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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 결과 지역구 10명, 전국구 29명, 총 39명의 여성 당선자들 가운데 유독 돋보이는 이름은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7번의 홍미영 전 인천시의원이다. 홍미영 당선자는 대학 시절 학생운동에 이어 지역에서 스스로도 어려운 삶을 꾸려가면서 빈민운동을 꾸준히 해왔으며, 1991년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부평구의원, 인천시의원 등 지방의회 의원생활 10년 경력을 가진 실력 있는 여성정치인이다.
풀뿌리 지방자치 의원으로서 잔뼈가 굵은 홍미영 당선자를 만나 기존 정당문화와 정치문화에 대해,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그리고 여성계의 정치세력화 운동에 대해 의견을 들어보았다. 지방의회 활동 통해 국회 진출하는 것의 의의 - 선거 전부터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명단에서 꽤 높은 순위에 홍미영 당선자의 이름이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지방의원 경력을 통해 국회에 진출하는 방식이 여러 모로 의미가 있다는 판단이 드는데.“사실 아직도 우리 정치판은 큰 정치, 작은 정치 나누고, 큰 정치는 유명인과 중앙 무대에서 활약한 사람, 작은 정치는 규모 작은 데서 일하고 이름도 없는 사람 취급을 한다. 이런 분리적 사고는 남자는 정치, 여자는 집안일 식의 가부장적 사고의 하나라고 본다. 지방의원 출신이라는 것을 중앙에서는 큰 이력으로 생각 안 하고, 국회의원들은 지방의원 부리던 사람들인지라 여전히 상하관계로 사고하는 면이 있다. 그러나 정치 전반에서 지역에서 정치경력을 쌓는 단계를 밟아나가는 것이 훈련도 되고 검증도 받을 수 있고, 나중에 국정을 책임지고 감독하고 그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경력을 쌓은 여성들이 들어가면 더 적극적으로 여성참여를 위한 정치문화를 만들거나 제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에서 인정받은 사람인지, 부패한 사람인지 아닌지, 실력이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에 대해 평가하고, 시민들과 단체들이 낙선대상이건 지지대상이건 만들어가면 나중에 국회의원 선거 때 판단도 정확하게 수 있고 오류를 덜 범할 수 있다. 그런 역할을 할 때 시민들의 의식이나 관심도도 같이 높아질 수 있다. 좋은 정치인 배출되는 건 시민들의 의식과 관계가 있다.” 비례대표 늘리고 중대선거구제로 가야 - 홍미영 당선자의 경우, 지역구에서 출마했어도 당선 가능성이 꽤 컸던 것으로 아는데 비례로 나오게 된 경위를 설명해 달라. 또 전국구 의원이 지역구 의원에 비해 힘을 갖지 못한다는 우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번 선거가 예전보다 돈과 조직 면에서 제한이 되었기 때문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그래도 여성정치인이 지역구에서 당선되기는 어렵다. 특히 민주적인 방식이라고 알려진 경선과정에서는 국가 선관위가 관리하는 만큼의 공정성이 담보되지 못한다. 그 과정에서 부당하게 도태된 여성들이 있고, 그 과정을 버티고 나오려니 무리하게 많은 힘이 들어서 본선에 가선 더 어려워진 경우도 있다. 앞으로 비례 의석이 늘어나야 한다. 지역구 대 비례대표가 200:100 정도 되면 비례가 힘이 없다고 보지 않을 것이다. 200 지역구의 경우 지금의 소선거구제 형태로 가긴 어렵다. 선거구제 자체도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중대선거구제로 가야 한다. 그것이 여성들이 국회에 더 많이 진출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 여성의원 13% 진출의 의의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아시아 지역 평균이다. 열린우리당의 경우 비례 선정을 당내외 인사로 해서 결정했는데, 예전처럼 뒷전에서 남자들 몇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공개적으로 객관적인 선거인단에 의해 구성됐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 자질이나 능력이 높아졌다고 본다. 다른 당의 경우도 기존에 밀실에서 하던 것으로부터 벗어나 공개적으로, 기준을 두고 했기 때문에 예전에 여성 한두 명 구색 맞추기로 결정되었던 것에 비해 질적으로 나아졌다고 본다. 