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버 다이빙도 하는데 왜 비행기에서는 혼자 못 내려오는가”

능력, 돈, 외모, 가족…익숙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생각⑩

호미 | 기사입력 2026/05/25 [10:29]

“스쿠버 다이빙도 하는데 왜 비행기에서는 혼자 못 내려오는가”

능력, 돈, 외모, 가족…익숙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생각⑩

호미 | 입력 : 2026/05/25 [10:29]

지난 5월 15일자 〈비마이너〉에 보도된, “티웨이항공, 6개월도 안 돼 또다시 장애인 차별” 기사는 Moon의 이야기다.

 

스쿠버 다이빙을 하기 위해 제주에 도착한 우리는 비행기에서 계단을 통해 내려와야 했다. Moon의 배우자는 밑에서 Moon을 받치고, 나는 옆에서 Moon의 바지 뒤춤을 잡고 내려왔다. 열몇 개의 계단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자칫 잘못하면 셋이 함께 굴러떨어질 상황이었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이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스쿠버 다이빙도 하시는데 비행기에서는 혼자 못 내려오시나.”

 

탄성이 나왔다. 역설적으로 핵심을 드러내는 질문이다. 정말이지, Moon은 스쿠버 다이빙도 하는데, 왜 비행기에서는 혼자 내려오지 못할까?

 

우리는 일반적으로 가능과 불가능을 가르는 것은 능력, 기능, 체력, 장애 유무… 등이라고 여긴다. 그렇다면 능력도, 체력도, 뇌병변으로 몸의 기능도 제한적인 Moon이 어떻게 스쿠버 다이빙을 하고 있는 것일까? 숙련된 기술을 요하는 스쿠버 다이빙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어떻게 비행기 계단을 내려오지는 못하는 것일까?

 

▲ 항공사 측이 리프트를 제공하지 않아 Moon이 계단으로 내려오고 있다. Moon이 제어가 가능한 왼손으로 난간을 잡기 위해 뒤로 돌아있고, Moon의 배우자와 활동지원사인 호미가 부축하고 있다. (사진: 방준식 감독 제공)


몸에 맞는 장비들을 구하고, 맞추고, 바꾸고, 닦고, 말리고…

 

제주 섶섬에서 다이빙을 마치고 씻고 나왔을 때였다. 장애인 스쿠버 다이빙을 6년째 하고 있는 감태 활동가(제주해녀문화연구원 원장, 참고 기사 https://ildaro.com/10381)가 잠수복과 장비들을 닦고, 말리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감태 씨는 지난 2월부터 서울과 용인 잠수풀 연습 때마다 이 장비들을 가지고 올라왔는데, 매번 이런 뒷설거지를 홀로 해왔을 거라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다. 돕겠다 나서니 호흡기 같은 장비는 건조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본인이 한다고 그만두란다.

 

“뒷일이 이렇게 많을 거라 생각 못했어요. 용인까지 오시고, 강습해주시는 것만 해도 큰일이었을 텐데….”

감태 씨가 크게 웃었다. 

“이런 일은 아무것도 아니예요. 사람에 맞는 장비 궁리하는 거에 비하면요.”

 

제주에서 강습을 위해 용인으로 올라오는 감태 씨는 매번 아주 커다란 가방을 가지고 왔다. 다른 사람 장비는 잠수풀장에서 대여했지만, Moon의 몸에 맞는 장비는 대여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호흡기의 마우스 피스가 Moon의 입에 맞지 않아 아동용으로 바꿔 끼웠다. 호흡기가 벗겨질 때 찾아 다시 끼우기가 힘드니, 호흡기에 고무줄을 매어 목에 걸었다. Moon의 다리가 물 속에서 벌어지는 것도 문제였다. 감태 씨는 두 다리를 잇는 벨트도 찾아 왔다. 그리고 다리가 아래로 내려가도록 벨트에 맬 천 웨이트(무게추)도 구해왔다. 보통 웨이트는 납이라 Moon의 발목 부상이 우려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구해온 장비들도 바뀌기 일쑤였다. 호흡기 호스는 보통 오른쪽에 달려 있는데, Moon은 왼손만 쓸 수 있으니 왼쪽에 호스가 달린 것으로 바꿔 왔다. 하지만, Moon이 여전히 불편해하자, 좌우 양쪽에 호스가 달려 있는 호흡기를 가져왔다.

