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 출산’한 베트남인 기능실습생이 사체유기죄?응우엣 씨에게 무죄 판결을…‘재생산 정의’ 재판이 될 것일본에서 ‘기능실습생’(개발도상국에 기술을 이전한다는 명분으로 외국인 노동자가 최장 5년간 일할 수 있게 한 제도인데, 실제로는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하려는 측면이 강하다. 과거 한국의 산업연수생 제도와 유사함)으로 일하던 외국인이 일본 경찰에 체포 및 기소되어 유죄 판결을 받는 사건이 줄을 잇고 있다.
2025년에는 베트남 여성 응우엣(일본어 표기는 グエット ‘그웻’) 씨가 사산 후 사체유기죄로 유죄 판결을 받고, 현재 상고 중이다. 이 재판을 지원해온 ‘쿠무스타카-외국인과 함께 사는 모임’의 나카시마 신이치로(中島眞一郎) 씨가 응우엣 씨의 주장과 재판에 대해 보고한다. 이어서 이 사건과 관련하여 ‘재생산 정의’에 대해 쇼치대학 다나카 마사코(田中雅子) 교수가 기고한다. [편집자 주]
‘고립 출산’ 내몰린 기능실습생의 정황 고려하지 않은 재판부
‘쿠무스타카’(Kumustaka, ‘잘 지내요?’라는 의미의 필리핀 타갈로그어)는 1985년부터 일본에서 일하는 아시아 여성들을 지원해온 비정부단체로, 구마모토시에서 발족했습니다.
이번 사건과 유사한 사례로, 2021년에 일어난 베트남인 기능실습생 린(Linh) 씨 사건을 지원한 바 있습니다. 린 씨는 구마모토현의 귤 농장에서 일하던 중, 기숙사에서 홀로 아기를 낳다가 쌍둥이를 사산하였습니다. 그 후 아이의 이름을 짓고, 편지를 쓰고, 시신을 수건에 감싸 상자에 담아 선반 위에 보관, 다음 날 병원을 찾았다가 ‘사체유기죄’로 체포되었습니다. 린 씨는 1심과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2023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습니다.
우리는 2024년 응우옌 티 응우엣(Nguyễn Thị Nguyệt) 씨가 체포되었다는 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된 후, 후쿠오카의 지원자들을 통해 변호사 및 통역사와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그해 7월 보석으로 풀려난 응우엣 씨에게 새로운 실습처(일자리)를 찾아주고, 지금까지 곁에서 지원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베트남인 기능실습생인 응우엣 씨는 일본에 오기 전부터 “임신하면 귀국시켜 버리겠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던 탓에, 2023년 12월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누구와도 상의하지 못한 채 지냈습니다.
2024년 2월 2일, 지인의 집에서 지내던 중 혼자 갑작스레 출산을 하게 되었는데, 안타깝게도 사산이었습니다. 대량출혈과 그에 따른 산소결핍 등으로 몇 번이고 실신하면서 아기의 사체를 간신히 찾아내어 비닐봉투에 담았습니다. 베트남에는 시신을 맨바닥에 놓아서는 안 된다는 금기가 있는 데다, 아이의 시신을 뭔가로 덮어주고 싶어 바로 옆에 있던 쓰레기통 안에 잠깐 안치하고 그 위에 케이크 상자를 얹었습니다.
사산한 지 몇 시간 후, 집에 돌아온 지인이 응우엣 씨를 병원으로 데려갔는데, 병원 측이 경찰에 신고를 했고 응우엣 씨는 사체유기죄로 체포 및 기소를 당했습니다.
응우엣 씨는 일관되게 무죄를 주장했지만, 2025년 3월 7일, 후쿠오카지방법원은 유죄 판결(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 4일, 후쿠오카고등법원은 1심의 유죄 판결을 지지하며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또한, 사산 직후의 신체적, 정신적 극한 상태에서 무엇이 적절한 대응인지 모르는 채 그러한 행동을 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거실에서 사산 후 몇 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비닐봉투에 담은 시신을 휴지통 안에 둔 것을 가지고 ‘사체유기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것은 매우 부당합니다.
