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사람들

애니메이션 드라마 〈보잭 홀스맨〉 시즌 5의 에피소드 2 “The Dog Days Are Over”

전솔비 | 기사입력 2026/05/29 [09:44]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사람들

애니메이션 드라마 〈보잭 홀스맨〉 시즌 5의 에피소드 2 “The Dog Days Are Over”

전솔비 | 입력 : 2026/05/29 [09:44]

주변에 추천하려다가도 금세 머뭇거리게 되는 작품들이 있다. 미국 애니메이션 드라마 〈보잭 홀스맨〉(BoJack Horseman)은 내 최애 드라마 중 하나지만, 누군가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기엔 조금 주저되는 작품이다. 보고 난 후에는 분명 드라마 속 우울이 전염되는 후유증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 우울은 인간의 유한한 삶, 행복의 가치, 고독, 무의미에 대해 고민하는 실존적 불안에서 기인한다. 작품의 표면적인 블랙코미디 아래에는 삶의 진실을 마주하는 데서 생기는 깊은 우울이 흐르고 있다.

 

▲ 미국 애니메이션 드라마 〈보잭 홀스맨〉(BoJack Horseman) (출처: 넷플릭스)


깊은 우울 속에서 발견한 것

 

특히 주인공 보잭의 경우 처음에는 도무지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인물이기 때문에 짜증을 참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보잭은 자신이 힘들다는 이유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며, 일을 미루고, 남 탓을 하는, 책임감이 없는 인물이다. 그건 현실이 무의미하다는 진실을 회피하기 위한 그만의 방식이다. 보잭은 시즌이 거듭할수록 현실도피가 녹록지 않다는 걸 깨달아가고, 점차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문제를 마주하기 시작한다.

 

반면 보잭의 친구이자 작가인 다이앤 응우옌은 보잭과는 달리 현실을 냉철하게 관찰하고 주변 인물들에게 도덕적 나침반이 되어주는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종종 자신만의 도덕적 잣대로 타인을 평가하며, 자신의 기대에 못 미치는 자신에게 환멸을 느끼는 인물이기도 하다.

 

여기 나오는 인물들은 나와 다르지만, 또 아주 다르지도 않다. 모든 일을 미루고 싶고 모든 것에 화내고 싶지만, 가까스로 일상을 유지하다가 연말이 되면 이때다 싶어 모든 걸 놓아버리고 방에 칩거하곤 하는 나는, 보잭과 그의 주변 인물들을 볼 때마다 ‘계속 그렇게 마음대로 살아달라’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과 ‘제발 정신 좀 차리고 책임감 좀 가지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을 모두 끌어안을 수밖에 없다. 이 드라마 속에는 분명 나의 아주 깊은 욕망이 감춰져 있는 게 분명하다.

 

에피소드마다 어떤 문제가 있는 상황을 보여주는데, 결말에서 해결되긴커녕 더 심각해진 채 끝나기를 반복한다는 점이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다. 그러나 〈보잭 홀스맨〉은 타인의 불행을 통해 상대적으로 괜찮은 나의 삶을 재확인하는 그런 종류의 드라마가 아니다. 시트콤의 문법처럼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이후에 모든 게 연기였던 것처럼 말끔하게 지워지는 가벼운 드라마도 아니다. 인물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문제 속에 갇혀있고, 스스로를 힘들게 하며 주변에 피해를 끼치는 일들을 반복하지만,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도 어떤 것은 조금 달라져 있다. 이 미묘한 변화, 즉 제자리걸음 같아 보지만 아주 조금씩은 달라져 있는 세계의 진실을 알아차리는 재미가 여기 있다.

 

수인 보잭 홀스맨과 인간 다이앤 응우옌

 

〈보잭 홀스맨〉을 볼 준비가 되었다면, 먼저 이 드라마의 세계관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반은 인간, 반은 동물의 모습으로 의인화된 수인(獸人)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계관이다. 수인에는 각 동물의 특성이 반영되어 있어 개의 얼굴을 한 영화배우 미스터 피넛버터는 산만하고 해맑고 초인종 소리에 흥분하며, 고양이의 얼굴을 한 매니저 캐롤린은 예민하고 그루밍을 자주 하며 테이블에는 쥐 인형이 달려있다. 수인과 인간은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함께 자식을 낳기도 한다.

