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촌 성착취’, 주한미군의 책임도 묻는다

117명 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두번째 국가배상 청구소송

박주연 | 기사입력 2026/03/13 [10:05]

‘기지촌 성착취’, 주한미군의 책임도 묻는다

117명 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두번째 국가배상 청구소송

박주연 | 입력 : 2026/03/13 [10:05]

“제 나이 거의 팔십 가까이 들어서 처음으로 소송을 하니까 정말 용기가 많이 필요했습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말을 잘하지 못합니다. 그래도 이제 억울함을 호소하고자 나왔습니다.” (‘주한 미군 성착취 규명’ 소송 원고인 발언 중에서)

 

2014년 6월 25일, 122명의 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가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관련 기사: 미군 ‘위안부’ 국가 손배소송의 네 가지 쟁점 https://ildaro.com/7740) 이 소송은 2017년 서울중앙지방법원(1심)과 2018년 서울고등법원(2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2022년 9월 대법원 확정 판결로 한국 정부의 위법 행위 책임이 최종 확인됐다. 이 역사적 판결을 통해 기지촌에서 국가 주도로 성매매가 조장되었고 강제 성병관리가 실시됐다는 점이 인정되었으며, 원고들은 국가폭력의 피해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하지만, 이 소송의 피고는 한국 정부로 한정되어 있어서 미군 당국의 범죄 행위는 판단 범위에서 제외됐다. 이에 피해자들은 미군 ‘위안부’ 제도의 진상을 밝히고 미군 당국의 책임을 밝히기 위해, 2025년 9월 5일 117명의 원고가 참여한 두 번째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불공정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과 주한미군민사특별법에는 미군이 직무수행 중 우리 국민에게 입힌 손해에 대해 한국이 국가배상법에 따라 처리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2차 소송의 피고는 여전히 대한민국이다. 그러나 원고 대리인단은 이 소송의 목적은 ‘미군 당국의 불법행위를 규명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 2026년 3월 6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침묵을 깨고 책임을 묻다: 주한미군 성착취 규명 소송의 의의와 쟁점〉(주최: 주한미군성착취규명 공대위, 국회의원 손솔, 장철민, 임미애, 전진숙, 이주희 의원실) 토론회가 열렸다. 소송 원고이자 피해당사자의 발언도 송출되었다.


미군 ‘위안부’ 제도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미군

 

지난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침묵을 깨고 책임을 묻다: 주한미군 성착취 규명 소송의 의의와 쟁점〉 토론회에서, 고미라 새움터 대표는 이번 소송의 주요 목적을 네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는 미군의 책임을 규명하는 것이다. 미군 당국은 기지촌에서 벌어진 인신매매와 성착취 범죄를 알면서도, 이를 사실상 허용하고 조장했다.

 

둘째는 미군 ‘위안부’의 피해를 알리는 것이다. 대부분 10대였던 여성들이 생계를 위해 직업소개소를 찾았다가 허위 알선과 기망으로 기지촌에 유입되었다. 납치된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미군의 성적 학대, 폭행, 감금 등 심각한 폭력에 노출되었으나, 미군 당국은 가해자를 은닉하거나 사건을 무마하며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았다.

 

셋째는 미국 정부와 미군의 공식적인 사과와 배상을 받고, 재발 방지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 상대 소송을 통해 미군 ‘위안부’ 제도의 위법성이 확인됐지만, 실질적으로 운영한 미국은 여전히 침묵 중이다. 범죄 인정과 기록 공개, 재발 방지 제도가 필요하다.

 

넷째는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을 지원하는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성착취와 폭력, 페니실린 강제 투여 부작용 등으로 신체적, 심리적, 경제적 고통을 겪는 피해자들에게 즉각적이고 통합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 2022년 9월 29일, 미군 ‘위안부’ 국가손해배상 청구소송 대법원 판결 선고 후 기자회견이 진행되었다. 대법원은 한국 정부의 위법 행위 책임을 확인하였고,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규정하여 일반적인 5년의 소멸시효를 적용하지 않는 역사적인 판결을 했다. (출처: 두레방)


피해자 117명, 주한미군의 책임을 묻기 위한 소송 제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내 미군 ‘위안부’ 국가배상소송 대리인단 단장을 맡은 하주희 변호사(법무법인 율립)는 “주한미군의 책임을 묻기 위한 최초의 소송”이라는 점을 짚었다. 그리고 소송의 핵심 목적은 “미군 당국이 한국 정부와 손잡고 기지촌 성매매를 적극적으로 정당화하고 조장한 시스템을 규명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의 책임은 이미 대법원 판결로 확정되었다. “미군의 사기 진작과 (한국의) 외화 획득을 목적으로 기지촌 특별구역을 설치하여 성매매를 조장하였고, 공무원들을 동원해 미군을 대하는 자세까지 교육하는 등 이른바 ‘애국교육’을 실시한 위법성이 인정”되었다. “또한, 법적근거 없이 여성들을 낙검자 수용소에 가두는 등 조직적이고 폭력적인 강제격리수용 조치를 시행한 점도 명백한 불법행위로 판단”되었다.

