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목숨 건 저항 요구해선 안돼"

가벼운 협박에 의한 성폭행에 대해 실형 선고

강진영 | 기사입력 2004/10/31 [22:41]

성폭력, "목숨 건 저항 요구해선 안돼"

가벼운 협박에 의한 성폭행에 대해 실형 선고

강진영 | 입력 : 2004/10/31 [22:41]
성폭력 판단과 관련해 많은 쟁점이 되어 온 것이 바로 ‘항거불능’이다. 성폭력 범죄가 성립되기 위해선 피해자가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느냐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사법부는 ‘항거불능’의 개념을 너무 협소하게 해석하여 성폭력이 명백한 여러 사건들에서 가해자에게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여성들의 항의를 받아왔다. 그런데 지난 10월 22일, 이와 차별되는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서울 북부지법 제11형사부 박철 부장판사는 “성폭력 가해자의 폭행이나 협박 정도가 비교적 가벼웠다고 해도 피해자를 항거불가능하게 만들었다면 이는 성폭력으로 봐야 한다”며, 처남과 동거중인 여성을 수 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임모 씨에 대해 징역2년 6월을 선고했다.

임씨는 지난해 8월 피해자 김모 씨를 한 여관으로 불러서 김씨의 입을 막은 뒤 폭행할 것처럼 위협을 가하고 성폭행을 했다.

 
가해자 측은 강한 폭행이나 협박 행위는 없었다는 이유를 들어 무죄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임씨의 폭행, 협박 정도가 비교적 가벼운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정황과 완력의 차이 등을 고려할 때 피해자에게는 강한 심리적, 육체적 영향을 미쳐 항거불가능하게 된 사정을 짐작해 임씨에게 실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성폭력이 일어나는 상황과 맥락에 대한 이해 없이 ‘항거불능’을 형식적으로만 해석해 온 그간의 판례와 상이한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10월 26일 논평을 발표하고 “성폭력 피해 및 피해자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이번 판결이 현실을 반영한 사법적 정의구현의 구체적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또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이제까지의 판례와 학계는 통설적으로 최협의 폭행협박론을 취함으로써,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성적폭력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폭행협박의 정도가 판례에서 요구하는 수준에 미치지 않음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는 경우들이 빈번하게 발생해 왔다”고 지적하며, 성폭력의 구성요건에 대한 사법부의 관점이 변화할 필요성이 있음을 지적했다.

특히 장애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데이트강간이나 아내강간의 경우 피해자가 ‘적극적인 저항’의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성폭력 범죄로 인정되지 않는 판례가 많은 현실에서 이번 판결은 더욱 의미를 갖는다.

 
“법과 국가가 성폭력에 직면한 여성들에게 목숨을 건 저항을 요구하는 것은 온당한 일이 아니다”라고 밝힌 이번 판결이 앞으로의 재판들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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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노우 2004/11/04 [02:28] 수정 | 삭제
  • 파랑님 리플단 의견에서 이 문장을 보는 순간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그렇죠.. 성폭력 피해자에게 목숨을 걸게해선 안 되죠.

    살아남아서, 꼭 가해자를 처벌받게 해야죠.
  • Que 2004/11/02 [21:51] 수정 | 삭제
  • 동네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성폭행한 사건에 대해서까지도 무죄판결을 내리지 않았나... 자기 의사표시 제대로 못하는 여성에 대해서.. 법원은 정상여성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어떻게 성폭력임을 입증할 수 있을까. 결국 장애를 가진 것이 죄가 되는 것이다.

