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여성정치, ‘박근혜 카드’는 없다

민주주의와 여성정치세력화, 따로 가지 않아

조이여울 | 기사입력 2004/03/29 [05:51]

[논평] 여성정치, ‘박근혜 카드’는 없다

민주주의와 여성정치세력화, 따로 가지 않아

조이여울 | 입력 : 2004/03/29 [05:51]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난파선’의 선장 자리에 여성을 앉히고 있다. 그리고 몇몇 언론은 그것을 ‘여성정치세력화’와 연관시키려 하고 있다. 심지어는 박근혜의 당대표 선출을 두고 여성운동계에 ‘환영’하느냐는 질문을 던지기까지 한다.

당연히 여성운동계는 비판적이다. 민주화 운동과 함께 해 온 여성운동이 아닌가. 그 역사가 있는데 어떻게 유신독재라는 과거와의 단절을 시도하고 있지 않은 박근혜를 여성의 ‘대표’로 인정할 수 있으며, 그의 당 대표 선출을 환영할 수 있겠는가.

‘박정희의 후광’이 그를 키웠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항상 그의 곁에 있었던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라는 ‘후광’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정계에선 한나라당이 보수세력을 결집시키려면 박정희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그 이미지와 맞물리는 박근혜를 활용해야 한다는 이른바 ‘박근혜 역할론’이 제기됐었다.

2001년 박근혜 대표가 한나라당 부총재 시절, 당시 이회창 총재와 갈등을 빚었던 내용은 다름아닌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이 있다. 당시 박근혜 부총재는 이회창 총재에게 “지난해 의원연찬회가 열렸을 때 아버지 기념관을 둘러보라고 건의했는데 李총재는 보지 않고 갔다. 동작동 국립현충원 참배 때 단 한차례도 아버지 묘소를 찾지 않았고, 5.16 기념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중앙일보 보도)며 “선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입장을 밝히라”고 다그쳤다. 박근혜 대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2002년 당시 한국미래연합 대표였던 박근혜씨는 6.13 지방선거 정당연설회에서 “피눈물 흘리면서 배고픔을 해결한 아버지의 위업을 계승하고 아버지가 이룬 경제부흥을 내가 직접 정치를 하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잃어 버릴 생각이 들어 정치를 시작했다”(오마이뉴스 보도)고 말문을 열었다. 아버지 박정희의 정치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정체성을 보다 분명히 보여주는 것은 다름아닌 박 대표의 홈페이지다. 홈페이지엔 그가 ‘걸어온 길’이 단계별로 나와있다. 첫째가 ‘대통령의 딸’, 둘째가 ‘22세의 퍼스트 레이디’, 셋째가 ‘10.26 이후’ 그리고 마지막이 ‘국회의원 박근혜’로 되어 있다. 박 대표가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면서도 ‘박정희 기념관’ 설립에 앞장 선 장본인임은 말할 것도 없다.

박근혜의 이중전략에 말려든 언론

한나라당은 박근혜 카드를 사용함으로써 기존 한나라당 지지세력의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한국정치의 가장 큰 병폐라 할 수 있는 지역주의에 기반한 것임은 물론이다.

연일 보도되고 있는 ‘박정희 향수’ 열풍도 빼놓을 수 없다. 박근혜 대표가 가는 곳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초상화까지 등장하고, 박 전 대통령 내외를 떠올리면서 눈물까지 흘리는 시민들도 있다. 박근혜 대표가 23일 열린 한나라당 당대표 후보 연설에서 “여러분이 아시듯 저는 부모님도 없고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는 사람”(조선일보 보도)이라고 말한 것은 이러한 감성에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표는 이렇듯 ‘아버지의 후광’과 ‘어머니의 이미지’로 챙길 것은 다 챙기면서, 한편으론 ‘박근혜는 박근혜’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이 이중전략에 가장 잘 발맞추어주고 있는 것이 언론이다. 각 방송사와 신문들은 ‘박근혜 카드’가 먹힌다며 한나라당의 전략을 홍보해주느라 여념이 없다.

