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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16일, 가사근로자법(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다. 이 법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이 가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고 이용자와 계약을 체결해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 제정으로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68년만에 가사노동자도 법적 보호를 받게 되었지만, 입법 당시부터 한계가 뚜렷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에 고용되지 않고 중개 플랫폼 등 직업소개를 통해 일하는 가사노동자들과, 서비스 제공기관에 속해 있더라도 정부 인증을 받지 않은 기관이면 법 적용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정부인증 업체에 고용된 가사노동자만 노동권 보장? https://ildaro.com/9092)
법 시행 3년이 지난 현재, 우려했던 대로 실제 가사근로자법의 적용을 받는 가사노동자는 1%대에 불과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30만 가사노동자 중 가사근로자법 적용받는 건 3,607명뿐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은 〈정부인증 가사서비스 시장 활성화를 위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는 정부로부터 인증을 받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 110개소 중 44개소가 참여했고, 미인증 기관도 122개소가 참여하였으며, 직접 고용된 가사관리사 265명과, 알선 방식으로 일하는 가사종사자 169명이 참여하였다. 또 서비스 이용자 500명도 참여했다.
조혁진 연구원에 따르면 “법 제정 이후, 정부로부터 인증 받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가사관리사 고용 인원도 증가하고 있다.” “2024년 12월 말 기준, 정부인증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은 총 122개소이며, 고용 인원은 3,607명이다. 2022년엔 제공기관 35개소, 고용인원 370명이었고, 2023년엔 제공기관 88개소, 고용인원 1,190명이었다.”
가사근로자법 적용을 받는 ‘가사근로자’의 근로 조건은 다른 가사종사자보다 “다소 양호한 편”이었다. “1주 평균 근로 시간(32.2시간)이 가사종사자(36.8시간) 보다 짧고, 평균 시간당 임금은 12,900원으로 가사종사자의 12,800원보다 약간 높았다. 또 주당 평균 방문가정 수(가사근로자 2.6개, 가사종사자 4.1개)와, 휴식시간 보장 측면에서도 양호했다.”
교육 훈련 접근성도 더 높았다. 조혁진 연구원은 “정부인증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의 95.5%가 가사관리사에게 교육 훈련을 제공하고 있는 것에 비해, 미인증 기관은 교육 훈련을 제공하는 비율이 68.9%로 낮았다.”고 설명했다.
부당한 대우를 당한 경험의 비율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업무 중 부당한 대우를 경험한 비율이 가사근로자는 19.6%, 가사종사자는 55%였다.” 조 연구원은 “가사근로자법에 의한 이용계약 체결로 인해, 정부인증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비교적 명확한 업무 범위를 설정하는 데 비해, 알선 방식은 업무 범위에 관한 고객과 종사자 사이의 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변화는 고무적이지만, 문제는 정부인증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에서 일하는 가사근로자는 전체 가사노동자 수로 봤을 땐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는 사실이다. “가사근로자법 상 가사근로자에 해당하는 종사자를 산출하면, 2023년 기준 30만 명”이므로, 실제로 법 적용을 받는 가사근로자가 3,607명이라는 것은 전체의 1%대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가사근로자법 정착 방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정부 인증을 받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에게 주는 혜택인 “사회보험료 지원을 늘리는 것. 그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인증기관에서는 정부의 사회보험료 지원이 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매우 미흡한 수준이다. 국민연금과 고용보험만 지원하고, 3년간 한시적 지원이다. 3년 시한이 끝나가는 인증기관들은 이후 운영이 막막하다고 한다. 또한 고령의 가사관리사들은 국민연금 지원보다 건강보험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배진경 대표는 또한 “현재 대부분의 인증기관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문제”도 짚으며 “원인 파악을 위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정부가 돌봄 관련 서비스를 늘리는 과정에서 주무부처 보건복지부와 노동부의 협업, 보건복지부 돌봄 사업에 인증기관을 우대하거나, 인증제도를 의무화하고, 가사서비스 지원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언했다.
근로기준법에서 '가사사용인 적용 제외’ 조항 폐지해야
토론회에서는 가사근로자법에 적용 받을 수 있는 가사노동자를 늘리는 과제뿐 아니라, 애초에 근로기준법에서 ‘가사사용인 적용 제외’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귀천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훨씬 전인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상 ‘가사사용인’을 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단 하나의 조항이 현재까지 거의 대부분의 가사노동자에 대한 법적 보호를 배제하는 강력한 근거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귀천 교수는 정작 이들 법률에 “가사사용인 및 가구 내 고용 활동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정의 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현행법상 가사노동자와 관련되는 용어 또는 개념에 관한 규정으로는 대표적으로 근로기준법상 ‘가사사용인’ 외에, 가사근로자법상 ‘가사근로자’ 및 ‘입주가사근로자’에 관한 규정이 있다.”며 “이들이 수행하는 업무는 개인 가정 내에서 조리, 청소, 육아, 돌봄 등이라는 점에서 별 차이가 없지만, 법적 지위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즉, “전체 가사노동자의 1%에 미치지 못하는 수의 ‘가사근로자’들만 가사근로자법의 적용을 받고 있고, 대다수의 가사노동자들은 기본적인 노동법의 보호에서 배제되어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
박귀천 교수는 “결국 이렇게 오랜 세월 여성이 절대 다수를 차지해 온 가사노동에만 노동법 적용을 전면 배제하는 것은 사실상 성차별로 보는 것이 맞다.”고 강조하며 변화를 촉구했다.
ILO ‘가사노동자 협약’ 비준 더이상 미루지 말라 선주민 이주민 관계없이 모든 가사노동자의 노동권 보장해야
박귀천 교수는 “2011년 6월 16일 ILO 100차 총회에서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제189호)을 채택하였다. 임금 등 근로 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서 작성, 주 1일 이상 휴일 보장, 노동기본권 보장, 산업재해보상 등이 적용되어야 함을 천명하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은 “위 협약 채택에는 찬성했지만, 아직 비준은 하지 않고 있다.”
최근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저임금’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도입하고 있는 실정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관련 기사: 가사노동 ‘싸게’ 외국인에게 맡기고 아이 낳으라고요? https://ildaro.com/9660)
“2011년 ILO 총회 개최 당시 가사노동자협약 채택에 찬성했던 한국은 지난 몇 년간 외국인 가사관리사제도 도입을 계기로, 오히려 가사노동자협약의 취지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ILO가 가사노동자협약을 채택한 이후 15년 가까이 되고 있는 지금이라도 가사노동자협약을 비준하여,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보다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고 가사노동, 여성노동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이를 위해선 “국내법 개선과 정비가 필요”하며, 무엇보다 “법적으로 개념 정의도 규정되어 있지 않고 그 의미가 불명확한 ‘가사사용인’이라는 폭넓은 범주의 노동자들을 노동법 적용 대상에서 전면적으로 제외시키고 있는 ‘가사사용인 적용 배제’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미애 제주대학교 학술연구교수는 “100여 년 전 일제강점기의 ‘가사사용인’ 개념을 폐기하는 것을 넘어, 생산노동 중심의 법체계에서 돌봄을 중심에 둔 포용적 법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를 통해 “선주민과 이주민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돌봄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 돌봄의 가치가 정당하게 인정받는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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