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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소개] 이안나의 석사학위논문 「10대 남성 청소년 성교육의 방향성 탐색 : 성교육 활동가의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실천을 중심으로」는 남성 청소년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안티페미니즘 백래시와 디지털 성범죄 국면에서, 제도권 성교육의 한계를 진단하고 여성주의 관점 성교육의 대안적 가능성을 탐색하고자 했다.
청소년성문화센터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47조에 근거하여 성평등가족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청소년 성교육 전문기관입니다. 아동·청소년의 발달단계에 맞춘 성인지적 성교육과 성상담, 성문화 프로그램 등을 통해 아동·청소년들이 건강한 성가치관 및 성문화를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전국 고정형 48개소, 이동형 10개소 총 58개소가 있습니다.
저는 우연한 기회에 센터에서 주관한 성교육 활동가 양성과정을 통해 강사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그러다가 실무자를 모집한다는 것을 알고 지원했습니다. 2년 차 되었을 때, 저의 성교육에 깊이가 부족하다는 고민이 들었어요. 정해진 답을 이야기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한참 그런 고민을 할 때 당시 센터장께서 성공회대 실천여성학과정을 추천해주셨어요. 주변에서는 ‘지금 대학원 들어가서 어디에 쓰냐, 그게 경력이 되냐’ 우려가 많았죠. 그런데 그런 이야기가 와닿지 않았어요. 좋은 교육을 하고 싶다는 목마름이 더 컸거든요.
-현장의 고민이 자연스럽게 연구로 이어졌을 듯 합니다. 성교육 중에서도 10대 남성 청소년 교육에 중점을 둔 계기가 궁금합니다.
우선 제가 남자 청소년을 양육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계기예요. 그리고 제가 입사할 때 즈음 청소년들의 딥페이크 성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심각하게 대두되었어요. 그 상황에서 남성 청소년에게 지금의 성교육이 정말 효용성이 있는가 생각하게 되었죠. 쉽게 일반화를 할 수는 없지만, 교육을 나갔을 때 여성 청소년과 남성 청소년이 받아들이는 게 ‘조금 다르다’라는 느낌도 들었고요. 그래서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N번방’ 사태에 이어 딥페이크 성범죄 피의자의 대다수가 10대·20대로 나타나는 현실에서, 공교육 성교육은 여전히 ‘생물학적 피상성’과 ‘금욕주의적 통제’에 갇혀 있다는 분석을 하셨습니다. 청소년성문화센터는 학교가 다 담보하지 못하는 성교육을 보완하는 역할도 하는데요. 현장에서 성교육이 시대의 변화나 흐름을 충분히 담아내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게 된 구체적인 사례가 있었나요?
실무를 담당하면서, 학교 현장에서 성교육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는 것이 늘 고민이었어요. 저희 센터는 교육 요청을 받으면 ‘반별 수업’을 한다는 입장을 지키려 하는데요. 학교에서는 전학년 통합 강당 강의나 방송 강의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아요. 최소 비용을 들이고 교육을 했다는 흔적만 남기고 싶어 한다는 느낌이 들죠. ‘의무니까 하긴 해야 하는데 예산이 얼마 없어요’ 라는 말이 반복되죠.
무엇보다 중고등학교 같은 경우에는 사안이 있기 전에는 잘 진행하지 않아요. 그런데 교육부 지침에 따르면 초·중·고등학교의 성교육은 연간 15시간 이상 해야 합니다. 그러나 사안이 발생했을 때만 면피성으로 진행되고, 대부분은 학교 선생님들이 교과 안에 녹여서 소화를 하세요. 그러다 보니 교사의 가치관에 따라 수업이 다르게 진행됩니다. 또 전문 성교육 활동가가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수업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담임 선생님들이 성적표를 나눠준다던가 공지사항을 빨리 전달하기 위해 옆에서 준비하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백래시’(사회의 진보적 변화에 대한 반동적 움직임)는 이제 청소년, 특히 남성 청소년들 사이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단순히 청소년 대상의 교육만으로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성교육 활동가 한 사람의 역량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학교의 교사, 관리자, 그리고 양육자까지 교육 공동체 모두가 건강한 성문화를 만들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성교육에 동참할 때 비로소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감이 됩니다. 그런데 교실에서의 백래시를 다루는 일은 결국 그 시공간 속에 있는 성교육 활동가에게 큰 몫이 주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성교육 활동가의 성별 위치성이 청소년들의 정동적 저항을 다루는 데 있어 차이를 가진다고 분석한 점이 흥미롭습니다.
