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들은 불법체류하지 않는다. 그냥 살아갈 뿐이다

이주민센터친구의 눈으로 본 ‘미등록 이주 아동’

이제호 | 기사입력 2026/05/27 [10:04]

아동들은 불법체류하지 않는다. 그냥 살아갈 뿐이다

이주민센터친구의 눈으로 본 ‘미등록 이주 아동’

이제호 | 입력 : 2026/05/27 [10:04]

얼마 전 SNS에서 짧은 TV 토론 프로그램 영상을 봤다. 주제는 ‘불법체류자 자녀에 대한 교육지원을 제한해야 하는가?’였다. 영상 속의 두 토론자는 자극적이고 빠른 속도로 자신의 주장을 주고받았다.

 

교육지원을 제한해야 한다는 측의 패널은 “불법체류자 자녀에게 교육지원을 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 ‘불법체류를 해도 된다’는 공공의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또 한국은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이주민이 가장 빠르게 늘어나고 있음을 지적하며,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이주민들을 포용하는 정책을 통해 이주민이 늘어나 사회적 혼란이 발생한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짧은 영상 속의 그 말들은 꽤 그럴듯하게 들렸다. 불법에는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말, 정부가 불법체류자에게 혜택을 주면 안 된다는 말, 선진국의 실패를 반복하면 안 된다는 말. SNS에서는 그런 말들이 특히 더 “현실적인 이야기”처럼 소비되고 있었다.

 

그런데, 영상을 다 보고 나서도 계속 마음에 남는 게 있었다. 그 토론에는 정작 당사자인 아동은 없었다. 미등록 체류 아동에게는 생존과 정체성과 관련된 삶의 절박한 문제가, 누군가에게는 그저 논리 게임으로 취급되는 상황이 씁쓸하게 느껴졌다.

 

‘불법체류자 자녀’라는 말

 

“불법체류자 자녀”라는 단어는 이상하다. 그 말은 아동을 아동의 존재가 아닌 부모의 체류자격으로 설명하고 정의 내린다. 그 단어에는 아동의 이름도, 나이도, 학교도, 친구도 사라지고 부모가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한 사실만 강조되고 있다.

 

▲ 2024년, 이주민센터 친구에서는 ‘미등록 이주 아동 구제 대책’을 통한 체류자격 신청을 위해 당사자 아동과 동행하였다. 해당 아동은 미등록 외국인이었지만, 한국에서 태어나 10년 이상을 한국에서 성장한 아동이었다. [사진 제공-이주민센터 친구]


주변의 사람들은 〈이주민센터 친구〉에서 일하는 나에게 ‘그래도 사람들이 아동에 관해서는 연민을 느끼고, 인도적인 처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라고 물어본다. 그러나 생각보다 놀랍게도 그 앞에 ‘불법체류’라는 단어가 붙는 순간 많은 사람들의 생각은 반대로 뒤집힌다.

 

‘안타깝지만, 한국 사회에 있으면 안 되는 존재’, ‘한국 국적의 아동과 동일하게 취급될 수 없는 존재’, ‘기본적 생존권이 보장되지 않아도 어쩔 수 없는 존재’로 둔갑하게 된다. 그리고 아동이 왜 여기 오게 되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무엇을 선택할 수 있었는지 등의 이야기는 사라지고, 그냥 ‘불법 상태의 사람’처럼 취급된다.

 

하지만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아동은 자신의 미등록 체류 상태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없다. 아동은 그저 이 사회에 그냥 살게 된 존재들일 뿐이다.

 

아동에게 이곳은 삶의 자리다

 

아동들은 자기 체류자격을 선택하지 않았다. 어느 나라에서 태어날지, 어느 나라에서 살지, 부모의 체류자격이 언제 만료될지, 가족이 어떤 사정을 겪게 될지 아동이 스스로 결정한 것은 전혀 없다. 그런데도 아동은 어느 순간 자기 삶 전체를 “불법”이라는 말로 설명 받게 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다. 아동은 학교에 가고 친구를 사귀고 급식을 먹는다. 친구들과 한국어로 웃고 싸우고 화해한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국가와 사회가 아동에게 너는 원래 여기 있으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물론 조금씩 나아지는 부분도 있다. 미등록 체류 상태라고 해서 초·중등학교에 다닐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는 미등록 이주아동의 경우에도 전·입학을 받아주거나, 미등록 이주아동에 관한 학적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매뉴얼이 배포되기도 한다.

 

하지만,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것과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또한, 아직도 미등록 체류 아동은 학교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거나, 노골적으로 배제하는 학교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아동들은 불안과 위험 속에서 산다. 부모가 단속될까 봐 걱정하고, 병원비 때문에 아픈 걸 참기도 하고, 어떤 서류를 냈다가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닐지 겁낸다. 어디까지 말해도 되는지 몰라서 학교에서도 조심한다. 친구들에게 자기 상황을 숨기는 아이들도 많다.