또한 박정희 향수에 젖어 환호하는 시민들을 아무런 논평 없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이 땅의 민주주의에 대한 억압’의 상징적인 인물이건만, ‘탄핵’과 ‘촛불시위’에 대해 보도할 때는 ‘민주주의’를 그토록 원하는 것처럼 보였던 언론들조차 박정희 향수가 갖는 문제점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오마이뉴스는 ‘여성정치’가 우습나

이 와중에 가장 우려되는 일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여성정치세력화’와 연관시키는 것이다. 박근혜씨가 한나라당 대표로 확정되자 언론은 앞다투어 ‘여성정치 시대’가 열렸다 하더니, 여성운동계의 차가운 반응에 약간 주춤한 분위기다. 다만 재작년 대선 이후 ‘정당 불문 여성 지지’ 입장을 보이고 있는 여성신문은 “핑크 리더 시대”가 열렸다며 박 대표를 띄워줬고, 여성문제에 관해 별 관점이 없는 오마이뉴스는 ‘박근혜가 홍사덕보다 백배는 낫지 않아요?’라는 다분히 선정적인 기사를 실었다.

수다 형식으로 풀어가는 ‘여성정치 시대’에 대한 오마이뉴스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생물학적 ‘여성’으로서의 의미를 부각시키고자 했다. 정치인 박근혜가 청산하지 못한 역사, 민주주의로 가는 길에 반드시 청산해야만 하는 ‘독재와 권위주의’의 역사에 대해서는 전혀 성찰하지 않은 채 말이다. 포럼에 참여한 여성들의 ‘외모’부터 언급하면서 시작된 오마이뉴스 기사는 정운현 편집국장의 “남자체면이 오늘 말이 아니네요”라는 가부장적 멘트로 끝을 맺고 있다. 진정 민주주의와 여성, 역사와 여성, 국민과 여성은 별개인 듯이 보인다.

“남성들이 죽을 쑨 판을 이젠 여성에게 맡겨야 한다”는 이미지 효과를 일면 얻는다 해서, 정치인 박근혜를 ‘여성정치세력화’와 연결시킬 수 있는가. 이러한 이미지 메이킹이 유신독재라는 한국 현대사에 대한 이해와 역사의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부각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모른단 말인가.

‘박정희 향수’가 탄핵정국보다 더 위험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당 대표로서의 업무 첫날 성당과 교회와 절을 방문해 ‘반성의 기도’와 ‘참회의 108배’를 올렸고, 이를 ‘과거와의 단절’이라 선전했다. 그것이 얼마나 얄팍한 정치 쇼인지 아는가. 한나라당의 ‘차떼기’에 대해서는 속죄하고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하면서, 자신의 정치인으로서의 정체성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해선 ‘민주주의 탄압’이라는 중죄도 속죄하지 않고, 아버지와의 단절을 선언하지도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말할 수 있다’던 언론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박정희 정권은 그저 ‘보수’가 아니었다. 지금의 보수야당의 횡포는 박 정권의 ‘민주주의에 대한 탄압’에 비할 바 못 된다. 지금이야말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게 “박정희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묻고 판단해야 할 때가 아닌가. 고작 절을 108번 했는지, 3000번 했는지 논하고 있을 때인가.

아니, 적어도 ‘박정희 향수’에 대해선 문제 제기해야 하지 않는가. 보수 언론의 꾸준한 노력으로 박 전 대통령은 ‘경제발전의 아버지’라는 칭호와 이미지를 얻었다. 그러나 정작 지금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정경 유착과 노사 간의 갈등과 대립, 불신의 구도는 다 박정희 권위주의 정치의 산물이 아닌가.

영화 <실미도>를 보고 분노했던 국민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30년 전 실미도에서 벌어진 “이데올로기 시대 한반도 역사의 씻을 수 없는 오욕”이라는 이 사건이 바로 박정희 정권 아래에서 일어난 일 아닌가. 탄핵정국에 들어서서 수많은 사람들이 분노하며 외친 것은 ‘민주주의 수호’ 아니었나? 대대적인 촛불시위는 역사가 되돌아가선 안 된다는, 과거 권위주의 정치 청산을 염원한 것 아니었나? 그런데 어떻게 박정희 향수에 젖을 수 있단 말인가. 박정희의 후광으로 거대야당 대표자리까지 오르게 된 정치인 박근혜에 대해 ‘참신’이라는 수식어를 달아줄 수 있단 말인가.

