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서비스 플랫폼은 어떻게 가사노동자를 통제하는가?

플랫폼, ‘혁신’ 뒤에 숨겨진 가사노동자의 권리 사각지대

박주연 | 기사입력 2025/10/13 [12:45]

가사서비스 플랫폼은 어떻게 가사노동자를 통제하는가?

플랫폼, ‘혁신’ 뒤에 숨겨진 가사노동자의 권리 사각지대

박주연 | 입력 : 2025/10/13 [12:45]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가사노동자 A씨는 고객의 집에 가서 고객을 위해 일하지만, 정작 고객의 연락처도 모르고 때론 만날 일도 없다. 일터를 찾아가는 길안내도 플랫폼에게 제공 받는다. 청소 방법이나 가전제품 작동법 등의 문의도 고객에게 직접 하는 게 아니라 플랫폼을 통해서 해야 한다. 고객이 쓰레기를 불법 투기하라는 요청을 남겼을 때도 플랫폼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다. 업무에 대한 보상도 플랫폼에 의해 결정된다. 이처럼 플랫폼의 지휘·관리·통제하에 일하고 있는데도, 플랫폼은 A씨의 고용인이 아니다. 중개인일 뿐이다.

 

▲ 가사노동자의 다수가 플랫폼 노동자이다. 노동의 전 과정에서 플랫폼의 지휘와 관리, 통제를 받고 일하지만, 법적으로 플랫폼은 중개인의 위치에 있을 뿐이라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산재보험법 및 산업안전보건법상 ‘노무제공자’에도 포함되지 않아 사회보장제도의 바깥에 놓여 있다. [이미지=pixabay]


이러한 상황은 가사노동자들을 노동권의 사각지대로 몰고 있다. 2022년 6월 16일부터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지만, 실제로 이 법의 적용을 받는 가사노동자는 극소수이다. (관련 기사: 근로기준법에 가사노동자 제외한 건 사실상 ‘성차별’ https://ildaro.com/10211) 가사노동자는 ‘노무제공자’(현재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일부’를 노무제공자라는 개념으로 묶어 산재보험법,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하고 있다)에서도 소외되고 있다. 많은 가사노동자가 플랫폼 노동자이며, 그 중 다수는 3.3%의 세금(사업소득세)을 내는 프리랜서에 해당하는데, 이들은 ‘노무제공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현재 논의되는 ‘플랫폼 노동자 보호’에서도 배제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월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플랫폼이 법의 부재와 미비점을 이용해 어떻게 가사노동자를 통제하고 있는지에 관해 논의하는 자리가 열렸다. 토론회 〈가사서비스 플랫폼, 어떻게 노동자를 통제하는가 : 플랫폼 가사노동자의 노동권 확보를 위한 제언〉에서, 최혜영 일하는여성아카데미 연구원은 플랫폼 가사노동자들의 노동권이 체계적으로 박탈되고 있는 구조를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플랫폼은 고객의 신뢰 얻으려 ‘서비스 제공의 주체’인 듯 홍보하지만

이용약관에선 고객-매니저(노동자) 간 ‘단순 중개’라며 책임 회피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사에 따르면 약 5.2만 명의 가사노동자가 플랫폼에서 종사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플랫폼 노동자의 5.9%를 차지한다. 그 중 여성의 비율은 85%라고 발표되었지만, 최혜영 연구원은 “실제 규모보다 적게 추정된 수치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또한 최 연구원은 가사노동자들이 “전체 플랫폼 노동자 중에서 ‘수입의 플랫폼 의존도’가 가장 높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가사노동자는 사회보험을 적용받지 못한다.