 

결과적으로 대법원은 이를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규정하여, “일반적인 5년의 소멸시효를 적용하지 않는 역사적인 판결”을 했다.

 

하주희 변호사는 이번 2차 소송에서 규명하려는 주한미군의 주요 불법행위는 첫째 “성매매 적극 조장”과 “미군 ‘위안부’를 자국 군대 내 인종차별 문제 해결 수단으로 악용”한 점이라고 말했다. “미군은 부대 내외에서 성매매를 허용했을 뿐만 아니라, 부대 내 인종갈등이 심각해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위안부들에게 ‘성매매의 동등한 기회 보장’을 강요하며 ‘흑인을 거부하는 건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무의식적으로 북한을 돕는 행위’라고 했기 때문”이다. 하 변호사는 “당시 서독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들에겐 내부 인종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괄적인 차별철폐교육’을 시행했던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조치였다”라고 비판했다.

 

두 번째는 “미군 당국이 폭력적이고 성차별적인 강제 성병관리를 직접 주도했다는 점”이다. “미국은 1953년 자국 내에서 인권침해 논란으로 여성 격리치료시설을 전면 폐쇄했음에도, 1970년대 한국에서는 자국 병사들 보호를 위해 한국 정부에 위안부 격리조치와 성병관리소 신설을 강력히 요구했다”는 것.

 

하주희 변호사는 그 성병관리소에서 “당시 권장량의 4~5배 달하는 페니실린을 여성들에게 과다 투여”해 이로 인해 사망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또 “성병 접촉자를 색출하기 위한 ‘토벌’과 ‘컨택’ 과정에는 미 헌병과 미군차량이 동원”되었고, “미군은 위안부들을 등록하게 한 뒤 사진과 번호표를 활용해 이들을 관리하고 감시하는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 2026년 3월 6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주한미군 성착취 규명 소송 의의와 쟁점’ 국회 토론회 현장 모습. (출처: 한국여성민우회)


미국을 직접 피고로 세우자는 주장도…

 

한편, 토론회에서는 미국을 직접 피고로 세우는 방안도 가능하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국제법상 다른 주권 국가를 국내 법정에 세울 수 없다는 ‘국가면제’ 원칙이 통용되지만, 반인도적 불법 행위로 피해를 당한 사람의 마지막 구제수단인 경우에는 예외를 두기 때문이다.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한민국 법원은 이미 일본군 ‘위안부’ 강요에 대한 소송에서,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국가면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선언하며 일본국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확정 판결을 세 건이나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 기사: ‘위안부’ 소송…국가면제 법리와 ‘여성’인권의 충돌 https://ildaro.com/8956)

 

또한 SOFA(주한미군지위협정)과 주한미군민사법 규정 때문에 미국을 피고로 세울 수 없다는 해석에 대해서도, 다른 견해를 제시하였다. SOFA 조항에 따르면 ‘미군이 직무수행 중 우리 국민에게 입힌 손해에 대한 책임은 한국 정부에 있다’. 그러나 김창록 교수는 “미군 ‘위안부’들에게 성노예를 강요한 범죄 행위는 결코 정상적인 공무나 직무수행으로 볼 수 없으므로, 해당 협정과 법률이 이 사건에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주한미군 성착취 범죄의 “실질적이고 1차적인 책임 주체가 미국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미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는 것은 “중대한 인권침해 피해자들이 헌법과 국제인권법에 따라 효과적인 사법적 구제에 평등하게 접근할 권리를 박탈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피해자들은 사회적 연대를 요청하고 있어

 

〈주한미군 성착취 규명 소송의 의의와 쟁점〉 토론회 말미에 하주희 변호사는 “현재까지 피고 측(한국 정부는 성병관리 관련부처인 질병관리청이 소송수행자 지정서를 제출한 상황)으로부터 아무 답변도 오지 않은 상태”라며, “미군과 한국 정부가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 문제가 공론화될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한 피해당사자는 “과거에 아무리 억울하고 참혹한 일을 당했어도 감히 국가나 미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거다. 각계 각층의 전문가와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도와준 덕분에 1차 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었다.”라며 “2차 소송에서도 반드시 승소할 수 있도록 끝까지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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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 2026/03/14 [18:02] 수정 | 삭제
  • 이런 시간이 오는구만요. 어르신들 몸 건강히 오래오래 사셔요. 젊은 시간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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