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폭력으로 인한 여성살해’ 소식 멈추게 하려면

여성의전화, 교제폭력 예방 위한 ‘가정폭력처벌법 전면개정안’ 제안

박주연 | 기사입력 2025/12/09 [11:40]

‘데이트폭력으로 인한 여성살해’ 소식 멈추게 하려면

여성의전화, 교제폭력 예방 위한 ‘가정폭력처벌법 전면개정안’ 제안

박주연 | 입력 : 2025/12/09 [11:40]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 10년간(2015~2024년) 언론에 보도된 사건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한 여성은 최소 2,748명이다. 주변인의 피해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최소 3,388명에 이른다. 심각한 건, 피해자들이 경찰에 신고하거나 보호조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살해되는 비극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의 제도만으로는 피해를 예방하고 보호하는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걸 드러낸다.

 

▲ 한국여성의전화에서 2025년 10월 21일 경찰의 날, 스토킹처벌법 시행 4주년을 맞이해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관련 통계를 공개했다.


현재의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가정폭력처벌법)은 시행된 지 30년이 다 되어가지만, 가해자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피해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거기다 가정폭력 피해자가 경찰이나 주변에 도움을 요청한 경우는 10명 중 1명 꼴이라는 통계(성평등가족부 ‘2022년 가정폭력 실태조사’)가 있을 정도로 신고율이 낮다. 이는 공권력에 대한 낮은 신뢰도를 보여준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걸까?

 

‘관계/가정 유지’가 아닌, 피해자의 자유로운 생활과 인권 위한 법

 

한국여성의전화는 가정폭력처벌법의 한계를 극복하고 교제폭력 등 ‘친밀한 관계 내 폭력’ 전반을 규율하기 위한 전면 개정안을 제시했다. 국회에 교제폭력처벌법 입법안, 가정폭력처벌법과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되어 있는 상태지만, 한국여성의전화는 가정폭력처벌법에 교제폭력을 포섭하는 법안이 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법안의 가칭은 「친밀한관계내폭력범죄의 처벌 및 그 절차에 관한 특례법」이다. 기존 법안이 “가해자 교정을 통한 관계 유지/가정 유지”를 목적으로 한다면, 전면 개정안은 “피해자의 자유로운 생활 형성과 인권을 보장”하는 걸 목적으로 한다.

 

지난 2일 국회의원회관 간담회의실에서 이 법안에 대한 논의와 친밀한 관계 내 폭력 범죄의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토론회 〈‘데이트(교제)폭력’ 입법, 쟁점과 대안〉이 열렸다.

 

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에 교제폭력을 포섭하는 법안이 가장 적절한 입법안이라 생각한다”면서도 “일부 조항을 개정하는 것으로는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기에 “전면 개정안을 모델로 제시”한 것.

그리고 “이 법의 목적은, 가해자 처벌과 그 처리의 특례를 통해 피해자의 자유로운 생활 형성 및 인권을 보장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최 사무처장은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의 특성상, 피해자 생활영역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가해자를 적극적으로 격리하여 피해자 권리를 온전히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법의 필요성”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법안은 피해자 신변보호 조치가 필요한 관계에서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친밀한 관계’의 정의를 폭넓게 규정했다.”고 덧붙였다.

 

‘친밀한 관계’는 기존의 전통적 이성애 중심의 혼인/혈연 관계를 넘어, “‘유대감’을 기반으로 하며 생활상 밀접한 영향을 끼치는 관계를 요건으로 설정”했다. 포함 범위는 “배우자(사실상 이에 준하는 관계), 친족, 직계존비속, 교제 관계, 지속적으로 성적 관계를 맺는 관계, 그리고 성적 관계는 아니더라도 방이나 집 등 주거를 같이 하는 동거인 관계(하우스메이트, 룸메이트 등 유대감 기반)까지”이다. 또한 “관계 형성의 시작점을 현실적으로 지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관계 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관계’까지 포함”했다.

 

그리고 ‘폭력’은 “신체적, 성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정의”했다.

 

▲ 2025년 7월 31일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여성살해 및 여성폭력 종합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 - 신고 후에도 피살당한 여성들, 여성에게 국가의 기능은 상실되었다〉 모습 (출처: 한국여성의전화)


형사처벌 일원화하고, 반의사불벌죄 배제할 것 요구

 

최선혜 사무처장은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의 문제는 피해자의 개인정보(가족관계, 학업, 직업 등), 피해자의 정서적 특징이나 약점을 이용해서 피해자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한다는 점”이라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의 진정한 의사가 반영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범죄) 배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개정안에선 “기존의 가정보호사건 제도를 폐지하고, 범죄 행위에 대한 처벌을 수사기관의 판단에 따라 형사처벌로 일원화를 하도록” 했다. 최 사무처장은 “이는 피해자가 가해자 처벌의 책임을 져야 하는 심리적 부담감을 해소하고, 재범 방지를 실질화하기 위함”이라 설명했다.

 

최 사무처장은 “경찰의 초기 현장 대응력 강화는 핵심적 문제”라고 짚었다. “현행범 체포가 명문화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는 폭력 행위가 중단되거나 비신체적 폭력의 경우 현행범으로 인식하고 체포하기 어려워 현장 종결률이 높아지는 것 같다.”는 것. 그렇기에 개정안에서는 “경찰이 현장 출동 시 폭력 행위 제지와 함께 가해자를 체포하도록 하는 의무를 명시”했다.