여성운동이 민주화 운동과 궤를 같이 했듯이, 여성정치세력화 역시 민주주의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민주주의는 시간이 흐른다고 다가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제의 청산만큼 중요한 것은 유신독재의 잔재를 청산하는 일이다. 수많은 여성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했고, 그 과정에서 탄압 받아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독재라는 극단의 ‘가부장’ 정치를 해온 ‘아버지’의 유산으로 거대야당의 대표가 된 정치인 박근혜를 ‘여성정치’, ‘여성정치세력화’와 연관시켜서는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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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4/04/01 [20:18] 수정 | 삭제
  • 아래 어떤 분이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해주셨는데요.
    박근혜는 정말 모르는 것이겠죠.
    대통령의 딸이 그 위치에서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당시에 군에 있었던 제 동생은 제대하더니 완전히 세뇌를 당해서 박정희 대통령 만세를 외치더군요.
    당시에는 모든 언론이 박정희를 찬양했습니다.
    아무도 진실을 이야기해주지 않았습니다.
    대학생들과 깨인 사람들만이 박정희 독재의 만행을 알고 있었고, 말 꺼낸 사람들은 모두 잡혀갔습니다. 고문 당하고 죽임 다했죠.
    그러나 당시에 저는 박근혜에 대해서는 안됐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박정희의 여성편력도 유명했고, 육영수 여사 돌아가셨을 때 박정희가 시킨 것이 아니냐는 말도 돌았으니까요.
    그러나 박근혜가 박정희의 뒤를 이어 정치를 하고,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면서 정말로 그녀가 멀게 느껴졌습니다.
    우리와는 다른 사람이었던 것이죠. 그래서겠죠. 박근혜를 여성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국민들이 독재에 항거하다 쓰러져가도 청와대에서 모든 국민이 자신을 받들고 있다고 착각했던 박정희처럼 박정희의 딸도 착각 속에서 아버지의 정치를 배웠습니다. 정치의 맛을 아는 거죠.
    아버지를 부르며 눈물 흘리는 박정희의 딸을 21세기에 보게 된 것이 유감입니다.
  • 지우디따 2004/04/01 [18:54] 수정 | 삭제
  • 여성정치인은 여성을 대표한다는 논리로 인해 단지 생물학적인 여성에다,진보적이어야하고,도덕적이며,여성주의적시각까지 기대하는것 자체가 차별의 또다른 얼굴이 아닌가....
  • 모나 2004/03/31 [20:37] 수정 | 삭제
  • 최순영이 박근혜에게
    [진보가 보수에게①] "묵은 것은 가고 새것은 오고야 맙니다"

    박근혜 당대표께

    오랜만에 뒷산에 갔었습니다. 개나리가 자태를 한껏 뽐내고, 진달래는 수줍은 듯 살짝 꽃잎을 내밀고 있었죠.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과 들풀을 보면서 생명에 대한 경외와 함께 일상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연은 묵은 것은 가고 새 것은 오고야 만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깨우쳐 주고 있었습니다.

    저는 53년 생입니다. 박근혜 님보다 한 살 어리지요. 우리 둘 다 벌써 반세기를 살았네요. 봄이 오는 산등성이에 서서 앞으로 맞이할 봄날이 지금껏 맞이했던 봄날보다 훨씬 짧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저 멀리 길가며 재잘대던 젊은 처자들이 얄밉게 느껴졌습니다. 나이를 먹어도 여인네의 시샘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봄을 맞는 님의 소회는 어떠신지요.

    제게도 봄처럼 싱그럽고 화사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30년 전, 님의 아버지가 이 나라의 대통령으로 군림하던 시절이었죠. 십대 후반, 돈 벌 꿈을 갖고 무작정 상경한 저는 'YH무역'이라는 가발 공장에서 일하면서 노동조합을 통해 노동자의 삶과 우리 사회에 대해 조금씩 배워가고 있었죠.