논문에도 썼듯, 성별 위치성에 따라 백래시를 해석하고 대응하는 데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일반화할 수 없지만, 상대적으로 남성 성교육 활동가들이 백래시를 교육적 개입의 장으로 전환하는 데 조금 더 유연함과 유리한 위치성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점이 무조건 장점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중요한 것은 성교육 활동가 자신의 위치성을 잘 알고 강의를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위치성을 인식해야 대상자를 만났을 때 무엇을 어떻게 전달할지, 그리고 자신의 교육에 대해서도 한 번 더 반추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경험도 그 중 한 요소일 수 있고요. 그래서 중요한 것은 성교육 활동가의 성별이 아닌, 자기 위치성에 대한 성찰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페미니스트 페다고지(Pedagogy, 교육방법론)는 기존의 교육이 억압의 구조를 공고하게 만드는 주입식 교육에 머물러 있다는 성찰로부터 시작합니다. 파울로 프레이리(Paulo Freire, 1921-1997)는 억압받는 자들이 스스로 비판적으로 질문할 수 있도록 하는 ‘문제 제기식’으로 교육이 재구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벨 훅스가 프레이리의 비판적 페다고지에 공감하며, 한발 더 나아가 교수자와 학습자가 다양한 위치성과 교차성을 반영하여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교육론을 제안하였어요. 그것이 ‘페미니스트 페다고지’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이해하는 페미니스트 페다고지는 ‘정답을 주입하는 대신 질문을 통해 권력과 상식을 의심하게 만드는 교육 방식’입니다. 기존 성교육이 “이건 위험하니 하지 마라”, “피임은 이렇게 해라” 같은 지식 전달과 행동 통제에 머물렀다면요. 페미니스트 페다고지는 교사와 학생이 수평적으로 마주 앉아 각각의 ‘왜 우리는 당연하게 그렇게 생각했을까?’를 함께 고민하고 생각하며, 질문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성별 규범과 권력 구조를 스스로 들여다보게 하는 실천이라고 생각합니다.
-경험이 많은 성교육 활동가들도 실제로 조롱이나 공격적인 질문, 혹은 무관심과 침묵과 같은 백래시를 맞닥뜨렸을 때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페미니스트 페다고지’를 기반으로 하는 성교육 활동가들은 어떻게 이런 저항들을 교육적 자원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요?
연구에 필요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많은 성교육 활동가들이 백래시를 겪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백래시’라고 명명하는 것이 필요한가에 대한 생각은 활동가마다 차이가 있었습니다. 저는 ‘조롱, 공격적 질문, 무관심과 침묵’ 등의 행위들을 정의하는 용어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그 백래시의 기저에 무엇이 있는가, 그리고 백래시를 어떻게 다룰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젠더 권력을 성찰하게 만드는 교육적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공통적이었습니다. 백래시의 기저엔 청소년기 특유의 또래들 사이에서 튀어 보이고 싶은 욕구나 교실의 헤게모니를 쥐고 싶어 하는 욕구의 발현일 수 있습니다. 또는 온라인에서 학습된 언어와 놀이일 수 있습니다. 바로 그 기저를 해체하는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성교육 활동가들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성교육 활동가들은 백래시를 단순히 제지하는 대신 교실의 공론장으로 적극 끌어올립니다. 온라인에서 접한 왜곡된 정보나 밈에 대해 “이 정보는 어디서 봤을까?” “실제 구조는 어떨까?”라고 질문을 던지며 학생들과 함께 ‘팩트체크’를 해 나가는 식입니다. 그 과정에서 발언 당사자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을 수 있음을 자각하게 되죠. 설령 즉각적인 태도 변화가 없더라도, 지켜보던 다수의 학생들은 “친구의 공격적인 말보다 선생님의 설명이 더 합리적이다”라는 점을 체감하게 됩니다. 여기에 더해 학생이 느끼는 반발심 이면의 불안과 불편함을 짚어 사회 구조적 맥락과 연결해 줄 때, 백래시는 좋은 교육적 자원이 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는 성교육 활동가 개개인의 ‘능력’과 ‘노력’을 바탕으로 하는 페미니스트 페다고지로서 ‘백래시’를 교육의 소재로 쓸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조금 더 공론화하여 개개인의 ‘능력’이 아닌 성교육 활동가들이 함께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도 방송에 나오는 유명 성교육 강사들이 있었는데요. 요즘에 어떤 강사는 ‘성교육계의 아이돌’이라는 별명을 가진 분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의 성교육을 듣기 위해서는 1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강의비도 매우 고액이에요.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사람들의 자녀들만 들을 수 있는 교육이 되어버리죠. 성교육은 가장 필수적인 교육임에도 공교육에서 제대로 다루지 않다 보니 사교육화, 고액화가 되어버렸습니다.