 

생활의 측면을 넘어 실제 행정·법적 영역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외국인등록번호가 없거나 유효하지 않아서 사회 복지서비스, 의료서비스, 각종 보험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거나, 대학교 진학 시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범죄나 법률적인 문제에 부딪혔을 때도 선뜻 경찰서, 노동청, 법원의 도움을 받기 힘들다. 왜냐하면 ‘불법체류’ 아동에게 그런 곳들은 오히려 피해야 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현재 미등록 이주아동 체류 대책은 ‘한시적’이고 제한적이다.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부모의 체류 문제나 벌금 문제도 얽혀 있다. 아동의 권리를 말하지만, 실제 절차에서는 아동이 해결할 수 없는 어른들의 사정이 계속 따라붙는다.

 

▲ 2025년, ‘미등록 이주아동 체류권 보장’을 촉구하며 이주아동 당사자,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진행한 기자회견. [사진 제공-이주배경 아동·청소년 기본권 향상을 위한 네트워크]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과 교육은 ‘혜택’이 아니다

 

미등록 이주 아동에 대한 논의에서는 항상 다음과 같은 주장이 따라온다. 불법체류를 한 부모에게 국가가 혜택을 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동의 교육은 부모에게 주는 보상이 아니다. 아동이 학교에 다니거나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국가가 부모의 체류 위반을 눈감아주는 행위가 아니다. 그냥 아동이 아동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부모에게 책임을 묻는 문제와, 아동을 학교 밖으로 밀어내는 문제는 같은 것이 아님에도, 우리 사회는 이 두 가지를 항상 섞어서 이야기한다. 

 

특히 온라인 공간에서는 더 그렇다. “세금”, “역차별”, “국가 부담”, “사회 혼란” 같은 말들이 아동의 본질적인 삶보다 먼저 나온다.

 

물론 사회적 논의는 필요하다. 이주 정책에 대한 입장이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아동의 문제를 이야기할 때는, 아동을 하나의 정책 변수처럼만 다루지는 말아야 한다. 아동은 국가의 인구정책이나 출입국정책을 계산하면서 태어난 존재들이 아니다.

 

아동들은 그냥 살아가고 있다

 

현장에서 만나는 아동들은 거창한 걸 요구하지 않는다. 학교를 계속 다니고 싶다고 말한다. 친구들과 헤어지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아플 때 병원에 가고 싶고, 졸업하면 뭔가 준비해 보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자꾸 이 아동들을 예외적인 존재처럼 취급한다. 임시대책의 대상, 한시적 구제의 대상, 특별 허가의 대상으로 부른다. 하지만 아동의 삶은 임시적인 것도 아니고, 예외적인 것도 아니다.

 

아동은 오늘도 학교에 가고, 친구를 만나고, 시간을 보내며 자란다. 행정은 몇 년 단위로 대책을 연장할 수 있지만, 아동은 그 사이에도 계속 성장한다. 열 살의 불안은 열다섯 살의 침묵이 되고, 스무 살의 막막함으로 이어진다.

 

‘이주배경 아동ㆍ청소년 기본권 향상을 위한 네트워크’는 2025년 국내 체류 미등록 이주아동의 권리 보장과 구제 대책의 상설화를 요구하며 “Let Us Dream” 캠페인(letusdream.campaignus.me)을 시작했다. 여기 참여한 한 청년은 체류자격을 얻고 나서야 “처음으로 미래를 생각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전까지는 내일 학교에 갈 수 있을지, 한국에 계속 머물 수 있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떤 아이들에게 체류자격은 단순한 행정상의 지위가 아니다. 비로소 자기 삶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게 되는 최소한의 조건에 가깝다.

 

세상의 모든 아동에게는 그런 자리가 필요하다. 자기 존재를 의심받지 않는 사회. 내일도 학교에 갈 수 있다고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는 사회. 아동은 불법체류하지 않는다. 아동은 그냥 살아간다. 다만 어른들이 만든 제도가 어떤 아동들의 삶을 “불법”이라는 말 아래 밀어넣고 있을 뿐이다.

 

[필자 소개] 이제호. ‘이주민센터 친구’에서 상근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아동·청소년 인권, 교육기본권, 이주인권 분야에 관심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주배경아동의 기본권 보장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 미래 2026/06/07 [01:17] 수정 | 삭제
  • 어른들의 사정과 별개로, 그들의 친자식은 다르게 대하여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어른들의 나쁜 무의식과 나쁜 환경에 물들어지지 않도록 적절한 사회관계망의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봅니다.
  • 독자 2026/05/28 [17:20] 수정 | 삭제
  •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마음이 전쟁까지도 불사하지요. 모든 아이들은 생존을 보장받고 교육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세계가 약속하였지요. 이주민센터친구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응원할게요.
  • 공감 2026/05/27 [14:42] 수정 | 삭제
  • 아이들의 권리가 그 사회의 리트머스 시험지인 것 같네요. 부모가 어떤 조건일지라도. 모든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삶에 대한 권리, 배우고 성장할 권리, 기회와 건강의 권리. 한국사회에서 얼마나 보장받고 있나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