    그때 텔레비전에서 차분하고 이지적으로 생긴 당신의 얼굴을 처음 보았습니다. 당시 저는 당신의 이름이 '영애'이고, 남동생의 이름이 '영식'인줄 알았습니다. 많이 배워 똑똑한 줄 알았던 TV 아나운서들이 전하는 '영애 양이 어쩌고, 영식 군이 어쩌고' 하는 뉴스 덕분이었죠.

    당신의 이름이 박근혜이고, 영애(令愛)는 고귀한 집안의 따님한테 붙는 말로 '사랑스런 꽃'이라는 예쁜 뜻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 것은 좀더 시간이 흐른 후였습니다. 대통령 딸만 사랑스러울까. 꽃부리 영(英)이 들어있는 내 이름도 예쁜데, 사람들은 왜 나를 '순영'이 아닌 '공순이'라고 부를까.

    '영애 박근혜'와 '공순이 최순영'에 대한 고민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구나 재능과 능력만 있으면 잘 살 수 있고, 평등하게 대접받는다'는 기존의 믿음이 틀렸음을 깨닫는 작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봄이 오는 산하를 바라보면서 제 인생의 봄날을 돌아보았습니다. 노동과 땀, 웃음과 눈물, 추억과 회한으로 얼룩진 화사했던 제 젊은 날을 돌아보았습니다. 봄이 오는 길목 여기저기 핀 개나리와 진달래만큼 싱그럽고 상큼했던 동료 공순이들의 이십대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왠지 이유 모를 서러움이 몰려들면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더군요.

    님께는 미안한 말씀이지만, 당신이 잘 꾸며진 청와대 뜨락에서 국내외 귀빈을 만나고 '영애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던 동안 당신과 같은 또래였던 우리들은 얼마 안 되는 돈을 받기 위해 하루종일 공장 먼지를 마셔야했습니다. 당신 아버지가 철권을 휘두르며 국민들을 공포에 떨게 하던 동안 우리 아버지들은 가족을 먹이고 입히기 위해 평생을 노동해야 했습니다.

    당신 아버지가 군대, 경찰, 관료, 재벌들과 함께 '5개년 경제계획'을 밀어붙이는 동안 내 아버지 또래의, 내 또래의, 그리고 내 동생 또래의 노동자들이 죽어나갔습니다. 당신 아버지의 집권 시절 이뤄진 산업화·근대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통계작업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이십대는 오래 전에 지나갔고, 이제 님과 저는 오십 줄에 들어섰습니다. 아가씨에서 아줌마로 변해버린 우리들만큼이나 우리 사회 역시 엄청나게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 모두 개인적으로 가슴아픈 일들을 겪기도 했습니다. 한국 사회에 유사이래 최대의 부를 가져다 준 산업화·근대화 과정에서 이런 저런 상처가 없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습니까.

    며칠 전 텔레비전에 나오는 당신의 얼굴을 보게 되었습니다. 차분하고 이지적인 외모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한 게 보기 좋았습니다. 하지만, 님께서 한나라당의 대표로 뽑히게 되었다는 소식은 저를 슬프게 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이 나라의 특권지배층들이 지난 30년 동안 저질러온 일들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군사쿠데타당', '극우반공당', '정치범살인당', '민주화탄압당', '지역감정당', '민족분열당', '부정부패당', '수구기득권당', '광주학살당', '반노동자당', '반서민당', '재벌당', 그리고 '차떼기당'에 이르기까지 온갖 끔직한 이름표가 붙은 당이 바로 한나라당입니다. 그런 당의 대표로 선출되면서 당의 과거사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는 당신의 모습 앞에 저는 절망했습니다.

    저는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산업화 세력이라는 표현에 심한 거부감을 느낍니다. 청춘을 산업화에 바친 '산업전사'의 한 사람으로서, 기업과 국가의 부를 창출하기 위해 저임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렸던 근로자의 한 사람으로서, 남의 노동에 기생하지 않고 자기 노동력에 의지해 힘껏 일했던 노동자의 한 사람으로서 저는 당신이 말하는 "경제발전의 주역이 박정희와 3공 세력"이라는 주장에 모멸감을 느낍니다.