 

▲ 2025년 9월 30일,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가사서비스 플랫폼, 어떻게 노동자를 통제하는가 : 플랫폼 가사노동자의 노동권 확보를 위한 제언〉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여성노동자회, 일하는여성아카데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가사·돌봄유니온,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박홍배, 이수진, 이용우 (조국혁신당) 신장식, 정춘생, (진보당) 정혜경 의원실이 공동 주최했다. 최혜영 일하는여성아카데미 연구원이 “가사 플랫폼 메커니즘과 가사노동자 노동 통제”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출처-한국여성노동자회 유튜브)


최혜영 연구원은 “현재 플랫폼이 가사 시장의 대부분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고 계속 성장하고 있다. 다양한 가사 서비스 플랫폼이 있고, 그 중 앱 다운로드 수가 100만 건 이상인 플랫폼은 3개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이 플랫폼 모두 통신판매업으로 신고하고, 직업소개업으로 노동부에 등록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들은 정말 직업 중개만 하는가? 최 연구원에 따르면, 플랫폼은 “누구나 앱을 다운로드 받아서 사용할 수 있지만, 누구나 매니저로 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각 플랫폼마다 자격이 있는데 “여성이거나, 29세 혹은 30세 이상이어야 한다는 등의 조건이 있고, 이후 면접을 보거나 검증 시스템(일정 기간 동안 몇 차례 일하고 평점이 좋으면 계속 일하게 해 주는 방식)을 두고 선발하는 과정 등이 있”다. 또한 “플랫폼은 교육, 매칭, 업무 할당, 지시 감독, 평가, 보상 및 징계 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일반 기업의 노무 관리 시스템과 다를 바가 없다.”

 

최혜영 연구원은 “플랫폼을 통해서 가사서비스가 제공되는 계약의 형식을 살펴보면, 플랫폼이 책임 회피하고 있는 상황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플랫폼은 고객/사용자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매니저를 관리·감독하고, 서비스 제공의 주체인 것처럼 홍보하지만, 교묘하게도 이용약관 상으론 계약이 매니저와 고객 간에 체결되는 ‘단순 중개’라고 규정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

 

게다가 “서비스 구매자(신청자)와 서비스 수령자가 불일치하는 경우, 예를 들어 내가 신청했지만 부모님이 서비스를 받는다거나 하는 사례도 많아, 양자 간 계약이라는 주장의 근거도 불분명하다”고 짚었다. 결과적으로 “고객, 플랫폼, 매니저 간의 3자 구조에서, 플랫폼을 중심으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최 연구원은 주장했다.

 

▲ 최혜영 일하는여성아카데미 연구원(전 국제가사노동자연맹 IDWF 아시아 코디네이터)의 발표 자료 중 “가사 플랫폼이 작동하는 방식”을 정리한 부분


디지털 기술 기반을 통한 ‘노동 통제’ 더욱 강화돼

매니저 선별, 노동시간과 임금체계 정하고, 업무 지휘까지

 

플랫폼은 중개업체라고 하지만, “다양한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매니저의 노동력을 직·간접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하며, 그 과정에서 정보 불균형과 불이익을 전가한다.”는 게 최혜영 연구원의 분석이다.

 

플랫폼 노동은 유연하게 노동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다르다. “노동시간은 미리 정해져 있다. 매칭에 의해서 미리 업무 스케줄이 정해져 있고, 업무 시간을 준수해야 하는 규정이 있다. 준수하지 않을 시 불이익이 있다.” 최 연구원은 “사실상 노동시간을 설계하고 배치하는 것은 플랫폼이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이렇게 덧붙였다. “겉보기에는 매니저가 업무를 선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알고리즘을 통해 플랫폼이 최적의 매니저 집단을 선별하고, 업무를 추천하는 과정이 핵심이다.”

 

임금 또한 플랫폼에 의해 결정되고 최종 지급된다. “보수 책정은 서비스 지역, 유형, 주기 등 여러 요인에 의해 복잡하게 결정된다. 서비스 지역과 빈도, 서비스 주기가 일회성인지 정기형인지에 따라서도 다르게 책정”되고 있다. 특히 “서비스 수요가 많고 공급이 적은 지역의 보수는 높고, 수요는 적고 공급이 많은 지역의 보수는 낮게 책정되는 방식의 알고리즘으로 관리되며, 매칭이 잘 안되고 있는 일에 대해서는 보너스를 붙여 빨리 매칭이 될 수 있게끔 하는 관리 방식”도 있다.