 

가장 어려웠던 문제는 체온 조절이었다. Moon은 체온 조절이 힘들다. 온도가 떨어지면 호흡이 힘들어진다. 호흡은 스쿠버 다이빙의 생명. 일반적으로 입는 3mm 잠수복으로는 체온 유지가 어려웠다. 그래서 감태 씨는 5mm 잠수복을 가지고 다녔다.

 

이번 5월 제주 바다 다이빙을 앞두었을 때였다. 미리 답사를 다녀온 감태 씨가 긴급 상황을 알려왔다. 바다 온도가 17도. 5mm 잠수복으로도 해결이 힘든 상황이었다. 감태 씨는 수중 발열조끼를 준비하고, 잠수복 제조업을 하는 지인이 7mm 잠수복을 기부하기로 했다. 덕분에 공항 앞 공터에서 잠수복을 맞추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물론 7mm 잠수복은 엄청난 고가이다. 민간단체인 제주해녀문화연구원에 이런 큰돈이 있을 리 없다. 이런 기부를 감태 씨는 ‘일종의 품앗이’라고 말한다. 이 잠수복은 Moon이 입고 제주해녀문화연구원에 기증된다. 덕분에 누구라도 몸에 맞는 사람은 입을 수 있다.

 

▲ Moon이 손으로 이퀄라이징(압력 평형 맞추기)을 하며 입수하고 있다. 물속에서 빠질 때를 대비해 줄로 묶은 호흡기, Moon의 입에 맞는 마우스피스, 다리 벌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벨트, 무게를 잡아주는 천 웨이트, BCD(부력조절장치) 양방향 호스, 7mm 두께의 잠수복 등은 Moon의 몸에 맞춰 바꾸고, 맞춰온 것들이다. 사진에 나오지 않지만 Moon 바로 앞에서 함께 다이빙하고 있는 감태 씨까지. 이들 덕분에 Moon의 다이빙은 가능해졌다. (사진–호미 제공)


승객에게 맞는 장비 구하는 대신, 양해를 구하는 이유

 

감태 씨는 끝없이 궁리하며 Moon의 몸에 장비들을 맞추어 갔다. 반면, 티웨이항공은 감태 씨와 전혀 다른 경로를 걷는다. 티웨이항공은 Moon에게 반복해서 ‘양해’를 구했다. 더할 수 없이 친절한 목소리로 직원은 Moon에게 걸을 수 있는지 물었다. (걸을 수 있다면 왜 휠체어를 타겠는가?) 걸을 수 없다고 대답하자, 그의 말이 걸작이었다.

“그 편이 탑승교가 배치되지 않는 편이라서요. 양해를 구합니다.”

 

양해 요청은 겉으로는 동의를 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비행기를 소유하고, 비행기 운항 일정과 리프트 설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자원을 가진 항공사가 탑승이 절실한 개인에게 거듭 구하는 ‘양해’는 거절 가능성이 없는 허위 선택지다. 우리는 이를 ‘차별’ 혹은 ‘갑질’이라고 부른다. 항공사는 ‘양해’를 해주는 장애인의 ‘선의’를 이용해 차별을 지속하기를 선택하고,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을 유지한다.

 

예약한 장애인이 있어도 탑승교를 설치하지 않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매뉴얼이 되고 규정이 된다. 매뉴얼이 되고 규정이 되면, 그 자리에 어떤 직원이 와도 반복된다. 6개월 후에도 똑같은 문제를 일으키고, 공식적인 사과를 하고도 다시 같은 잘못을 한 이유다.

 

그뿐 아니다. 먼저 계단을 내려온 비장애인 승객들은 공항버스에 타서 Moon과 우리가 벌벌 떨며 내려오는 것을 모두 지켜보았다. 그들에게 제대로 걷지 못하는 몸만 보였고, 탑승교가 설치되지 않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불가능’이라는 허구는 이렇게 수행된다. 계단을 내려온 후 2주 째, Moon의 발목 통증이 여전히 심하다. 평소 하던 동작이 안돼서 아찔한 순간이 자꾸 발생한다. 이 ‘허구’ 수행의 비용은 온전히 장애 몸이 치른다.