    한국 사회에 부를 가져다 준 산업화 세력, 경제발전의 진정한 주역은 님의 아버지나 한나라당으로 대변되는 수구기득권 층이 아니라, 당신들은 한번도 경험한 적이 없을 참혹한 노동환경에서 묵묵히 일했던 수많은 노동자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근대화의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했던 농민들이었습니다. 자기 몸 하나 믿고 사회복지제도 하나 변변치 않은 천민자본주의를 견뎌냈던 이 땅의 일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님의 지도력 밑에서 한나라당이 깨끗하고 건전한 정당으로 거듭나길 기원합니다. 하지만 제 직감일까요. 님을 대표로 뽑은 한나라당이 다급하게 대구·경북에만 국한된 확실한 지역주의 정당으로 전락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또 하나의 '자민련'이 탄생하는 것이겠지요. 한나라당을 이끄는 님은 여전히 시대에 역행하며 지역에 기생하는 수구정당의 상징입니다. 역사는 그렇게 한 걸음 전진하는 모양입니다.

    이제 곧 국회 앞 윤중로에 벚꽃이 만발할 것입니다. 그리고 4.15 총선을 계기로 민주노동당 역시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이라고 쓰인 멋진 깃발을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을 맞으며 국회로 입성할 것입니다. 민주노동당 의원단의 과제는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이룩한 진짜 주역이지만, 지금까지 정치적으로 소외되고 배척받아온 일하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게 될 것입니다.

    50년 보수정치가 지배하던 동토와 불임의 땅 여의도에 이제 봄과 생명이 도래하고 있습니다. 옛 것을 울려보내고 새 것을 맞아들일 때가 드디어 다가오고 있습니다. 화창한 봄날, 제 젊음은 이제 찾을 길이 없지만, 드디어 우리 정치에서도 '영애'와 '영식'의 시대가 가고 '공순이'와 '공돌이'의 시대가 도래함을 목도하면서 30년 전에 흘렸던 제 젊음의 땀과 눈물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끼게 됩니다.

    최순영 민주노동당 부대표 드림

    <출처-판갈이넷>
  • freedemo 2004/03/31 [17:55] 수정 | 삭제
  • 백배 동감합니다.

    하지만 이 효과에 흔들리고 있는 일부(?)민심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쯔...쯔...

    미치것다.
  • 풀벌레 2004/03/31 [11:31] 수정 | 삭제
  • 박근혜씨가 TV에 나와서 정책연설하면서 "아버지"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시더군요. 당대표가 정책 얘기하는 자리에서 울다니 그것도 여자로서 창피할 지경인데, 울면서 하는 얘기가 박정희가 굶는 아이들이 생각 나 밥을 못 먹었다는 겁니다.

    "아버지 한 끼 굶은게 가슴 미어지느냐. 느네 아버지 때문에 부모 잃은 자식들이 있다." 이렇게 얘기해주고 싶었습니다. TV에서 국민들 앞에서 그 생물학적인 여자가 눈물을 흘릴 때 제 눈에서는 진짜 피눈물이 나오더군요.

    그 뿐입니까. 젊은 시절을 감옥에서 보낸 사람들이 얼마나 많고, 고문받다 미쳐버린 사람들도 있는데, 박정희의 딸이 야당 대표가 되어서 아버지를 추모하면서 우네. 세상이 이렇게 불공평할 수가 있습니까.
  • kbr 2004/03/31 [06:21] 수정 | 삭제
  • 박근혜는 여성입니다

    한나라당 대표가된 박근혜는 여성이아닙니다

    그는 그냥 죽은 박정희입니다
  • 가루 2004/03/31 [00:42] 수정 | 삭제
  • 각 당들이 여성의 정치세력화랍시고
    얼굴 마담들을 내거나보다.
    전여옥이니 추미애니 박근혜니 열린우리당의 비례대표니 하는 것들.
    요즘 신문대로라면 한국의 여성정치세력화는 이미 다 되었나 싶다.

    동시에 곳곳에 xx년 발언이 들린다.
    노사모에서 추미애에게, 탄핵 지지 집회에서 권양숙에게
    또 박근혜에게 또 전여옥에게
    그러고보면 내가 아는 모든 여성정치인은 저 욕에서 자유롭지 않은 듯하다.