 

인간의 세계와 동물의 세계가 혼합되어 있어서 종종 당황스러운 설정을 마주하는데, 이를테면 인간이 동물을 먹는 문화는 그대로라는 점이다. 레스토랑의 한 테이블에서는 인간 커플이 돼지머리를 먹고, 그 광경을 지켜보는 다른 테이블의 돼지 인간이 슬픈 표정으로 샐러드를 먹는 풍경이 공존한다. 드라마는 동물을 먹는 인간을 바라보는 혐오스러운 시선에 더 지배적인 감정을 투여하는 식으로 곳곳에 윤리적,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주인공 보잭은 말과 인간의 모습을 함께 지닌 수인이다. 그는 인간 아이 3명을 입양해서 키우는 1990년대 인기 시트콤 〈말 장난〉(horsin Around)의 주연이었으나, 20년 후인 현재는 한물간 배우가 되어 있다. 그는 자신의 시트콤이 녹화된 비디오를 무한 돌려보며 영광스러운 1990년대를 그리워하는 할리우드의 중년 배우다. 보잭은 부모의 무관심으로 인한 정서적 학대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현실도피를 위해 술과 약물, 섹스 중독으로 허우적대는 철없는 어른이기도 하다. 그는 갱생의 여지가 안 보이는 문제적 인물로 표현되는데 그가 뭔가를 해결하려는 과정은 깊이 생각한 결과가 아니기에 줄곧 더 엉망이 된다.

 

▲ 애니메이션 드라마 〈보잭 홀스맨〉(BoJack Horseman) 중에서 서로의 상처를 공유하는 보잭과 응우옌의 뒷모습 (출처: 넷플릭스)


시즌1에서는 자서전을 쓰기로 해놓고 과거를 돌아볼 용기가 나지 않아 현실도피(술을 끝도 없이 마시거나 편집자의 전화를 받지 않는)하다가 우연히 파티에서 처음 만난 다이앤 응우옌에게 대필 작가를 제안하는 장면이 나온다. 응우옌은 금세 보잭이 회피하는 현실을 직시하게끔 조력하고 때로는 그의 거짓말을 간파하며 서로의 고민과 상처를 공유하는 사이가 된다. 이 드라마에서 보잭과 특별한 정서적 유대감을 나눌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후 응우옌이 써서 출간한 보잭의 자서전은 그가 회피하고자 했던 자신의 삶을 진실되게 보여주며 세간의 주목을 받고, 책을 통해 보잭은 처음으로 자신의 삶을 마주하게 된다. 그렇게 응우옌은 이 드라마 속에서 누군가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로, 자신의 글을 다른 이의 이름으로 발표한 유령 작가로, 파티 주최자 피넛버터의 애인으로, ‘응우옌’보다는 발음하기 쉬운 ‘다이앤’으로 불리며 존재한다. 하지만 응우옌에게도 당연히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 시즌 5의 2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보잭이 아닌 응우옌의 시선만으로 채워져 있기에 특별하다.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을까

 

응우옌은 누구인가? 그녀는 보스턴에서 태어난 베트남 이민자 2세로 설정되어 있다. 영어 실력은 유창하지만 베트남의 언어나 문화적 유산은 전혀 접한 게 없다. 그녀의 아버지는 대학에서 베트남 사학과 종신교수이지만, 딸이 자신은 왜 다른 아이들과 다르냐고 물어볼 때면 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우라고 대답하곤 한다. 심지어 베트남에 대한 지식이라도 알려달라고 하면, 집에서 쉬는 날엔 일 얘기하지 말라고 소리 지르는 그런 사람이다.

 

그녀는 똑똑하며 매사에 침착하고 감정보다는 이성이 먼저 작동하는 현실적인 인물이다. 성차별, 인종차별 등에 예민하고 사회비판적인 목소리를 잘 내며 글 솜씨가 있기에 작가로서의 욕망도 지니고 있다. 한편, 누군가에게 의지하길 원하고 그런 안정감을 욕망하기도 한다. 매사에 똑 부러진 모습이다가도 한번 무너지면 술과 약물에 빠져 누구보다(심지어 보잭보다도 더) 폐인처럼 지내기도 한다. 그래서 그녀가 자신의 바닥을 드러내고 슬픔을 ‘표현’할 때면 나는 정말 그녀의 뼛속 깊은 슬픔이 느껴진다.

 

이 에피소드는 응우옌이 자신과는 너무 다른 피넛버터와의 결혼생활을 끝내고 합의 이혼을 결심한 뒤, 베트남으로 여행을 떠나는 내용이다. 응우옌은 자신이 ‘베트남에 가야 하는 이유 10가지’를 다음과 같이 나열한다.

