은 구인광고 속 계산과는 다르게 성매매가 ‘생각보다 많은 돈이 되지 않음’을 경험하기도 한다. 야간 노동과 술을 먹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신체 건강이 상하고, 자신의 신체를 특정한 여성의 이미지를 체현하도록 변형해야 하고, 남성손님의 시중을 들며, 손님의 감정에 맞춰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타인의 감정을 만들어내는 수행을 일로서 요구받는 ‘아가씨 노동’의 특성상(황유나, 2022) 정신건강이 상한다. 생각보다 높은 노동강도에  ‘테이블 당 00원’과 같이 홍보하는 구인광고 계산기만큼 출근하기가 어렵다고 많은 유흥산업 종사 여성들은 말한다.

 

그러나 유흥업소의 영업전략은, 수익은 하기 나름인데 ‘사이즈 관리’를 못해 ‘초이스’ 되지 못한 너의 탓, 게을러서 출근을 하지 못한 너의 탓으로 돌린다. ‘사이즈 관리’를 위해 권장되는 성형과 다이어트 비용 등은 구인광고 속 계산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막상 구인광고 속 계산과는 다른 현실에 어려움을 겪으면 빚이 권장된다. 많은 돈을 버는 것 같아 보여도 실상 그 돈이 나에게 쌓이지 않고 업주, 대부업, 성형산업 등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참고 문헌]

-김주희, ⌜여성의 경제적 어려움과 “쉬운 돈”: 빈곤산업으로서의 성산업에 대한 시론적 연구⌟, 『한국여성학』 제34권, 한국여성학회, 2018

-한국여성노동자회, 〈90년대생 여성노동자 실태조사 토론회- 빈곤을 만드는 노동〉 자료집, 2021

-황유나, 『남자들의 방: 남자-되기, 유흥업소, 아가씨노동』, 오월의봄, 2022

-희정, 『일할 자격』, 갈라파고스, 2023

 

[필자 소개] 혜진.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활동가. 반가부장제 운동이자 반자본주의 운동인 반성매매 운동을 좋아한다. 성산업, 성자본, 여성빈곤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를 타격할 수 있는 활동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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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즈커플로 태어난 북극성커플 2024/12/07 [03:04] 수정 | 삭제
  • 여자를 성매매의 도구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성적수치심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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