 

이 개정안 내용에 대해 여개명 경찰청 여성안전기획과장은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 중 하나인 반의사불벌죄 적용 배제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의견을 냈다. 다만 “이를 위해선 필연적으로 경찰 인력에 대한 증원 논의가 뒤따라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가해자 체포 의무에 대해 “구체적으로 요건이 명확해져야 할 것 같다”고 제언했다.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강제력이 수반되는 체포 행위인 만큼 ‘남용이 없도록 해야 된다’는 게 헌법과 형사법의 기본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상 세부 요건을 조금 갖추지 못하다 보니까, 분리의 수단으로서만 체포를 강조되는 것 같다. 미국의 경우, 범죄에 대한 개연성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으므로 그 부분도 참고하면 좋겠다.”

 

한편 개정안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식별하고, ‘쌍방 폭력’이라고 인식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친밀한관계 내 폭력 위험 평가 조사서’ 작성을 의무화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최 사무처장은 “미국에서도 ‘주 공격자’ 식별법을 도입해 가해자를 판별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며, 한국도 이런 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기념 토론회 〈‘데이트(교제)폭력’ 입법, 쟁점과 대안〉이 2025년 12월 2일 국회의원회관 제11간담회의실에서 열렸다. -주관: 한국여성의전화, 공동주최: 김남희, 박균택, 서영교,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김소희 (국민의힘), 손솔 (진보당), 용혜인 (기본소득당),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실. ©한국여성의전화

 

피해자 신변보호 조치, 실효성 있으려면?

 

피해자 신변보호 조치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최선혜 사무처장은 “2024년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했던 여성은 114명이고, 이 중에 경찰에 신고하고도 살해당한 피해자 수는 총 31명이다. 그리고 언론 보도상 피해자 조치가 이뤄졌다고 한 9건 사건 중, 6건은 주거와 직장 등 100m 이내의 접근금지 조치를 받았다고 하는데, 사실 모두 다 주거지에서 살해당했다.”고 문제를 짚었다. “현재 접근금지 조치가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걸 보여준다”는 것.

 

개정안에선 “기존의 가정폭력처벌법에 규정된 ‘일단 임시조치’와 스토킹처벌법에 있는 ‘잠정조치’를 포괄한 내용”을 담았다. 최 사무처장은 “접근금지 거리를 기존 100미터에서 2킬로미터 이내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스토커 접근정보 피해자 알림 시스템’(전자발찌를 부착한 스토킹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2km 이내로 접근하면 이를 대비할 수 있도록 피해자 휴대폰에 문자가 전송되며, 동시에 관제센터에 경보가 울린다)을 만들었으므로, “가해자가 접근금지 위반하며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경우, 경찰에 자동으로 신고되는 제도도 고려되기를 기대”하며 만든 규정이다.

 

나아가 “접근금지 제도가 좀 더 실효성 있으려면 전자장치 부착의 신청 및 인용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으며, “가해자의 GPS 정보와 피해자의 GPS 정보를 활용하여 자동으로 신고될 수 있는 등의 규정도 검토해볼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보호명령 및 배상명령도 확대했다. “피해자 보호명령에는 가해자에게 퇴거/격리, 접근금지, 친권 행사 제한 외에도, 피해자에게 거처 양도, 배우자/동거인의 동의 없는 재산 처분 및 양도 금지 등 다양한 보호조치를 청구에 따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민사특례 조항으로 들어간 배상명령도 중요한 부분이다. 현행 ‘소송촉진법’에서는 (존속)상해, (존속)중상해, 상해치사, 폭행치사상(존속 제외), 과실치 사상죄, 절도와 강도의 죄, 횡령과 배임의 죄, 손괴의 죄, 성폭력범죄 등에 대해 유죄를 선고할 경우, 법원은 직권으로 또는 피해자나 그 상속인의 신청에 따라 피고사건의 범죄행위로 인해 발생한 직접적인 물적(物的) 피해, 치료비 손해 및 위자료의 배상을 명할 수 있게 하고 있으며, 이를 배상명령제도라고 한다.

 

최선혜 사무처장은 “피해자가 별도의 민사소송을 하지 않아도 자신이 입은 피해에 대해 신속하게 배상 받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가정폭력처벌법은 ‘가정보호사건’에서 배상명령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정신적 피해 등에 대해 제한적이며, 형사소송 후 예견할 수 없었던 손해에 대해 사전에 신청하는 것도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의 경우엔 ‘신체에  대한  침해범죄’에 대해서 ‘배상범위’에 물리적, 정신의학적, 심리학적 치료를 위한 의료비는 물론 피해치유를 위한 비의료적 비용을 포함하고, 범죄로 인한 피해자의 일실수익, 양육비, 이사비용, 사망한 경우 장례비 등 일체가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이주여성 보호를 위한 규정도 빠지지 않았다. “연령, 장애뿐 아니라 '외국어 사용자' 등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피해자(특히 이주 여성)에 대해 진술 조력인을 양성하고, 형사사법 절차에서의 조력을 보장”하고 있다.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이주여성의 폭력 피해는 체류자격 문제와 연동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의사불벌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이주여성들이 가해자에게 의존하지 않을 수 있도록 피해자로서 독립적인 체류자격 부여 및 유지가 가능한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트·교제폭력에 대한 법안은 지난 10년 동안 28건의 법안이 발의되었지만 여전히 법제화되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총 12개의 개정 법률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최선혜 사무처장은 “성평등가족부 뿐만 아니라 법무부 또한 소관 부처”라며, 국회와 정부 각 기관이 관심을 갖고 의지를 가져야 입법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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