    여성의 정치세력화가 어떤 고비에 접어들었다는 생각이다.
    개혁당의 고은광순은 결국 비례대표 후보에도 안나오고
    호주제도 엄연히 존재하고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
    아직도 가정 내 성폭력이 심각한 이 나라에서
    (팍팍한 성적 소수자의 일상이라던지 그런 게 거론되기도 전에)
    난데없이 건강가족이니 뭐니 이혼을 막느니 출산을 장려하느니 하는데
    웃긴 건 그런데에 여성정치인이라는 사람들이 얼굴마담으로
    꼬박꼬박 매체에 나온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지금 여성의 정치세력화는 참으로 복잡하다.
    모두들 말로는 미래는 여성의 정치니, 핑크빛 정치니 떠들어대면서
    뒤에서는 xx년이니 어쩌구 저쩌구 떠들고.
    모든 여성정치인은 희망이며 동시에 씨팔년이 되어서 떠돌고.
    얼굴마담이라고 표현되는. 장식품으로 취급되는 여성 정치인들과
    전혀 바뀌지않는 후진적인 한국의 현실과

    그 사이에서.

    갈 길이 멀다.
  • 나우시카 2004/03/30 [14:54] 수정 | 삭제
  • 얼마전 오마이뉴스에 나온 기사를 보고 어떤 사람들은 (그들의 말에 따르면) 마치 여성계가 박근혜를 여성정치발전의 한 과정으로서 인식하고 있는듯 오해하는 것을 보고 답답한 마음이었습니다. 박근혜가 여성이라는 이유로는 여성의 정치세력화의 발전이라 볼수 없다는건 누구나 아는 상식이라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상식이하의 수다를 기사꺼리로 다룬 오마이뉴스의 태도에는 일종의 비아냥거림 또는 그이상의 불쾌감마저 제겐 불러일으켰던 기억입니다. 살아가면서 여성과 남성 그 공존 사이 차별과 모순을 비판하고 잘못된 부분을 고치나가는것, 그것을 삶을 통해 실천해 나가는 것과 여성계에 대한 이론적 지식(?)은 같이 갈수 있지만 또 다른것일 수 도 있겠죠. 여성문제에 대한 모순을 지적하고 여성을 대변하는 순간 동시에 여성계의 흐름까지 읊어야 될거같은 알수 없는 압박감의 정체는 뭘까요?
  • dori 2004/03/30 [08:13] 수정 | 삭제
  • 조이여울님의 다른 기사와 마찬가지로 어렵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것은 놓치지 않는 정말 좋은 글입니다.
    제가 별다른 사족을 달게 없습니다.
    절대 동감한다는 말 밖에는...
  • 케이치 2004/03/30 [00:00] 수정 | 삭제
  • 박근혜라는 인물을 어떻게 봐야할 것이냐에 대한 끊임없는 논란에 대해 이만큼 간결하고도 명쾌하게 정리한 글도 없었던 듯 싶습니다. 하긴 논란이란 단어에도 사실 어폐는 좀 있네요. 이미 박근혜라는 이름이 갖는 정치적 의미에 대해서는 다수의 사람들이 비슷한 해석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 해석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느냐의 차원에서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을 뿐.

    하여간 좋은 글에 긴 사족 덧붙여봐야 좋을 일 없을 듯 하고, 그저 한마디만 더 남기자면 최보은씨가 이 글을 좀 봤으면 싶습니다. 여성의 정치세력화란 문제에 있어서는 최보은씨는 어느 순간 원래 자신이 가야할 길이 어디인지를 완전히 잃어버린 듯 하군요.
  • kausar 2004/03/29 [18:57] 수정 | 삭제
  • 박근혜 카드가 먹힌다는 기사를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진보신문에서 보았을때의 느낌은 머랄까, 과연 여성정치의 대표로서 박근혜가 과연 인정받을수 있을까라는 의문이었습니다.

    같은 여성으로서, 여성정치의 시작은 한국정치사에서 의미있는 바이지만, 굳이 박근혜의 이력이 그 시작이 될 수있을까라는 진정한 의문이 들더군요. 나의 이런 생각은 과연 여성계의 현 인식과는 어떻게 다를까 궁금하였습니다. 그런 면에서 일다의 본 기사는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군요.

