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베트남전, 이라크전의 여성들

여성들의 기억을 통해 읽는 전쟁

박김수진 | 기사입력 2004/11/07 [23:51]

한국전, 베트남전, 이라크전의 여성들

여성들의 기억을 통해 읽는 전쟁

박김수진 | 입력 : 2004/11/07 [23:51]

지난 2일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주최로 ‘여성평화운동의 아젠다 개발’을 위한 “전쟁 속의 여성들, 전쟁의 기억을 살리는 여성들”이란 제목의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는 전쟁을 경험해 온 여성들의 목소리와 기억들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그리고 이라크전쟁을 통해 드러내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또한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여성들은 전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어떻게 대안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한국전쟁 시 여성동원의 실태

평화를만드는여성회의 김엘리 정책위원은 "전쟁의 역사는 남성들의 이야기"라면서 "이번 토론회는 전쟁에서의 여성 경험을 가시화시키고, 전쟁과 여성의 삶, 여성의 기억과 과거를 끊임없이 현재화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역사학연구소 이임하 연구원은 한국전쟁을 중심으로 국가가 기억하는 전쟁에 관한 '공식적'인 기억과 전쟁 속 여성들의 기억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여성주의 관점에서 분석, 발표했다. 이 연구원은 발표를 통해 전쟁 당시 병사로서 동원된 여성의 역사, 주먹밥 등을 만들어 전쟁을 지원한 당시 여성단체들의 활동사, 군 위문을 위해 동원된 여성의 위문 공연사 등을 개괄하면서 한국전쟁을 둘러싼 여성동원의 실태를 분석했다.

특히, 한국전쟁을 둘러싼 군 위안부 문제가 적극적으로 제기되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해 이임하 연구원은 "국가기록원에서 발견된 자료에 의하면 이승만이 직접 댄스홀이나 군 위안부에 관해 지시를 내린 사항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자료에는 "위안소를 설치해야 하는 이유, 반드시 설치를 해야 한다는 주장,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하는지 등에 관한 지시사항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전쟁 속 여성들의 삶 기록돼야

‘나와우리’의 김현아 운영위원은 베트남 호치민 등에 설립된 전쟁박물관 내 여성박물관을 소개하면서, 전쟁의 참상 속에 발견하고 보존된 여성들의 삶에 관한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현아 운영위원은 "베트남 전쟁 당시 여성들에게 있어 전쟁은 일상이었다"면서 “전쟁의 시기에도 농사를 지어야 하고, 아이를 돌보아야 하고, 동시에 전투 훈련도 일상화 해야 했던” 베트남 여성들의 일상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라크평화네트워크 평화활동가 임영신씨 역시 "남성의 눈이 아닌, 여성의 눈으로 전쟁을 기록할 때 전쟁은 '다르게' 기록될 수 밖에 없다"면서, “승자가 기록한 역사가 아닌 패자가 기록한 역사, 남성의 역사가 아닌 여성의 역사를 재현하고 드러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쟁의 역사는 남성들의 역사이기도 하다. 전쟁에 동원되고, 전쟁을 지원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전장에서의 먹고 사는 문제 이 모든 것을 해내야 했던 여성들의 역사는 온전하게 보존되고 있지 못하다. 다행히 우리가 경험했고, 비록 우리가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전장 속 폐해를 온 몸으로 겪어 온 여성들의 증언과 증거들이 몇몇 연구자들과 활동가들에 의해 수집되고 있다. 이러한 작업이 ‘오늘’의 이야기인 ‘전쟁’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할 것인지, 그에 대한 해답을 제공해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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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윤 2004/11/09 [00:44] 수정 | 삭제
  • 일본측에 역사교과서에 정신대를 기록하라고 할머니들과 시위를 벌였었죠. 그러다가 한국 역사교과서에도 정신대가 기록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 문제제기되면서 다들 황당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기록이 되어있겠지요.
    한국전의 기억은 정신대 문제와 연결이 된다는 거 기사를 보면서 너무 당연한 일인데도 미처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한 때의 운동이 아니라, 계속해서 기억하고 싶어요.
  • 녹색물 2004/11/08 [17:19] 수정 | 삭제
  • 김현아씨 얘기 참 잘 들었습니다.
    여성들의 삶의 경험이 전쟁의 담론을 재구성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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