건강한 성지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보호자들은 모두 공감하실 거예요. 그런데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 성교육 만족도는 학년이 높아질수록 떨어집니다. 지루하다고 느끼죠. 실제 저희가 피임 교육을 하려고 해도 예시를 보여주지 말라는 학교들이 있습니다. 교장선생님 결정 사항이라고 하면서요. 그러면 ‘영상은 보여줘도 됩니까?’라고 저희가 물어봐요. 3D는 안되지만 2D는 된다는 학교도 있어요. 그런데 또 어떤 학교들은 사진이나 영상도 안되고 일러스트, 그림으로만 하라는 곳도 있어요. 그렇게 하면 흥미가 확 떨어지게 될 수밖에 없어요. 이미 인터넷을 통해 얻는 정보들은 매우 많은데 정작 학교 교육은 그걸 따라가지 못하는 거죠.
-이러한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국가 수준 「성교육 표준안」의 여성주의적 재구조화, 학교 내 성교육 전담 전문가 배치, 다회기·체험적 교육방법론의 제도화와 같은 정책적 제언을 하셨습니다.
공교육에는 표준 교육안이 있죠. 전국에 있는 학생들이 동일한 내용을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요. 그런데 성교육은 성교육 활동가의 역량이나 센터 성향에 따라서 달라지는 게 맞나요? 그러다 보니 학교출강 성교육을 위탁받는 기관에 따라 완전히 다른 내용의 강의를 진행하기도 하죠. 그래서 성교육은 전문성이 없는 영역이라고 여겨지기도 합니다.
실제 대전의 한 청소년성문화센터 위탁운영 사례 중에, 종교기반 단체가 있었는데요. 억압적인, 행위 통제식 교육 내용도 문제지만, 강사로서 훈련받은 분들이 아닌 교인 봉사자들이 강의를 나가기도 했다고 들었습니다. 표준 교안이 있어도 제대로 강의가 되지 않는 이유죠. 그래서 좋은 수업을 위해 표준안의 재구조화는 꼭 필요한 일입니다.
또한 과거에는 없었지만 지금은 학교에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위클래스 상담선생님이 있는 것처럼, 성교육 역시 보건 선생님께만 맡겨놓을 일이 아니라 발달단계에 따라서 더 상세하게 교육할 수 있는 전담 선생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말씀을 들으며 교실이 정말로 치열한 젠더 정치의 장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일선에서 청소년 성교육을 하고 있는 분이자 관련 논문을 쓴 연구자로서의 이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앞으로도 저는 청소년성문화센터의 성교육 활동가들을 지원하는 일을 하며 이분들이 활용할 수 있는 교육안과 콘텐츠를 개발하는 일을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 성교육 활동가 개별의 역량도 물론 중요하지만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청소년들에게 여성주의적 관점의 성교육을 잘 할 수 있도록 계속 개발하는 일, 그리고 성교육 활동가들을 서포트하는 일이 제 일입니다. 대학원에서 실천여성학을 공부하면서 페미니스트 페다고지에 대해서 고민을 했는데요. 이제야 뜬구름 같은 소리가 아닌 한 가닥의 실마리를 잡은 느낌입니다.
[필자 소개] 박지하는 석사를 하면 명쾌하고 선명한 정답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나름 큰돈을 써서 대학원 진학했다. 페미니스트들의 둥지 성공회대 실천여성학과에 와서 질문과 갈등, 불편함을 계속해서 옆에 둔 채 뒤죽박죽 부딪히고 불화하면서도 살피며 살아가는 태도가 여성학을 하는 이유라는 것을 배웠다. 정답을 말하는 사람은 못 되었지만 후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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