    여성정치의 세력화는 단지 남자가 아닌 여자이기 때문에, "여성"으로서의 부상 이기 이전에, 민주주의의 부상으로서 더 의의가 있어야합니다. 꺼져가는 한나라당의 입지를 박정희의 후광효과를 여전히 지닌 박근혜를 내세움으로서 살려보려는 그런 의미에서의 박근혜카드는, 진정한 세력화로서의 여성 정치의 시작을 대표할수는 없습니다.

    만약, 박근혜가 여성정치의 시작으로 역사적인 의의를 갖게 되거나 평가가 된다면 저는 정말 우울해질것 같습니다.
  • 고양이 2004/03/29 [17:58] 수정 | 삭제
  • 언론이 박근혜 띄워주는 거 정말 이해가 안 되던 차에 속을 확 훑어주는 글이네요. 휘유, 한숨을 좀 돌렸습니다. 아니, 박근혜가 어떤 정치인인데요. 좀 죽었나 싶은 지역주의가 부활하는 거 보세요. 그런 거 정말 무서운 겁니다.

    오마이는 문 닫으라 합시다. 지네가 뭐라고 박근혜 가지고 여성정치를 말합니까. 한나라당에 표 하나 더 주고 싶은가 보죠. 여자들 표는 표도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봅니다. 반한나라 성향의 오마이가 저러는 거는 진짜로 여자 무시하는 거에요.
  • isobel 2004/03/29 [16:16] 수정 | 삭제
  • 박근혜가 대표가 되고나서 한 일들이 무었인가? 아마 천막당사, 박세일교수 영입, 108배등등을 떠올리시리라.. 그런데..

    천막당사는 이미 최병렬이 계획하고, 추진해서 이미 대표뽑기 바로 전날에 완전히 준비가 되있던 계획이었다. 박근혜가 아니라 권오을이 대표가 되었다고 해도 천막으로 가는것은 전혀 변동이 없을것이었다. 박세일 교수도 그렇다. 그의 영입을, 자신의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약속하며 추진한 사람은 최병렬이었다. 박근혜가 한것은 3000배를 하려다 주지스님의 만류로 줄어든 108배밖에 없다. 박근혜는 정치를 하고 있는게 아니라, 온갖 계파들이 난무하는 한나라당이, 그러 얼굴마담으로 내세울 사람으로고른, 일종의 이미지 방머막에 불과하다. 그런사람을 두고 여성정치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꽃쯤으로 다루는 것은, 여성장성이 하나나왔다고 대한민국이 갑자기 성평등한 나라가 되었다고 주장하는것과 똑같이 위험하다. 오히려 박근혜 하나에 집중된 언론에 의해 여성의 정치참여에 대한 필요나 당위성은 점점더 먼 얘기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PS. 이 일에 대한 오마이뉴스의 반응은 역겨움 그 자체였다. 최보은씨 등 세분을 불러놓고 편집장이 나와서 오마이포럼형식으로 대담을 하는거 까지는 뭐라 안하겠는데.. 선정적인 제목선정하며(박근혜가 홍사덕보다 100배 낫다는 최보은씨의 발언), 도대체 진지하게 여성의 정치참에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자세.. 심지어 편집장이란 작자는 17대 국회엔 여성이 1/3만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농락하나? 각 당의 여성 후보를 다 합쳐도 근 300명이 될꺼라는 17대 국회에 1/5도 정도되는 수준이다. 전혀 여성정치의 현실에 대해 아는것도 없다. 난 그 기사를 읽고나서, 일단 욕부터 하고보는 마초들에게 욕 배설의 카타르시스를 주기 위한 기시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제목에선 조선일보의 망령을 느꼈다. 최보은씨의 발언은(지난번 대선때였던가? 박근혜옹호론부터 시작해서) 여성정치가 후보를 가릴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라는 일종의 레토릭이었던 거다.
  • 비오롱 2004/03/29 [16:04] 수정 | 삭제
  • 정말 동감이에요.
    오마이뉴스 관련한 사람들이랑 오마이 독자들이 이 글 다 봤으면 좋겠어요.
    오마이뉴스에 떴던 그 기사 보고 저도 너무 황당하고 화가 났었어요.
    최보은씨가 나오길래 또 박근혜 얘기 하려는 구나 하고 가슴이 덜컥 하더라구요.
    솔직히 그 분 박근혜 지지해서 유명세 얻은 사람 아닌가요.
    좀 자중하시지 또 이런 때 나오시더군요.
    근데 그 기사가요.
    다른 여성분 2명이랑 오마이 편집장이라는 남자가 나와서 계속 장난하는 식으로 얘기하더니 기사가 끝나버리더라구요.
    결국 그 여성분들이 얘기한 건 꼴통 남자보다는 꼴통 여자가 낫다는 건데 왜 여성정치에 대한 얘기를 꼴통들 중에서 해야되죠?
    그 기사보고 나니까 여자독자로서 정말 혐오감이 느껴졌어요.
    오마이뉴스도 짜증나구요.
  • 가루 2004/03/29 [15:57] 수정 | 삭제
  • 오늘 아침 라디오에 별 심난한 이야기가 나온다 하였더니만
    어떤 여성 장관이 나와서(누군지는 잘 모르겠으나 장관이라 하였음)
    출산율이 떨어져서 이제 애 낳으면 돈 주고
    이혼을 방지하기 위해 이혼 제도를 어렵게만든다느니 하는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해대는데