이는 여성의 노동권 및 재생산권을 박탈할 뿐 아니라 ‘재생산 정의’(Reproductive Justice, 개인의 출산 선택을 넘어서, 누가 어떻게 아이를 낳고/낳지 않을지, 어떤 환경에서 양육할 수 있는지에 대한 권리와 조건이 공정하게 보장되는가를 묻는 개념)에도 반하는 판결입니다. 또한 임신과 출산의 책임을 여성 한 사람에게 떠맡기는 일본 사회의 젠더 불평등을 표출한 사건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응우엣 씨는 이 고등법원 판결에 불복해 2025년 11월 6일에 대법원에 상고, 2026년 1월 13일에 상고 이유서를 제출했습니다.
상고심부터는 규슈의 변호사 3인, 도쿄에서 활동하는 하야시 요코 변호사(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위원장)가 새롭게 합류, 변호인단을 강화했습니다. 상고 이유서에서는 지금까지의 주장에 더해, 여성차별의 관점에서 이 사건을 다시 해석하고 재생산 권리 및 재생산 정의에 근거하여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또한, 재판부에 세이난가쿠인대학 후쿠나가 슌스케 교수, 쇼치대학 다나카 마사코 교수, 지케이병원 하스다 다케시 원장 등 전문가의 의견서와, 출산경험자와 의료종사자 등 47인의 일반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날,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요구하는 1,762명의 추가 서명(현재는 약 2만명 가량)을 제출했습니다. ‘쿠무스타카’는 서명운동과 재판지원금 모금, 무죄 촉구 집회와 토론회 등을 이어가며, 응우엣 씨의 용기 있는 상고가 미래의 여성들의 더 나은 삶으로 이어지도록 시민들에게 힘을 보태 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응우엣 씨의 호소(발췌): “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십시오”
1월 13일, 상고 이유서 제출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응우엣 씨가 온라인으로 참석하여 대법원 상고 이유를 직접 전했다.
지인이 저를 병원에 데리고 갔는데, 그 후 경찰에 잡혀 아이와 만날 수도, 묻어줄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저는 계속 무죄를 주장해 왔습니다. 사건 심리 중에 미처 충분히 생각하지 못했던 점이 있다는 사실, 제가 놓여 있는 처지와 저의 진짜 의도 역시 잘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상고를 한 것은 책임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어서가 아니라 진실을 분명하게 밝혀 공정한 판단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대법원이 증거와 사실에 근거하여 판단해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부디 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십시오.”
다나카 마사코 교수 기고: ‘재생산 정의 재판’으로 다시 질문하기 임신·출산을 둘러싼 최소한의 접근권과 안전망을 국가가 보장했는가?
‘재생산 정의’(Reproductive Justice)는 재생산 권리(Reproductive Rights, 생식의 자기결정권)를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사회적 정의(Social Justice)의 관점에서 질문을 던지는 이론적 틀입니다. 여기에 인종, 국적, 민족, 성별, 성적 지향, 장애 유무 등 복수의 속성이 겹쳐져 발생하는 문제를 분석하는 교차성(Intersectionality) 관점을 더함으로써 차별과 불평등을 가시화할 수 있습니다.
재생산 정의는 ①아이를 갖지 않을 권리 ②아이를 가질 권리 ③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아이를 키울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어 있는가 라는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집니다. 국가는 이 정의를 보장하기 위해 개인에게 부당하게 개입하지 않는 ‘소극적 의무’와, 당사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적극적 의무’를 갖습니다.
가령 출입국관리청 등이 임신을 이유로 불리한 취급을 해서는 안 된다며 법령 준수를 반복적으로 외치고 있지만, 이는 ‘소극적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것에 불과합니다. ‘적극적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정보의 다언어 제공과 상담창구 설치, 보건의료기관에서의 대응, 임신에 의한 휴학과 휴직 등을 포함한 출입국관리법 제도 설계 자체를 재고해야 합니다.
이 사건을 ‘재생산 정의 재판’으로 규정하는 것은, 그 배경에 있는 사회적 제도적 조건 -임신·출산을 둘러싼 최소한의 접근권과 안전망을 국가가 보장했는가-에 대해 다시 물을 뿐 아니라, 장애를 가진 여성 등 재생산 권리를 침해당해온 여성들과 연대하기 위해서도 유효합니다. [번역: 고주영]
-〈일다〉와 제휴 관계인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 기사를 번역, 편집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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