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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아무래도 이런 일 하긴 좀 그렇지.” “OO씨, 혹시 페미야?” “에이, 그래도 커피는 여자가 타야지.”
일터에서 이런 말을 듣는다면 어떨까? ‘페미니스트’를 낙인 삼아 여성노동자를 괴롭히거나, 성별에 근거해 어떤 일은 여성이 할 수 없는 일로 규정하고 또 다른 어떤 일은 여성만의 일로 여겨 강요한다거나…. 여성노동자를 차별하는 언행이며, 성차별적인 노동환경을 조성함에도 불구하고 현행 제도로는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 (관련 기사: ‘일이 힘들어서’ 아니라 성차별 문화 때문에 퇴사 https://ildaro.com/10363)
성희롱, 고용차별, 괴롭힘 관련 법에도 포함되어있지 않아
직장 내 성희롱은 남녀고용평등법상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이 동반되었는지를 주요 판정 요건으로 본다. 또, 같은 법에서 성차별은 “고용의 전 과정에서 특정 성별을 차별하는 행위”로 규정한다.
따라서 ‘성적 함의 없는’ 성차별적 언동과 노동환경, 그리고 ‘젠더에 기반한’ 괴롭힘은 현재 사실상 제도적 공백 상태다.
이에 2025년 11월 12일, 국회에서 ‘직장 내 성차별적 괴롭힘 사례 분석 및 제도적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한국여성민우회, 진보당 정혜경 의원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실 공동주최)를 열고 대안을 모색했다. 여성·성소수자 노동자들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법률 전문가, 연구자, 고용노동부 관계자 등이 함께 직장 내 성차별적 괴롭힘 해결을 위한 제도적 방안을 논의하였다.
이 자리에서, 구미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성차별적 언동이 여성인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라는 인식이 한국 사회, 특히 기업에 자리잡지 못한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이야기했다.
외국과 달리 한국은 성차별적, 젠더 기반 괴롭힘을 법으로 규정하지 않고 고용상 성차별과 성희롱만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명백한 입법 누락이자 공백임을 지적했다.
구미영 연구위원은 1998년 서울대 신 교수 성희롱 사건 이후, 수년에 걸쳐 ‘성희롱은 불법행위’임을 알려내기 위한 페미니스트와 시민사회단체의 노력, 정부 정책과 주요 판결이 이어졌고, 이제는 규범으로 확립되었음을 상기시켰다. 그리고 “과거에 비해 인권 및 성인지 감수성이 변화된 지금 성차별적, 여성혐오적 언행도 위법 행위임을 법률로 명시하여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직장 내 ‘성차별적 괴롭힘’ 방지, 이제는 제도화해야
김세정 노무사(직장갑질119 젠더폭력특별위원회)는 직장갑질119에서 진행한 ‘직장 내 젠더폭력 경험 및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젠더폭력을 ‘특정 성별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기반하여 직장에서 만연하게 이루어져 노동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하였다.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정의에 젠더 관점을 더한 것이다.
직장 내 젠더폭력 경험 여부에 대해 직장인 10명 중 약 4명이 ‘경험한 적 있다’고 응답하였다. 이 응답 비율은 여성이 남성보다 2배 가까이 높았고, 여성 상용직이 남성 비상용직보다 10% 이상 높게 나타나, 피해양상은 고용형태보다 젠더에 기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사무실에서 키우는 고양이를 안고 있는 여성노동자에게 “저 나이에는 고양이를 안을 게 아니라 시집가서 애를 낳아 안고 있어야 한다”고 말하거나, 여성 직원에게만 사장님과 손님 커피 타기, 과일 깎기, 설거지 등을 시켜서 화장실에 있다가도 전화가 오면 바로 나가서 커피를 내가야 한 사례 등이 언급되었다.
최근에는 ‘구애 갑질’ 피해 사례도 두드러지게 보여진다고 전했다. 남성 직원이 신규 발령받은 여성 직원에게 개인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하니 섭섭하다며 “죽고 싶다”, “니 목소리도 듣기 싫다” 등의 말을 하고, 이에 여성 직원이 기분을 상하게 하면 위험하겠다는 생각으로 잘 대해주었더니 하루에도 몇 번씩 속삭이듯 “방금 너무 예뻤다”, “오늘 청순한데?”라며 외모 평가를 하다가 “안경 끼고 머리 묶어주세요”라고 요구하는 등 여성노동자가 계속 일할 수 없게 만드는 피해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직장 내 젠더폭력 대응 방식에 대해서는 ‘참거나 모른 척했다’가 절반 이상, 10명 중 1명은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응답했다.
‘신고했다’는 응답은 남성 15.7%, 여성 7.1%로 그 차이가 2배 이상이었다. 특히 여성 비상용직은 ‘신고했다’는 응답이 겨우 5.5%밖에 되지 않았다. 남성보다 여성이, 여성 집단에서도 비상용직일수록 적극적인 대응이 어려운 것이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는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 등의 응답이 많았다. 사내 고충처리위원회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11.7%로 10명 중 1명밖에 되지 않았다.