    그 논리의 어처구니없는 아전인수는 뒤로 제치더라도
    왜 그딴 걸 여성장관이 한다고 소개하냐 이거다. 내 말은.
    얼마전에 건강가족증진법인가 뭔가하는 거 통과할때도
    뉴스에서 그 한나라당 여성국회의원 보여주더니만
    그래. 이번에 통과한 법도 건강가족 어쩌구 저쩌구 하더니만.

    박근혜.가 여성정치의 신호탄이니 뭐니 하는 말들이 들리는 건
    참으로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말하자면 저번 대선에 최보은씨가(가끔 자제를 부탁드리지만 어쨌든 속시원한)
    박근혜를 지지한다는 말을 했을 때에는 말하자면 내가 듣기엔
    여성 후보로 지지한다고 말할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고
    그에 대한 문제제기도 해야했겠는데 화도 나고 하다가
    박근혜를 지지한다는. 즉 아무 여성후보나 지지한다는 말이 나왔다고 보았다.
    그러니깐 아무 여성후보. 얼마나 처절한 표현인가?
    이 처절함이 불쌍하여 아무 욕하기도 싫고
    게다가 이에 대해 비판한답시는 진보적이답시는 사람들이 (주로 남성)
    꼴 시려서 아무 욕도 안했다는. 뭐 그런 이야기인데.
    처절한 만큼. 비판이라기보다는 불쌍했다. 이런 것일텐데.

    요즘에 박근혜를 띄우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보자하면
    참으로 어이없고
    거기에 장단맞춰주는 여성신문이니 뭐니 정말 짜증나고
    거시기하다. 정말.

    ps. 그런데 열우당 고은광순은 후보에 오르지도 못한거죠?
    아직 호주제도 폐지되지 않은거죠?
    호주제가 엄연한 한국 사회에 건강 가족이라니
    그 놈의 여성장관이라는 사람은 누구라대요?
  • 초록 2004/03/29 [15:08] 수정 | 삭제
  • 박근혜씨 대표선정이후 언론의 반응을 보면서 정말 답답했습니다.

    박근혜씨를 마치 여성의 대표마냥 띄워주는 것이 못내 아쉽고, 답답하더라구요.

    정치에 대해 잘은 몰라도, 박근혜씨를 여성대표로, 여성정치의 초석으로 보기엔

    그녀는 부족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지난 대선때 박근혜씨가 대선후보로 거론될때에도,

    한나라당을 나와서 미래연합인가 하는 걸 만들고 대표자리에 앉았을때에도,

    그녀를 '여성'정치인으로 생각해본적은 없습니다.

    그녀는 제겐 '여성'정치인이기보다는, 한 사람의 '보수'적인 '정치인'으로만 인식되었습니다.

    글 고맙습니다. 좀 퍼가겠습니다(물론 출처는 밝히구요..^^)
  • 릴케 2004/03/29 [12:30] 수정 | 삭제
  • 속 시원...
    감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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