    이번에 약간 진보적? 판결이 나왔다고 해도 앞으로 계속 그런 판결이 나오리란 보장이 없지 않나? 어째 판사 맘인 것 같다. 모니터링하는 시민의 모임인가도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이전 판결에 대해서도 다 모니터링해서 판사들도 시민들이 감시했으면 좋겠다.
  • Que 2004/11/02 [21:48] 수정 | 삭제
  • 아동성폭력 피해자보고 학교를 정상적으로 다녔다고 가해자에 '무죄' 선고를 하지 않았던가.. 없었던 일을 애가 있었던 일이라고 나중에사 자기 보호자를 고소했다는 건지... 아니면 애가 양부와 화간을 했다는 건지.. ;;; 우리 법원의 성폭력 판결은 너무 엉터리다.
  • 파랑 2004/11/02 [10:08] 수정 | 삭제
  • 칼을 들이대거나 마구 때려야만 협박이 아니잖아요.
    법원이 협박에 대해서도 가려내라고 있는 거지..
    여자들에게 목숨을 걸라고 해선 안 되죠.
    저 놈 나중에 벌하더라도 살아남아라, 해야지.
    성폭력에 있어선 우리나라만 유독 피해자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는 것 같아요.
    저도 예전에 아는 사람이 성폭력 당해서 고소했는데.
    법이 가해자 쪽 손 들어줄거라고 경찰 쪽에서 결국 취하하게 했다고 하더라구요.
    성폭행 당하고도 가해자가 처벌받지 않으면, 세상에 억울해서 어떻게 사나요.
    법이 누굴 위해 있는 건지도 모르고.
  • 2004/11/02 [08:54] 수정 | 삭제
  • 그래놓고 강한 폭행을 안 했으니까 무죄라고?
    저런 넘들은 살인범처럼 처단해야한다.
  • ㅇㅋ 2004/11/02 [08:43] 수정 | 삭제
  • 성폭력범 재범은 거세를 하여야합니다.
    그런의미에서 꽃뱀짓하는 여자들도 재범을할경우엔 클리토리스를 도려내야하고
    구멍을 막아버려야합니다.
  • 간도 2004/11/02 [07:42] 수정 | 삭제
  • 형량을 늘리는 것에 대해 얘기가 있는데..
    의외로 여성계 쪽에선 별 말이 없는 것 같더군요.
    스토킹의 경우는 아직도 경범죄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성폭력 재범인 경우는 종신형을 때리거나 거세하는 방향으로 강도를 높여서
    재범률을 낮추는 방법을 생각해야죠.
  • ㅋㅋㅋ 2004/11/02 [07:15] 수정 | 삭제
  • 사회에서는 다른범죄보다 성폭행 범인 이라고 낙인찍히는게
    얼마나 파렴치한 사람으로 생각하는줄 모르시는군요.
    그리고 범죄는 성폭행범죄뿐만 아니라 모든 범죄가 죄범률이 높습니다.
    그이유는 성폭행범이라는걸 떠나서 범죄를 저질르고 다시 사회에 복귀햇을떄
    그들이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을 할수없도록 만드러놓았기 떄문입니다.
    굳이 성폭행범죄만 재범률이 높다고 하시는건 문제지요.
  • Dearie 2004/11/02 [06:29] 수정 | 삭제
  • 성폭력범에 대한 징계가 너무 가볍다는 것도 큰 문제다.
    어떤 놈은 설대생이라고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설대나온 판사겠지? 나쁜XX들 지네끼리 범죄자도 감싸주고 잘 해먹는다)
    성폭력이 재범률 높은 범죄인데 형량이 가벼우면 피해자를 더 양산할 수밖에 없지 않나. 성폭력문제가 심각하단 걸 아직도 법은 모르는 것 같다.
  • ㅋㅋㅋ 2004/11/02 [01:05] 수정 | 삭제
  • 그렇게 분하고 억울하세요?
    법리적인 논점에서 무고한죄인이 생기게하는걸 막기위해 심증보다는 물증을 근거로 할수밖에없다고 말씀드렷는데 정현 엉뚱한 말을하시는군여.
    그리고 성폭력으르 당한여성도 끔찍한 일이지만. 평생 잘못된 판결하나로 성폭력범인
    으로 낙인 찍혀서 살아가는것도 얼마나 끔찍한건지 모르세요?
    그렇기 떄문에 심증은있으나 확실한 물증이 없는한 성폭력문제만 아니라 다른범죄에서도 심증만으로는 유죄를 인정할수가 없는것입니다.
  • 니코틴 2004/11/01 [18:51] 수정 | 삭제
  • 생각해봤는데 정절 이데올로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은장도가 있던 시절처럼 성폭력 앞에선 여자가 죽어야 한다는..