 

특히 문제적인 건 “수수료 정책이 고객과 매니저 모두에게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인데, 최 연구원은 “수수료는 대략 20~30% 사이에서 부과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나아가 플랫폼은 앱과 디지털 기술을 통해 현장 업무를 지휘하고 감독한다. “고객이 없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청소 방법이나 가전 제품 작동법 등의 문의는 고객에게 하는 게 아니라 플랫폼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업무 시간 관리도 마찬가지다. “매니저의 출발 시간부터 완료 시간까지 앱 버튼을 통해 관리되며, 정해진 시간 외에는 버튼을 비활성화시켜 통제”한다.

 

최혜영 연구원은 “플랫폼에서 매니저가 고객의 집을 찾아갈 수 있도록 길안내 서비스를 제공하긴 하지만, 이것도 사실상 플랫폼이 노동시간, 이동시간을 관리하는 수단의 하나”라고 짚었다. “길안내를 위해 매니저의 위치에 접근한다는 것이 (개인정보) 오남용의 우려가 분명히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 최혜영 일하는여성아카데미 연구원의 「가사 플랫폼 메커니즘과 가사노동자 노동 통제」 발표 자료 중 “플랫폼의 관리와 통제” 사례 이미지 일부.


‘직거래 금지’, 노동자의 경제적 종속 심화 우려

 

플랫폼의 또다른 특징은 “직거래를 강력하게 단속하고 금지한다”는 점이다. 매니저와 고객이 직접 거래한다는 것이 적발되면 “매니저는 강제 탈퇴되거나 벌금을 물어야 하는 등의 처벌을 받을 수 있고, 심지어 적발 사례와 누적 벌금액을 앱에 게시”하기도 한다.

 

여기서, 플랫폼이 지정한 직거래 금지 범위는 광범위하다. “예전 고객의 개인적인 요청이나 현재 고객의 지인을 소개 받아 일하는 경우까지 모두 직거래로 간주”한다는 것.

 

플랫폼은 이런 직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고객의 연락처를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고, 앱을 통해서만 소통하도록 제한한다. 최혜영 연구원은 “이러한 광범위한 통제는 사실상 플랫폼이 매니저에게 ‘기간의 정함이 없는 통제적 위치를 확보하겠다’는 선언이며, 노동자를 협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런 부분은 “배달 플랫폼과 차이가 나는 점”이기도 하다.

 

플랫폼 기업에 ‘사용자 책임’ 부과해야, 플랫폼 운영의 투명성 확보도 시급

가사노동자가 하루빨리 사회보장 적용 받을 수 있기를

 

플랫폼 가사노동자가 노동권과 사회보장권을 박탈당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최혜영 연구원은 몇 가지 정책을 제언했다.

 

첫째는 “플랫폼 기업의 사용자 책임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플랫폼 기업이 중개인으로 형식적으로 위장하여 책임을 회피하는 구조는 적극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해외 사례(EU)와 같이, 플랫폼 노동자를 기본적으로 근로자로 추정하고, 근로자가 아님을 주장하려는 경우 플랫폼이 입증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플랫폼과 노동자 간의 심각한 정보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플랫폼 운영의 투명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알고리즘 구조와 작동 원리를 노동자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공개해야 하며, 보수 체계와 수수료 산정 기준 역시 반드시 공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위치 정보 수집, CCTV 활용 등 디지털 감시와 징벌 시스템이 플랫폼이 매니저를 사적으로 지배하는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도록 규제”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당연히 “정보와 CCTV 사용은 필수적인 목적에 한해 최소 사용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며 “불명확한 약관을 통해 노동자를 통제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강력한 제재 조치를 통해 남용을 방지”해야 한다는 것.

 

최혜영 연구원은 무엇보다도 “가사노동자가 노동법에서 전면 제외되고 있는 현 구조 자체를 개선”할 것을 주문했다. 이는 “플랫폼 가사노동자 보호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기도 하다. 최 연구원은 “근로기준법상 ‘가사사용인 적용 제외’ 조항(11조)을 시급하게 삭제”하고, “가사노동자를 ‘노무제공자’의 범주에 포함시켜, 가능한 빨리 사회보장 적용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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