 

1. 자신의 뿌리를 재발견하기 위해 

2. 여기선 여행자가 될 수 있기 때문 

3. 이제 싱글이니까 원하는 걸 다 할 수 있어서 

4.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5. 천연 서식지(집)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6. 일을 휴가처럼 즐길 수 있기 때문 

7. 심리 상담사가 가라고 했으니까 

8.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어서 

9. 일상에서 벗어나는 건 즐거운 일이니까 

10. 집으로 돌아오려면 떠나야 하니까

 

열 가지 이유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제로 그녀의 상상적 고향이자 여행지인 베트남에서의 현실은 기대와는 달랐다. 그녀의 눈앞에 펼쳐진 베트남의 거리풍경은 간판에도 응우옌, 쇼핑백에도 응우옌이라고 적혀있다. 미국에서는 모두가 그녀의 이름을 발음하기 어려워해서 대부분 ‘다이앤’이라고 불렀지만, 베트남에서는 ‘응우옌’이 너무나 흔한 이름이다. 그녀는 자신과 비슷한 얼굴의 사람들 속에 섞여 있으니 마음이 편하다고 하지만, 길에서 베트남 여성과 부딪혔을 때 언어가 전혀 통하지 않아 난처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 베트남 전통 의상이 마치 무대의상 같다고 생각하는 응우옌. 애니메이션 드라마 〈보잭 홀스맨〉(BoJack Horseman) 중에서 (출처: 넷플릭스)


호텔 로비에서는 미국에서 온 영화 촬영팀의 현장을 목격하는데, 그들이 찍고 있는 건 공교롭게도 ‘최근에 이혼한 여자가 자신을 찾아 베트남에 온 얘기’이다. 응우옌의 여정은 어딘가 익숙한 클리셰의 결말을 불안하게 암시하고 있다. 베트남 사람과는 말이 통하지 않고, 베트남 전통 의상을 입은 채 거울을 봐도 어색하기만 하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만난 외국인들의 눈에 그녀는 완전한 베트남 사람으로 비친다. 길에서 미국인 관광객 가족이 그녀에게 손짓발짓을 써가며 아주 느린 영어로 ‘당신 영어 할 줄 아냐’고 묻는다. 응우옌이 나도 미국인이라고 유창한 영어로 대답하자 놀란 것도 잠시, 다시 아주 느린 영어로 ‘나는 미국, 너는 베트남’ 이렇게 말한다. 또박또박 느릿느릿 영어로 말하는 태도는 베트남 얼굴을 한 여성이 결코 영어를 잘할 리 없다는 편견을 드러낸다.

 

마찬가지로 호텔의 바에서 만난 미국 촬영팀의 한 남성(그는 미국을 상징하는 독수리 모습의 수인이다)이 응우옌에게 손짓발짓을 써가며 맥주 주문하는 걸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응우옌은 아무 말 없이 그새 익힌 베트남어로 맥주를 대신 주문해 준다. 그리고 자신이 영어를 쓸 줄 아는 미국인이라는 걸 굳이 말하지 않는다. 영어로 말해도 소용없으니 베트남 사람으로 패싱을 하는 것이다. 그러자 남성은 ‘나 좋은 미국 남자’라고 말하며 데이트를 제안한다. 응우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웃으며 받아준다. 응우옌은 이 남성이 원하는 여성이 된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곧 응우옌은 자신이 영어를 잘한다는 걸 남성에게 들키게 되고, 그녀가 연기했다는 걸 알게 되자 남성은 치졸하게 분노한다. 이처럼 베트남에서 응우옌은 뿌리를 찾는 편안함도 느낄 수 없었고, 집을 떠나 완전한 자유로움을 느끼는 여행자도 될 수 없었다.

 

‘개의 날들이 끝났다’…집으로 돌아오기 위한 여정

 

이 그럴듯한 자아 찾기, 고향 찾기의 여정은 실은 이혼으로 인한 공허함을 마주보기 힘들었던 응우옌의 도피 여행이기도 했다. 주변 인물들 사이에서는 도덕적 나침반의 역할을 하곤 했지만 막상 이혼하니 나침반도 지도도 없이 표류하는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응우옌은 떠나기 전보다 더 깊은 외로움을 느끼지만, 드디어 자신의 고통을 마주해야만 한다는 당연한 사실 앞에 설 수 있게 된다. 이건 자주적인 여자의 멋진 자아 찾기, 뿌리 찾기, 정체성 찾기의 여정이 아니다. 뿌리는 고향에 간다고 저절로 발견되는 것도 아니며, 떠난 연인의 빈자리는 누구에게나 공허함을 남긴다. 응우옌은 평범한 여자의 클리셰를 마주한다. 피넛버터가 새 애인과 키스하는 장면을 목격한 뒤 마스카라가 눈물에 번질 정도로 서럽게 울며 집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응우옌은 이제 솔직해진다. 베트남에 간 건 자신의 뿌리를 재발견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저 집으로 돌아오려면 일단 떠나야 하기 때문이었다. 떠나기 전과 떠난 이후의 응우옌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글을 잘 쓰는 좋은 사람이고,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싶어 하면서도 독립적이길 바라는 모순적인 사람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는 생각보다 멋지지 않고 초라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깨닫는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또 부정하며 그녀는 조금 더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살아갈 것이다. 유령 작가로 사는 자신의 삶을 정말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자신을 무시하는 가족들을 계속 사랑할 수 있는지, 감정을 계속 억누르면서 살 수 있는지 그녀는 조금씩 자신에게 질문하기 시작할 것이다.