    그런 폭력적인 생각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법원에 있으니까..

    목숨을 걸고 저항하지 않았다면 성폭력이 아니라고 판결한 게 아닐까요?

    남자가 강제로 성폭력을 가했다는 거가 인정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여자 쪽이 몸이 찢어져가면서 반항하지 않음 성폭력 아니라고 판결내리고..

    흠... 그런 거 생각해보면 그 판사님들 다리몽둥이를 부러뜨려놓고 싶어지는군요.
  • ;; 2004/11/01 [17:09] 수정 | 삭제
  • 그건 무고한 죄인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그래온게 아니에요.
    여성이 성폭행 앞에서 가져야 할 태도 대응에 대한 편견 때문이지요.
    미안하지만 성폭력 사건에 있어서 무고한 남자는 단 한명도 없을거라 장담해요.
    무고한 남자를 고소할 여자는 없거든요.
    왜 그러냐면요 우리 나라에서는 성폭력 피해자로 스스로 자처하는 건 성폭력 가해자로 알려지는 것보다 더 끔찍하고 위헙한 일이거든요. 정말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그 일에 대한 억울함이나마 풀려고 나서는 것이지 대체 그런일도 없었는데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 누가 나서겠어요. 정말 성폭행을 당해도 말하기 꺼려하는 사람은 많지요. 이 적나라한 현실을 판사들이 모를 것 같습니까.
  • ㅇㅇ 2004/11/01 [13:11] 수정 | 삭제
  • 범인 열명을 놓치더라도 한명의 무고한 죄인을 만들면 안 된기 떄문이에요.
    그래서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어서 무죄로 풀려나는 사람들이 있자나여.
  • 붉은노을 2004/11/01 [12:35] 수정 | 삭제
  • 반드시 물리적인 것만이 사람을 꼼짝 못하게 하는 게 아닌데, 왜 법이 그런 걸 인정해주지 않는 건지 모르겠더군요.

    특히 직장 상사나 평소 알고 지내던 친척, 어르신들이 가해자인 경우는요.
    조금만 협박을 해도 피해자가 힘으로 어떻게 반항을 해 볼 생각도 못하게 두렵게 만들수도 있잖아요. 그 권위라고 해야하나.. 그런 거에 질려서 말이에요.
    이런 거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일텐데 왜 인정을 안 해줬는지 모르겠어요.
    그런 거 보면 너무 가해자 편을 들어준다는 생각밖에 안 들죠.

    그리고 입 틀어막고 위협하면 정말 목숨 걸지 않는 이상 항거하기 어려운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지금까지 법원은 여자들에게 성폭행 당할 거 같으면 죽음을 불사하라고 해왔던 것 같아요.
  • kaltblut 2004/11/01 [10:18] 수정 | 삭제
  • 성폭력은 피해자의 '행동'을 범죄요건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이게 성폭행이 아니라 은행강도라도 사람들에게 목숨을 걸고 덤볐어야 할 것을 요구할까? 사실 은행강도가 보여주는것도 죽이거나 위해를 가할수 있다는 제스쳐이지 실제적인 위해가 아니다. 다른 범죄에는 유독 요구하지 않는것을 성범죄에만 요구하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
  • 음.. 2004/11/01 [05:59] 수정 | 삭제
  • 범인 열명을 놓치더라도 한명의 무고한 죄인을 만들면 안 된다.
  • ㅋㅋㅋ 2004/11/01 [05:58] 수정 | 삭제
  • 판사는 법리적이론에 따라 판결할뿐입니다.
    이성적인 논리는 절대 취하면안대는 직책이죠.
    어는 한쪾에 입장에 취해서 판결을 할수없죠.
    범인 열명을 놓치더라도 한명의 무고한 죄인을 만들면 안 된다.라는 말도 있자나요 ㅋㅋ
  • 독자 2004/11/01 [01:02] 수정 | 삭제
  • 그 판사 법복을 벗게 만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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