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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은 골치가 아파요/ 준비가 백만 가지 넘어요 그래도 결국은 해야 해/ 사람답게 살려면 해야 해 시설에서 탈출하다 맞았지/ 다섯 번을 시도하다 숱하게 맞았지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지/ 어찌어찌하다 보니 시설에서 나왔지 나는 지금 세종에서 살고 있지/ 탈출은 자립의 시작/ 나는 지금 활동가로 살고 있지 자립도 자유도 평등하게/ 자립도 자유도 행복하게”
마이웨이싱어즈 단원들은 ‘중증장애인 복지일자리’로 센터에 출근하는 노동자들이다. 하는 일은 행정보조와 환경미화인데, 중증장애인에게는 둘 다 어렵다. 고민하다 노래모임을 하기로 했다. 세종참세상 노래동아리 대표인 나은 님에게 노래 수업을 부탁했다. 나은 님은 지난겨울 내내 세종 지역 윤석열 탄핵 집회에 매번 나와 공연을 했던 세종의 노래꾼이다.
나은 님은 「평화가 무엇이냐」라는 곡을 알려주었다. “가고 싶은 곳을 장애인도 갈 수 있게 하는 것이 평화” 이 대목을 모두 좋아해 많이 불렀다. 그러다가 ‘우리도 노래를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이번엔 ‘자립이 무엇이냐’를 가지고 노래를 만들기로 했다.
자립이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단원들이 쏟아낸 말을 나은 님이 받아적었다. 칠판을 가득 채울 정도로 많았다. 그 이야기들, 혹은 그 칠판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들을 받아적은 것이 「자립송 1」이 되고, 「자립송 2」가 되었다.
“저는 작곡을 해본 적도 없고 할 생각도 없었어요. 그런데 합창단 분들이 노래모임을 좋아하시는데, 거기서 제가 무장해제가 되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든 되겠지, 이런 마음. 노랫말을 칠판에 붙여놓고, 곡이 떠오를 거라고 같이 쳐다봤어요. 보다 보면 나올 거라고요. 한참 있다가 단원인 경우 씨가 떠오르는 음이 있다며 불렀는데, 제게 떠오른 음과 거의 비슷했어요. 신기하죠. 그걸 후배 도움 받아서 코드만 잡고 노래를 부르게 된 거죠. 악보도 아직 없어요. 악보 없이 모두 부르시는 거예요.(웃음)”
작곡과 작사의 주체가 모두 중증장애인 합창단 ‘마이웨이싱어즈’인 것이다. 그렇게 마이웨이싱어즈가 작사·작곡한 노래가 탄생했다. 지난달, Moon이 마이웨이싱어즈가 연습하는 걸 영상으로 찍어 SNS에 올렸다. 그걸 보고, Moon의 스쿠버 다이빙 영상을 찍어준 방준식 감독이 연락해 녹음을 제안해 왔다. 녹음실은 세종시청자미디어센터를 이용했다. 비장애인 청소년 시민인 한결 님이 베이스기타를 연주해주어 힘이 실렸다.
“녹음하다가 누군가 ‘누가 제일 잘 부르나요?’ 묻는 거예요. 그래서 ‘다 못 불러요. 언어장애 있는 중증장애인인데 누가 잘 부르겠어요.’ 그래서 웃었죠. 나도 호흡 때문에 안 되는 부분이 있어서 아예 거기는 못 불러요. 근데 보면 누가 불러요. 그렇게 노래가 돼요. 신기하죠?”
‘누가 제일 잘 부르나요?’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묻고, 대답해 온 질문이다. 이 질문은 노래를 멈추게 한다. ‘평가’의 폭력은 잘 부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가르고, 함께 노래 부르던 사람들을 떼어내 ‘개인’으로 추출해 각자의 방에 가둔다. 이 질문이 우리의 삶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삶 전체를 장악해버릴 때, 우리는 그 밖의 질문을 상상하지 못한다. 모두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누구’가 되기 위해 평생을 건다. ‘누구’의 자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없는 이들은 노래하던 입을 닫는다. 들썩이던 어깨를 늘어뜨린다. 그렇게 그들이 부르던 노래는 사라져왔다.
마이웨이싱어즈의 노래가 낯설다면, 들은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안정된 발성과 호흡, 정확한 음정과 박자라고는 없는 노래, 들리지 않는 대목이 들리는 대목보다 많은, 새소리 같기도 바다소리 같기도 한 노래, 불협화음으로 가득하고, 박자를 놓치기 일쑤인 노래, 그러나 누군가는 빈 곳을 채우고, 누군가 멈춘 노래를 누군가는 이어가는 신기한 노래.
마이웨이싱어즈가 연습하는 자리에 간 적이 있다. 소통을 어려워하던 단원도 노래하며 사람들과 눈을 맞추고 몸을 함께 일렁이는 것을 지켜보며 새롭게 깨달았다. 악보에 맞춰 정확한 음정으로 화음을 맞추는 것만이 노래가 아니라, 우리가 모여 있고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이 순간이 노래라는 것을. 흩어지는 노래를 그러모아 “우리가 노래 부르고 있어요” 증명하는 일이, 아프고 서러운 사연에 목소리를 포개 서로를 쓰다듬는 일이, 악보에 담기엔 너무 크고 넘치는 음악, 없던 선율이 태어나는 이곳이 노래라는 것을.
우리의 이 울퉁불퉁한 웅얼거림, 끊어짐과 어긋남, 기묘한 이어짐도 노래다. 아니, 이 노래가 바로 우리가 오래도록 찾고 있었지만 한 번도 불러본 적 없는 새로운 노래다. 튀는 음과 독특한 발성이 가득한 이 노래는, 노래가 고대 바다의 돌고래로부터, 높은 나뭇가지에서 우짖는 새로부터, 아기를 달래 재우는 어머니로부터 받은 선물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우리는 이 노래를 이어 불러 서로의 존재를 축하할 것이다. 더 어긋나고, 더 벗어난 음들을, 더 다채롭고 무수한 선율을 폭죽처럼 터뜨릴 것이다. 더 이상은 노래를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노래를 부를 것이다.
오는 9월 30일, 세종보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인권사무소가 주최하는 ‘세종 장애인 인권영화제’가 열린다. 이때 마이웨이싱어즈가 첫 공연을 한다. 거정 샘의 「자립송 1」, Moon의 「자립송 2-해보기 전까지 모르잖아」와 보람센터 주제가까지 3곡을 부른다. 새로운 노래가 시작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당신이 꼭 들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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