 

▲ 〈보잭 홀스맨〉(BoJack Horseman)에서 내가 좋아하는 응우옌의 얼굴. 행복을 찾는데 무관심해 보이는 응우옌의 행복을 진심으로 응원했다. (출처: 넷플릭스)


시즌 5의 2화 제목은 “그와 함께한 날들”이라고 번역되었지만, 영어 제목은 “The Dog Days Are Over”이다. 직역하면 ‘개의 날들이 끝났다’라는 의미로, 응우옌이 피넛버터와의 결혼생활을 끝내고 이혼한 극 중 서사를 반영한다. 하지만 ‘The Dog Days’는 너무 더운 날, 혹은 정체기를 의미하는 표현이기에 ‘이제 힘든 시기는 끝났다’라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응우옌이 자신에게 존재하는 우울을 조금씩 응시하기 시작했으니 이제 다른 날들이 시작될 거라는 걸 암시하는 에피소드인 것이다. 타인의 우울과 고독, 고통이 반드시 의미 있는 기록이자 책, 혹은 예술이 되길 바라는 대필 작가 응우옌의 열망은 자신의 고통 또한 꼭 가치 있고 특별해야만 한다는 강박을 점차 내려놓고 시즌6에서는 가벼운 하이틴 추리 소설을 출간하며 자신과 화해한다.

 

이 에피소드에서 끝날 때 나오는 엔딩곡은 이 드라마의 테마곡 〈Back in the 90’s〉를 밴드 ‘Thao & The Get Down Stay Down’의 리더 타오 응우옌(Thao Nguyen)이 변주해서 부른 것이다. 〈보잭 홀스맨〉은 오프닝에서 흘러나오는 테마곡 〈Back in the 90’s〉가 여러 버전으로 변주되어 엔딩에서 등장하곤 하기 때문에 엔딩 타이틀도 꼭 끝까지 봐야 한다. 덕분에 나는 Thao & The Get Down Stay Down의 노래를 좋아하게 되었고 그녀의 음악들을 다 찾아 들어봤다. 그러다가 2020년에 발매된 앨범의 타이틀곡 <Temple>이 응우옌의 어머니에 대한 노래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이 노래는 타오 응우옌의 어머니가 베트남 전쟁을 겪고 미국으로 이주한 이야기를 반영하고 있다. 가사에는 “나는 이제 나를 드러내고, 집으로 돌아간다(I’m coming out, I’m coming home)”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이는 자신의 어머니가 전쟁의 생존자로서 살아남았음을 축하하며, 동시에 응우옌 자신이 퀴어 정체성을 드러내며 안식처를 찾았음을 중의적으로 드러낸다.

 

▲ 밴드 ‘Thao & The Get Down Stay Down’의 노래 〈Temple〉 (Official Music Video) https://www.youtube.com/watch?v=bRzQ6QY8d4U (출처: 유튜브)

 

뮤직비디오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등장인물들이 손짓으로 아름답게 표현하는 가사의 내용이다. 이건 타인에게 자신의 언어를 전달하기 위해 자기중심적으로 표현했던 관광객의 손짓과는 완전히 다르다. 손가락을 꽃송이처럼 모으고, 공중에서 무언가를 움켜쥐고, 소중하게 숨기고, 비밀스럽게 어딘가에 다시 넣는 손짓이 보인다. 타오 응우옌은 베트남의 민속 무용에서 영감을 받아서 이 동작을 연출했다. 이는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삶을 가두었던 어머니의 기억을 형상화하며, 동시에 퀴어 문화에서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보깅(voguing: 흑인·라틴계 퀴어 공동체의 볼룸 문화에서 발전한 춤 양식) 동작을 형상화하여 타오 응우옌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모든 이들의 여정을 응원하는 이 아름다운 장면을 꼭 보길 바란다.

 

[필자 소개] 전솔비. 시각문화 연구자. 독립기획자. 정체성과 수행성의 문제를 연구하며 전시와 책을 만들어왔다. 동시대 현장에서 생산되는 이미지의 정치성과 예술적 실천을 탐구하며 예술가, 연구자, 활동가 동료들과 여러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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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솜 2026/06/10 [14:14] 수정 | 삭제
  • 미국에서 2세 3세 아시안계의 독특한 정체성이 드러나는 캐릭터나 서사가 너무 반가우면서 한편으로 한국에서도 이주 2세 3세의 서사가 나와야하지 않나 그런 생각도 드네요.
  • 코코 2026/05/30 [14:07] 수정 | 삭제
  • 드디어 넷플릭스에서 볼만한 애니메이션을 찾았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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