그러나 생물학적 여성이라 해서 여성의 관점에서 여성을 대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예전에 비해서는 나아졌다고 본다. 그런 사람(여성을 대표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여성의 관점에서 정치를 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수가 늘어난 것이 의미가 있다고 본다.” 여성단체 인사의 정당 영입은 '문제' - 여성계의 여성정치세력화 운동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사실 그 과정에 내가 깊이 관여한 건 아니고. 내가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의 선정대상이 된 것을 활용해 당에 홍보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났다고 활동을 그냥 접을 게 아니라 한 번 지금까지의 활동에 대해 평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시행착오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총선여성연대 쪽에서 작업하는 것도 흐지부지되고, 여성계 인사들이 각 당에 들어가버리기도 하고, 당 바깥의 그런 행태들을 보기가 좀 그렇더라. 당 남자들이 ‘새 여자’ 찾아서 손짓하는 꼴도 우스웠고, 은근히 그걸 바라는 여성들도 있었다. 그것이 한편으로 당을 위해 좋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당 내에서 꾸준히 일해 오고 성장하려 했던 여성의 입장에서 소외감도 느끼고 약간의 배신감도 느꼈다.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가 처음에 동력을 못 받았던 게, 심사위원이나 추천대상으로 여성들을 들어오라고 할 때, 그걸 이용해서 비례 얻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주위에서 제기돼 추진력이 떨어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냉정하게 비판도 받고, 여성단체 인사가 눈치 보다가 결국 당에 들어가는 일은 이제 불식하자는 다짐을 해야 할 것 같다. 과연 어떤 것이 여성운동과 여성의 정치참여를 위해 좋은 방안인지 감정적인 옹호나 비난이 아니라 진지한 토론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싶다.” 여성정치인에 대한 비판과 지지, 분명히 해달라 - ‘정당 불문 여성 지지’ 방식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여성을 대변할만한 대표성 없이 그저 ‘권력’을 쫓아 비례 높은 순위로 올라간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 기존 남성정치인들과 같은 방식으로 국회에 입성한 여성을 여성계가 '여성정치인'으로 본다면 문제가 있다. 무조건 여성정치인이라고 인정해주면, 오히려 여성을 위해 일하는 여성정치인은 더 나오기 어렵게 된다. (여성계가) 여성 이슈에 대해 힘 써주었으면 하는 사업들을 여성정치인들에게 요구하고, 남성정치문화에 휩쓸려가지 않도록 여성정치인을 세워주고 그래야 한다. 여성들을 위해 노력하는 여성정치인과 그렇지 않은 여성정치인이 구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여성의 시각을 가지고 일해왔던 사람들에겐 존중과 인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자긍심도 높아지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부끄러움도 느낄 것이다.” - 국회에 들어간 여성정치인으로서, 여성들과 여성운동계에 대한 바람이 있다면. “여성정치인의 수가 많아지면서 세간에 관심을 모으는 위치에 있는데, 그만큼 여성정치인이 잘못하면 더 싸잡아 매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걱정이 된다. 앞서 얘기했듯이 여성정치인이라고 하나로 보면 안 된다. 여성문제에 대해 적극 나서는 여성정치인과 그렇지 않은 여성정치인을 구별하면서 인정도 해주고, 비판도 해주길 바란다. 새로운 정치문화 만들고 새판짜기를 하려고 하는 여성정치인들과 그렇지 않고 기존 정치권의 방향 그대로 편승하는 이들은 구분을 해야 한다. 그 구분을 정치인들끼리 하게 해선 안 된다. 남성중심 정치판은 언제나 여성들 간 싸움을 붙이고 즐긴다. 여성들이, 여성계가 기준을 만들어서 평가하고 선정하고 판단해야 한다. 내게도 여성정치인으로서의 부담이 있고, 얼만큼 잘할 수 있을지 고민도 된다. 그러나 그런 부담이 있기 때문에 더 노력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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