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임금 72만원

한국의 비정규직은 ‘임금 절감’ 추진

고유영아 | 기사입력 2004/10/18 [01:27]

인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임금 72만원

한국의 비정규직은 ‘임금 절감’ 추진

고유영아 | 입력 : 2004/10/18 [01:27]
“저는 인천 OO대학에서 청소용역직으로 일하고 있는 43살의 여성 가장입니다. 군대에 가 있는 아들과 중학교에 다니는 딸을 두고 있습니다. 몇 년 전 남편이 세상을 먼저 떠나고 두 아이를 저 혼자 키우게 되었습니다. 저는 생활보호대상자라 정부로부터 16만원 정도를 지원받고 이 곳에서 받는 최저임금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아주 추운 겨울이 아니면 기름값이 많이 들어 방에 불을 때지 않습니다. (중략) 이나마 일자리라도 있는 게 다행이라 싶어 임금 올려 달라는 소리를 하면 나가라고 할까봐 아무 소리 못하고 다니지만 정말 이 42만원을 받고서는 생활이 힘듭니다. 제가 받는 임금으로 최저생계는 꾸릴 수 있어야 하지 을까요?”


인천의 한 여성노동자가 최저임금위원회에 보낸 편지다. 여성노동자의 70%가 비정규직인 오늘의 현실은 여성노동자들을 더욱 더 ‘가난하게’ 만들고 있다. 날로 심각해져만 가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문제와 그 대책을 모색하는 자리가 지난 15일 인천발전연구원 여성개발센터 주최로 마련됐다.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기혼여성들

“애초에 정규사원으로 입사했는데 촉탁사원으로 돌리면서 ‘호봉만 없을 뿐이지 다른 불이익은 전혀 없다 했는데, 그 약속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 입니까?“, “일을 열심히 하면 되었지 기혼 여부가 죄가 됩니까?”(전국여성노동조합 부천지부 사례) 부천OO캅셀은 1995년 기혼여성들만을 촉탁직으로 돌리고 난 후, 2000년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인천 비정규직 여성의 노동과 삶’이란 제목의 토론회에서 나지현 전국여성노동조합 인천지부장은 지난 10년간 여성노동자들의 노동은 “지나치게 유연화됐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이 가장 말단의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는 식으로 진행되어왔기 때문에 노동시장 말단에 위치한 여성노동자에게 그 피해가 집중됐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적용대상이 되는 고령 여성노동자

인천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 인천지부에서 2004년 공동 조사한 <인천지역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근로실태 조사를 통해 본 현실과 대안>에 따르면, 인천 지역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월평균 임금은 72만원으로, 남녀 비정규직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 103만원(2003년 8월 통계)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이는 정규직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 201만원과 비교할 때 겨우 35.8%에 불과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여성 가장이 꾸려나가는 가정의 경우 빈곤가구가 될 수 밖에” 없기에 “여성의 비정규직화는 여성의 빈곤화로, 또 빈곤가구의 증가로 이어진다”고 나지현 지부장은 지적했다. 이어 중, 고령의 여성노동자들이 주로 최저임금의 적용 대상으로 되기 때문에 “최저임금이 현실화되고 반드시 준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별적 신분 비정규직, 벗어나는 문이 없다

박수미 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은 ‘여성 비정규직 이동경로’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여성의 첫 취업 종사상 지위 중 가장 높은 비중이 ‘임시, 일용직’이며, 전체 여성 중 무려 51%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렇듯 열악하게 노동시장에 첫 발을 디딘 여성들은 계속 비정규직으로 남게 된다. 즉 “비정규직은 신규 취업자가 취업 경력 상 거쳐 가는 고용 형태의 한 단계가 아니라 영속적인 고용 형태로 새로운 신분제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도 “여성의 경우, 남성에 비해 연령대와 상관없이 높은 수준의 비정규직 비율을 보이고 있고, 특히 대졸 여성 청년층의 비정규직화가 심각하게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연구위원은 여성노동자에게 비정규직은 “들어가는 문은 있으나 나오는 문은 없는 ‘함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외국, 비정규직은 ‘대안적 고용 방식’에 불과

소위 “신자유주의의 물결 속에서 노동시장 유연화는 거스를 수 없다”는 논리에 대해 박수미 연구위원은 “유럽 등 선진 사회의 높은 비정규직화 현상을 우리 사회와 직접 비교하는 것은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호주의 경우 “비정규직은 관행적으로 정규직이 보장 받고 있는 4주간 유급 휴가 및 병가를 낼 수 없는 노동자로 인식되나, 형평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동일업무를 하는 정규직 노동자 임금의 15~20%에 해당하는 임금을 추가로 지급 받고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최근에는 유급휴가와 병가를 낼 수 있도록 노동법안을 개정했다고 한다. 따라서 서구의 비정규직은 우리의 경우와 질적으로 다르며 대안적으로 선택 가능한 고용 형태라는 것이다.

장지연 연구위원도 “서구 유럽의 경우 비정규직은 ‘유연화’에 초점을 맞춘 대안적 고용방식인 데 반하여, 한국의 경우 주로 ‘임금 절감’을 추진하기 때문에 차별이 야기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구에서의 비정규직은 “임시직 개념으로 경력을 일정기간 쌓으면 정규직이 될 수 있는 일종의 ‘가교’”라는 것이다.

이렇듯 여성의 비정규직화와 이에 따른 빈곤화가 가속화됨에도 불구하고, 지자체와 정부 차원의 대책은 차치하고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실태에 대한 기본 자료조차 없다는 현실에 대해 참가자들은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나지현 지부장은 “비정규직 여성을 위한 정책과 예산 확보가 시급하다”며, “더 이상 민간에만 의존하지 말고 정기적인 실태 조사를 통해 지역의 여성노동 정책을 세워 나갈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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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처음으로 2004/10/18 [16:30] 수정 | 삭제
  • 파트타임 일하는 것도 아닌데 50만원도 안 되는 돈을 받을 수 있죠? 여성노동력은 너무 마구 쓰는 것 같아요.
  • bari 2004/10/18 [14:41] 수정 | 삭제
  • 이 말에 공감한다.
    왜냐면 정규직이 될 수 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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