대개 피해자들이 ‘신고하더라도 참가자들이 회사 내부 절차를 신뢰할 수 없어서’, ‘회사 분위기 상 문제 제기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이상한 사람으로 여겨지거나, 이직 이후까지 불이익을 입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많이 호소하는데, 이와 연결되는 조사 결과이기도 하다.
노동자 10명 중 1명만이 “회사 고충처리 절차 신뢰” 응답 고용노동부의 현행법에 대한 ‘젠더 관점’의 적극적인 해석 역할 중요
김두나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역시 “현행 법·제도는 성차별적 괴롭힘을 규율할 명확한 근거가 부재하거나 기준이 모호하여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청소를 여직원에게만 시킨 갑질 사례가 최근 법원 판결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되기도 하였으나, 이처럼 인정된 사례는 매우 드물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 행위가 ‘상당한 수준’이고, 지위에서의 ‘우위’ 또한 분명할 것이 요구된다. 그러다 보니 일상에서, 또 업무상 자연스럽게 이뤄지거나 칭찬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는 성차별적 괴롭힘의 경우, 현행 법제도상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받기 쉽지 않다.
또한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특수고용노동자 등 사용자와 직접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비정형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여 대응 자체가 불가능한 현실도 지적되었다.
2015년 전후, 일터 안팎에서 마녀사냥식 페미니스트 낙인찍기 등 성차별적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 중에는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이 많았는데, 이들 대다수는 도급이나 용역계약을 체결한 프리랜서였다. 부당한 계약해지나 업무지시가 있어도 이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문제 제기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또한 현행 매뉴얼 상 ‘성별’, ‘성차별’ 관련 부분이 빠져있긴 하나, 실제 현장조사 시 근로감독관들은 연령, 학벌, 영향력 외에도 성별과 인종 등 다양한 조건을 살펴서 판단하고 있으며, 여성노동자를 향한 구조적, 고정관념에 의한 성차별적 괴롭힘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포함될 수 있다고 발언하였다.
즉, 조사 및 판단 권한과 의무를 가진 근로감독관이 성인지 감수성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해석해나갈 경우, 피해 구제를 가능케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또, 박정현 고용노동부 고용문화개선정책과 과장은 직장 내 성희롱, 성차별적 괴롭힘 피해를 겪은 노동자가 사업장에 대한 불신으로 문제 제기를 꺼려한다는 김세정 노무사 발표에 주목하며, ‘직장 내 성희롱 예방 의무교육을 넘어 노동자들이 사업장 내부 절차를 신뢰하고 문제 제기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고민하겠다’고 하였다.
이에 김세정 노무사는 “현행법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 고용노동부 역할”을 강조하였다.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을 2023년 5월 개정하면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상정할 수 있는 구체적 예시”로 “성역할적, 성차별적 발언을 통한 괴롭힘”을 추가하였음을 짚었다.
지속가능한 일터 위해 ‘성차별적 괴롭힘 금지’할 수 있는 방안들
구미영 연구위원은 단계적 보완 방식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예컨대, 남녀고용평등법에 ‘성차별적 괴롭힘 금지’ 규정을 포함하고, 성희롱 예방교육에도 관련 내용을 포함할 의무를 규정하고,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 필수적 기재사항에 성차별적 괴롭힘에 대한 고충 처리 절차를 추가하는 등 사용자 의무를 연성적(법적 처벌을 바로 부과하지는 않지만, 지켜야 할 의무와 기준을 명시하는 것)으로 추가 규정하는 것이다.
한편, 민우회 배찬민 활동가는 “근로기준법 상 괴롭힘 규정에 의거하여 ‘성차별적 괴롭힘’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을 할 것을 제안했다.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2023)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와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매우 협소하게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해당 매뉴얼은 피해자로 하여금 자신의 피해상황을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하기보다, 자신의 피해경험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일조차 어렵게 만들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배찬민 활동가는 따라서 ‘성차별적 괴롭힘’이 (지위와 관련 없이도) 관계 등의 우위 안에서 해석될 수 있도록 보완되어야 하며, 행위에 의한 영향 또한 다양하게 포괄할 수 있도록 기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언급하였다. 최근 한겨레신문과 한국정당학회가 실시한 ‘2025~2026 유권자 패널조사(2차)’에 따르면,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64.1%) 의견이 반대(35.9%)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고 전했다. 배 활동가는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통해 성차별적 괴롭힘이 규율될 수 있으며, 성차별이 여성노동자의 노동환경에 미치는 문제를 인지할 수 있게 하는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필자 소개] 다혜.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에서 활동하다 새해부터 회원팀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26년 나의 소원은 신규 민우회원 300명을 만나는 것이다. “페미니스트와 한 뼘 더 가까이, 한국여성민우회 정기후원에 함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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