 

양해를 거부하자, 놀랍게도 리프트가 나왔다

 

다이빙을 끝내고 돌아가는 비행기 타기 두 시간 전, 항공사에서 전화를 걸어왔다. 다시 걸을 수 있는지를 묻고, 못 걷는다고 하자, 이번에는 4시간 후 비행기편을 이용하면 안 되는지 ‘양해’를 구했다.

 

제주 가는 비행기에서 다이빙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단으로 내려왔던 Moon은 이번에는 양해하지 않기로 선택했다. 리프트가 마련될 때까지 버틸 작정이었다. 그러자, 시간에 맞춰 리프트가 나왔다. 우리는 리프트를 타고 순조롭게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이제 Moon의 비행기 탑승은 ‘가능한 일’이 되었다.

 

불가능과 가능을 가르는 것이 능력, 기능, 체력, 장애 유무가 아니라, 시스템과 환경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것이 올해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장애인권리보장법의 핵심이다. 40년 전에 제정된 심신장애자복지법이 장애를 “개인의 손상”으로 본 데 반해, 장애인권리보장법은 장애를 “사회의 문화적·물리적·제도적 장벽 등 환경적 요인과 개인적 요인의 상호작용으로 일상생활 및 사회참여 제약이 발생하는 상태”로 명시했다.

 

▲ Moon(가운데)이 35m 아래로 다이빙해 자세를 잡았다. 35m는 아파트 12층 높이 아래다. Moon의 가슴에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민주주의” 몸자보가 보인다. 사진 왼쪽이 감태 씨, 오른쪽이 Moon을 이어 강습을 받기 시작한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의 활동지원사이다. 이규식 대표는 스쿠버 다이빙을 하기 위해 백방으로 방법을 찾았지만 못 찾고, 활동지원사가 다이빙 자격증을 따도록 하였다. 그러다 Moon을 통해 감태 씨를 소개받고, 직접 강습을 받기 시작했다. (사진 제공-호미)


며칠 전 잠수풀에서 Moon은 35m까지 내려갔다. 물론 감태 씨와 함께. 다음 날 제주로 돌아간 감태 씨가 텔방에 올린 글.

“스스로 이퀄라이징 하고, 마스크 조절하고, 두 다리도 자연스럽게 뻗어지고 있어요. 물에 많이 적응한 거죠. 다이빙의 궁극적 목적은 물속에서 안전하게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건데, Moon님은 스스로 할 수 있는 선까지 상당히 도달했어요.”

 

덧붙임: 댓글 쓰신 분께

 

좋은 질문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비행기 탑승구에서 지면까지 2.7m. 비행기에서 아무 장비 없이 혼자 힘으로 내려올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고도로 훈련받은 소방관이나 암벽 등반 선수도 장비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탑승교, 계단, 리프트가 있는 것입니다. Moon은 이 중 탑승교와 리프트로, 그리고 비장애인은 계단의 도움으로 내려오는 겁니다.

 

[필자 소개] 호미. 장애활동지원사이며 동화 집필 노동자. 전국귀농운동본부 ‘귀농통문’ 편집위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장애활동서비스 이용인’ Moon을 돌보고 Moon으로부터 돌봄을 받으며 하루하루 연명합니다. 일하고 사랑하며, 투쟁하고 놀며 새로운 몸으로 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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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ang! 2026/05/26 [11:50] 수정 | 삭제
  • 맞아요. "너도 계단 필요하잖아." 촌철살인 말씀에 속이 확 뚫리는 기분입니다.
  • 친구 2026/05/26 [10:12] 수정 | 삭제
  • 장애인권리보장법의 핵심을 이렇게 쉽게 설명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특히 '비장애인은 계단의 도움으로 내려'온다는 마지막 구절????
  • gaonhaeon 2026/05/25 [18:49] 수정 | 삭제
  • 잘 읽고 또 하나 배워갑니다
  • 서천토토 2026/05/25 [14:29] 수정 | 삭제
  • 친절한 '양해' 속 갑질, 폭력을 마주하지만 우리는 늘 제대로 걷지 못하는 몸만 보이고 탑승교가 설치되지 않은 효율성에 가려진 자본의 힘은 보지 못해서 안타깝습니다. 감수성을 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람에 맞는 장비 궁리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차별없은 세상을 볼 수 있어 따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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